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1
회귀빨로 지존 헌터
- 6권 20화
"크앙!"
데몬이 크게 울음소리를 터뜨리더니 이내 한 방향으로 미끄러지듯 쏘아져 나갔다.
"저, 저긴."
"안 돼!"
데몬이 쏘아져 나간 곳은 경계선을 향해 튀어나간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지키고 있는 경계선.
그 뒤에는 민간인들이 상주하고 있는 공간이었다.
지금 펼쳐져 있는 포위망을 뚫고 빠져나간다면 민간인 피해 숫자는 확인조차 불가능 할 정도였다.
'이렇게 보낼 수는 없어.'
태욱은 손에 쥐어 있는 겁화의 채찍을 휘둘렀다.
휘릭.
물결 모양을 그리고 날아가던 채찍의 사거리는 데몬에게 닿지 못하고 그만 바닥으로 떨어졌다.
"안 돼! 안 돼!"
절규와 같은 그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 * *
세계의 국가들은 비상사태에 빠졌다.
"이제 어쩌면 좋다는 말입니까?"
시시때때로 터지는 몬스터 웨이브를 막아 낼 수 있는 힘을 지니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스스로의 힘이 부족하면 다른 나라의 원조를 구하고, 또 지원을 나서며 지금까지 인간들의 영토를 지켜왔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럴 수 없었다.
커다란 국가라고 할 수 있는 세계 모든 국가에 몬스터 웨이브가 터져 나왔다.
품앗이를 하며 버텨 내던 국가들은 이미 몬스터의 소굴이 돼 버릴 정도로 단기간에 모든 나라들이 몬스터들의 공격을 받았다.
"지원 요청을 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말입니까?"
탕!
책상을 강하게 내리친 남성의 목소리에는 처절함이 담겨 있었다.
"사방팔방으로 다니고 있습니다만 어디서도 원조의 여유가 있는 나라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습니다."
"그쪽으로의 탈출은?"
"이미 이민자들을 모두 막아 버렸습니다."
"젠장!"
몬스터 웨이브의 대상이 된 나라들은 기본적으로 이민을 금지하고 있었다.
이유는 다양했지만, 정작 속내는 하나뿐이었다.
그들이 혹여나 몬스터를 끌고 자신의 나라로 오진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실제로 그러한 일들이 일어났고 그 사건 이후로 모든 나라는 몬스터 웨이브를 당한 국가들의 이민을 철저하게 막아서고 있었다.
"이렇게 손 놓고 사람들을 악마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을 바라만 봐야 된다는 소립니까?"
"죄송합니다. 저희로서는 더 이상 여력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 한국. 한국은 어떻게 됐습니까?"
남성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마지막 희망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이 남아 있었다.
"아직까지는 아무런 답변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그들도 몬스터 웨이브를 대처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내가 직접 통화를 해 보겠습니다. 연결해 주세요."
"재상님. 그렇게 하시면 위상이 떨어집니다."
"지금 제 위상이 문제입니까? 국가적 위상이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전 연락을 하겠습니다. 우리의 국민이 지금 이러한 시간에도 죽어 나가고 있습니다."
단호한 남성의 말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수화기를 넘겨줬다.
"안녕하십니까? 유럽 연합의 재상입니다. 한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를 할 수 있겠습니까?"
마지막 희망을 품은 그의 목소리는 너무나 간절했다.
Chapter 6
절망적인 상황에서 갑자기 데몬이 어디에 부딪힌 듯 허공에서 뒤쪽으로 튕겨져 나왔다.
"뭐지?"
눈으로 믿을 수가 없었다.
닿는 것은 모두 부숴 트리고 나가는 데몬의 육체를 막을 수 있는 방어막은 존재하지 않았다.
녹아 버리듯 없어지는 방어벽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지만, 그런 물리적인 법칙의 존재를 무시하는 일이 일어났다.
데몬의 빠른 속도를 고스란히 버텨 낸 것도 모자라서 뒤쪽으로 튕겨져 나온 것이었다.
