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
회귀빨로 지존 헌터
- 1권 9화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 것이다.
스킬을 익혀서 사용을 한다면?
더욱 저렴하게 사용을 할 수 있었다.
태욱은 하나씩 계산해 나가기 시작했다.
'무기랑 식료품이랑, 이것저것 사고.......'
머릿속으로 계속해서 계산을 해 나갔다.
"쩝, 쓰읍."
절로 아쉬운 생각이 아른거렸다.
'한성중공업에 3억만 투자를 하고 1억을 남겨 둘걸.'
단번에 많은 돈을 투자한 사실에 아쉬움이 가득 찼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어차피 며칠이 지나면 회복이 된다.
'그런데 사냥은 혼자 하는 게 편하긴 한데...... 짐이 너무 많단 말이야?'
자신이 혼자 사냥을 하는 것에 비해 짐은 너무나 많았다.
모든 사체를 가지고 복귀를 한다면 그 수입은 더욱 늘어날 터.
태욱은 번뜩이는 생각이 났는지, 익살스러운 표정을 한 채 손가락을 쉬지 않고 키보드를 두드렸다.
탁. 타타타타탁.
짧은 시간이었지만, 태욱은 만족스런 얼굴을 하고서는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레벨 15, 탱힐 되는 공대장입니다. 레벨 1~5짜리 딜러 모집 중.]
태욱이 써내려 간 글의 제목이었다.
높은 레벨의 공대장이 낮은 레벨들의 딜러를 구하는 것.
글로써 알아낼 수 있는 사실이었다.
태욱의 생각은 간단했다.
짐을 가져올 사람이 없으면 구성하면 된다.
'최대한 많은 짐꾼을 고용해야 돼.'
아무리 많은 구성을 한다고 해도 헌터들의 숫자에 따라 짐꾼이 결정된다.
태욱 혼자 사냥에 나선다고 하면?
짐꾼으로 나서겠다는 지원자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했나?
1~5레벨을 갖춘 헌터라도 짐꾼들에게는 엄청난 안심이 되는 요소다.
그들을 파티에 끼워 맞추는 것이다.
딜러라면 굳이 최전선에서 싸우지 않더라도 공격을 할 수 있는 딜러들이 많았다.
짐꾼들의 마음의 안정을 위해 그들을 고용하고, 교묘하게 짐꾼으로 쓰는 것이다.
굳이 딜러가 없어도 사냥이 가능한 태욱만이 쓸 수 있는 전술인 것이다.
'사냥은 나 혼자 한다.'
태욱이 헌터넷에 글을 올리자마자 신청자를 모으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순식간에 태욱의 쪽지함을 가득 채울 기세로 스피커 사운드가 울리기 시작했다.
엄청난 양이 쇄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느 분을 고를까요? 알아맞혀 보세요."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짚어 가며 살펴보는 동안 태욱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이 선정되었다.
다음 날.
태욱은 무기 상점을 시작으로 하루를 열었다.
딸랑.
문 상단부에 매달려 있는 방울 소리가 손님이 들어왔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안녕하세요?"
태욱은 인사를 건네며 상점 안으로 들어갔지만, 내부에는 아무도 없었다.
"시간이 애매했나?"
상점은 보통은 24시간 개방했다.
헌터들이란 제멋대로 움직인다.
그러다 보니 결국 소비자의 입맛에 맞춰 바꿀 수밖에 없는 것이 판매처였다.
24시간 운영을 하되 안쪽에 작은 방을 두어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뒀을 것이다.
"계세요?"
태욱이 한 번 더 목소리를 높이자 상점 구석에 있는 문이 드르륵 하고 열렸다.
"하암, 어서 오세요."
터져 나오는 하품을 참지 못한 주인이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인사를 건넸다.
"저, 무기 좀 사러 왔는데요?"
"그럼 둘러보세요. 따로 찾는 물건이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건 없습니다."
마치 가게 운영을 하는 것을 귀찮아하는 모습이었다.
'상품이 좋으면 어떻게든 팔리겠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태욱은 고개를 돌려 벽면을 살폈다.
종류별로 나뉘어져 있어서 구분을 하는 데 어렵지는 않았다.
'창, 도, 스태프, 방패...... 여러 가지도 가져다 놨네.'
태욱은 무턱대고 상점에 들어왔다.
