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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빨로 지존 헌터-80화 (80/146)

# 80

회귀빨로 지존 헌터

- 4권 8화

"저희도 빠르게 수소문하고 있지만, 헌터분이 결정을 내려 주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러니 시간을 조금만 더 내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당장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일본대사관 관계자는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주위를 돌아다니며 신음을 내뱉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헌터들을 보내 달라는 본국의 독촉 때문에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저 헌터들의 연락처를 주시면 제가 직접 연락을 해 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건 보안법에 위배가 돼서 해 드릴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고개를 연신 숙이며 말을 하는 대사관 직원이었지만, 고개를 내저으며 어쩔 수 없다며 미안한 표정을 짓는 한국 직원이었다.

따르르릉.

그때였다.

직원의 주머니에 있던 전화기에 벨소리가 들려왔다.

"저, 전화가 왔습니다."

곁에 있던 일본대사관 직원이 한국 직원보다 빠르게 반응했다.

그의 표정은 기대감이 가득한 채로 한국 직원의 표정을 살폈다.

"네, 전화 받았습니다."

한국 직원은 짧게 대답을 하면서 고개를 연신 숙였다.

그러고는 곁에 있는 일본 직원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드디어 기다리고 있던 헌터의 허락이 떨어진 셈이었다.

일본 직원은 양손을 모으고 제자리에 무릎을 꿇고 않았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곁에서 준비를 하던 일본 직원 탓에 결정을 내리자 바로 다음 날 출발 일정을 잡았다.

처음에는 당일 출발도 가능하다며 헌터들의 시간을 물었지만, 태욱이 전달 사항을 이야기하면서 내일 출발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그러시면 내일 점심에 전세기를 띄우겠습니다. 그럼 내일 공항에서 뵙는 걸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일전에 이야기해 주신 사과 건에 관해서는 당사자에게 전달을 하고 만약,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는다면 언론에 살며시 흘리도록 하겠습니다."

일본 정부도 억지로 사과시킬 생각은 없었다.

다만 국민의 분노를 오롯이 한 사람으로 삼게 만들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이렇게 선택이 늦어진 것이 그의 발언 때문이라고 생각한 탓이었다.

"그건 어떻게 해도 괜찮습니다. 다만 저희는 제대로 된 사과를 받고 싶은 것뿐이니까요. 바로 이웃나라에 불안을 바랄 필요는 없습니다."

태욱은 웃으며 이야기했지만, 그의 말에 담겨진 말뜻을 모두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인 것인지 대사관 직원은 그의 말을 경청했다.

마치 녹음기라도 있었다면 모든 말을 녹음해서 내일 아침에 그가 혹시라도 불편한 것이 없도록 준비하는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릴 정도로 극진한 대접을 했다.

"더 이상은 제가 불편하니까. 내일 뵙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살펴 가세요."

고개를 숙인 채, 태욱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허리를 펴지 않는 일본 직원이었다.

'저 모습을 보고 있으니, 괜히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되네.'

단순히 자신이 일본 측 직원이라고 할지라도 모든 잘못을 한 것은 아니었다.

객관적으로 그는 잘못을 하지 않았지만, 같은 나라 국민이기에 잘못도 자신의 것으로 생각하며 연신 사과를 하는 모습에 태욱은 괜한 마음이 쓰인 것이었다.

'각자의 생각이 다르듯이, 모든 책임을 통감하고 스스로 사과를 하려는 모습이 보기 좋군.'

사람마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움직이고 또 사소한 행동 하나 때문에 기분이 바뀌는 것을 느꼈다.

* * *

별다른 문제 없이 비행기에 올라탔다.

일본 도쿄로 가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전용기도 준비돼 있었고 일본은 누구보다 헌터의 도움을 고대하고 있었다.

당연히 이들이 오는 데 신속하게 대처할 준비를 모두 마쳤기 때문에 도착해서 공항을 빠져나오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바로 가는 거지?"

은비는 자신의 어깨에 커다란 도끼를 들고서 태욱에게 물었다.

"당연하지."

