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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85화 (85/200)

< 전쟁의 서막 3 >

던전 공략은 그 뒤로 굉장히 순조롭게 이어졌다.

다들 강하진의 지시를 잘 따랐기에 별다른 잡음도 없었다.

강하진은 그동안 계속 혼자서만 사냥을 하다가 오랜만에 여럿이서 하니 재미도 있고, 잊었던 것들도 하나둘 떠올랐다.

강하진의 버프는 확실히 대단한 구석이 있었다.

버프를 받기 전과 후의 전투력 차이가 두 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동안 숙련도가 많이 올라서 두 개의 봉인이 풀린 상태였다.

[용의 축복(A)]

[모든 능력치를 최소 5%, 최대 50% 상승시킨다. 공격력과 방어력을 최소10%, 최대 100% 상승시킨다. 부가 능력을 최소 20%, 최대 150% 상승시킨다. 상승률과 지속시간은 숙련도에 따른다.]

모든 봉인이 풀리면서 공격력과 방어력, 그리고 부가능력을 올려줄 수 있었다.

현재의 숙련도는 절반 정도였다.

능력치는 30%정도, 공격력과 방어력은 40%정도, 마지막으로 부가 능력치는 50%정도 상승시키는 수준이었다.

부가 능력치는 상태창에 표시되지 않는 각종 능력치였다. 예를 들어 치명타 확률이나 치명타 공격력, 그리고 공격속도나 감각 등이었다.

그러니 이 모든 것이 한꺼번에 들어오면 대체 얼마나 강해지겠는가.

현재 강하진과 함께 사냥하는 각성자들은 버프에 단단히 중독되었다.

버프가 떨어지면 대번에 불안감이 치솟으면서 가끔은 몸을 떨기까지 했다.

마약 같은 버프에 중독된 것이다.

그 와중에 몸에 상처가 나면 치료폭탄이 터지면서 근처 언데드들을 휩쓸고 치료까지 된다.

그런 상황이니 누가 감히 강하진을 거스를 수 있겠는가.

죽으라면 죽는 시늉이라도 할 기세였다.

황수영은 강하진 옆에서 각성자들이 길들여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질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저 사람들 나중에 대체 어쩌려나······.’

강하진의 버프에 한 번 중독되고 나면 헤어 나오기가 정말 힘들다.

그건 황수영이 직접 겪어봤으니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예전의 버프는 지금보다 한참이나 모자랐다.

그런데도 그렇게 금단 증상에 시달렸는데, 지금 저들은 오죽하겠는가.

‘슬슬 나도 위험해.’

강하진의 버프는 다른 각성자들에게만 주어지는 게 아니다. 황수영도 끊임없이 버프를 받고 있었다.

아마 한동안 이 버프가 떠올라 사냥이 힘들어지리라.

황수영은 이미 중독된 던전 브레이커 소속 각성자들을 보며 남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한동안 저들을 케어해야겠다고 다짐했다.

* * *

던전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규모에 비해 난이도는 상당했다.

일단 나타나는 언데드들의 공격에 저주가 깃들어 있었다.

그걸 제 때 치유하지 않으면 결국 야금야금 저주에 먹혀 파탄에 이르게 된다.

또한 다들 전투 경험이 엄청났다. 스펙도 강력했고.

그리고 머리를 썼다.

함정을 파거나 유인책을 쓰기도 했고, 진형을 갖춰 조직적인 공격을 시도하기도 했다.

굉장히 다양한 작전과 전술을 시도해서 각성자들을 공격했는데, 아마 이들이 아니라 다른 각성자들이 여기 들어왔다면 낭패를 면치 못했으리라.

언데드 쪽에는 지휘관 개체가 있었는데, 그놈들도 문제였다.

엄청나게 강했고, 지휘관을 호위하는 호위병력까지 있었다.

병과가 다양해서 시기적절한 전술을 들고 나오는데, 정말 까다로운 놈들이었다.

하지만 이쪽에는 언데드의 천적인 강하진이 있었다.

각종 버프는 물론이고 치료 스킬을 통해 아군을 치료하고 언데드는 날려 버린다.

또한 저주도 바로바로 해소해 줄 수 있는 다양한 보조스킬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그뿐 아니라 다수의 각성자를 지휘해서 싸우는 데에도 굉장히 능했다.

마지막으로 강하진이 이곳에 있는 모든 각성자 중에서 가장 강했다.

그러니 언데드 군단이 아무리 날뛰어봐야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언데드 군단은 강하진에 의해 차근차근 무너져갔다.

그렇게 대부분의 언데드를 정리하고 던전의 끝에 있는 커다란 성에 도착했다.

여기가 이번 여정의 마지막 코스였다.