[여러분, 잘 있었는가?]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뭐지? 너무나 익숙한 목소린데.'
태욱은 주위를 살폈지만, 예상이 되는 이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눈은 희뿌옇게 시야를 흐리게 만들었다.
'뭐지?'
지금 이 감정은 알 수가 없었다.
'어떻게 된 것이야?'
며칠 동안 기억을 잊기 위해 보낸 시간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금강철인!"
태욱의 입에서 말도 안 되는 이름이 튀어나왔다.
분명 데몬을 상대로 마지막으로 뛰어든 인물.
그의 목소리가 분명했다.
"어디 있어? 어디 있는 거야?"
고개를 바삐 움직이며 말을 하는 태욱의 시야에 금강철인은 들어오지 않았다.
태욱의 목소리를 듣고 쫓아온 은비도 태욱이 들은 목소리를 똑같이 들었다.
"금강철인이라고?"
"뭐?"
"진짜요?"
4명의 팀원이 모두 모였다.
데몬을 막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고 뛰어왔던 모든 사람이 태욱의 목소리를 들었던 것이다.
"분명 확실해. 그의 목소리가 들렸어."
"태욱, 네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알겠는데, 일단 눈앞에 데몬을 상대해야 한다고."
지원은 태욱을 걱정하는 목소리로 그를 다독였다.
지금 태욱의 상태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았다.
그렁그렁한 눈을 한 채로 주변을 쉼 없이 둘러보고 있는 그의 상태는 절대적으로 정상처럼 보이지 않았다.
[진정들 하라고 친구들.]
또다시 금강철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태욱만이 들은 것은 아니었다.
이곳에 있는 4명.
모두가 그 목소리를 들은 것이다.
"금강철인?"
"뭐야? 진짜야?"
"어디 있어요?"
아무런 말없이 태욱은 계속해서 주위를 살폈다.
다른 동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금강철인의 목소리가 들리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조, 조심해!]
다급한 그의 목소리가 들려 정신을 차릴 때쯤, 어느새 데몬은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손에 쥐어진 채찍을 통한 공격이 서슴없이 이뤄졌다.
"하합!"
마치 작용에 대한 반작용으로 움직이듯 태욱의 행동은 반사적이었다.
데몬의 겁화의 채찍을 효과적으로 막아 낼 수 있는 것은 오직 태욱의 채찍뿐이었다.
머리가 아닌 팔과 어깨가 반사적으로 되받아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데몬의 채찍과는 차원이 달랐다.
화염에 대한 열기는 받아 낼 수 있었지만, 채찍에 담겨 있는 물리적인 힘의 차이는 극명하게 드러났다.
공중에서 맞부딪힌 두 개의 줄은 한쪽 방향으로 휘둘러져 들어왔다.
"모두 피해!"
태욱의 외침과 동시에 동료들은 자리를 이탈했다.
"크악!"
몸으로 고스란히 공격을 받아 낼 것으로 예상했던 태욱은 자신도 모르게 비명 소리가 튀어나왔다.
눈을 질끈 감고 막아 낸 공격은 신체 어디 하나에도 피해를 입지 않았다.
'뭐지?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일투성이었다.
* * *
금강철인.
그는 데몬과의 격전에서 자신의 몸을 희생 삼아 동료들을 퇴각시켰다.
한 치의 후회도 없었다.
방어의 끝.
진법을 스승님의 방법으로 각성시켰고 그것에 따른 결과물도 가져왔다.
'이것이면 충분해. 스승님 곧 뵙겠습니다.'
아찔하고 어지러운 빛이 그를 향해 찾아왔다.
이윽고 그 빛은 사라지고 온통 어둠 속으로 가득 찼다.
'이게 뭐지?'
아무리 말을 하려고 해도 아무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마치 어항 속 금붕어라도 되는 양 입을 뻐끔거리며 성대를 아무리 울리려고 하더라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사실 금강철인은 죽은 게 아니었다.
모든 것이 데몬에게 흡수돼 버린 것이었다.