창으로 보이는 무기들을 보고 간판도 보지 않은 채 들어온 것이다.
그때 뇌리에 스치는 기억이 있었다.
'분명 간판을 달지 않은 가게가 있다고 했는데.'
꽤나 잘나갔던 가게인데, 홍보의 욕심도 없고 그저 오는 손님에 의해서만 운영된다고 알고 있는 무기 상점.
입소문으로만 운영되는 가게일 것이다.
겉모습만 좋게 보이는 물건들은 다 진열을 해 놨지만, 이 가게의 특징을 아는 사람은 밖에 있는 무기를 찾지는 않을 것이다.
한마디로 뜨내기를 잘라 내는 데 좋은 눈속임용이라고 할 수 있었다.
"혹시, 가슴이 뜨거운 집행자의 검 있나요?"
태욱은 혹시나 하고 물었다.
초반에 가장 효용성이 있지만, 그와 반대로 상당한 페널티가 있는 검이다.
때문에 사용을 할 수 없는 무기로 소문이 나 구하기가 상당히 힘든 수준이었다.
나중의 일이지만, 결국 사용법이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져 없어서 구하지 못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나 아직 그런 시기가 오려면 적어도 몇 년은 지나야 했다.
태욱이 질문을 하자 주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마치 '뜨내긴 줄 알았는데?' 했던 틀린 마음을 숨기기 위함이랄까?
"창고를 확인해 봐야 될 것 같은데,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얼마든지요."
상점 주인은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태욱은 물건을 찾아오는 동안 가게 내부를 살폈다.
특별하게 보이는 것은 없었지만 상당히 정돈되어 있었다.
그리고 밖에 있는 물건들은 진열된 지 오래되었는지 다들 먼지가 쌓여 있었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분명 한국에 찾으면 무엇이든 구해다 준다는 무기점이 있었는데, 끝끝내 찾지 못했었다.
생각지도 못하게 이름 없는 무기점을 찾게 된 것은 기연이나 다름없었다.
"아이고,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깊은 곳에 있어서 찾는 데 애먹었네요."
주인이 무기를 가지고 올라왔다.
상당히 관리가 잘 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번뜩이는 검신이며, 활활 타오를 것 같은 붉은 손잡이.
매일 관리를 해 온 듯 보였다.
[가슴이 뜨거운 집행자의 검]
몬스터의 피를 흡수할수록 강한 화력을 뽐낸다.
오래 사용할수록 사용자의 정신을 조금씩 갉아먹는다.
마력 증폭률 : 15%
보통의 검에 달린 옵션이라고 볼 수 없었다.
잘 활용을 한다면 많은 효과를 보지만, 그렇지 않게 될 확률이 높았다.
하나만 잘하기도 힘든데 여러 개를 한꺼번에 잘할 수는 없지 않는가?
"얼마죠?"
"2,000만 원입니다."
낮은 금액 책정.
구하는 사람이 없어서일 것이다.
물론 그 값어치는 2,000만 원을 훨씬 상회하기 때문에 지불에 불만은 전혀 없었다.
태욱은 손에 무기를 쥐어 보았다.
망설임 따위는 없었다.
손에 착 감기는 착용감.
후웅.
넓은 공간에서 검을 휘둘러 봤다.
대기를 가르는 데 어떠한 이질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생각보다 괜찮은데?'
그동안 태욱은 검의 밸런스를 확인하기 위해 종종 검을 휘둘렀었다.
물론 대장간에서 매일 무기를 만드는 장인이 아닌 이상 쉽게 눈치채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적당한 숙련도에 오른 검사라면?
어느 정도는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태욱은 자신의 감각에 온 신경을 집중한 채 검을 휘둘렀다.
후웅.
공기를 가르는 손맛이 꽤나 감촉이 좋았다.
'이 정도라면?'
고개를 끄덕이고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높은 수준의 검은 아니지만 임시방편으로 꽤나 활용도가 높은 무기였다.
태욱은 구매에 망설임이 없었다.
"바로 이체해 드리겠습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태욱의 모습을 보고 주인은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주인에게 있어서 태욱은 검의 값어치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임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래에는 더욱 큰 값어치를 하지만, 지금이기에 이 정도가 적정한 금액인 것이다.
아무도 사용을 하지 않는 무기.
