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
회귀빨로 지존 헌터
- 1권 10화
"제가 몬스터를 몰아오겠습니다. 안전하게 여기서 사냥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희야 뭐, 안전만 하다면 어디든 상관없습니다."
"맞아요. 이렇게 데려와 주신 것만 해도 감사한데."
태욱의 말에 맞장구치며 낮은 레벨의 딜러들은 태욱의 비위를 맞추기 급급했다.
여기서 그가 다른 마음이라도 먹으면 전멸하는 것은 시간문제였기 때문이었다.
"그럼 준비해 주세요."
태욱은 각자 자리를 잡는 팀원들을 뒤로하고 멀리 보이는 몬스터를 향해 빠르게 이동했다.
"광기의 도발!"
몬스터의 곁에 도착을 하자마자 외치는 태욱의 음성에 일순간 오크들이 무리를 이뤄 달려 나오기 시작했다.
본래 오크들은 무리 지어 활동을 한다.
적어도 다섯 마리에서 여섯 마리씩 한 번에 움직이기 때문에, 몰이사냥을 할 목적을 가졌다면 충분했다.
'딜러들이 다섯 명.'
태욱은 한 번에 오크의 시선을 끌었다.
"킁킁! 인간, 인간이다!"
"잡아서 벗겨 먹자, 킁킁."
강한 콧바람을 내뱉으면서 달려 나오던 오크는 태욱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콰아아앙.
그 순간 뒤에서 마법 구체가 날아들어 왔다.
"파이어 볼트!"
"아이스 볼트!"
희뿌연 먼지들이 피어올라, 정확하게 시야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마구잡이로 쏘아내는 것이다.
'쯧쯧, 아직 초보 티를 전혀 벗지 못했네.'
태욱은 그들이 초보인 것을 알고 있었다. 레벨 1~5 사이의 딜러들을 구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이렇게 마구잡이로 공격을 한다면 안쪽에 있는 탱커가 버텨 내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태욱은 달랐다.
자신에게 보호막을 두른 채 먼지가 피어오른 상태에서 오크에게 공격을 감행했다.
퍼어억.
강한 타격음과 함께 오크가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나머지 네 마리의 오크들은 특정 공격 대상을 찾지 못한 채, 시야를 가리고 있는 먼지들을 향해 부채질을 할 뿐이었다.
멀리서 공격을 하는 딜러는 마법사 부류뿐만이 아니었다.
유일하게 있던 궁수.
그는 특별한 스킬은 없지만 파티에 참석할 수 있는 이유가 있었다.
[바람과도 같은 움직임]
전투 중 순발력과 명중률을 상승시킨다.
바로 패시브 스킬이었다.
스킬은 커다랗게 두 부류로 나뉜다.
액티브 스킬.
패시브 스킬.
액티브 스킬은 스킬을 사용함으로써 일정 효과를 누리는 것인데, 그에 반해 패시브 스킬은 저절로 사용이 되는 것이다.
따로 사용한다는 마음을 먹고 하는 것이 아니라 전투의 상황이 되거나 평소에 그 효과를 얻어 낼 수 있었다.
순간적인 능력치의 상승은 액티브 스킬이 패시브 스킬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인다.
하지만 마력을 지속적으로 소모를 해야 된다는 점에서는 패시브 스킬이 압도적이었다.
마력을 소모하지 않으니 이는 비교 대상이 되지 않았다.
더구나 패시브 스킬을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시너지 효과가 나타난다.
지금 태욱이 가지고 있는 패시브 스킬은 몇 개 없었다.
[창술 숙련]
[검술 숙련]
[저급 마력]
패시브 스킬이 하나씩 누적될 때마다 태욱은 점점 더 강해지는 것이다.
어느새 태욱의 옆으로 온 딜러도 있었다. 칼을 쥐고 근접 전투를 벌이는 딜러였다.
그의 특성은 바로 샤프니스.
[샤프니스]
착용자가 사용하는 무기의 절삭력을 상승시킨다.
무기를 사용하면서 내구력이 떨어지면 조금씩 그 공격력은 하락한다.
검이라고 하면, 잘 관리한 검의 날이 이가 나가면서 하락되는 공격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지속적인 전투를 벌이면서 분명 효과적인 능력을 발휘할 것이다.
태욱은 스킬을 보는 족족 모두 익혀 냈다.
"오늘 사냥, 꽤 빠른 것 같은데?"
"그래, 저번에 왔을 때는 더 오래 걸렸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딜러 분들이 많아서 그런 거 아닐까요?"
