소설리스트

흙수저 성공 신화-245화 (245/328)

[245화] 케세라 세라

몰디브 정부 소유의 안가.

하마드 부통령은 천유런 외교부장을 만나서 나눈 대화 내용을 자세하게 꺼내 놓았다.

“…저녁 8시에 저희가 별도로 준비한 안가에서 담판을 짓기로 했습니다.”

정명훈 사장은 난처했다.

오늘 밤 몰디브에 도착하는, 나이지리아 등에서 오고 있는 VIP들을 영접하러 공항에 나가 봐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8시에 시작되는 루퍼트 장관과 천유런 외교부장의 담판을 지켜볼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그렇다고 자리를 마냥 비울 수도 없는 것이,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누군가는 코치해 줘야 했다.

어차피 결정은 자신의 몫이었다.

“하마드 부통령님, 저희는 그 시간에 아프리카에서 오시는 VIP들을 맞이하러 공항으로 출발해야 합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이곳에는 한 부사장, 장 부사장, 하 실장을 남겨 놓도록 하겠습니다.”

“천 외교부장이 곤란을 겪는 모습을 보셔야 하는데, 아쉽네요.”

“기회가 되면 감시 카메라로 촬영한 장면을 지켜보면 되니까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안가에 설치한 감시 카메라가 발각되지는 않겠죠?”

“제가 대신 말씀드리겠습니다.”

정명훈 사장보다 장대산 부사장의 입이 먼저 열렸다.

“방금 전에 중국 정보국 요원들이 도감청 방지 장치로 안가를 샅샅이 수색했습니다만, 저희가 설치한 감시 카메라는 찾아낼 수 없었습니다. 그러니 안심하고 계셔도 됩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윙윙―

두 사람의 대화를 주의 깊게 듣고 있던 겨울은 핸드폰으로 시선을 옮겼다.

호영의 전화였다.

그와 통화를 해야 할 일이 있었는데, 마침 잘됐다 싶었다.

겨울은 즉시 자리를 빠져나와 그와 통화를 시작했다.

“정 이사, 대책 회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어?”

[현재 셀러들한테 오퍼를 보내 놓은 상황이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야.]

“언제쯤 결과를 알 수 있을까?”

[글쎄다? 적어도 이삼 일은 걸리지 않을까 싶다.]

“알았어. 계속 수고해라.”

[우리 사장님이 공항에 언제 갈 거냐고 물어보는데, 뭐라고 말씀드릴까?]

“사장님하고 신 실장님이 조금 있다가 출발할 예정이야.”

[너는?]

“여기서 루퍼트 장관하고 천유런 외교부장이 담판 짓는 모습을 지켜봐야 할 것 같아서.”

[오늘 밤에 숙소로 복귀할 수는 있고?]

“글쎄… 그때 가 봐야 할 것 같은데.”

[알았다. 수고하고 나중에 통화하자.]

겨울이 호영과 통화를 끝내고 자리로 돌아오자, 정명훈 사장이 질문을 해 왔다.

“누구 전화야?”

“정호영 이사가 걸어온 전화인데, 공항에 언제 나갈지 물어보는 전화였습니다.”

“알았어. 우리는 지금 공항으로 출발할 테니까,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전화해.”

“그렇게 하겠습니다.”

두 사람이 손님을 맞이하러 공항으로 떠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하도진 실장이 겨울에게 말을 걸어왔다.

“부사장님, 천 외교부장에게 미인계가 통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죠?”

겨울도 그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플랜 B를 구상하고 있었지만, 그럴듯한 묘안은 떠오르지 않은 상태였다.

“하 실장님, 좋은 아이디어가 있습니까?”

“제가 대리 시절에 미국에 출장 간 적이 있었는데, 바텐더가 끝내주는 미인이었습니다.”

“맞아! 그 방법을 사용하면 되겠네요?”

“데사이 국장님을 모시고 올까요?”

“그렇게 하십시오.”

황급히 달려온 데사이 정보국장에게 겨울은 구상하고 있던 플랜 B를 자세하게 풀어놓았다.

“…이 방법이 어떻습니까?”

“한 부사장님, 아이디어는 좋습니다만, 천 외교부장이 그곳까지 가지 않으면 어떻게 하죠?”

“제가 하마드 부통령님께 천 외교부장의 숙소로 몰디브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안가를 제공하라고 말씀드린 이유를 알고 계십니까?”

“무슨 말씀을 하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겠습니다.”

