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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더하기 회귀는 먼치킨-119화 (119/200)

119화

“두 명이 상처를 이기지 못하고 끝내 스러졌습니다. 그나마 성정석 과부하로 목숨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사후 조치가 늦었습니다.”

“두 명…….”

바가반드 영지 최초의 희생자가 나왔다. 그것도 전투가 아니라, 그나마 안전하리라고 생각했던 정찰 임무였다.

“설마하니 녀석들이 이렇게 대놓고 별동대를 부릴 줄은 몰랐습니다.”

뒤따라 배를 타고 따라온 헤누크의 소감이었다. 네마냐는 고개를 저으며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아니야. 상대가 만만치 않은 상대로 하야스단을 인식했다면 오히려 이렇게 더 잔인하게 나올 수 있다는 것도 짐작했어야 했지.”

“총독부에서 제대로 대비하지 않은 탓 아닙니까. 영주님께서 죄책감을 느끼실 일은 아닙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고블린을 경계해야 한다고 총독부에 전달했었다. 경비 병력조차 증강되지 않았다는 건 총사령관 니키타스가 손을 놓고 있었다는 증거였다.

“어리석은 양반. 내 말이 듣기 싫은 건 싫은 거지 최소한의 대비조차 하지 않았다니. 제국군의 병력은 지금 어디에 모여 있지?”

“마지막 정기 훈련을 떠난 지 얼마 안 되었을 겁니다. 목적지는 아라가트라고 하더군요.”

“마탑이 있는…….”

네마냐와 헤누크는 이야기를 끝내자마자 남서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자욱하게 구름이 끼어 있는 아라가트 산이 보였다.

“친구.”

“왔어, 키마라스?”

하라드와 잠시 자리를 비웠던 키마라스가 돌아왔다. 다들 키메라는 어디 가고 의문의 마법사가 온 건지 궁금할 만한데 의문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것. 기본적으론 나를 신뢰한다는 뜻이겠지.’

최근엔 자신을 따라 키마라스도 곳곳을 다녔기 때문에 사람들 눈에 익숙해진 덕도 물론 크다. 키마라스는 주위에 낭자한 핏자국을 보더니 소매로 코를 틀어막았다.

“고블린이 이곳까지 들이닥친 건가? 아주 역한 냄새가 진동하는군.”

“여기뿐만이 아닌 모양이야. 사방으로 고블린 별동대가 흩어져서 닥치는 대로 살육과 방화를 저지르고 있어.”

“정말 자비와는 거리가 먼 녀석들이군. 자네가 내어준 오니아스의 책과도 많이 달라.”

“당연하지. 하지만 이게 고블린의 본질적인 문제라고 생각하진 말아줘. 분명히 우리와 함께 손을 잡고 저들을 치려는 고블린들도 있으니까. 아니, 이제는 오크라고 불러줘야 하나? 나코르잔의 우리 동맹은 영양이 충분해서 덩치부터 다르니까.”

이제 ‘고블린’이란 이름은 너무나 오염되고 더러워졌다. 나코르잔의 고블린들도 그걸 오랫동안 골칫거리로 안고 있었다. 마침내 그들은 네마냐와 방문과 이후 타위비크와의 문호 개방을 통해 결심했다.

[고블린의 분열]

[더는 고블린이 단일한 종족으로 불리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나코르잔 평원에 사는 부족은 충분한 영양을 바탕으로 타 고블린의 두 배 가까운 신장과 힘을 자랑합니다. 오크족의 나라, 오체나시움의 시작입니다.]

‘오크…….’

자신이 알고 있었던 기존 판타지 세계관들에도 고블린, 오크와 같은 비인간 종족이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처음부터 나뉘어 그저 존재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여기선 고블린으로부터 시작해 서서히 나뉘는 순간을 지켜보는 셈이군.’

그리고 그 아래에는 주가시빌리로부터 막 입수한 ‘오르그’에 대한 정보도 추가로 입력되었다. 시스템이라고 해서 네마냐 자신이 모르는 정보가 입력되지는 않는다. 최소한 어떤 단서를 얻은 뒤에나 활성화되는 모양이다.