온통 회색뿐인 세상에 새까만 성이 우뚝 솟아 있었다.

성에서 심상치 않은 마력이 끊임없이 뿜어져 나왔다. 이 던전 세상에 흐르는 바로 그 마력이었다. 음습하고 어두운 죽음의 마력.

“저기가 괴물들 본거지겠죠? 진짜 크네요.”

황수영은 그렇게 말하며 질린 표정을 지었다. 성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겪은 바로, 아무것도 없다고 진짜 없는 게 아닐 수도 있었다.

저 성에 다가가면 주변 땅에서 어마어마한 수의 언데드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았다.

“저 성이 이번 던전의 코어입니다.”

강하진의 말에 황수영이 깜짝 놀라 그를 바라봤다.

“저게 던전의 코어라고요?”

황수영은 다시 성으로 시선을 돌려 한참 동안이나 살펴봤다. 그러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럴 수도 있겠네요.”

다른 각성자들은 아직 마력에 대한 감각이 모자란 편이었다. 하지만 황수영은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가이아가 선택한 사람답게 마력에 대한 재능이 아주 뛰어났다. 그게 가이아가 준 건지 아니면 원래 가지고 있던 능력인지는 모르지만.

황수영은 성에서 뭔가 마력이 계속 뿜어져 나오고 있다는 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 마력이 지금 이 던전을 꽉 채우고 있는 마력인지까지는 알아채지 못했지만 말이다.

그래서 저곳이 던전의 코어라는 강하진의 말에 수긍할 수 있었다.

고개를 끄덕이던 황수영이 화들짝 놀랐다.

“그럼 설마 저 성을 다 부숴야 되는 거예요?”

그녀가 동그란 눈으로 강하진을 바라보며 묻자, 강하진이 씨익 웃었다.

“부수는 거 잘 하잖습니까. 마력 포션 떨어지면 얼마든지 드릴 테니 한 번 화끈하게 박살 내 보시죠.”

“헐.”

황수영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강하진과 검은 성을 번갈아 바라봤다.

하지만 이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걸 할 사람이 자신밖에 없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알았어요. 하면 되잖아요, 하면.”

강하진은 그런 황수영을 보며 빙긋 웃었다. 그리고 시선을 돌려 검은 성을 쳐다봤다.

어느새 눈빛이 달라졌다.

저 성에는 이 던전의 보스가 산다.

던전 세상을 꽉 메우고 있는 모든 스켈레톤들을 부리는 자, 스켈레톤 킹이.

당연히 엄청나게 강하다.

“작전은······ 제가 보스를 상대하는 동안 황수영 씨는 성을 부수고, 나머지는 다른 괴물을 정리하는 겁니다.”

그 말에 황수영을 제외한 나머지 각성자들이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성 안에만 있으면 버프는 바로바로 줄 겁니다. 대신 치료는 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보스도 만만한 놈이 아니라서.”

그러자 각성자 중 하나가 나서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어······ 솔직히 여기까지 오는 동안 강하진 씨나 황수영 씨가 상대하던 그 검은 기사들이 무더기로 나오면 저희가 처리하는 건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강하진이 다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아무리 버프가 있어도 스켈레톤 메이지들이 섞여 있으면 싸우기가 굉장히 버거울 거 같습니다.”

강하진이 또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저 성에 있는 건 그냥 스켈레톤뿐이니까요.”

“예? 그게 정말입니까?”

만일 그렇다면 해볼 만했다. 솔직히 버프 받고 스켈레톤과 싸우는 거라면 하루종일이라도 할 자신이 있었다.

“대신 수가 좀 많으니 확실히 부탁드립니다. 저나 황수영 씨 근처에 스켈레톤들이 안 왔으면 좋겠습니다.”

각성자들이 일제히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맡겨만 주십시오. 무조건 그렇게 해드리겠습니다.”

버프만 확실하다면 말이다. 차마 그 말까지 덧붙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충분히 알아들었을 거라 믿었다.

“자, 그럼 끝내러 갑시다.”

강하진이 앞장서서 달려가자, 나머지 사람들도 우르르 그 뒤를 따랐다.

성 주위에 스켈레톤들이 숨어 있으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성문이 닫혀 있었다.

강하진이 황수영을 힐끗 쳐다보자, 황수영이 알았다는 듯 속도를 급격히 높였다.

강하진은 앞으로 쭉 치고 나가는 황수영에게 버프를 걸어주었다.

황수영은 [괴력]을 쓴 다음 창에 [일점폭파]를 걸었다.

그녀의 창은 유동훈이 특별 제작한 창이었다. 스킬의 위력을 증폭해주는 능력이 붙어 있었기에 일점폭파의 위력이 훨씬 더 강력해졌다.

