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검사, 마피아 되다-266화 (266/325)
  • 266화. 프로젝트 결함

    카드사 인수도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고, 빌려준 돈들이 하나둘 돌아오고 있었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빚 독촉에 시달리며 고통스러워했지만, 언론에는 기사 한 줄 나가지 않았다. 오직 불법 대북송금사건에 대한 일과 더불어 여러 정치인들이나 기업인들의 비리 사건만 파헤칠 뿐.

    또한 그런 정치 기사에 질린 사람들은 연예 뉴스에 지대한 관심을 드러내며 카드사 대란 사태는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다. 그런데 엉뚱한 곳에서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회장님, 긴급 사태입니다.”

    북한에서의 연락이었다.

    내가 북한으로 파견한 화진 그룹 지사장, 김기태는 다급한 목소리로 내게 상황을 알렸다.

    “무슨 일이야?”

    “회장님. 갑자기 베리칩들이 돌연 폭발하는 사건이 무작위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벌써 오늘만 500명이 죽었어요. 베리칩을 총책임 하고 있는 연구진도 당황해하고 있는 중입니다.”

    베리칩이 갑자기 폭발하고 있다고?

    완벽하게 통제가 되고 있는 게 아니었나?

    “그게 갑자기 왜?”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일각에서는 베리칩 프로젝트가 실패한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통제 불능이 되어 베리칩을 받은 100만 명이 모두 죽는 건 아닌지…….”

    사태가 매우 심각하다.

    베리칩이 통제가 되지 않는다는 건 앞으로의 일을 위해서라도 결코 좋지 않다.

    “일단 알겠어. 내가 얼른 그쪽으로 갈 테니까, 최대한 수습하고 있어봐.”

    “예, 회장님.”

    나는 얼른 전화를 끊고 비서를 불러 공항에 나갈 채비를 하면서 청와대에 전화를 걸었다.

    다른 나라도 아니고 북한으로 넘어가는 일이지 않던가.

    복잡한 절차를 모두 생략하고 공군으로부터 승인권을 빨리 얻게 했다. 또한 북한 쪽에서도 오인 사격을 하지 못하도록 미리 말을 전달해 놓았다.

    나는 급한 마음에 비서들을 재촉해 전용기에 올라 빠르게 이륙을 시켰다.

    그렇지 않아도 몇 주 후에 시범 운영을 끝낼 생각이었는데, 이런 식으로 일이 터지면 매우 곤란하다.

    * * *

    “어서 오십시오, 회장님.”

    “인사는 나중에. 어떻게 된 일이지?”

    “아… 일단 저희가 인도해 드리겠습니다.”

    나는 베리칩 프로젝트 책임자인 정무문 박사를 만나 브리핑을 들었다.

    “사건이 발생한 건 오늘 낮 12시부터입니다. 현재 오후 5시까지 1,500명의 베리칩이 갑자기 폭발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5시간 동안 1,500의 인명 피해가 일어났다.

    내가 화가 나는 건 1,500명의 목숨이 날아갔기 때문이 아니다. 왜 베리칩이 우리의 통제에 벗어났냐는 것이다.

    “고장입니까? 베리칩이 고장 난 겁니까, 아니면 베리칩을 통제하는 소프트웨어가 말썽을 부리는 겁니까?”

    “그게… 정확한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소프트웨어상에서는 문제없이 돌아가는 것 같다가도 갑자기 폭발해 버리니까요. 현재 연구진들이 조사에 들어갔으니, 조만간 해답이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베리칩이 문제인지, 아니면 소프트웨어가 문제인지 파악조차 하지 못했다. 이 얼마나 답답한 상황인가.

    “그래도 어느 정도 생각해 두신 바가 있지 않겠습니까? 박사님이 베리칩을 만들었을 때, 절대 결함은 없다고 자부했을 텐데요?”

    정무문 박사는 자신이 연구해서 만든 베리칩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그렇기에 그도 이번 사태가 더욱 믿겨지지 않을 것이다.

    “회장님, 제가 볼 땐 소프트웨어의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베리칩에는 이상이 없다?”

    “예, 수천 번을 더 넘게 실험해 온 발명품입니다. 그래서 인체에 문제없이 이식을 한 것이고요. 그런데 갑자기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는 건 소프트웨어의 버그가 아니겠습니까?”

    베리칩의 문제는 없고 그것을 관리하는 소프트웨어의 문제라…….