"좋아 그럼 어디 한 번 날뛰어 볼까?"

왠지 모르게 은비의 등에서 커다란 아우라가 풍겨져 나오는 것처럼 보였다.

도심지에 도착을 하니 여기저기 건물이 무너질 듯이 기울어져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흰 연기, 검은 연기 할 것 없이 이곳저곳에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다만 방치된 지 오래된 모양인지, 사람의 신음 소리는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았다.

몬스터의 습격이라고 하지만, 빠른 대처를 한다면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인간들이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일본이 대응할 만한 힘을 아직 갖추기 전에 벌어진 사태여서 가까스로 중요 몇 군데만 방어에 성공했을 뿐이었다.

"더 빨리 올 수 있었다면."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옷가지들의 흔적이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다.

"그럼 시작해 볼까?"

이곳으로 태욱 일행을 데려온 일본 직원은 돌려보냈다.

여기에서 이제 그가 할 일은 전혀 없었다.

곁에서 서포터?

오히려 짐이 될 판이었다.

길거리에 하나둘 비렁뱅이처럼 누워 있던 몬스터들이 태욱 일행을 보고 직접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일이 돼 버리는 것이다.

직원만 없다면 누구나 제 몸 하나 간수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하나의 일을 줄이는 것이 당연한 처사였다.

돌아가라는 태욱의 말에 직원은 말도 안 된다며 곁에 있겠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절대로 안 됩니다."

"아니에요. 이곳에 계셔도 저희에게 도움을 주실 게 없으니 이대로 돌아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괜찮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다만 언제라도 도움을 요청하시면 제가 도와 드릴 수 있는 부분에 관해 도움을 드려야 하니 제가 이곳에 있겠습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여기 계시면 저희가 불편합니다. 헌터분이 아니시라고 들었습니다만."

"네, 헌터는 아니지만, 유능한 비서 역할을 항상 해 왔고 이번에도 정부의 지침에 따라 여러분을 보좌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보좌가 따로 필요 없습니다. 오히려 당신이 저희에게 짐이 되기에 돌려보내려고 합니다."

"짐이라니 가당치 않습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곁에서 도움이 될 자신이 있습니다."

태욱의 말의 의미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일본 비서였다.

팔까지 접어 올리며 보이는 그녀의 의욕적인 모습에 태욱은 확실하게 의사를 전달하기로 마음먹었다.

"당신이 있으면 당신을 보호하느라 몬스터에게 대처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것 때문이니, 저희가 도움을 요청할 때까지 기다려 주시지 않겠습니까?"

그의 말이 튀어나오자, 비서의 두 볼은 붉어졌다.

자신이 주제넘은 짓을 한 것을 이제야 눈치챈 것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저의 도움이 필요하실 때, 언제든지 호출해 주십시오."

비서는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났다.

일행은 거치적거리던 비서를 집으로 보내고 난 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전투를 준비했다.

몬스터들이 태욱과 다른 사람들의 냄새를 맡은 것인지, 저 멀리서 스멀스멀 튀어나오고 있었다.

골목 곳곳에서 튀어나온 몬스터들은 느릿느릿 접근을 하고 있었다.

인간에 대한 경계심 따위는 전혀 가지고 있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새로운 먹잇감이 눈에 들어왔다는 욕심 가득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할짝.

몬스터들이 다가오는 모습을 보더니 은비는 혀끝으로 입술을 핥았다.

"아주 먹음직스러운 녀석들이군."

마치 포식자가 먹잇감을 바라보는 눈빛을 하고는 은비는 몬스터 가운데로 뛰어들었다.

"크아아아아앙."

몬스터들도 뒤지지 않겠다는 일념인지 커다란 울음소리를 내면서 은비에게 달려들었다.

"자, 덤벼라!"

한가운데에서 소리를 버럭 지른 은비의 주변을 몬스터들이 순식간에 감쌌다.

푸슉.

그녀의 커다란 도끼가 지나가는 곳에서 핏방울이 튀어나왔다.

휘릭.

콰앙.

또다시 휘두른 도끼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바닥을 내리찍었다.

