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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빨로 지존 헌터-139화 (139/146)

# 139

회귀빨로 지존 헌터

- 6권 18화

드레이크의 브레스에 맞춰 태욱이 뛰어들었다.

'이걸 직격으로 맞는다면 어떤 헌터도 살아남을 수 없어.'

최초의 브레스 공격을 막아 냈던 영리는 지금 큰 타격을 입은 상태였다.

고스란히 브레스에 노출돼 있는 헌터들을 희생시킬 이유는 없었다.

'전면에 나선다.'

스스로 가장 앞으로 튀어나간 것이었다.

가장 먼저 영리의 상태를 확인했지만,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아니었다.

일순간 큰 충격에 약간 신체가 손상됐을 뿐, 약간의 시간을 벌어 준다면 곧바로 전장으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다.

전장의 전체 상황을 유심하게 지켜보던 가운데, 드레이크의 이상 움직임을 파악했다.

'저것은?'

입을 크게 벌리고 숨을 깊게 들이마시는 행동.

전투 경험이 많은 헌터는 진작에 눈치를 챌 수 있었다.

드레이크가 깊게 숨을 들이마시는 큰 이유.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공격.

태욱은 그것을 예상하고 브레스의 정면에 나섰다.

'내가 막지 않으면 안 돼!'

뒤에는 수많은 헌터가 존재하고 있었다.

혼자 몸을 빼는 것은 무척이나 쉬운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눈을 뜨고 다른 헌터들이 죽어 나가는 꼴을 보지는 못했다.

"겁화의 채찍!"

태욱이 자신 있게 앞으로 나선 이유는 이 스킬 덕분이었다.

데몬이 가장 주특기로 사용하는 이 스킬을 사용하기 위함이었다.

-겁화의 채찍.

주변에 있는 열기를 흡수해 더욱 강력한 힘을 밖으로 표출시킨다.

태욱의 계획에 들어가 있는 능력이었다.

브레스라는 것이 강한 힘의 응집이었다.

원소 구조를 억지로 파괴해 그것을 모아 단번에 쏟아 내는 일.

화학적 변화로 인한 열기는 부과적인 요소였다.

태욱은 그것을 믿고 있었다.

힘을 발휘하는 순간에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열기.

그것을 역이용해 브레스를 막아 낼 심산이었던 것이다.

촤악!

채찍이 공기를 가르며 거친 소리를 냈다.

그 끝은 마치 뱀의 머리라도 되는 양 강한 열기를 향해 솟구쳐 나갔다.

굵은 굵기의 커다란 브레스는 얇디얇은 채찍의 품으로 조금씩 조금씩 들어가고 있었다.

'됐다!'

도전과도 같은 계획이었지만, 정확하게 먹혀 들어갔다.

순간 큰 힘을 뽑아낸 드레이크의 전장 이탈이 이어졌다.

전세는 단번에 헌터들의 쪽으로 기울었다.

뒤에서는 지속해 지원의 게틀링 건의 지원 사격이 이어졌고 밀리기만 하던 전선은 단 일격만으로 조금씩 그 분위기를 뒤집어 가고 있었다.

"감히! 네놈이!"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지켜보고 있던 데몬이 다시 전장으로 들어섰다.

마치 그의 눈빛은 맛있는 먹잇감을 바라보는 포식자의 눈빛이었다.

시선이 향하는 곳은 오직 한 사람.

바로 태욱에게로밖에 향하지 않았다.

주변에 어떤 것이 오더라도 그 시선을 돌릴 수 없을 만큼 강력하게 내리꽂힌 시선은 태욱으로 하여금 알 수 없는 긴장감을 만들어 냈다.

'이번에는 할 수 있을까?'

일전에 데몬과의 전투가 떠오른 태욱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자신감이 붙었다.

자신에 손에 쥐어져 있는 이 겁화의 채찍.

이것만 있다면 데몬을 맞상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피어올랐다.

"자! 와라! 덤벼라!"

당당하게 데몬에게 외치는 태욱의 발언이었다.

* * *

데몬은 태욱의 발언에 미소를 지었다.