[오르그]

[최초의 오르그들은 돌연변이로 받아들여져 고블린 군단에서 격리당했습니다. 그러나 오르그족 출신인 우레이미야가 대족장이 되어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이제 고블린 군단의 지배 종족은 오르그가 되었고 더는 전사형 고블린으로 불리지 않습니다. 그들은 판단력은 오크에 비해 떨어지지만, 힘과 파괴 본능은 훨씬 더 강합니다.]

이제부턴 네마냐로서도 바짝 긴장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 지난 몇 달 동안 인간은 나름대로 전쟁을 준비하고 몇 번의 전초전에서 적 군단의 계획을 꺾었다.

“녀석들을 조금 과소평가했어. 이 정도 타격에 오히려 더 오기로 나선 거지. 전쟁은 정말 치열하게 벌어지겠어.”

헤누크는 이야기를 들으며 복잡한 표정이었다.

“정말 골치로군요.”

치열한 전쟁이 되리란 건 당연히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럴 만한 것이, 번번이 쉽게 하야스단을 빼앗을 전략을 틀어막고 힘을 하나로 모은 자신의 행동 때문이었다. 그에 대한 견제심리로 우레이미야 역시 더 폭력적으로 대할 것은 자명했다.

“놈들이 더 농촌을 습격하기 전에 우리 군이라도 움직여야겠어.”

“그럼 당장 성도나 다르빌로 가시지 않을 생각이십니까?”

알리테스 녀석이 부상당한 주가시빌리를 들쳐메고 후방의 나룻배로 향하고 있었다. 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로 헤누크의 질문에 답했다.

“지금 급한 건 그 두 도시가 아니야. 도시는 오히려 방어시설이 든든해서 놈들도 섣불리 건드리지 못하지. 급한 건 주변 농촌이야.”

미하일에게 정찰대 임무를 넘겨주면서 가볍게 생각했던 이유는 분명하다. 회귀하기 이전 고블린 군단의 전략은 먼저 전격전 스타일에 가까웠다. 최대한 빠르게, 많은 중심지를 타격하고 점령하여 하야스단 사람들이 대응하지 못하게 마비시키는 것.

“불과 반년 전만 해도 분명히 고블린들은 그걸 노리고 있었어. 바가반드 영지의 우회로를 확보해서 거길 바탕으로 제국 총독부를 마비시키고 다르빌과 켈리도니온을 치는 전략이야.”

“그중에서 마시스 산을 오염시켜 총독부를 치는 것까진 성공했죠.”

고개를 끄덕였다. 거의 성공한 전략이었다. 다만 다르빌을 지켜내고 마시스 산을 탈환해서 막았을 뿐이다. 거의 손안에 들어온 성공이 좌절되었으니 그만큼 적의 약도 바짝 올랐을 것은 확실했다.

“그렇다면 이제 적은 인간의 중심 요충지를 치는 것을 포기하고 전략을 바꿨겠지. 요충지를 먹여 살리는 농촌을 말려 죽이는 방식으로.”

“성공했다는 증거이긴 한데, 그런 것치고는 앞으로 손 쓸 데가 많겠어.”

가만히 듣고 있던 키메라, 아니 키마라스가 아무렇지 않게 절박한 과제를 짚어 주었다. 씁쓸하게 그런 지적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도 그게 차라리 다행인 거지. 더군다나 당신도 도와주러 왔으니까.”

“흠.”

긍정인지 부정인지 모를 미묘한 신음을 흘린 키마라스는 마시스 산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네마냐는 잠시 그를 지켜보다 헤누크에게 시선을 돌렸다.

“본대도 지금쯤은 출발했겠지?”

“소식이 없다면 무조건 관문을 떠나 총독부 경계까지 도착하라는 지시는 내렸습니다. 지금쯤 도착해 있을 겁니다.”

