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검사, 마피아 되다-302화 (302/325)
  • 302화. 권력의 욕망 (2)

    “우리는 이것을 아이폰이라고 부릅니다.”

    2007년에 등장하게 되는 아이폰은 온 세계의 각광을 받았다.

    스티브 잡스의 뛰어난 언변과 프레젠테이션으로 아이폰의 가치는 상승했으며, 아이폰이 선사하는 새로운 기술력은 모든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스마트폰 경쟁이 드디어 시작된 것이다.

    “이것이 미국에서 넘어온 올마이티 원이라는 무기입니까?”

    “예, 바로 이겁니다.”

    국방부 장관 김관용과 더불어 합참의장부터 각 사령관들이 모여 올마이티 원을 보며 감탄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것을 미국에서 한국으로 옮기기까지 걸린 시간이 3개월. 기술자들을 불러 조립하는 데에만 또 3개월을 허비했다.

    거의 반년을 들여 가져온 무기인 만큼, 그 성능은 의심할 바가 못 된다.

    “올마이티 원이라는 이름답게, 이 무기로 자연재해를 조작할 수가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지진입니다. 하지만 이 무기를 구태여 한국으로 옮긴 이유는, 우리의 타깃이 일본이기 때문이죠.”

    “일본이요?”

    “예, 저는 이 무기를 이용해 일본에 대지진을 일으킬 생각입니다. 아직 이 무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모르니까요. 그리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해보니, 일본에 지진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미국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작동을 시켜야 한다고 하더군요. 또 잘못 실수를 하게 되면 우리나라도 피해를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 미세먼지가 심각한 수치까지 올라가 인공 강우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게 된다. 우리 인간이 인조적으로 비구름을 만들어 비를 내리자는 건데, 이로 인한 나비효과가 굉장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아진다. 실제로 인공 강우를 만들자마자 날씨 이상이 생겨난다. 물론, 전문가들은 인공 강우 때문이 아니라고 부정을 하지만.

    이 올마이티 원을 이용한 대지진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어떤 영향을 이 세계에 끼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이 완벽하게 통제되는 무기라면 핵폭탄 이상으로 효과가 굉장한 무기가 될 것이다.

    “아베가 새로 정권을 잡으면서 현재 일본과 우리는 굉장히 사이가 틀어졌습니다. 독도 문제도 여전히 시끄럽고요. 아베는 우리와 협력할 생각이 없을 겁니다. 그들에게 따끔하게 교훈을 알려주기 위해서라도 이 무기를 써야겠습니다.”

    딱히 아베를 견제하기 위해 이 무기를 쓰는 것이 아니다. 그냥 이 무기의 성능을 알아보기 위해 쓰는 것일 뿐. 내가 정말 아베를 굴복시키기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지 않는 것은 앞으로 일본은 실험용 쥐 신세이기 때문이다.

    실험용 쥐 따위에게 신경을 바짝 쏟을 여유는 없다.

    이번 올마이티 원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베리칩 실험부터 다양한 실험이 기다리고 있다.

    “일본을 지진으로 무력화시킨다라……. 이게 가능하다면 정말 대단한 일이 될 겁니다. 핵폭탄 그 이상의 무기가 될 거예요.”

    장성들은 감복한 얼굴로 거대한 올마이티 원 시설을 둘러보았다.

    어느 정도 조사가 끝나면 올마이티 원이 빛을 보게 될 터. 실험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난 그야말로 신의 지팡이를 갖게 되는 것이다.

    * * *

    “드미트리에게 연락을 먼저 걸어보았습니다. 그런데 그쪽 반응이 워낙 미지근해서 자세한 이야기는 꺼내지 못했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와 연락을 취한 다니엘 로페즈는 실소를 터뜨리며 말을 이었다.

    “상대 반응이 왜 그런가 해서 따로 알아봤더니, 블라디미르 푸틴이 철저히 드미트리를 감시하고 있었어요. 통화 내용도 전부 녹음하는 것 같더군요. 그때 자세한 얘기를 꺼내지 않은 게 다행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기로 했습니까?”

    “따로 연락을 취할 방법을 찾아 드미트리와 간신히 연락이 닿았습니다. 제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더군요. 자신이 감시받고 있다는 걸 아는 터라 그런지 불안해 보이기도 했고. 하지만 우리의 제안을 깊이 생각해 본다고 합니다. 아무리 권력이 주어져도 매번 감시받는 삶을 살고 싶진 않겠죠.”

