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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빨로 지존 헌터-140화 (140/146)

# 140

회귀빨로 지존 헌터

- 6권 19화

적어도 본인의 컨디션을 모두 활용할 수 없는 곳으로 데려와야 했다.

진흙탕 속에서의 전투는 모두가 제대로 된 컨디션을 활용할 수 없으니 낮은 전투력을 가진 이들이 유리한 전법이었다.

'주변을 차갑게 만든다.'

태욱이 생각하는 최고의 방법이었다.

'블리자드. 냉기 폭발. 아이스 포그.'

벌써 머릿속으로는 몇 개의 대규모 냉기 마법이 떠올랐지만, 실제로 발현을 할 수가 없었다.

순간순간 시간이 부족했다.

스킬을 펼쳐 내려고 해도 끊임없이 공격해 들어오는 데몬에게서 시간을 벌어 내기란 무척이나 힘이 들었다.

잠깐의 시간을 벌었더라도 곧바로 치고 들어오는 겁화의 채찍이 태욱이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다른 방법이 없나?'

태욱은 주위를 살폈다.

드레이크를 상대로 모든 힘을 다하고 있는 영리.

끊임없이 몰려 들어오는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지원.

손속에 여유가 있는 유일한 사람은 은비뿐이었다.

'만약 그가 살아 있었다면?'

태욱은 금강철인을 떠올렸다.

그가 이곳에 있었다면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시간이 생겼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그는 죽어 버렸다.

원하는 바를 쉽게 이룰 수가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휘우우웅.

강한 바람이 일렁이며 순간적으로 환기를 시켰다.

지금까지 머릿속은 얽힌 실타래처럼 무척이나 복잡했다.

그 모든 상황이 깨끗하게 지워지고 새로운 하얀 도화지로 뒤바뀌고 있었다.

태욱은 의아함을 가졌다.

'뭐지?'

허리춤에 묶여 있던 실라카의 검의 손잡이가 그의 허리에 닿은 것이다.

'설마?'

혼란이 가중되며 복잡한 머릿속 덕분에 행동이 조금씩 느려지고 있었다.

데몬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집요하게 공격해 들어갔고 거친 움직임을 통해 태욱은 허리춤에 차고 있던 실라카의 검이 돌발적으로 태욱의 몸에 닿은 것이었다.

'공격의 목표점이 선명해졌어.'

머릿속의 복잡함은 반응속도를 느리게 만들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데몬의 공격이 점점 버거워졌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복잡했던 머릿속을 깨끗하게 정리해 주니, 태욱에게도 여유가 생겨난 것이다.

"은비!"

드디어 그녀의 이름을 부를 수 있었다.

* * *

연속 공격을 가져가면서 태욱이 손속에 여유가 없어졌다는 것을 데몬은 눈치챘다.

그의 탐욕스러운 눈빛이 금방이라도 태욱을 삼킬 듯이 일렁였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일종의 레스팅이었다.

정확한 타이밍에 맞춰 익혀 낸 고기를 일정 시간 동안 그대로 두는 것이다.

익어 버린 겉면으로부터 쫓겨져 나온 육즙이 덩어리의 내부로 잔뜩 몰릴 수 있는 시간을 두는 것이었다.

데몬은 곧 있으면 만족스러울 만한 고깃덩어리를 한입에 삼킬 생각으로 기뻤다.

'이제 조금만, 조금만 더.'

당장이라도 태욱을 제압하고 싶은 욕망이 자꾸만 피어올랐다.

하지만, 더욱 간절한 마지막 한 번의 공격을 위해 참고 또 참았다.

자신의 공격을 가까스로 막아 내는 모습이 눈에 띄게 많아졌기 때문이었다.

체력적인 뒤처짐, 혹은 생각이 많아진 것이다.

약간의 차이는 마치 개미지옥으로 끌려 내려간 개미의 입장과 다를 바 없었다.

조금만 더하면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끊임없이 체력을 소모하고 점점 지쳐 자신이 진흙 속 깊은 곳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움직일 수가 없는 것이었다.

체력적인 지침이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머릿속이 복잡한 것은 단번에 풀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데몬은 시간을 두고 기다렸다.

레스팅이 모두 끝나 맛있는 한 점을 먹기 위해.

약간은 틀어졌지만, 지금 만족할 수 있는 최상의 맛을 원했다.

