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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더하기 회귀는 먼치킨-171화 (171/200)

171화 재정비 (1)

농촌과 산골의 모습을 벗어던지고 나날이 변화하고 있는 바가반드. 그 굴뚝과 투박한 공장 건물, 대규모 노동자 숙소는 새로운 ‘부유함’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햐, 여기가 그 돈 냄새 풀풀 난다는 바가반드로구먼. 역시 다른 동네하고는 외관부터 다르다니까, 하하!”

“여기 마정석이나 연료 제조 공장에서는 거의 매주 새 직원을 뽑고 있지. 시장이 요구하는 수량이 엄청나서 공장을 매번 확대해도 부족한가 봐.”

멀리 바난드 본토의 혼란을 피해 서부 영지로부터 피난민들이 속속 유입되고 있었다. 농사를 망치고 물가마저 치솟아 도망친 난민들은 공기부터 남다른 바가반드의 분위기가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오늘도 바난드 본토로부터 피난민들이 몰려온 모양이군. 지금까지 계속 이런 식으로 인구가 늘어났던 거야?”

네마냐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테라스 난간을 짚은 채 돌아보았다. 미하일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자신의 탓은 아님을 애써 주장했다.

“피난오는 사람을 막을 수도 없지. 도리도 아니거니와 막는다고 안 올 사람들이야?”

“뭐 하긴. 게다가 하루가 다르게 손길 하나하나가 필요한 상태니 잘 됐지.”

급속한 팽창 덕분에 미하일의 확인에 따르면 바가반드 영지의 인구는 정식 등록한 숫자로만 거의 12만에 달하고 있었다.

“12만이라……. 그 정도면 우리가 가스파리얀을 몰아냈을 때의 두 배 이상으로 성장한 건데. 그만큼 노동력이나 상품 생산이 늘었단 소리겠지만, 식량은 괜찮겠어?”

“이제는 가뜩이나 공장을 짓느라 각지의 밭도 줄고 있어서 식량은 꼼짝없이 전량 수입해야 할 상황이지. 그나마 마정석 제품과 각종 산업 덕분에 식량 수입 자체는 괜찮아.”

제국으로 이어지는 수운 교통로 중 하나가 펜자르크 백작령을 지난다. 이곳은 바가반드와 대놓고 적대시하는 중이니 원래대로면 굉장히 불안한 교통로일 것이다.

“다행히도 아직까진 제국 눈치를 봐야 하니 녀석들도 감히 에살하톤 상단의 배를 건드리진 못하지만.”

“파르티즈 봉쇄와 공격, 불리하면 언제든 누구든 건드리는 데 익숙한 놈들이지. 언제라도 그 길이 막힐 수 있단 걸 염두에 두어야 해.”

“그럼 상단과 이야기해서 상단의 경로를 옮길까. 지금처럼 이라크시스 강은 어렵다고 하면 아예 우리 영지로 이어지는 아르사니아스 강을 이용하는 거지.”

원래 에살하톤 상단에서도 제국에서 바난드 왕국의 본토를 흘러 수도 아니로 이어지는 수운로를 선택한 건 바가반드를 고려한 결정은 아니었다. 그보단 바난드-제국총독령-지케르성국과 다르빌로 이어지는 광대한 시장을 노리고 네마냐와 함께 개척한 길이었다.

“물론 놈들이 당장 위협을 가할 순 없을 거야. 에살하톤의 수송선을 건드리겠다고 공언하는 순간 제국과 성국까지 동시에 건드리는 일이니까. 마탑 역시 무역로 차단을 가만히 두고 보진 않을 테고.”

“그래도 적어도 우리 영지와 관련된 주요 물자는 만약을 고려하는 게 좋겠어. 아르사니아스 강을 이용하는 북쪽 길을 이용하게 하는 게 좋겠어.”

“하, 그게 좋겠지. 그리고 지금부터는 인구를 우리가 주도적으로 늘리는 정책은 중단하고 대신 식량을 비축해 두는 게 좋겠어.”

