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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빨로 지존 헌터-138화 (138/146)

# 138

회귀빨로 지존 헌터

- 6권 17화

전투를 하면서 가장 큰 걱정은 바로 데몬의 출현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방어만 하다가 가까스로 몸을 뺄 수 있었다.

조금이라도 성장을 하겠다며 열심히 훈련을 했지만, 데몬과의 격이 얼마나 줄어들었을지는 전혀 예상을 할 수 없었기에 마음속에는 항상 두려움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저 멀리서 커다란 그림자를 만드는 한 명의 덩치가 나타났다.

"설마?"

육중한 몸을 움직이는 녀석의 실체를 확인하는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뱉을 수 있었다.

"휴우, 그래도 다행이네."

은비의 입에서 나온 말에는 약간의 어폐가 있었다.

커다란 그림자의 정체는 드레이크였던 것이다.

이미 본드레곤과의 전투를 경험해 본 그녀의 입장에서는 다행이라는 말이 튀어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전투를 경험해 보지 못한 이들의 입장에서는 전혀 달랐다.

이렇게 커다란 몬스터는 레이드를 통해 사냥을 할 수 있었다.

특급이라고 불리는 몇몇의 상위 헌터들과 더불어 수많은 서포터들이 그 힘을 발휘하며 고작 1마리를 상대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의 전장은 달랐다.

오크, 코볼트, 오우거, 리자드맨, 곤충형 몬스터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몬스터들이 끝없이 밀려 들어오고 있었다.

그 가운에 떨어진 커다란 드레이크는 헌터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모두 자리를 이탈한다!"

"영리 부탁해!"

영리는 자신의 소환수들을 데리고 드레이크의 앞으로 곧장 달려 나갔다.

큰 피해를 입지 않고 강력한 몬스터를 처치하는 것이 그녀의 1차 목표였다.

전장을 호령하고 다니는 은비는 대형 몬스터를 1:1로 상대하기 부적합했다.

가장 전투에 적합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영리였다.

"주작! 현무! 백호!"

4방신이라고 불리는 4마리의 소환수를 모두 계약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3마리를 동시에 종용할 수 있는 힘을 지닌 영리였다.

지금껏 꾸준히 주변에 소환수를 데리고 다니며 쉴 새 없이 성장한 그녀의 모습은 누구 앞에서도 당당했다.

과거 태욱이 바라봤던 모습에 가장 근접한 상태가 돼 버린 영리였다.

불꽃 속에서 피어오르는 주작.

강한 방어벽을 펼칠 수 있는 현무.

빠른 공격 속도와 커다란 덩치를 통해 몸싸움을 지속할 수 있는 백호.

3마리의 합동 공격이 시작된 것이었다.

먼저 주작이 날아올라 드레이크의 시야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하늘에서 불꽃으로 수를 놓을 정도로 신속하게 움직이는 주작이었다.

현무는 주작이 드레이크의 공격에 피해를 입지 않게 주작의 몸에 방어벽을 강하게 펼쳤다.

드레이크는 주작의 움직임이 여간 눈엣가시처럼 느껴졌는지 공중에 브레스를 뿜어냈다.

"크아아아아아아!"

일직선으로 쏘아져 올라간 검은 브레스는 주작을 일시적으로 멈추게 만들었다.

제자리에 멈춰 서게 만든 주작에게 드레이크가 펄쩍 뛰어들려고 도움닫기를 하는 와중, 현무가 드레이크를 덮쳤다.

"크어어엉!"

울음소리와 동시에 머리로 드레이크를 들이받았다.

주작을 향해 뛰어오르려 사전 준비를 하던 차에 받은 공격에 드레이크는 바닥을 굴렀다.

"크아앙!"

"크허헝!"

마치 커다란 도마뱀 1마리와 3마리의 동물이 싸우고 있는 모습이 보여졌다.

불꽃으로 이뤄진 새.

단단한 방어벽으로 둘러싸인 거북이.

하얀빛을 내며 사방으로 뛰어다니는 호랑이.

3마리는 서로 자리를 교차해 나가며 드레이크를 압박했다.

"크아아아앙!"

성가신 3마리에 공격에 맥을 추리지 못하던 드레이크는 강한 피어를 울음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흘렸다.

마치 마비 독이라도 맞은 듯 3마리의 소환수는 그대로 제자리에 멈춰 버렸다.

"얘들아!"

가장 먼저 반응을 한 것은 영리였다.