    나는 찡하게 아파오는 머리를 매만지며 물었다.

    “소프트웨어도 조사하고 있습니까?”

    “그건 좀 시일이 걸릴 듯합니다. 미국에 있는 전문가들을 불러들이긴 했는데, 아무래도 내일 오후는 돼야 도착할 것 같습니다.”

    “북한에 소프트웨어를 만지는 기술자가 없었습니까?”

    “있긴 있습니다. 하지만 도저히 뭐가 문제인지 알아내질 못했습니다. 그래서 더 실력 있는 기술자들을 부른 겁니다.”

    정무문 박사는 소프트웨어의 문제라고 강력하게 믿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도 당장 뭐가 문제인지 알 수가 없으니, 기술자들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회장님.”

    누군가의 부름에 뒤를 돌아보니, 북한 측 간부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도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모인 게 분명하다.

    “회장님, 저희도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습니다. 벌써 1,500명이 죽었다니… 베리칩 프로젝트는 여기서 중단을 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리영호 차수가 어렵게 말을 꺼내면서 다른 간부들도 뜻을 모아 내게 말했다.

    “모든 베리칩을 한꺼번에 끌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럼, 폭발도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겠지요. 그리고 사람들 몸에 있는 베리칩을 전량 회수하는 겁니다. 회수한 베리칩을 조사해 보면 뭔가 나오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그러기에는 공들인 시간이 아깝다.

    “벌써부터 프로젝트를 중단시키자니. 너무 이른 거 아닙니까? 어떤 것이든 부족한 점이 있는 법입니다. 그런 걸 보완해 나가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목적이고요. 베리칩을 회수 조치하는 건 아직 이른 결정입니다.”

    “하지만 이러다가 더 많은 사람이 죽게 되면…….”

    “그건 그것 나름대로 실험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렇게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니까요.”

    100만 명을 모두 희생하는 한이 있더라도 문제점을 밝히고 프로젝트를 이어나가겠다는 것이 나의 뜻이었다. 그러나 이들도 여기가 자기 땅이라서 그런지 반발이라는 것을 하고 있었다.

    “회장님, 100만 명의 무고한 사람들을 전부 희생시킬 순 없습니다. 부디 통촉해 주십시오.”

    “맞습니다. 이번 일로 막대한 인명 피해가 생기면 주민들은 절대 베리칩을 받으려 하지 않을 겁니다.”

    이들의 반대도 이해는 된다.

    베리칩 프로젝트가 이대로 계속 진행된다면 나중에 저들도 100만 명의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베리칩을 몸에 심어야 한다. 즉, 오늘처럼 영문 모를 문제가 발생하면 저들의 몸이 팝콘처럼 터져 버린다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모든 문제점을 바로 잡을 겁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기다려 보세요. 미국에서 기술자들이 오면 어느 정도 해결점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간부들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기술자들이 와서도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하면 그건 그것 나름대로 또 문제가 된다. 그렇게 되면 나도 더는 고집을 피울 수가 없다. 내 통제를 벗어나 마음대로 터져 버리는 베리칩을 그냥 놔둘 순 없지 않은가.

    * * *

    “이건 100% 확신할 수 있습니다. 해킹입니다.”

    “해킹?”

    “예, 소프트웨어가 바이러스에 걸려 있어요.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해킹을 한 게 분명합니다. 겉으로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해킹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아직도 바이러스가 활동 중이고요.”

    기술자들이 와서 문제를 파악하는 동안 희생자 수는 7,500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들은 소프트웨어의 심각한 문제를 발견했다.

    “어떻게 바이러스가 걸릴 수 있지? 그 정도로 허술한 소프트웨어였나?”

    “회장님, 이건 광역망을 통해 들어온 바이러스가 아닙니다.”

    외부 인터넷을 통해 들어온 바이러스가 아니다?

    “그럼?”

    “누군가가 내부에 잠입해 본체를 건드린 겁니다.”

    베리칩을 박은 100만 명의 사람들을 통제하는 시스템이다. 당연히 큰 창고에 수백 개의 본체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즉, 누군가가 내부로 침입해서 본체에 손을 댔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결론은 누가 내부로 잠입해서 바이러스를 심어놓았다는 거지?”

    “예, 그렇지 않고서는 외부적으로 바이스러스에 걸릴 일이 없습니다. 철저히 외부와는 단절된 곳이니까요.”