영지의 실력과 덩치를 키우는 작업은 우선 이 정도로도 충분했다. 국고에는 거의 2천 골드의 금화가 쌓여 있어 약 3년 정도는 세금을 전혀 거두지 못한다고 해도 영지 운영이 가능할 정도가 되었다. 마정석 아티팩트가 워낙 귀한 데다 전쟁이 격렬해지다 보니 자기들끼리 또 다른 고블린들과 싸우고 있는 북부 저지대 국가들은 앞다투어 선입금을 보내는 상황이었다.

“에살하톤에 진 빚은 어떡할 거지? 지금 국고에 있는 돈으로 그 빚을 다 갚아도 되겠지만.”

“빚이 얼마나 되는데?”

“지금까지 어느 정도 변제하고 묻어두고 한 게, 도합해서 1,300 골드 정도 되지.”

‘어우, 빚도 어마어마하네…….’

어마어마한 숫자에 대충 짐작은 했던 네마냐도 흠칫 놀랐다. 대형 영지가 거의 1년 반을 운영할 만한 금액을 빚으로 내는 셈이다. 아마도 일반적인 영지의 수입 정도라면 이자조차 내기 버거웠을 터였다. 그러나 바가반드, 특히 에살하톤과의 특수한 관계를 고려하면 빚은 많다고 해도 나쁠 건 없었다.

“아니. 빚은 갚지 않는다. 지금 국고에 있는 돈은 선납금이라서 앞으로 한 2년 동안 들어올 게 미리 들어온 거야. 지금 빚을 갚는데 다 써 버리면 정말 필요한 순간에 식량이나 무기를 만들 수 없을 거야.”

“하지만 빚이 이 정도나 되면 불안한데. 매번 8%짜리 이자로만 100골드 가까이 나가니까.”

“그러면 원금은 이자만큼만 갚도록 하자. 우리와 보두앵 상단만큼 특수한 관계라면 오히려 적당한 빚을 두고 있는 건 좋은 일이거든.”

적당한 빚. 액수가 적당하다기보단 관계를 어쨌든 이어 두기에 적당한 빚이란 소리다. 사람의 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진다지 않았나? 돈 문제로 엮인 두 주체가 꾸준히 만나기 위해선 돈으로 두 세력을 묶는 방법이 필요하다.

‘돈 문제로 반드시 만나야만 하는 관계……. 그건 당연히 빚쟁이와 채무자지. 그리고 급하게 만들어서 알아서 달려오게 만들기 위해선 보두앵을 빚쟁이로 만들어야 할 테고.’

빚으로 상대방을 이쪽에 매이게 묶는다. 그러면 결국 빚이 오히려 바가반드의 지속적인 번영을 유지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계속 받아낼 빚과 이자를 위해서라도 에살하톤은 바가반드와의 동맹을 강화할 테니.

“음……. 사실 정확하게 이해되진 않지만 네가 그 정도로 확신을 한다면 가능한 이야기겠지. 이번 달 공장에 공급할 원재료 주문을 넣을 때 함께 넣을게.”

“고맙다. 그래도 네가 있으니까 이런 일들도 그냥 말만 뱉어도 되니 고맙네.”

네마냐는 의자에 깊숙이 몸을 파묻으며 고개를 머리받이에 기댔다. 편안한 감각 너머로 여전히 해야 할 수많은 일들이 떠올랐다.

“아, 그렇지. 내친김에 토지 위주로 아직도 준비되어 있는 조세 제도랑 봉급 제도도 다 바꿔야겠어.”

“뭐, 또 일을 만들겠다고?”

“설마.”

미하일이 버럭 화를 냈다. 네마냐는 고개를 저으며 쓸 만한 서기관 몇 명만 붙여 달라고 얘기했다. 미하일은 지금 기술 공방, 대규모 공장단지, 현행 세금과 봉급 문제를 감당하는 것만으로도 24시간이 모자랐다.

“내가 네 사정을 모르겠냐. 괜찮은 재무 쪽 서기관 몇 명만 붙여 주면 내가 적당히 초안을 짜 볼게. 그나마 영지에 붙어 있을 때 이런 일이라도 해 둬야지.”