이내 황수영이 성문을 향해 창을 내질렀다.

꽈아아아앙!

어마어마한 폭음과 함께 성문이 갈기갈기 찢어져 날아가 버렸다.

그 안으로 강하진이 훅 뛰어들었다.

성문 안쪽에는 어마어마한 수의 스켈레톤들이 모여 있었는데, 강하진은 그걸 그대로 뚫고 일직선으로 달렸다.

꽈르르르릉!

강하진의 몸에서 사방으로 벼락이 쏟아졌다.

그 벼락에 휩쓸린 스켈레톤들이 와르르 무너졌다.

그렇게 일직선으로 길을 만들며 성 안쪽으로 쭉 들어간 강하진의 빈자리를 뒤이어 들어온 각성자들이 메웠다.

“씨발! 뭐가 이렇게 많아!”

각성자들은 성 안에 있는 스켈레톤의 수를 확인하고는 기겁을 했다.

이놈들과 싸울 생각을 하니 누군가 심장을 꽉 죄어오는 것 같았다.

그들의 머리 위로 버프가 쏟아졌다.

더 이상 생각하고 고민하고 걱정할 시간이 없었다. 각성자들이 미리 약속한 진형을 갖추며 일제히 싸움을 시작했다.

각자 무기를 휘두르고 스킬을 쓰면서 끊임없이 욕설을 내뱉었다.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 거 아니냐고.

그렇게 던전에서의 마지막 싸움이 시작되었다.

* * *

거대한 스켈레톤이 후두둑 무너지는 광경을 보며 강하진이 숨을 길게 몰아쉬었다.

[전뇌화]까지 쓰고 나서야 간신히 이길 수 있었다.

“이놈도 달라졌네.”

회귀 전에 나왔던 그냥 스켈레톤 킹이 아니었다.

확인한 정보에 따르면 스켈레톤 엠페러였다.

일곱 스켈레톤 킹의 충성을 받는 존재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하도 달라지는 게 많다보니 이제 이 정도는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그나마 일곱 스켈레톤 킹을 데려오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만일 여기에 스켈레톤 킹이 일곱이나 더 가세했다면 아마 정말 죽을 고비를 넘겨야 하거나 죽었을 것이다.

스켈레톤 엠페러는 죽으면서 두 개의 보석을 남겼다.

하나는 왕관 한가운데 박혀 있던 보석이었고, 다른 하나는 심장에 있던 보석이었다.

왕관도 뼈로 이루어졌기에 죽는 순간 모두 부서졌는데, 보석만 멀쩡했다.

심장에 있던 건 스켈레톤 엠페러의 마석이었다.

아마 등급으로 환산하면 최소 9등급은 되는 마석이리라. 물론 더 될 수도 있고.

하지만 왕관에 있던 보석은 마석이 아니었다.

[마르바스의 약속]

[마르바스가 스켈레톤 엠페러, 카인다르와 맺은 계약의 증표.]

마르바스의 약속이 또 나왔다. 내용은 좀 다르지만.

역시나 회귀 전과 달라지면 어김없이 마르바스가 개입한 흔적이 있었다.

마치 원래 계획을 모두 세워 프로그래밍 해뒀는데, 상황이 달라지니 거기에 다른 무언가를 끼워 넣는 느낌이었다.

이번 약속에는 구름독수리의 왕에게 준 것과는 달리 권능이 담겨있지 않았다.

또한 약속이 아니라 계약의 증표라고 했다.

계약에 대해 집중해서 살펴보니 권속에서 해방시켜주겠다는 계약이었다.

‘그러니까 이 던전이 마지막 임무였던 모양이네.’

강하진은 두 개의 보석을 챙겨 아공간에 넣고는 밖으로 나갔다.

스켈레톤 엠페러가 소멸했는데도 여전히 스켈레톤들이 날뛰고 있었다.

또한 황수영도 여전히 성을 부수는 중이었다.

강하진은 그들을 보며 빙긋 웃었다.

솔직히 이번에는 저들이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황수영이 성을 부술 때마다 스켈레톤 엠페러의 힘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아무래도 보스는 던전 코어와 연동되어 있으니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다.

또한 스켈레톤들이 주위에 하나도 다가오지 않아서 정말 편하게 싸울 수 있었다.

저들의 도움을 받았으니 이제 강하진이 저들을 도울 차례였다.

강하진은 마력 포션을 꿀꺽꿀꺽 마신 후, 양 손에 강렬한 전격을 부여했다.

그리고 그대로 스켈레톤 무리를 향해 돌진했다.

꽈르르르릉!

마치 한 줄기 벼락이 된 것처럼 강하진이 스켈레톤 무리를 박살 내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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