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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빨로 지존 헌터-53화 (53/146)

# 53

회귀빨로 지존 헌터

- 3권 5화

Chapter 2

조용한 벌판에서 터뜨린 큰 웃음이 엄청난 나비효과가 돼 돌아왔다.

조금은 딱딱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던진 웃음이 커다란 위험이 돼 돌아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조용할걸."

이미, 개인이 착용한 귀마개를 꺼내 황급하게 귀를 틀어막았다.

"꺄아아아아!"

다급하게 막아 냄과 동시에 하피의 울음소리가 메아리쳤다.

"꺄아아아아!"

하이 톤의 다분히 귀를 틀어막아야 될 정도로 듣기 싫은 이명이 울렸다.

삐이이이.

억지로 귀들 틀어막아도 그것을 비집고 들어오는 하피의 괴성 때문에 정신을 붙잡을 수 없었다.

"다들 정신 차려."

태욱은 필사적으로 동료들을 다독였다.

하지만, 그 누구도 쉽게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어쩌지?'

준비라도 하고 움직였다면 이렇게 큰 혼돈이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고 그저 귀를 틀어막고 주저앉아 있다면 하피들의 목표물이 될 뿐이었다.

"금강철인!"

태욱의 부름에 바로 반응을 하는 금강철인이었다.

이제 그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게 변해 버렸다.

강한 공격력을 지닌 동료들은 지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공격력을 가지진 않았지만, 강한 방어력을 지닌, 그의 능력이 발화돼야 할 시점이었다.

태욱과 눈빛을 주고받은 금강철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아직 그에겐 '동료들을 지킨다'와 같은 소속감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소소하게 전달되는 따뜻한 정.

그것을 이번 여행길에서 느꼈다.

음식을 먹으면서 툭 하고 던지는 도구들, 그리고 행여나 자신이 불편하지 않을까 신경 쓰는 사소한 행동들까지 모두 머릿속에 떠올랐다.

'진짜? 내가 동료인 건가?'

날아드는 하피를 보고 금강철인은 생각했다.

생각의 결론은 쉽게 나지 않았다.

하지만, 빠르게 내려진 결론이 하나 있었다.

이곳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지켜 낸다.

그것만큼은 고민하지 않아도 바로 내릴 수 있는 결론이었다.

개인을 넘어서 당연하게 지켜야 할 인간의 덕목이었다.

몬스터에게 위험에 빠진 사람이 있다면 능히 구해 내야 하는 것이 가장 큰 임무다.

그 외의 것은 목숨을 구하고 나서 생각해도 될 문제였다.

날카로운 발톱이 공중으로부터 쇄도해 오고 있었다.

정확한 목표는 지금까지 금강철인과 툴툴거리며 경쟁심을 발휘하던 은비를 향했다.

"안 돼!"

그의 단발마 같은 함성과 함께, 순식간에 은비와의 거리가 줄어들었다.

"일보천리(一步千里)."

한 걸음에 천리를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는 속보.

하피와 은비의 사이를 정확하게 가로막은 금강철인이었다.

"크윽."

정확한 목표물에 맞춰 움직인 타이밍이 오히려 금강철인에겐 큰 이익이 됐다.

오직 은비만 노리고 있었던 터라, 중간에 치고 들어온 금강철인에게 정확한 공격을 가하지 못한 탓이었다.

거대한 그림자가 자신의 머리 위를 감싸자, 은비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멋진 뒷모습을 보이며 늠름하게 자신을 보호하는 금강철인의 모습이 보였다.

"어, 어?"

아찔한 뒤태를 뽐내는 금강철인의 모습을 보고 괜스레 은비는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

'뭐, 뭐지? 왜 이러는 거야?'

잠깐 착각에 빠졌던 은비의 이명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그녀의 신체적 능력은 뛰어났다.

이미 육체적 고통을 넘어설 수 있는 수준이었으나, 잠깐의 정신이 팔린 것만으로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금강철인의 행동이 그녀를 제정신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만들었다.

"뭐, 뭐하는 거야! 이 자식아!"

금세 얼굴을 붉히며 설레는 감정을 느꼈던 은비는 그의 등을 밀어내며 거칠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했다.