“큼……. 사실 재무 쪽 서기관도 부족한 상황이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조세법 쪽 전문가를 하나 붙여 줄게.”

“고맙다. 이번 달 작업만 끝나면 며칠이라도 좀 쉬다 와. 이번 주 안으로 새로 공고를 내서 영지 관력 인원과 경비병을 두 배로 충원할 생각이니까.”

모처럼 네마냐의 제안이 미하일의 열렬한 환호를 받는 경우였다.

“드디어 내 일거리가 줄겠구나! 그런데 병력까지 대폭 늘릴 생각인 건가?”

“고블린이 우선은 국경 밖으로 나갔다지만 머지않아 곧 다시 남하하려 들 거야. 그 전에 우리가 병력을 최대한 모아서 반격해야지.”

“흠, 원정을 이야기하는 걸 보니 심지어 값비싼 병사들 위주로 모을 생각이군. 그걸 다 채우려면 대체 광산을 얼마나 파야 할지 감도 안 잡히지만.”

네마냐가 지금도 완료하지 못한 채 남겨 두고 있는 미션, ‘병력 충원’을 위해선 꼭 필요한 일. 이미 정령사 부대는 바가반드 소속으로 돌려 운영하기로 약속을 받아 놓아 마법 전력은 충족한 상태였다.

“다행히 마법 전력은 정령사로 다 채웠으니 다행이지. 기사와 일반 병력을 증강하는 건 그렇게 크게 돈이 들진 않을 거야.”

“참, 정보대 쪽 보고는 들어 봤어? 바흐람이 그동안 밀린 정보 분석을 전달하겠다고 벼르고 있던데.”

“하아…… 정보대도 있었지 참. 하지만 지금 당장은 만나긴 어려울 거야. 지금은 당장 마법연구소에서 확인해 볼 게 있거든.”

마법연구소. 마법학은 지난 수백 년, 천 년 이상 지속된 마법 연구의 역사를 담고 있었다. 과거의 실패와 분석 논리를 알고 있어야 앞으로의 마법 연구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지.

“그래. 그럼 정보대장한테는 따로 찾을 때까지는 대기하라고 말해 두지.”

“고맙다. 그럼 나중에 서기관 고르면 나한테 바로 연락 주고, 인원 채용은 언제든 바로 시작해. 인력 필요하다는 부서 나오면 언제든 바로 포함하고.”

가장 귀중한 인적 자원인 재무관의 어깨를 두드려 준 뒤 네마냐는 방 밖으로 나섰다.

“하도 이것저것 일이 많으니 그것도 까먹고 있었네. 인간 사쿠라, 아니 프락치들. 고블린을 도와 동족인 인간들에게 함정을 팠던 놈들. 그놈들이 대체 어떤 놈들인 건지 빨리 알아내야 할 텐데.”

미스테리였다. 이건 정보대에서도 좀처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떻게 그걸 알고 있냐면, 그 문제 관련한 첩보 한정으로 자신에게 묻지 말고 찾아오라고 허락했기 때문이다.

“후……. 그 꼼꼼한 바흐람이 아직 찾지 못할 정도면 정말 꼭꼭 숨겨 놓은 존재거나, 우리 손이 닿지 않을 정도로 깊은 곳에 뭔가 있다는 소리일 텐데.”

“오, 영주님! 돌아오셨군요!”

“아…… 반갑군요.”

지나가던 중견 서기관들이나 초창기부터 근무해 온 위병들이 네마냐를 알아보고 인사했다. 네마냐는 미처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이 사람들의 인사를 받느라 홍역을 치렀다.

“휴, 이거 이미 사람이 한참 늘어나서 바깥을 돌아다니는 것도 골치 아프군.”

결국 네마냐는 챙겨오길 잘했다며 짙은 푸른색의 로브 모자를 머리끝까지 덮어 썼다. 그리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마법연구소의 별채 도서관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성국에선 트라야브나 성녀가 자체적으로 자료를 조사해 본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제 네마냐에게 남은 건 직접, 이 마법학 연구의 자료가 집결된 도서관을 뒤지는 것이었다.