자신과 기감이 연결돼 있는 소환수들의 신체에 이상함을 느낀 것이었다.

드레이크의 피어와 더불어, 주변에 있는 몬스터들이 3마리의 신수들에게 달려들었다.

"어딜 감히!"

그때였다.

지원이 자신만만하게 만든 계량형 게틀링 머신건.

지능이의 조언을 통해 완성된 무기였다.

힘이 부족하면 2배 아니 3배로 늘리면 그만이라는 포인트를 찾은 그녀는 게틀링 건을 수십 대로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컨트롤은 자신이 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자신의 직업.

마도공학자.

그것을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찌 보면 나도 드워프들과 다를 바가 없어.'

개개인의 드워프들의 아무리 전투력이 뛰어난다고 할지라도 최상위의 올라설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급의 전사라도 드워프들의 무기를 갖추는 순간 한 단계 이상 올라설 수 있는 것이었다.

드워프들의 무기가 높은 취급을 받는 이유는 간단했다.

단순히 그 무기를 가지는 순간 전투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기 때문이었다.

마도공학자.

공학도는 실전에서 전투를 벌이는 것이 아니었다.

뒤에서 전투력을 더욱 증가시켜 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마련하는 것이 더욱 효과가 크다는 것을 이제야 눈치챈 것이었다.

세 마리의 신수들에게 달려드는 다른 몬스터들을 향해 게틀링 머신건이 연신 불을 내뿜었다.

정확하게 타격이 들어간 몬스터들은 마치 좀비가 바닥을 향해 쓰러지듯 픽픽 쓰러져 나갔다.

"영리! 너는 저 드레이크를 막아 낼 생각만 해!"

"알겠어요! 언니!"

지원의 서포팅에 힘이 생긴 영리는 소환수들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강력한 세 마리의 소환수로도 힘을 사용할 수 없다면?

더 많은 숫자의 소환수로 공격하면 됐다.

"얘들아!"

그녀의 곁으로 정령들이 뿅 하고 튀어나왔다.

땅의 정령.

불의 정령.

바람의 정령.

물의 정령.

번개의 정령.

다섯 마리의 정령이 그녀의 주위를 맴돌았다.

"너희의 도움이 필요해!"

각 속성의 정령들은 멀리 떨어져 있는 신수들을 향해 날아갔다.

불의 정령은 주작에게.

물의 정령과 땅의 정령은 현무에게.

바람의 정령과 번개의 정령은 백호에게 이동했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속성을 찾아간 것이다.

물의 정령과 번개의 정령은 완벽하게 자신의 속성을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아무런 힘이 될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속성 간의 연계 특성을 잘 살린 것이었다.

번개의 정령은 일정 부분 바람의 정령과 상통했고 물의 정령 역시 땅의 정령과 일정 부분을 공유했다.

속성 공격력을 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속성 이외의 주변의 친속성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단순하게 한 가지의 속성으로 낼 수 있는 힘은 한계가 명확했기 때문이었다.

주변 속성을 통한 공격력 증가는 쉽게 내놓을 수 있는 해결책이었다.

다른 몬스터들은 지원이 상대를 하고 있으니, 영리는 효과적으로 드레이크와의 전투에 집중을 할 수 있었다.

"크아아아아앙!"

강인한 신체 능력을 지니고 있는 드레이크는 주변에 돌아다니는 8마리의 소환수들의 공격이 여간 성가신 게 아니었다.

눈앞에 아른거리며 알짱거리는 소환수를 공격하기 위해 접근을 하면 다른 방향에서의 공격이 어김없이 이어졌다.

화르르르륵.

불꽃을 통해 시선을 어지럽히고 등 뒤에서는 백호의 물리적인 힘이 작용했다.

저릿저릿하게 피부를 뚫고 들어오는 전격계 공격은 몸을 움찔거리게 만들며 드레이크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제지했다.

"크아앙!"

결국 고통에 분노를 참을 수 없던 드레이크는 자리를 이탈하기 시작했다.

새롭게 전열을 가다듬기 위함이었다.

지금 이곳에서는 모든 힘을 효과적으로 발휘하기 힘들다 판단을 한 것이었다.

"이놈!"

그때였다.

데몬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열을 이탈해 후방에서 전투를 벌이려고 하는 드레이크에게 호통을 내비친 것이었다.

데몬의 등장은 또 다른 혼란을 야기시켰다.

"뭐야? 저 녀석은?"