갑자기 등 뒤로부터 공격을 당한 금강철인은 어색한 미소를 띤 채 물었다.

"뭐하는 거라니? 지금 물에 빠진 사람 구해 놨더니 보따리 내놓으라고 하는 거냐?"

방금 전 목숨을 구해 줬던 자신이었는데, 뒤에서 밀치며 화를 내는 모습에 그의 입에서 좋은 말이 나올 리가 없었다.

거친 반응을 보이는 금강철인에게 더욱 큰 화를 내는 은비였다.

"뭐? 뭐?!"

"하아, 참 뭐 어쩌라는 건지."

금강철인은 자신에게 화를 내는 은비의 모습을 보고 타깃을 잘못 잡았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은비가 아닌 영리였다면 자신에게 저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을 텐데, 라고 한탄하고 있었다.

"다들 뭐하는 거야, 정신 차리라고!"

외친 주체 신경질적으로 소리치는 은비의 목소리가 카랑카랑한지 그녀의 목소리만으로 정신을 차렸다.

모두 정신을 차리자 금방 상황은 정리됐다.

일단 한 곳으로 모여 산발적인 하피의 공격을 막아 내기 시작했다.

높은 곳에서 한 점으로 보일 정도로 서로 밀착하고 있으면 공격의 범위는 작아진다.

아니, 방향성이 한 곳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돌고 돌아도 목표점이 하나로 정해지기 때문이었다.

그러곤 주위를 살폈다.

등 뒤를 댈 수 있는 절벽이나, 바위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태욱이 전투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해야 될 것이라고 단단히 일러 놨기 때문에 다들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저, 저기."

지원이 가장 먼저 찾아냈는지 손으로 방향을 짚어 냈다.

다들 그녀의 음성에 맞춰 고개가 돌아갔지만, 유일하게 금강철인은 하늘을 주시하고 있었다.

어떠한 공격도 막아 내겠다는 굳은 의지였다.

이곳을 벗어나는 것 정도는 동료들에게 맡겨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만큼 이들의 보여 준 결합력은 대단했다.

"아니, 그곳은 안 돼."

태욱도 처음 그곳을 살폈지만, 부족한 느낌이 있었다.

커다란 바위로 이뤄졌지만, 상체를 숨기기에는 부족했다.

가슴 부위까지 올라와 있었지만, 고개를 숙이거나 허리를 굽히는 순간 정확한 공격을 하기에는 제약이 따랐다.

그러던 순간 저 멀리 하나의 굴이 보였다.

'저, 저기는?'

주변에 각종 잡동사니와 더불어 있는 곡괭이.

널브러져 있는 수레.

그리고 무너지지 않도록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나무 지지대.

'분명 탄광으로 사용하던 동굴이다.'

사람이 들어가는 데는 문제가 전혀 없지만 공중에서 날아오르며 공격하는 하피에게는 아주 치명적이었다.

높은 곳에서 당연하듯 행해지는 공격은 막아 낼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저 동굴까지 신속하게 이동."

태욱의 말 한마디에, 다들 재빠르게 움직였다.

동굴을 목전에 앞두고 다시 한 번 하피의 일시 공격이 이뤄지지 시작했다.

"꺄아아아아악."

"꺄악 꺄악."

길게 울부짖는 소리.

짧게 계속 반복하며 일시적인 청각의 혼동을 주는 복합적인 공격이 이뤄졌다.

그것과 동시에 공중에서 쇄도해 목표물을 낚아채 가는 움직임도 보였다.

"안 돼!"

가장 느리게 움직이고 있는 영리에게 공격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팀은 3개의 부류로 나뉘었다.

영리를 지키는 금강철인.

지원을 지키는 태욱.

그리고 신속한 움직임으로 타깃으로 설정되기 어려운 은비.

은비는 스스로를 지켜 낼 수 있는 수준이었다. 오히려 중간 중간 하피에게 치명상이라고 할 수 있는 공격을 감행해, 더 많은 숫자의 하피가 공격해 오는 것을 막아 낼 수 있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빨리."

벌써 동굴 입구로 도착한 은비는 손짓을 하며 동료들을 독촉하고 있었고, 다른 동료들 역시 그녀의 바람에 호응하듯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가까스로 동굴 입구에 가까워진 순간.