“몰디브는 이슬람 국가이기 때문에 술을 마실 수 없습니다. 외국인들도 호텔 바를 제외하고는 술을 마실 수 없고요. 그런데 몰디브 정부가 운영하는 안가에 술을 비치해 놓고 있으면 곤란하지 않을까요?”

데사이 국장은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한눈에 훤히 들여다보였다.

루퍼트 장관에게 한 방 얻어맞은 천유런 외교부장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 술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그가 애주가인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으니까.

안가에 술이 없으면, 근처에 있는 호텔로 이동해서 술을 마실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호텔 바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적당한 시점에 그를 납치하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였다.

“저는 그렇게 숨은 뜻이 숨어 있는지 몰랐습니다.”

“제가 어제와 오늘도 말씀드렸지만, 천 외교부장의 몸값을 최대한 많이 받아 내십시오.”

“한 부사장님, 천 외교부장의 몸값에 대해서 지나치게 집착하는 이유를 알려 주실 수 있습니까?”

“중국에 쌓여 있던 스트레스를 해소하라는 것과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명품을 인도 정부에 판매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명품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말씀하는 겁니까?”

“K―9 자주포입니다.”

데사이 국장은 K―9 자주포에 대해서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2년 전에 자국은 한국의 방산 기업으로부터 K―9 자주포 100문을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10문은 한국 방산 기업으로부터 직접 도입하고, 90문은 자국의 방산 기업인 L&T가 기술이전을 받아서 생산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한국 방산 기업으로부터 인도받은 K―9 자주포 10문이 실전 배치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큰 사고를 쳤다.

자국과 파키스탄이 국경분쟁을 벌이고 있는 카슈미르 지역에서 올해 초 포격전이 벌어졌을 때, K―9 자주포 10문이 파키스탄군이 보유하고 있던 중국제 자주포 36문을 완전히 박살 내 버린 것이었다.

이에 고무된 비제이 싱 총리는 L&T에 K―9 자주포를 조기에 인도해 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태였고.

“한 부사장님, 우리나라는 지금 한국에서 K―9 자주포 100문을 도입 중에 있습니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럼 왜?”

“기존에 도입 계약한 K―9 100문은 파키스탄과의 국경분쟁에 사용하시고, 추가로 도입하는 K―9 자주포는 중국과의 국경분쟁에 대비하십시오. 천 외교부장의 몸값으로 중국군을 상대하면 통쾌할 것 같지 않습니까?”

“크하하하!”

겨울의 의도를 눈치챈 데사이 국장이 화통한 웃음을 터트렸다.

“데사이 국장님, 중국군을 상대하려면 적어도 K―9 자주포 100문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라도 K―9 자주포 100문 값을 받아 내도록 하겠습니다.”

* * *

같은 시각.

몰디브 정부가 제공한 또 다른 안가에서는 천유런 외교부장이 왕지쉰 국장, 정보국의 장쉬엔량 국장과 대화를 나누며 루퍼트 장관을 기다리고 있었다.

“장 국장, 안가 내부를 샅샅이 수색해 봤나?”

“네.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안가 외부 상황은 어때?”

“저희 정보국 요원들이 물샐틈없이 대비하고 있는 중입니다.”

“호신용 무기는 확보했나?”

“내일 오전 중으로 몰디브 경찰로부터 무기를 지원받기로 했습니다.”

“하필이면 왜 내일이야?”

“무기류를 불출하는 건은 살리 대통령에게 결재를 받아야만 가능하답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뭐.”

“루퍼트 장관과 담판 짓는 자리에 저도 참석하겠습니다.”

“그렇게 하라고.”

“절대로 안 됩니다.”

왕지쉰 국장이 급하게 끼어들며 만류했다.

“왕 국장님, 안 되는 이유가 도대체 뭡니까?”

갑작스러운 강력한 태클에 장쉬엔량 국장이 발끈하며 덤벼들었다.

“우리는 지금 몰디브에 휴가 온 상태이고, 장 국장님은 가명으로 입국한 상태입니다. 미국 놈들이 장 국장님의 얼굴을 알아보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 것 같습니까? 속았다고 생각한 하마드 부통령이 가만히 있을 것 같습니까?”

“생각해 보니 왕 국장님의 말씀이 맞는 것 같네요.”

돌아가는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한 장쉬엔량 국장이 꼬리를 바닥까지 내렸다.

“옆방에서 담판 상황을 지켜보고 계시다가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저한테 연락 주십시오.”

“그렇게 하겠습니다.”

똑똑.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정보국 요원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외교부장님, 하마드 대통령이 루퍼트 장관을 모시고 오셨습니다.”

“얼른 모시고 들어와.”