    상황이 예상지 못한 곳으로 흘러가고 있다.

    “배신자가 있는 건가? 우리 프로젝트 팀에 말이야.”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겠습니까?”

    서버를 마음대로 만질 수 있는 사람이라면 팀원들밖에 없다.

    “일단 알겠어. 그런데 이거, 고칠 순 있나?”

    “문제를 발견했으니, 고치는 건 일도 아닙니다. 하지만 며칠 시일이 걸릴 듯합니다. 바이러스에 오염된 서버를 전체 다 갈아야 해서요.”

    “좋아, 어떠한 지원도 아끼지 않을 테니까, 최대한 빨리 끝내도록 해.”

    “예, 회장님.”

    일단 급한 불은 껐다. 이제 누가 감히 내 프로젝트에 손을 댔는지, 그걸 조사해야 할 때다.

    “간부들 전부 소집해. 그리고 프로젝트에 참여한 인원들도 전부.”

    “예, 회장님.”

    배신자라면 사지를 찢는 형벌을 내려서라도 엄하게 처벌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도대체 어떤 놈이 나를 배신했단 말인가. 순간 내 머릿속에 여러 리스트가 스쳐 지나갔다.

    “회장님, 모두 모였습니다.”

    깊은 생각에 빠져 있는 동안, 고위 간부들을 비롯해 프로젝트 팀원들까지 전부 한자리에 모였다.

    “아마 대충 상황을 들으셨으리라 봅니다. 베리칩 프로젝트가 갑작스럽게 문제에 휩싸였던 건 바이러스 때문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바이러스가 어떻게 왔냐? 현재로서는 우리 중에 프로젝트를 방해하는 배신자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배신자라는 말에 모두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정 박사.”

    “예, 회장님.”

    “정 박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건 분명히 누군가가 내부에서 바이러스를 심어놓은 것이라던데? 의심 가는 사람이라도 있습니까?”

    정무문 박사는 자신에게 쏠린 이목에 마른침을 삼켰다. 하지만 딱히 떠오르는 사람은 없는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의심 가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든지 말을 해주십시오.”

    다들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뭐, 괜찮습니다. 서버를 저장 중이던 창고에 감시 카메라를 달아놓았으니, 그곳에 있는 기록을 파헤쳐 본다면 뭐라도 나오겠지요.”

    “서버에 감시 카메라가 있었다고요?”

    정무문 박사는 깜짝 놀라했다.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창고 곳곳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 또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팀원들의 사무실에도 수십 대의 카메라를 설치해 놓았다. 지금 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둔 것인데, 선견지명이었다.

    “예, 이런 일이 벌어질까 봐 마련을 해둔 겁니다. 저는 분명히 기회를 줬습니다. 스스로 죄를 밝힐 수 있는 기회를요. 하지만 그걸 차버린 건 그쪽의 몫이니, 지금이라도 도망을 치는 게 나을 겁니다. 전 배신자를 아주 끔찍하게 다루니까요.”

    난 단단히 경고를 준 다음, 회의장 밖을 빠져나왔다.

    지금쯤이면 기술자들이 감시 카메라 분석을 끝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결과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회장님. 서버에 바이러스를 심는 장면이 잡히긴 잡혔는데…….”

    “범인이 누구야?”

    “아무래도 직접 보셔야 할 거 같습니다.”

    나는 기술자가 보여주는 화면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금발을 하고 있는 웬 여자가 몰래 들어와 창고 안을 샅샅이 뒤지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메인 서버의 위치를 확인한 여성은 뭔가를 그곳에다 꽂은 다음 30분가량 자판을 두드리더니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가 버렸다.

    “저 여자 뭐야?”

    “저희도 알아봤는데, 연구 팀에 금발을 하고 있는 여자는 없었습니다.”

    연구 팀 사람들 얼굴은 내가 다 알고 있다.

    저렇게 생긴 여성은 일찍이 본 적이 없다.

    나는 옆에 있던 비서에게 말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봐. 현재 북한에 외국 여성이 있나 알아보고 전부 신원 조회해. 아니지. 최근에 누가 들어왔다가 나간 적이 없는지도 확인하고.”

    “예, 회장님.”

    태양궁 근처에 만들어진 연구소다.

    저 여자 혼자 외부에서 침입했을 리는 없고.

    누군가가 길을 열어주지 않는 이상 힘들다.

    이거 점점 상황이 알 수 없게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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