    내 예상대로 드미트리는 2인자 삶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다. 거기다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받고 있으니, 단 하루도 맘 편히 지낼 수 없을 터. 그래서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이려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드미트리가 정권을 잡는다고 해도 그 밑에 있는 사람들이 문제입니다. 푸틴을 열렬히 지지하며 나중에 제2의 푸틴을 꿈꾸는 KGB 출신 간부들 말입니다. 그들은 드미트리를 지금도 못 마땅하게 바라보고 있는데, 우리가 만약 푸틴을 몰아내고 드미트리를 내세운다면 어떤 식으로 반격을 가할지 모릅니다.”

    김아름의 말도 맞다.

    드미트리를 러시아 최고 권력자로 내세우기 위해서는 그 밑에 있는 놈들도 깡그리 제거를 해야 마음이 놓인다. 그래야 러시아를 우리 마음대로 조종할 수가 있다.

    “대통령님.”

    한창 화상 회의를 하는 중에 류정한이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왔다.

    내가 화상 회의 중일 때 유일하게 이곳에 출입할 수 있는 인간이 바로 류정한이다. 그가 내게 중요한 소식을 전달해 주기 때문이다.

    “지금 많이 바쁜데. 급한 일인가?”

    “예, 러시아 푸틴 총리가 외교적 문제 때문에 방한을 하겠다고 전문을 보내서…….”

    나는 눈을 껌뻑이다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아무래도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인 것 같다.

    “여러분.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죠. 조만간 돌아오겠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푸틴이 한국에 오고 싶다는군요.”

    “예?”

    이렇게 뜬금없이 푸틴이 갑자기 한국을 방문한다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우리의 계획을 눈치라도 챈 것일까?

    * * *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아닙니다. 대…… 아니, 이제 총리님이라고 불러 드려야겠죠?”

    “하하, 어차피 곧 있으면 다시 대통령이 될 겁니다.”

    푸틴과의 만남은 초고속으로 진행되었다. 연락한 지 일주일도 안 돼서 이놈이 우리나라 땅을 밟고 있으니 말이다. 그만큼 푸틴이 급하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한다.

    그는 나와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며 카메라 앞에 섰다. 그렇게 서로 할 말이 있음에도 하지 않은 채 불편한 점심 식사를 끝냈다. 그러다 우리 둘만의 시간이 찾아왔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내 쪽이었다.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푸틴은 잔에 담긴 커피를 음미하다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몰라서 묻는 겁니까, 아니면 알면서도 모르는 척을 하는 겁니까?”

    푸틴은 날 날카롭게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골든 연합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를 이용하려는 걸 제가 모를 줄 알았습니까?”

    역시, 이 사람은 우리의 계획을 눈치챈 것이다.

    하긴. 혼란스러웠던 러시아 정치권을 정리하고 당당히 1인자가 된 사람이다. 눈치 하나는 기가 막히게 빠를 터.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사이 정보가 새어 나간 것일 수도 있고, 드미트리가 우리의 제안을 푸틴에게 일러바친 것일 수도 있다.

    과정이 어찌 되었든, 푸틴이 우리의 계획을 알고 있는 이상 그를 몰아내려는 작전은 진행하기가 매우 어렵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여유를 잃으면 안 된다. 최대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 한다.

    “드미트리라……. 우리가 컨택을 취한 게 고작 드미트리 혼자겠습니까?”

    드미트리 말고 아직 연락을 취한 사람이 없지만, 그걸 굳이 푸틴에게 알려줄 필요는 없다. 나는 너보다 더 많은 정보망을 가지고 있다는 걸 과시하며 속여야 한다. 그래야 상대가 나를 우습게 보지 못할 테니까.

    “우리 귀찮은 기 싸움은 여기까지 합시다.”

    푸틴은 내게 몸을 기울이며 말을 이었다.

    “어차피 그쪽이 발버둥을 쳐봤자 날 배신할 사람은 없어. 설사 배신한다고 해도 내가 그냥 쓰러지지도 않고. 그러니까 속 시원하게 각자 원하는 걸 말해봅시다.”

    1999년도부터 러시아를 다스려온 사람이다. 수많은 위협에서 버텨내며 지금까지 달려온 사람이라는 건데, 내가 죽이기 전까지 이 사람의 제국은 영원할 터.