정보국 요원이 밖으로 나가자, 장쉬엔량 국장은 재빨리 옆방으로 몸을 숨겼다.

잠시 뒤, 루퍼트 장관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천유런 외교부장이 활짝 웃으며 인사말을 건넸다.

“루퍼트 장관님, 오랜만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옆에 계신 분은 누구신지요?”

“외교부에서 아시아 지역을…….”

간단하게 상견례를 끝낸 그들은 임시로 마련된 회의실로 자리를 이동했다.

첫 질문은 천유런 외교부장으로부터 나왔다.

“루퍼트 장관님은 몰디브에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칠리마 모잠비크 부통령님과 루사토 케냐 부통령님을 만나보러 왔습니다. 천 외교부장님은 휴가 오셨다면서요?”

“크흠.”

루퍼트 장관에게 시작부터 한방 얻어맞은 천유런 외교부장은 불쾌하다는 듯 헛기침을 내뱉었다.

“천 외교부장님, 너무 야박하신 것 아닙니까?”

“그건 또 무슨 소리입니까?”

“저는 손님이 왔으면 물 한 잔이라도 내주는 것이 예의라고 알고 있습니다.”

“루퍼트 장관님, 성격이 참으로 급하시군요.”

능구렁이답게 천유런 외교부장이 가볍게 되받아쳤다.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노크 소리가 들려왔고, 수행원이 음료수를 서빙하기 위해서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음료수 서빙을 끝내고 수행원이 밖으로 퇴장하자, 천유런 외교부장이 싱긋 웃으며 한마디 했다.

“루퍼트 장관님, 시원하게 한잔 드십시오.”

“고맙습니다.”

음료수를 마시고 잔을 내려놓은 루퍼트 장관은 작심한 듯 입을 열었다.

“천 외교부장님, 진짜로 휴가 오신 것이 아니시죠?”

“네, 그렇습니다.”

“천 외교부장님이 아무리 노력해도 케냐와 모잠비크의 마음을 돌리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렇게 호언장담하시는 이유가 궁금하네요.”

“중국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숨어 있는 속셈을 두 나라가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지요?”

“두 나라를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탈퇴시키기 위해서 미국 정부가 힘쓰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모를 것 같습니까?”

“천 외교부장님께서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은데, 우리나라는 두 나라에 손을 먼저 내밀지 않았습니다.”

천유런 외교부장은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했다.

만약에 타의가 아닌 자의로 두 나라가 돌아섰다면, 원상복구 시키는 데 두 배 이상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두 나라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관련한 부채를 모두 탕감해 주고, 자원을 국제가격에 맞춰서 수입해 주는 것.

하지만 그 방법은 절대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에 문제가 있었다.

만약에 자신들이 두 나라에 그 방법을 사용했다는 소문이 퍼지면, 다른 나라들도 똑같이 요구할 것이 빤하니까.

상황이 이토록 심각한데, 시쥔량 주석에게 컨펌 받은 1억 달러만으로 두 나라의 마음을 돌려야하는 자신의 처지가 처량할 따름이었다.

그러나 협상에서 한번 밀리기 시작하면 끝까지 밀리는 법.

절대로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

“루퍼트 장관님, 그 거짓말이 내일이면 밝혀질 거라고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까?”

“거짓말이라…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두 나라의 부통령님을 같은 장소에서 만나는 게 어떻겠습니까?”

‘하아, 내일 개망신을 당할 것이 빤할 텐데, 어떻게 하지? 에라,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린 천유런 외교부장은 루퍼트 장관의 질문에 호기롭게 대응했다.

“좋습니다. 내일 같이 만나서 사실 여부를 가려 봅시다.”

내일 천유런 외교부장이 두 나라의 부통령을 만날 가능성은 제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퍼트 장관이 이 얘기를 꺼낸 이유는 천유런 외교부장의 염장을 지르기 위함이었다.

“천 외교부장님, 내일 두 나라의 부통령님을 만나는 자리에서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탈퇴여부를 물어보고, 지는 쪽은 조용히 본국으로 돌아가는 게 어떨까요?”

천유런 외교부장은 가슴이 답답했다.

루퍼트 장관이 이런 내기를 제안했다는 의미는 무언가 확실한 카드를 가지고 있다는 뜻.

이에 비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카드는 달랑 1억 달러뿐이었다.

그렇다고 그의 내기 제안을 거부할 수도 없는 노릇.

케세라 세라라는 심정으로 그의 내기 제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합시다.”

“우리의 내기를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 합의서를 작성하는 것은 어떨까요?”

흙수저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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