데몬이 원하는 시기가 점점 다가오자, 그의 입가에는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살육과 전투에 의한 통증과 아드레날린.

그것이 그를 움직이게 하는 근본적인 힘이었다.

'이제 마지막이다.'

방어에 급급한 태욱에게 마지막을 알려 줄 이유는 없었다.

넘실거리는 그의 채찍이 휘둘러지는 찰나, 갑자기 태욱의 동작이 깨끗해졌다.

'뭐지?'

데몬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쓰러질 듯이 거친 숨을 토해 내며 힘들게 채찍을 막아 내던 녀석이 갑자기 살아났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모든 것이 계획이었나?'

어쩌면 자신을 농락하기 위한 계획이 아닐까 하는 착각까지 들 정도였다.

분명 그의 행동은 지치고 느려졌다.

확신이었다.

"은비!"

이제는 여유까지 생겨 목소리를 내뱉는 것을 보아하니, 갑자기 되살아난 것이었다.

"네 이놈!"

데몬은 질기듯 살아나는 잡초 같은 녀석에게 더 이상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그 녀석을 찢어 죽인다고 하더라도 어떠한 쾌감도 느끼지 못할 것이란 생각까지 들었다.

'귀찮은 녀석.'

가끔 이러한 녀석들이 있었다.

아주 진귀한 재료라고 하면서 복잡한 요리법을 거치는 요리.

정작 입속으로 그 음식을 집어넣으면 아주 실망적인 느낌을 주는 식재료.

질기고 누린내가 강해 억지로 목구멍을 통해 삼키려고 해도 다시 밖으로 튀어나오는 그러한 재료.

지금 눈앞에 있는 태욱은 데몬에게는 아주 마음에 들지 않는 대상이 돼 버렸다.

이따금씩 허기가 몰려들었다.

전투를 통해 만족해야 될 감각이 자꾸만 부족함을 외치고 있었다.

결국 지속된 허기짐은 혀끝을 마비시키고 음식에 대한 평가를 뒤로 미루게 된다.

무엇이라도 입에 들어오길 몸이 바라고 있었다.

데몬은 최후의 일격을 가하기 위해 몸을 뒤로 살짝 멀어졌다.

"네 녀석이 지금까지 버틴 것은 칭찬해 주지."

데몬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뭐? 뭐라는 거야?"

태욱의 부름에 다급하게 뛰어온 은비는 전혀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이는 데몬에게 소리쳤다.

'단숨에 입안으로 넣어 주마.'

데몬의 몸이 울끈불끈 변하기 시작했다.

마치 근육이 빠르게 재생성되는 것같이 보였다.

"크아아아아앙!"

신음에 찬 고통을 절규로 표현하는 것인지 웅장한 울음소리를 내뱉고 싶은 것인지 의미를 알 수 없는 괴성이 터져 나왔다.

지금까지 알고 있는 것은 흉포한 모습의 데몬이었다.

인간의 비해서 1.5배 커다란 덩치를 가지고 있으며 2개의 뿔이 머리에서 솟아올라 있었다.

사실 이 모습은 데몬이 힘을 숨기고 있는 것이었다.

자신의 온전한 힘을 모두 드러낸다면 주변에 있는 다른 몬스터들이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지 못함에 있었다.

주변을 엄호하는 수하들도 없었고 지금까지 자꾸 자신을 약 올리던 녀석을 단번에 끝을 내겠다는 심산으로 데몬은 스스로의 봉인을 해제한 것이다.

물론 그에 따른 책임은 마왕 베리엘에게 톡톡히 받아야 했지만, 지금은 그것을 가리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

"크아아아앙!"

대화를 가능하게 하던 성대는 사라지고 온몸이 근육질의 단단한 형태로 뒤바뀌고 있었다.

체격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의 2배 이상으로 덩치가 커지고 뿔은 미간에 하나 더 솟아나 총 3개의 뿔이 그의 머리를 꾸미고 있었다.

"크르르르르."

이것으로 변화가 끝이 난 것은 아니었다.

아직까지 꿈틀거리고 있는 피부를 보아하니 앞으로 얼마나 더 변할지는 예상조차 불가능했다.

* * *

데몬이 갑자기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은 채 뒤로 물러서자, 태욱은 재빨리 마법을 외치기 시작했다.