쉬지 않고 은비는 두 팔을 움직였고 그녀의 기세등등한 모습 때문인지, 검을 휘두를 때마다 풍겨져 나오는 풍압 덕분인지 몬스터들은 넉백이라도 되듯 밖으로 밀려 나갔다.

"홀드 포지션!"

태욱은 바로 포지션 설정에 나섰다.

일본으로 출발하기 직전 작전을 맞춰 놓은 것이었다.

몬스터들이 인식하기 쉽게 일부로 큰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일명 어그로 끌기.

약한 몬스터들을 빠르게 정리하는 방법 중 하나였다.

태욱 일행은 헌터들 사이에서 꽤나 높은, 세계적인 랭커들 수준에 근접해 있었다.

더구나, 일본의 헌터들은 늦게 출발한 헌터 후발 주자였다.

나라의 발전도로 따지면, 개발도상국이나 다름없었다.

가장 앞에서 이끌어 나가는 헌터 국가는 한국, 중국, 미국으로 3강이었고, 유럽과 남아메리카 국가들이 중위권을 차지하고 있었다.

비교적 빠르게 성장을 하고 있는 일본이라고 할지라도 아직 대대적인 몬스터 습격에 관해서는 맥을 추지 못하고 그대로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한국이라는 나라의 도움이 너무나 절실했다.

뱉은 말을 고스란히 주워 담을 수 없으니, 결국은 사과를 하고 다른 사람의 발언에 관해 책임을 통감한다는 표현을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모든 일본 책임자들이 태욱에게 대하는 행동은 항상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였다.

혹시나 마음이 상해 돌아가진 않을까 걱정을 하는 모습이 겉으로 모두 드러날 정도였다.

이미 일본을 도와주기로 마음먹은 이상 태욱은 돌아갈 마음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었다.

득달같이 달려들던 몬스터들을 처치하고 난 이후 태욱은 여유롭게 주위를 둘러볼 수 있었다.

"안타깝군."

부서진 건물을 둘러보고 있는 영리의 눈에는 슬픔이 담겨 있었다.

'조금만 더 빨리 왔다면.......'

아쉬운 마음이 가슴 한편을 파고들었다.

톡톡톡.

살며시 다가온 지원은 영리의 어깨를 두드리며 그녀의 마음을 위로했다.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어."

그렇다.

지원의 말처럼, 몸이 수백 개가 아닌 이상 한쪽에서 움직이고 있으면 다른 한쪽은 그만큼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큰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적재적소에 배치돼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그래도 우리가 더 빨리 움직였더라면......."

투정 섞인 영리의 목소리에 지원은 이내 고개를 절래절레 흔들었다.

"......."

일순간 침묵이 흘렀다.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여기 있는 사람 모두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알고 있더라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문제는 따로인 것이다.

인간의 목숨을 쉽게 보고 움직이는 것이 말처럼 쉬는 것만은 아니었다.

* * *

"람 퀘리아트 리바스츠 데밋 톨 리아하지 츠밋......."

검은 후드를 깊게 눌러쓴 한 남성의 입에서는 이해하지 못할 언어가 튀어나오고 있었다.

그의 주위는 온통 검붉은색으로 그려진 도형과 그림이 바닥, 천장, 벽 할 것 없이 마구잡이로 난잡하게 그려져 있었다.

"크람트뤠대."

마침내, 그가 커다란 기합과 함께 손을 뻗자, 바닥에 그려져 있는 문양에서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하나의 점으로 시작된 빛은 그 선을 따라가며 점점 선으로 뒤바뀌었다.

빛은 점에서 선으로.

선에서 일정한 모양으로.

일정한 모양이 겹쳐지며 공간을 그려 냈다.

"크아아아아!"

그는 괴성인지 함성인지 모를 굉음을 내지르고서는 털썩하고 쓰러졌다.

그의 힘으로 시작된 빛은 검은 후드를 눌러쓴 자가 쓰러졌음에도 스스로 회전하고 있었다.

마치 스스로 움직이는 자가 동력체를 가진 특수한 물체가 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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