    “제가 원하는 바가 뭔지 아실 텐데요? 미국으로부터 시작된 베리칩 열풍은 온 세계를 뒤엎게 될 겁니다. 처음에는 거부감을 느끼며 다들 쉬쉬 하겠지만, 아시다시피 달러가 곧 철폐돼서요. 거기다가 유렵의 화폐도 철폐가 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러시아 혼자 외톨이 신세가 된다?”

    “예, 러시아 혼자 겉도는 수밖에 없어요. 그나마 우군이라는 중국과 북한도 모두 제 편입니다. 그들도 베리칩을 상용화하기 시작했고, 모든 화폐를 철폐시킬 겁니다. 이런데도 러시아는 이 시류에 따르지 않는다는 겁니까? 핵전쟁으로 협박을 하겠다는 생각은 접으세요. 핵은 러시아에만 있는 게 아니니까요.”

    푸틴은 어깨를 으쓱이며 몸을 소파에 기댔다.

    “베리칩 상용화……. 솔직히 그리 나쁜 계획은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러시아 국민들은 오롯이 나의 국민들이에요. 다른 사람이 그들을 감시한다는 건 두고 볼 수가 없군요.”

    감시를 해도 자기가 하고 죽여도 자기가 죽이겠다는 건가?

    “베리칩 상용화를 러시아에서 허락한다면 모든 기술력을 우리 러시아에게 넘기고, 통제권도 우리에게 넘겨야 할 겁니다. 러시아 국민들은 우리 정부에서 관리할 테니, 골든 연합에서는 신경을 끄라는 거죠.”

    푸틴이 여기까지 온 건 나와 담판을 짓기 위함이었다.

    베리칩 상용화를 허락하겠지만, 통제를 하는 건 자기가 하겠다는 것이다.

    “거절한다면요?”

    “어쩔 수 없지. 아마겟돈을 이 손으로 시작하는 수밖에.”

    “진심이십니까?”

    “어차피 우리만 베리칩을 맞고 있지 않으면 러시아는 도태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런 꼴을 보느니 차라리 다 같이 죽는 게 낫습니다.”

    어투를 보니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진 않다.

    한다면 하는 사람이니까.

    그렇다면 이제 결정권은 내게 넘어왔다.

    “푸틴 총리님. 제가 뭘 꿈꾸고 있는지 아십니까? 바로 전 세계가 하나 되는 겁니다.”

    “그게 무슨 소리죠?”

    “모두가 하나 되는 세계 말입니다. 인종과 언어의 장벽을 허물고 더 이상 한국과 러시아가 아니라 세계 정부라는 이름하에 모두가 하나로 모이는 겁니다.”

    “그런데요?”

    “세계 정부가 출범되면 세계 대통령이 선출될 거예요. 모든 국가에 똑같은 법안을 적용하고 똑같이 발전된 문명을 이룩해 주는 것이죠. 하지만 이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아주 중요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푸틴은 내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가진 야망이 무엇인지를 푸틴에게 말하면서 난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뭘 해야 러시아를 굴복시킬 수 있는지를 말이다.

    “지금 세계는 온난화와 쓰레기 문제 때문에 신음하고 있어요. 세계 정부를 출범시키는 건 이 모든 걸 해결하기 위함입니다.”

    “갑자기 그런 얘기를 하는 이유가 뭡니까? 세계 대통령이라도 되겠다는 겁니까?”

    “뭐, 아직은 계획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푸틴 총리님의 제안, 받아들이겠습니다. 모든 베리칩 기술력과 러시아 국민 통제권을 넘겨드리죠. 대신, 우리 골든 연합에 협조를 해주십시오.”

    내가 순순히 받아들이자 푸틴은 의심의 눈초리를 띠었다. 하지만 당신이 백날 의심한다고 해서 내 계획을 알아낼 순 없을 것이다.

    “다른 뜻이 있어서 이러는 게 아닙니다. 푸틴 총리님의 뜻을 제가 존중하겠다는 겁니다. 그리고 저도 애써 공들여 놓은 모든 게 핵전쟁으로 끝나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푸틴과 손을 맞잡았다.

    지금은 겉으로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푸틴을 제거할 계획을 완성시키고 있었다.

    푸틴을 이렇게 보는 건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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