"아이스 포그."

"아이스 스톰."

"블리자드."

"냉기지천!"

"프리징 월!"

"스콜!"

쉴 새 없이 태욱의 입에서는 냉기 마법과 수계 마법이 펼쳐져 나오고 있었다.

어쩌면 자신에게 남겨진 마지막 시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어려서부터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어, 꼭 악당들은 히어로들의 변신시간을 기다려 준다는 것."

은비는 태욱이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변신을 마친 히어로들한테 당한다는 것이지. 근데 중요한 건 있잖아? 변신을 하는 동안은 무방비 상태라는 거지."

은비는 거칠게 데몬에게 달려들었다.

콰아아앙.

쩌저저저적.

데몬의 주변에 얇고 투명한 막을 강하게 내리찍었다.

물리적 타격에 어느 정도 내성이 있었는지, 단번에 깨져 나가지는 않았지만, 상당 부분 타격을 입을 것이 눈에 보였다.

"이렇게!"

쾅!

"자꾸!"

쾅!

"때리다!"

쾅!

"보면!

쾅!

우직끈.

와르르르르르르.

결국 일정하게 보호를 하고 있는 데몬의 신체가 공격에 고스란히 노출이 됐다.

"그리고 지금 공격을 하면 아주 무방비 상태라는 것이지."

은비는 자신의 무기를 들어 단 일격에 내리꽂았다.

쾅!

펑!

그와 동시에 거친 폭발음과 눈뜰 수 없는 엄청난 빛이 쏟아졌다.

"크아아아아앙!"

최대한 빠르게 공격을 가져간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한 것이었다.

때마침 변신을 모두 마친 데몬이 은비를 공격하는 채로 날려 버린 것이었다.

"크엉!"

이제 그에게 의사를 표현하기 위한 음성을 내뱉기 위한 공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존재감을 드러내는 어마 무시한 입김을 쏘아 낼 수 있는 구멍만 존재할 뿐이었다.

"이, 이걸 어떻게 하지."

태욱의 눈에는 당황스러운 기색이 담겨 있었다.

* * *

데몬은 자신을 압박하고 있는 모든 봉인의 힘을 풀어 버렸다.

순간적으로 눈앞으로 뛰어 들어오는 날파리 녀석을 단순한 풍압으로 날려 버렸다.

후우웅.

터터터터텅.

바람에 밀려 나간 은비는 바닥을 거칠게 뒹굴었다.

"퉤퉤!"

입안에 모래가 들어갔는지 연신 침을 내뱉고 있었다.

실질적인 타격은 전혀 없었다.

물론 데몬의 입장에서도 공격이 아니었다.

귀찮은 날파리를 손으로 날려 보낸 것이었다.

"아! 젠장!"

이윽고 자신이 날아간 이유를 파악했는지 은비의 입에서는 거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뚱땡이가 더 커진다고 해서 뭐 어쩌라고!"

일부러 더욱 데몬의 신경을 거스르게 만들려고 하는 것처럼 보였다.

방금 전에 있었던 일은 머릿속에서 이미 지워 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크아아앙!"

데몬은 제자리에서 앞으로 튀어나갔다.

"히힉."

갑자기 바로 앞으로 다가온 데몬을 보고 은비는 이상한 괴성을 질렀다.

"조심해!"

태욱은 그녀에게 조심하라고 외쳤지만 이미 공격이 들어가고 있었다.

"으억."

은비는 무기를 방패 삼아 뒤에 몸을 숨겼지만, 몸속을 파고드는 고통에 절로 신음 소리가 튀어나왔다.

'너무 빨라.'

지금까지와는 다른 속도였다.

눈으로 쫓아갈 수 있었던 데몬의 모습은 이제 잔상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데몬의 공격 모드가 발동된 것이다.

이제는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파괴하고 부술 작정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커다란 덩치에 걸리는 모든 물체들은 그 자리에서 가루가 돼 나갔다.

은비가 심각하게 공격을 당하는 동안 태욱은 제자리에 멈춰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가까스로 보이기 시작하는군.'

분명 눈으로는 따라갈 수 있었지만, 자꾸만 겹쳐지는 잔상 때문에 완벽하게 데몬을 쫓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지속적인 노출을 통해 일시적으로 쫓지 못했던 시야를 확보하고 조금씩 데몬에게 접근을 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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