처음에는 자신의 스킬을 그저 흉내 내는 정도라고만 생각했다.

갑자기 고유 스킬을 빼앗긴 허망함에 당황을 했지만, 이제 그럴 일은 전혀 없었다.

녀석이 미소를 짓는 것을 보고서도 하나도 마음에 동요가 일어나지 않았다.

웃음을 짓고 있는 것이 그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도발에 나설 이유는 전혀 없었다.

'제대로 스킬을 활용할 줄 아는군.'

그저 데몬이 태욱에게 내리는 것은 평가일 뿐이었다.

꽤나 자유자제로 사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냥 특색을 잘 살린 것뿐이었다.

동작 어느 하나에도 자연스러움이 묻어나지 않았다.

오랜 시간 활용한 익숙함에서 흘러나오는 자연스러움이 포함돼 있지 않았다.

'같잖은 재주로 여기까지 올라왔군.'

더 이상 품평이랄 것이 없었다.

맞상대를 하더라도 반드시 승리할 것이란 확신을 가지고 데몬은 육중한 몸을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직 몸이 데워지지 않았다.

맛좋은 음식을 먹기 위해서는 차분하게 코스를 즐겨야 더욱 맛있는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식전 주.

입맛을 돋우기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 했다.

데몬은 손을 뻗어 많은 헌터가 모여 있는 곳을 향했다.

그러고는 가로 일직선으로 허공을 휘저었다.

손끝을 따라 기다란 선이 그어졌다.

얇고 작은 선.

그 선을 따라 일순간에 폭발이 일어났다.

퍼퍼퍼퍼펑.

대처할 수 없던 공격이었다.

"끄아아악!"

"으억."

"살려 줘!"

고통에 찬 비명 소리가 뒤섞여 들렸다.

데몬의 식전 주는 멀리서 그들을 지켜보는 녀석들이었다.

"메인 음식은 아주 나중에, 최대한 늦게 먹어야 제 맛이지."

윗입술을 따라 혀끝이 움직였다.

할짝.

입맛을 다시며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탐욕스러운 감정이 가득 차 있었다.

* * *

태욱은 갑자기 일어난 공격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벌써 시작된 것인가?'

그저 데몬이 허공에 손을 휘저은 것뿐이었다.

행동을 한 직후 폭발이 일어났다.

데몬이 공격을 감행했다는 사실을 모를 수가 없었다.

태욱은 그가 전투를 시작하기 전, 연례행사처럼 하는 행동이 시작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앞으로 더 강한 공격이 시작될 것을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항상 제대로 된 전투를 치르기 전에 나약한 녀석들을 정리하는 것이 데몬의 전투 패턴이었다.

'한 단계 높은 공격을 취하겠지.'

데몬이 분노해 태욱에게 갑자기 뛰어들었을 때와는 달랐다.

차분하게 자신의 욕구를 조절하고 있는 것이었다.

음식으로 치면 메인 음식을 맛있게 먹기 위해 식전 주로 입맛을 돋우고 질 좋은 맛을 느끼기 위해 혀를 둔감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은 제외시킨다.

마침내, 메인 음식이 눈앞에 차려지는 순간.

절제를 하지 않고 오롯이 그 음식만을 즐기는 것이 데몬의 가장 큰 특징이었다.

메인 음식은 태욱이었고 그것을 향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고 있는 데몬이었다.

'그의 계획을 무너뜨려야 해.'

기승전결을 통한 이야기는 음식의 맛을 더욱 좋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한참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 결과를 먼저 이야기해 버린다면?

김이 빠지며 이야기의 맛 또한 떨어져 버리는 것이다.

태욱은 계획을 무너뜨리기로 마음먹었다.

'달아오르기 전에 상대를 한다.'

정해진 패턴이 아닌 새로운 것을 도모해 상대의 의사를 흐트러뜨리는 것이었다.

이대로 데몬이 흥에 오르면 상대가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태욱은 데몬을 상대로 우악스럽게 달려들었다.

"하하합!"

손에 쥔 겁화의 채찍이 날카롭게 날아갔다.

휘리리릭.