이상함을 느끼는 딜러들에게 태욱은 대화의 방향을 돌렸다.
어차피 이들은, 사냥을 통해 성장을 하고 돈을 벌어 가면 그만인 것이다.
세세한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오늘 얼마나 버는지, 그리고 생명을 잃지는 않았는지가 중요한 요소였다.
"그렇죠?"
"네, 빨리 사체를 정리하고 계속 사냥을 하시죠."
"알겠습니다."
태욱과 딜러들은 손을 바삐 움직이며 오크 사체를 정리했다.
그들이 목에 걸고 있던 장신구, 무기, 갑옷 등등을 모두 가방에 넣고, 그리고 운 좋게 딸려 나온 몬스터 정수는 태욱의 가방 안으로 들어갔다.
짐꾼들은 오크 시체를 토막 내서 실었다.
전투는 돛을 단 배에 순풍과 같은 바람이 부는 것 같았다.
chapter 3
<몬스터 부산물 판매소>
태욱의 일행은 모두 판매소 앞에 모여 있었다.
짐꾼, 딜러 할 것 없이 모두가 모여 있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바로 정산.
태욱이 모든 짐을 들고 들어가 한 번에 정산하는 것이다.
촤르르르.
"오크 사체, 그리고 장신구, 무기 등을 한 번에 처리하시는 거죠?"
"네, 맞습니다."
직원의 목소리는 뒤쪽까지 들리는 호탕하고 커다란 목소리였다.
태욱이 테이블에 펼쳐 놓은 양만 해도 어마어마했다.
가방이 꽉꽉 들어찰 정도로 챙겨 나왔고 인원도 상당수였다.
짐꾼 열 명.
딜러 겸 짐꾼 다섯 명까지.
총 열다섯 명의 가방에서 나온 양이니, 그 양은 절대로 무시할 수 없었다.
"보자. 장신구 열 개, 사체 1,000kg, 파괴된 갑옷...... 이건 못 쓰겠는데요?"
"최대한 정리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간혹 이렇게 쓰지 못하는 것들이 섞여 나오기도 한다.
무게만 차지하고 값어치는 하지 못하니 괜한 고생을 한 셈이다.
하지만 욕심이라는 것이 쉽게 버려지지 않는다.
일말의 희망이 있다면 모두 챙겨 나오는 것이 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착각을 한다.
그렇게 테이블 아래로 몇 개씩 빠져나오는 것을 제외한 채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이건 열 개고, 무게가 1,000kg......."
손으로 직접 하나하나 짚어 가면서 계산을 하고 있으니 빠지는 것은 없었다.
"정산 금액, 7,000만 원 나왔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금액이었다.
이들이 사냥을 한 시간은 대략 7시간.
출발 준비와 정산을 하는 시간까지 합치면 총 8시간.
단시간에 사냥을 한 것에 비해서는 꽤나 많은 양이었다.
"그럼 이 계좌 번호로 입금해 주시겠어요?"
많은 돈을 수중에 들고 다니는 것보다 통장에 넣어 두는 게 더 안전했다.
아니, 저 정도 금액이면 손으로 들고 다니기가 힘드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인 셈이었다.
"입금해 드렸습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직원이 태욱의 계좌로 정산금을 모두 입금했고, 태욱은 기다리고 있는 팀원들에게 돌아왔다.
"여러분들, 모이세요! 정산하겠습니다."
각각의 사람들에게 정산을 하고 난 이후, 태욱이 벌어들인 금액은 수수료 등 각종 비용 빼고 4,840만 원.
레벨도 1이 올랐으니 적지 않은 수확이었다.
'50억을 벌려면 앞으로 100번 정도인가?'
단순 수치로 계산을 했을 때 나오는 금액.
한 번 사냥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약 5,000만 원이라고 생각하면 100번에 달하는 것이다.
사냥을 마친 태욱이었지만, 방향이 이상했다.
집과 정반대 방향.
다시 사냥터 게이트 앞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잠깐의 시간이 흐르자,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혹시 탱힐 된다는 공대장님이신가요?"
"네, 맞습니다."
그렇다.
돈이 없을 때 태욱이 했던 일.
바로 투잡.
한 번 가지고는 너무나 부족했다.
그렇다면?
두 번 뛰면 그만인 셈이었다.
* * *
일주일 후.
"흐흡. 후우."
"흐읍. 후우."
일정한 텀을 두고는 숨을 쉬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 소리가 메트로놈처럼 반복되었다.