* * *

“어서 오십시오, 무엇을 도와드…… 엇!”

“뭐야, 바바스 씨였네? 잘 지냈어?”

마법학 연구소 부속 도서관은 오늘도 변함없이 한적했다. 소장된 책들이 지루한 마법학 이론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일반인들이 관심을 가질 법한 마법 주문과 관련한 책들은 이곳이 아니라 일반 공개 도서관에 있었다. 그러니 가끔 들르는 연구소 소속 학자가 아니라면 도서관을 이용할 일 자체가 별로 없었다.

“사람이 거의 없네?”

흘끗거리며 도서관 곳곳을 눈여겨보는 네마냐의 물음에 반쯤 졸다 일어난 바바스는 멋쩍게 머리를 긁었다.

“연구소 일이 아니라면 굳이 찾아올 사람도 없습니다. 진짜 마법학 전문 서적이나 이론서들이 많거든요.”

“알 만하네.”

대학도서관의 최다 대출 목록을 보면 대부분 판타지 소설이거나 흥미성 책들이 대부분. 그걸 생각하면 가뜩이나 문해율과 진학율도 처참한 이 세계가 다를 이유는 없었다. 네마냐는 다시 한번 서준일 때의 세계와 비슷한 모종의 익숙함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영주님께선 갑자기 이곳 도서관은 어쩐 일이십니까? 어제쯤인가 돌아오셨단 이야기는 전해 들었습니다만.”

“응, 나도 좀 찾아봐야 할 게 있어서. 마법학 부속도서관이니까 역사서 중에 좀 희귀한 자료도 있겠지?”

“어…… 물론입니다. 하지만 자료가 워낙 방대해서 원하시는 내용을 찾기 쉬우실지 걱정입니다.”

“얼마나 되는데, 자료가?”

잠시 손가락을 꼽아보며 바바스는 무어라 숫자를 외우기 시작했다.

‘아니, 한참 계산을 해야 할 정도라고?’

네마냐가 잠시 기다리고 있으려니 바바스는 손가락 여러 개를 펼쳐 보이며 담담하게 말했다.

“대략 이백오십 권 정도 되는 역사 서적이 있습니다. 마법학 관련된 부분이 대부분이긴 한데 그래도 거의 육십 권 정도는 일반 역사서도 있을 겁니다. 하나같이 희귀본이죠.”

“육십 권이라, 하하…….”

이곳 세계의 책들이 물론 서준일 때의 세계처럼 책 한 권 읽는 데만 며칠씩 걸리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래도 육십 권은 너무 많았다.

“혹시 그중에 고블린이나 고블린이 사는 지역에 관해 기록한 것들은 없을까?”

“음, 오니아스 대마법사의 저술은 읽어 보셨습니까? 당장 생각나는 건 그 정도인데.”

“『우리 세계 너머의 역사』라면 다 읽어 봤지. 그거 말고 다른 책은 없어?”

“으음. 보통 사람들이 찾으면 그 정도나 읽기 때문에 달리 기억엔 없습니다. 괜찮으시면 자료를 모아서 가져다 드릴까요?”

네마냐는 고개를 저었다. 직접 서고로 들어가서 찾아볼 생각이었다. 만약 역사서에 직접 없다고 해도 비슷하게 분류된 책에서라도 우연히 자신이 원하는 이야기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니.

“괜찮으면 내가 직접 서재에서 찾아봐도 될까? 굳이 역사서가 아니더라도 비슷한 분류에서 힌트를 찾을지도 몰라서.”

“좋습니다. 그럼 안내해 드리죠. 어둡긴 한데 불을 밝히면 그럭저럭 보실 만할 겁니다.”

“미리 감사를 드리지. 혹시나 모르니 자료 읽는 데 도움도 주면 겸사겸사 좋고.”

호롱불을 든 바바스를 대동한 네마냐는 그렇게, 한층 세계의 어두운 비밀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172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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