하피가 정확하게 틈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얼마 남지 않았다는 방심.

긴 시간 동안 유지해 오던 집중력의 흐트러짐.

체력적인 한계.

복합적인 것이 단 한 번의 틈을 만들어 냈다.

끊어진 집중력을 다시 회복시키고 날아 들어오는 하피의 공격을 막아 내기 위해 움직였다.

금강철인이 이곳까지 보호를 하며 데려온 영리를 향한 공격을 막아 내기 위해 움직였다.

잠깐의 틈이었지만, 그 틈새를 메우기 위해 지면을 박차며 튕겨져 나갔다.

하지만, 그 거리를 좁혀 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하지?'

정말 동굴이 코앞에 있었다.

잠깐의 방심이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낼 줄은 상상도 못했다.

만약 그녀가 낚아채져서 공중으로 올라간다면?

더 이상 구해 낼 수 없을 것이었다.

쉽게 그녀를 구해 낼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들지 않았다.

오직 지금 막아 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때였다.

금강철인은 자신이 처음 은비의 앞을 가로막았을 때가 떠올랐다.

하피는 언제나 정확한 타이밍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 공격을 막아 내려면 주변에서 주어지는 조건만 바꿔 내더라도 공격에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타앗!"

이미 늦었지만, 하피의 공격은 막아 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공격이 아주 약간만이라도 궤도를 바꿀 수 있다면 하피의 공격이 실패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빠르게 쇄도해 나가는 하피의 발과 금강철인의 주먹이 서로 맞닿았다.

퍼어억.

동시에 금강철인이 튕겨져 나갔다.

강한 공격력을 지니지 못한 금강철인의 한계였다.

'제발 제발.'

금강철인은 튕겨져 나오면서 마음으로 바라고 또 바랐다.

하피의 지금 공격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충분히 막아 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의 바람이 통했는지, 하피는 영리를 낚아채지 못하고 다시 하늘로 솟구쳤다.

정확하게 영리의 어깨를 노리고 들어간 공격.

그것을 방해하기 위한 혼신의 힘을 다한 금강철인의 노력.

그리고 영리의 신체를 지키고 있는 현무의 힘.

3박자가 뒤섞여 영리는 생채기 하나 나지 않고 하피의 공격을 막아 냈다.

제자리에 주저앉은 것은 전혀 부끄러울 것도, 창피할 것도 아니었다.

다시 툴툴 털고 일어나 동굴 안으로 들어가면 그만인 것이었다.

* * *

자신들의 권역을 침범당한 하피 무리는 5마리의 목표물을 쫓고 또 쫓았다.

금방이라도 발끝에 꽂혀 공중으로 치솟았다가 바닥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녀석들이었다.

어찌나 약삭 빠르고 간사하게 움직이는지, 발끝에 잡힐 것 같은 움직임을 하면서도 금방 그 위치를 벗어났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생쥐 같은 녀석들이 마침내 동굴 안쪽으로 숨어 버렸고 하피는 더 이상 공격을 할 수 없자, 여기저기에 분풀이를 하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아아악."

"꺄아아아아악!"

길게 울리는 그들의 울음소리에는 분노가 담겨 있었다.

이 분노를 풀기 위해 다른 목표물을 찾아 낮게 비행하고 있었고, 눈에 띈 이가 하나 있었다.

그 대상은 바로 드워프 페일이었다.

"으아아아악! 살려, 살려 줘."

인간들의 행동을 확인하기 위해 뒤를 슬며시 밟은 페일은 자연스럽게 하피의 권역에 들어오게 됐다.

광활한 평야에 인간들이 그곳에 위치하고 있을 때는 자신이 전혀 목표에 들지 않았다.

은폐, 엄폐를 하며 뒤를 쫓았기 때문이었다.

널따란 평야에 다다르자, 하피의 공격을 받고 재빠르게 이동하는 인간들의 뒤를 따라 자연스럽게 페일도 하피로 하여금 노출된 것이다.

인간을 쫓아가며 쌓였던 분노는 자연스럽게 드워프인 페일에게 넘어가 버렸다.

"으아아아악,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비명을 내지르며 달리는 그의 모습에 더욱 많은 하피들이 그를 향해 쇄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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