흥에 취하려고 하는 데몬을 향해 정확하게 날아갔지만, 목표는 이루지 못했다.

"흣짜."

가볍게 손을 들어 채찍의 공격을 막아 낸 것이다.

그와 동시에 데몬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한참 흥이 오르려고 하는 찰나였다.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마치 클래식 음악이라도 되는 양 귀를 즐겁게 만들었고 혀끝으로 잔뜩 군침이 돌았다.

메인 음식을 먹기 위한 준비가 차곡차곡 진행되고 있었는데, 중요한 순간에 방해를 받으니 썩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이었다.

'언제나 저 녀석이 문제네.'

오늘 메인 음식으로 두고 철저하게 갈망하고 원하는 상황을 만들려고 했지만, 또다시 실패했다.

자신이 원하는 중요한 순간마다 치고 들어오는 타이밍이 상당히 거슬렸다.

이미 흥이 깨져 버렸다.

깨져 버린 흥은 이미 되돌리기 힘들었다.

그렇다면 남겨진 것은?

지금 최대한의 맛을 본다.

다른 선택지는 전혀 없는 것이었다.

데몬은 신경질이라도 난 듯이 태욱에게 채찍을 휘둘렀다.

휘릭.

손목 끝을 활용한 움직임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달랐다.

마치 길고긴 채찍이 그의 손에서 연결된 것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요소요소 정확한 급소를 향해 날아드는 채찍을 보고 태욱은 연신 당황했다.

'이렇게까지 수준이 차이 난단 말인가?'

그는 직접 데몬을 상대한 경험이 없었다.

멀리서 지켜만 보는 것이 전부였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전선의 가장 앞에서 전투를 벌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

회귀 전의 태욱은 근접 전투에 능통하지 못했다.

위험한 상황에서는 뒤로 빠져 최대한 서포터에 위치에서 노력을 한 것이 마지막 마왕과의 얼굴을 대면하는 상황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

반면 지금의 태욱은 회귀 전과 전혀 달랐다.

누구보다 가장 앞서서 전투를 벌이며 몬스터들을 제압하는 경험이 차곡차곡 쌓인 것이었다.

사전 지식 없이 일을 벌이는 모습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그 일에 대한 생리를 알고 파악을 하면 할수록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지금의 태욱의 입장에서는 간단한 손목 회전만으로 공격을 자행하는 데몬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만큼 전투에 대한 경험과 바라보는 눈이 생긴 것이었다.

하지만, 데몬의 공격에 감탄해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 이유는 없었다.

높게 평가를 한다고 해도 데몬은 적이었다.

데몬을 죽이지 못한다면 자신이 죽게 되는 일.

그렇다면 이곳으로 회귀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었다.

'뜬눈으로 맞아 줄 수만은 없지.'

태욱의 눈은 면밀하게 데몬의 행동을 살피고 있었다.

신체적으로 기술적으로 능력이 뒤처진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

이 상황을 뒤집기 위한 어떠한 방법이라도 찾아내야 했다.

홋치.

겁화의 채찍이 서로 뒤섞이며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강한 화염이 태욱의 채찍을 강화시키자 그에 따른 반증으로 데몬의 채찍 역시 강하게 피어올랐다.

두 사람의 전투를 벌이는 공간은 이미 강한 화염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숨을 쉬는 것조차 고통스러웠다.

강한 열기는 기관지를 타고 폐부 깊숙한 곳으로 파고 들어왔다.

욱신.

흉부의 통증이 태욱의 몸을 움츠리게 만들고 있었다.

'이렇게 하면 안 돼.'

주변의 마나를 이용해 뜨거운 열기를 몸 밖으로 뿜어내려고 했다.

임시방편일 뿐이었다.

주변이 열기로 가득 찬 공간에서 데몬과의 전투를 벌이는 것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데몬이 원하는 전투지로 끌려가는 것일 뿐이었다.

1:1로 대면해서는 데몬을 상대할 수 없었다.

화염 지역에서의 전투에 왕좌에 올라가 있는 그와 굳이 이곳에서 싸울 필요는 없었다.

'진흙탕으로 끌어내려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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