드레이크의 압도적인 위압감을 느끼고 있었던 일반 헌터들은 드레이크를 보고 소리를 치는 데몬의 모습에 당황했다.

드레이크의 등장으로 상당한 위압감을 느끼는 헌터들이 상당했다.

그들은 드레이크의 등장만으로도 오금이 저릿할 정도였다.

강한 힘을 내비치는 드레이크, 그리고 그를 압박하는 데몬까지 모습을 드러냈으니 상식의 파괴가 일어난 것이었다.

"저 녀석이 더 강한 건가?"

"단순히 모습을 나타낸 정도로 전선이 뒤로 밀리고 있는데?"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지금까지 겪어 보지 못한 것이었다.

영리의 소환수들도 데몬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었다.

"으으으으윽."

소환수들에게 들어간 공격은 고스란히 영리에게까지 피해를 입힌 것이었다.

"영리?"

"괜찮아?"

어느새 곁으로 다가온 은비와 지원이 그녀를 걱정했다.

왈칵하고 입에서 핏물이 쏟아지는 영리는 가까스로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

'우리가 이곳을 버티고 있어야 돼.'

영리의 머릿속에는 뒤에서 행복하게 웃고 있는 일반 시민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조금만 버티면 기사님이 오실 거야.'

영리는 금방이라도 태욱이 올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리고 그 믿음은 바로 실현이 됐다.

"영리야!"

저 멀리서 익숙한 음색이 들려왔다.

영리의 머릿속에 그려져 있는 그 사람.

태욱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 * *

데몬은 지금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수하들을 배분하고 이동을 한 참이어서 드레이크를 먼저 보냈다.

녀석이라면 능히 전선을 무너뜨리고 심장부로 곧바로 진격을 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

또다시 그의 판단이 틀려 버린 것이었다.

'벌레만도 못한 녀석들이?'

데몬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헌터들이 강력하다고 하더라도 그저 벌레일 뿐이었다.

발에 짓밟히면 그대로 터져 버리는 사소한 존재.

그들이 뭉쳐 감히 마왕군에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놈!"

뒤로 물러서려고 하는 드레이크에게 큰소리를 냈다.

마왕군에 있어서 후퇴란 없었다.

강한 힘으로 상대를 짓누르고 그것을 통해 공포를 전달해야 했다.

어떠한 이유도 필요 없었다.

그저 당연하게 해야 될 일을 못하고 있는 드레이크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데몬은 자신이 직접 이곳을 마무리 짓기로 마음먹었다.

"마왕군에게 후퇴란 없다. 오직 진군뿐이다!"

"와아아아아!"

"크아아아아앙!"

몬스터들의 울부짖음이 일어났다.

데몬이 전선에 들어선 사실 만으로도 그들의 사기는 충만해졌다.

공포심?

죽음으로써 마왕군에 업적을 남길 수 있다는 사실은 몬스터들에게 축복이었다.

목숨 따위는 내던질 뿐이었다.

"진군한다!"

쿵.

쿵.

쿵.

마치 데몬의 발걸음 맞춰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몬스터들의 발걸음에 지면은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울렸다.

흔들.

"뭐, 뭐야?"

갑자기 바닥이 흔들리자 헌터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모두 진정해! 자기 자리를 고수하라고!"

흔들리는 와중에도 각자의 위치를 사수하기 위해 몸을 억지로 일으키려고 했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공중으로 튕겨져 올라오는데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었다.

헌터들이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자 데몬의 입가에는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래, 이거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전장은 바로 이것이었다.

상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코마 상태.

저항을 하지 못하는 상대를 처리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보다 쉬웠다.

"마왕군에 저항하는 녀석들을 강한 철퇴로 처단하라!"

"우와아아아앙!"

"크아아앙!"

몬스터들은 데몬의 명에 맞춰 일제히 뛰쳐나가기 시작했다.

"크엉!"

"크아아앙!"

"흐으으으읍! 파아아아아아아!"

마치 응원이라도 하듯, 일직선으로 드레이크의 브레스가 뻗어 나갔다.

굵은 한 줄기 빛이 돼 뿜어져 나가는 드레이크 브레스의 앞을 막아서는 한 사람.

"겁화의 채찍!"

어디서 익숙한 모습이 데몬의 눈에 들어왔다.

'뭐지? 저 녀석은.'

얼마 전 자신이 마왕님의 앞으로 데려가려 했던 녀석.

그 녀석이 이곳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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