그 무기를 어떤 질문도, 흥정도 없이 구매하면서, 사용법조차 물어보지 않고 자신의 감각만을 믿는다?
어느 누가 그런 사람을 전혀 모르는 뜨내기라고 생각할까?
그런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더 살 물건도, 여기에 머무를 이유도 없어진 태욱은 그대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딸랑.
"그럼 다음에 또 오십쇼."
문 밖으로 주인의 인사 소리가 들렸다.
태욱은 무기를 사고 배낭과 안에 들어갈 식료품들을 구매했다.
약속된 시간이 가까워졌기 때문에 바삐 발을 움직였다.
다행히 정해진 시간에 늦지 않도록 도착했다.
<오크 부락>
태욱이 서 있는 던전 앞에 쓰여 있는 작은 팻말.
바로 오크들이 출현하는 던전이다.
돼지 머리를 하고 있고, 인간과 같이 직립 보행을 하는 몬스터다.
그뿐만이 아니다.
각종 무기를 섭렵하여 전투를 벌이는 데 특화된 몬스터라고 할 수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태욱은 무리로 뭉쳐 있는 그룹으로 다가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이미 사람들이 엄청나게 모여 있었다.
인기가 많은 사냥터는 아니었지만, 어떻게 소문을 듣고 찾아왔는지 태욱이 모집한 파티원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들어 있었다.
'아마 짐꾼들의 입에서 새어 나온 거겠지.'
보통의 헌터들은 자신의 사냥터를 쉽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했다.
사냥을 하는데, 사람이 많다.
커다란 케이크를 먹는데,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자신에게 할당되는 양은 당연하게 줄어든다.
하지만 짐꾼들은 달랐다.
어차피 선택이 되지 않으면 갈 수가 없었다.
사냥을 가기로 마음먹은 헌터들은 약한 던전이라도 들어갈 수 있었다.
눈높이를 낮추면 데려가지 않는 헌터들은 없으니까.
하지만 짐꾼들은 전혀 달랐다.
어디든 그들을 선택해 주는 곳이 있다면 사냥에 따라나서는 것이고, 그렇지 않는다면 손가락 빨면서 구경이나 하는 것이다.
만약 사냥에 나선다면?
자랑처럼 말을 내뱉을 것이다.
이미 헌터넷에서는 태욱의 상황은 이야깃거리로 유명세를 떨쳤다.
탱과 힐이 되는 공대장일뿐더러 많은 숫자의 사람을 구했기 때문이었다.
짐꾼도 여럿, 딜러도 여럿을 구하니 저절로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을 수밖에 없던 것이다.
만약 숨겨진 태욱의 능력까지 알았다면?
입을 떡하니 벌릴 것이 아니라 아무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딜, 탱, 힐 다 된다고 하면 누가 파티 사냥을 하겠는가?
혼자 사냥을 하고 말면 그만이지.
도착한 파티원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정해진 비율은 70:30.
태욱이 70%를 가지고 나머지 인원들이 30%를 가지는 비율이었다.
이미 모두 결정된 사안이었기 때문에 불만을 터트리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30%만 가진다고 하더라도 저렙의 딜러들은 이런 파티 사냥을 하기 힘들기 때문에 적정한 수준이었고, 짐꾼들은 뭐, 많은 인원들이 함께 이동을 함으로써 자신의 안전이 지켜진다는 점, 그리고 얻는 소득이 차이가 없기 때문에 별말이 없었다.
"오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태욱을 선두로 다들 그 뒤를 따랐다.
포털을 타고 넘어 들어가자 푸른빛 초원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태욱은 적당한 사냥터를 찾았다.
적당한 위치에 자리를 잡는 것.
빠른 사냥을 위한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었다.
리젠이 너무 빠른 곳에 위치해 자리를 잡는다면 쉬지 않고 사냥만 하다가 돌아갈 수 있었다.
전리품을 하나도 거두지 못한다면 사냥에 큰 의미를 두기 힘들었다.
태욱의 눈은 적당한 위치를 찾아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마침내 적당한 위치를 발견하자 태욱이 먼저 입을 열었다.
"여기서 사냥하도록 하죠?"
"여기서요?"
그의 말에 의문을 가진 팀원들이 질문을 던졌다.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일 뿐인데 여기서 사냥한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던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