“마구 준비해 두고 잠깐 기다려. 내가 새로 명령서를 써 줄 테니까 그대로 본대에 전해 줘.”

“네, 알겠습니다.”

고개를 조아린 헤누크는 곧바로 자신의 말로 돌아가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영주를 뒤따라 배를 몰고 왔던 정보대 간부가 하나 다가섰다.

“주군. 정보대입니다. 작전에 변경이 있다면 바난드에도 알려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잠깐 따라와.”

네마냐는 근처를 두리번거리더니 눈에 딱 띄는 그루터기에 다가가 앉았다. 그리곤 허리춤에 차고 다니도록 개조한 넓적한 필통과 그 속에 말아놓은 작은 종이를 꺼내 들었다.

“내가 지금 적는 이 밀지를 최대한 빨리 바난드로 전달해 줘. 수신인은 국왕 대리인 엘레나 바그라트.”

“알겠습니다.”

간부는 빠르게 정보를 확보한 뒤 종이를 받아들었다. 순간 새로운 종이의 질감이 낯선 듯 만지작거렸다.

“처음 만져 보지? 영지에서 이제 새로 공급하게 될 종이야. 파피루스보다 제법 튼튼하고 양피지보다 훨씬 저렴하지. 앞으로 가장 많이 보게 될 거야.”

“이게 그 알마스트 님이 비밀리에 전수하셨다는. 정말 요 일 년 동안 엄청나게 많이 바뀌는 걸 느낍니다.”

“그 덕분에 여기까지 온 거지. 잘 부탁해.”

사방으로 연락을 보냈다. 영지군의 본대는 이제 막 주민들의 눈물 어린 환호를 받으며 출발했을 것이다. 깃펜을 필통에 넣어 정리하면서 네마냐는 다음으로 연락할 곳을 떠올렸다.

“성국과는 직통으로 연결 가능한 통신구를 받아 놨지. 일일이 사람을 보낼 필요가 없어서 그건 낫군.”

성국 방면은 이미 고블린 유격대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난장판이 되었을 게 뻔했다. 그보다 훨씬 후방인 제국 총독부의 마을들이 잿더미가 될 정도니까. 그렇다면 다소 도청의 위험은 있더라도 영상구 통신이 나았다.

“빨리 거기에도 연락을 해 둬야겠지.”

다시 근처에 매어둔 말에게 다가가 말안장 한쪽 주머니에 담아둔 영상구를 꺼냈다. 몇 번 정도 다이얼을 돌렸다. 성녀를 상징하는 X 표시에 맞추고 다른 몇 가지 다이얼도 미리 약속한 대로 맞추었다.

―지잉!

컴퓨터처럼 전기로 작동하는 듯 소리를 내는 영상구. 곧 굴곡진 표면에 성녀의 모습이 드러났다.

“트라야브나 님!”

“네마냐 경이시군요. 기다렸어요. 이제 성국 근처까지 도착하셨나요?”

연신 성녀는 영상과 창문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곧바로 네마냐가 도착하길 기다리는 모양이었다.

“아닙니다.”

“조금 늦으시는군요. 그래도 지금쯤은 거의 다 오셨겠죠.”

아쉬워하는 성녀에겐 미안하지만 네마냐는 조금 더 가혹한 대답을 건넸다.

“음, 이런 말씀을 드려 송구스럽군요. 당분간 바가반드 군은 도착하지 않을 겁니다.”

“오지 않으시겠다니요? 암피에르 조약군을 발동시키라고 권한 게 바로 경 아닙니까?”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돌아가는 사정은 우리가 한데 뭉쳐 있을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럴 수가……. 경과 바가반드 군이 없다면 당장 켈리도니온 근방을 지킬 병력이 없어요!”

호소하는 목소리는 절박했지만 네마냐는 우선 침착하라며 다독였다.

“켈리도니온과 다르빌 사정이 급하다는 건 압니다. 하지만 먼저 주의해야 할 부분이 따로 있습니다.”

“그게 무엇인데요.”