뇌가 그의 정신을 온전하게 지켜 내기 위해 생존 본능을 통한 진법을 구축했다.
덕분에 금강철인은 데몬에게 온전하게 흡수당하지 않고 그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켜 낼 수 있었다.
다만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어떠한 결과물도 만들어 낼 수 없었다.
그저 영겁의 시간 속에 갇혀 버린 것과 다름없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것일까?"
문뜩 금강철인은 의문이 들었다.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그리고 지금 왜 이곳에 존재를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의미를 파악할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기억을 더듬었다.
떠오르는 기억은 흐릿했고 명확하게 그려지지 않았다.
다만 데몬과의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는 것까지는 기억해 냈다.
동료들을 위해 한 몸을 바치는 것.
있는 힘을 다해 데몬의 공격을 막아 내고 그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일.
자신이 했던 행동들이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흐릿했던 기억의 조각을 맞춰 나가고 있었다.
"아......."
그때였다.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지, 안개 속에 꽁꽁 숨어 있던 기억이 단번에 피어난 것이었다.
금강철인은 산 채로 데몬에게 흡수됐다.
흡정대법(吸晶大法).
상대방의 모든 기운을 빨아들여 흡수하는 기술.
육체가 가지고 있는 모든 힘을 빼앗는 전술.
데몬이 금강철인에게 가한 전법이었다.
상대방을 움직일 수 없게 제압을 하고 천천히 그에 관한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아주 잔인한 스킬이었다.
보통의 인간이었다면 그 공격을 받아 영혼이 소멸하거나 파괴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금강철인은 진법에 능통한 인물이었다.
데몬의 공격을 저항하지 않고 그 급류를 타고 그대로 데몬의 안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었다.
정신을 온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막을 펼쳐 놓고 영혼이 그대로 데몬의 품 내부로 들어가 새로운 터를 잡았다.
물론 이 모든 상황은 데몬이 전혀 모르고 있었다.
자신의 내부에 방을 만들어 놓고 꽁꽁 숨어 있었으니 당연한 것이었다.
이번 데몬의 변신으로 인해 약간의 틈이 생겼고 그 틈을 금강철인이 비집고 밖으로 나온 것이었다.
본격 전투 모드로 변신한 데몬의 한편으로 나와 자신의 세력을 조금씩 넓혀 나가고 있었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육체를 온전하게 뺏어 낼 수는 없었다.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신체는 금강철인의 컨트롤 아래 있지 않았다.
데몬의 육체는 기본적인 욕구와 욕망의 컨트롤 아래 들어가 있는 것이었다.
금강철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컨트롤을 벗어난 잠깐의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 * *
"금강철인, 아직 살아 있는 거야?"
은비는 허공에 대고 금강철인의 생존 여부를 물었다.
[내가 지금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는 모르겠군. 기생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야 되나?]
금강철인은 자신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었다.
지금까지 그의 경험에 이러한 상황은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태욱이 겪은 회귀 전의 상황에서도 이러한 경험은 전혀 없었다.
'금강철인이 데몬과 같은 몸을 공유하고 있다니?'
금강철인 덕분에 민간인에게로 뛰어 들어가는 데몬을 막아설 수 있었다.
만약 데몬을 처리한다면 그와 함께 금강철인이 소멸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같은 육체를 공유하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렇다고 해서 온전하게 데몬의 육체를 뺏어 낼 수 없으니 살려 두는 것도 선택의 조건에 들어가지 않았다.
[이제 시간이 별로 남지 않은 듯하군.]
금강철인은 잠시나마 데몬의 정신을 자신이 만들어 낸 진법 속에 가뒀다.
"빠져나오다니 그게 무슨 의미야?"
[지금은 내가 잠시 녀석의 정신을 내가 만들어 낸 공간으로 집어넣었다. 완벽하게 만들어 낸 진법이 아니어서 그가 지금 진법의 벽을 뚫고 나오려고 하고 있지.]
"그, 그렇다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