햇볕이 강렬하게 내리쬐는 창가에 앉아 태욱은 눈을 감고 좌선(坐禪)을 하고 있었다.
그가 내쉬는 숨소리만 고요하게 집 내부를 울리고 있었다.
태욱은 연단공을 수련하고 있는 것이었다.
'내가 들이마신 마력의 기운.'
그때였다.
귓가에 알림 음이 울렸다.
[마력이 1 상승하셨습니다.]
그가 기다리고 고대하고 있던 소리였다.
100시간이 다 되어 가고 있었던 터라 금세 감은 눈을 떴다.
"역시 계산대로인가?"
갑자기 밝아진 시각 정보에 일시적으로 백야 현상이 보였다.
눈은 금방 적응했고 시각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벽면을 따라간 그의 시선이 머무르는 곳은 다름 아닌 시계였다.
큰 바늘은 10 방향에, 작은 바늘도 10 방향에 가깝게 움직여 있었다.
10시가 되기 10분 전.
"곧 약속 시간인가?"
옷을 갈아입고 태욱은 밖으로 나섰다.
태욱은 일주일 동안 하루 16시간씩 사냥을 했다.
첫 타임 8시간, 후 타임 8시간.
연단공을 수련하면서 피로도를 회복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루에 1억. 총 7억을 단 1주일 동안 벌었던 것이다.
물론 돈만 번 것은 아니었다.
같이 사냥을 나선 헌터들의 스킬들을 익혀 낼 수 있었고, 레벨도 5가 상승했다.
그리고 연단공을 통해 마력이 2가 늘어났다.
상당히 빠른 속도로 성장을 하고 있었던 셈이었다.
그의 성장은 계단을 오르듯 차근차근 밟아 올라가고 있었고, 밖으로 나서려고 하는 이유도 간단했다.
지금 그가 움직이는 이유는 성장 말고는 다른 이유가 없었다.
태욱이 밖으로 나선 후 사냥터로 향할 줄 알았던 방향은 조금 달랐다.
지금까지 늘 움직이던 방향과 다르게 도심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러더니 더욱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이어 나갔다. 카페 안으로 들어가 여유롭게 주문까지 하는 것 아니겠는가?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 주시겠어요?"
커피를 시키더니 자리를 잡고 천천히 즐기고 있었다.
한 손에는 커피, 그리고 다른 한 손에는 핸드폰을 쥐고 쉴 새 없이 손가락을 움직였다.
우우웅.
핸드폰이 진동을 하며 화면에는 하나의 알림 창이 떠올랐다.
바로 메신저였다.
[도착했습니다.]
태욱이 기다리던 알림이었다.
10시 29분.
'정확하게 시간에 맞춰서 왔네.'
10시 30분에 약속을 한 태욱이었다.
정해진 시간보다 5분 먼저 도착을 한 태욱은 주변 경관을 바라보고 있었다.
서로 대화를 나누는 커플들. 혼자 멀뚱하게 시간을 보내는 여성.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쬐는 바깥 풍경을 지켜보던 찰나, 손에 쥔 핸드폰의 진동으로 이곳에 온 목적성을 깨닫게 된 것이다.
'저 사람인가?'
문을 향해 바라보니, 한 여성이 어깨를 들썩이며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아마도 약속 시간에 맞춰서 도착하려고 이 근방에서 뛰어온 모양이었다.
양 볼은 빨갛고 어깨를 들썩이며 가쁜 숨을 내쉬면서 손으로는 핸드폰을 쥐고 있었다.
딱 맞춰 도착을 하려고 했지만, 약간 차질이 생겨 늦어 버린 모양이었다.
"여기, 여기입니다."
휘적휘적.
태욱은 손을 들어 여성에게 자신의 위치를 밝혔다.
열심히 흔들고 있는 태욱과 달리, 여성은 전혀 그를 발견하지 못했다.
스윽 지나가는 시선에도 다급한 마음에 태욱이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은 탓이었다.
여성은 입구에서 계속해서 고개를 돌리며 태욱을 찾고 있었다.
결국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지잉. 지잉.
전화가 오자 재빠르게 전화를 받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고개를 오른쪽으로 살짝만 돌려 보시겠어요?"
-지, 지금이요?
"네, 돌리면 손을 들고 있는 제가 보일 거예요."
태욱은 친절하게 자신의 위치를 다시 한 번 이야기했다.
그의 모습을 발견했는지, 손에 핸드폰을 쥔 채 고개를 숙이며 목례를 하는 여성의 이름은 지은.
처음에 그녀는 이 거래가 거짓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일단은 만나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