“농촌입니다, 농촌. 최근 성국에서도 도시 밖에 수시로 적마정석으로 사건 사고가 잇따르지 않습니까?”

“맞아요. 그래서 가기크 백부 이하 우리 감찰 신관들이 수시로 순찰 중이랍니다.”

네마냐는 고개를 저었다.

“이제는 신관회 조직만으론 대처가 불가능할 겁니다. 군대를 오히려 내보내서 농촌을 지켜야 합니다.”

“뭐라고요? 설마…… 고블린들이 농촌을 먼저 제압하려고 한다는 건가요?”

“아마 모르긴 몰라도 성국 농촌도 변방에서부터 공격에 노출되었을 겁니다. 지금 당장 기사단 병력을 포함해서 사방 농촌에 배치시키는 게 좋을 겁니다.”

트라야브나는 관자놀이를 짚었다. 녀석들이 정말로 도시나 요새를 노리는 게 아니라 이제 농촌부터 공략하는 것으로 바꿨다고?

“당신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건 보통 일이 아니군요.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나눴던 그때의 일이죠, 분명?”

“고블린 정착지를 위한 인간 문명의 제거.”

“하아. 그런 날이 언젠가 오지 않을까 했지만 정말……. 이젠 좋은 날은 다 갔군요.”

어깨를 으쓱했다. 농담 같은 위안은 무너지는 현실을 잘 아는 두 사람에겐 의미가 없다.

“누구나 이제는 분명하게 느낄 겁니다. 적어도 이젠 우리가 움직이는데 방해될 사람은 없을 겁니다.”

“휴, 알겠어요. 그렇다면 후방부터 일단 정리하면서 오시겠군요. 바세안 평원?”

바세안(Basean) 평원. 콜라케르트의 제국 총독부가 돈도 내지 않고 공짜로 점령 중인 곡창지대의 다른 이름이었다.

“그렇습니다. 지금 현재 첩보로 보아하니 녀석들의 공격을 받는 곳은 세 군데입니다. 다르빌과 이곳 바세안 그리고 후방의 제국군 전초기지입니다.”

“그럼 우리가 두 군데를 우선 막게 되겠군요. 그것도 내 가장 유력한 오른팔이 자기 후계권 찾으려고 떠난 사이에.”

“하하. 곧 엘레나도 도착할 겁니다. 또 전해 드릴 게 있다면 연락드리죠.”

“영상구를 드리길 잘했네요. 또 연락해요.”

성녀의 농담 덕분에 그래도 대화의 마무리는 부드럽게 끝낼 수 있었다. 스트레스는 이미 풀 스로틀을 당긴 상태니 이렇게라도 하루하루 버티는 것이 최선이었다. 조금 떨어진 곁에선 키마라스와 하라드가 자신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키마라스. 오늘도 나를 많이 도와줘야겠어. 이번엔 인간 마법사가 아니라 성수 키메라로서 도움이 필요해.”

“괜찮겠나? 내 모습이 노출되었다간 불편한 일에 엮일 수도 있을 텐데.”

“아니. 괜찮을 겁니다.”

하라드의 말에 두 사람의 시선이 돌아갔다. 잠깐 움찔하더니 영지 수석 마법사는 다시 담담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오히려, 전방의 고블린과 후방의 반역자들을 다스릴 좋은 기회로 만들어 보자고요.”

“좋은 기회…….”

“무슨 말인지 듣자마자 대강 알 것 같군.”

하야스단의 정당한 통치 권력을 상징하는 성수, 키메라. 그 존재의 분노한 날개가 허공을 덮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하는 건 매우 쉬웠다.

“마을을 수습하는 사이에 좀 더 자세하게 들어볼까. 근처 집에서 이야기해 보자.”

“분부대로.”

세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게 된 그 마을의 이름은 아르헤(Arxe)였다. 그 뜻은 시초, 시작. 고블린의 공격에 대한 인간들의 첫 조직적인 저항이 여기서 시작되었다. 그것이 단순히 우연인지 아니면 운명의 예정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을 것이었다. 적어도 당분간은.

- 120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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