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화>
무림맹 전투(4)
콰르릉! 무림맹 전역에 번개가 내리치고 바닥이 갈라졌다.
천재지변을 일으킬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진 자들의 격돌.
무림의 명운을 건 전투가, 마침내 시작되었다.
“탄영. 네놈이 가진 혈마의 힘을 보여 봐라.”
독왕 당지황은 천화독의 절기, 독룡을 발휘했다.
거대한 독룡이 탄영을 집어삼킬 듯 뻗어 나왔다.
“너 따위가 내 힘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
탄영은 비웃으며 붉은 장막을 생성해 공격을 막아 냈다.
직후, 그녀는 혈마의 힘으로 이루어진 수백 자루의 칼을 생성. 당지황을 향해 쏘아 보냈다.
당지황은 감탄하며 중얼거렸다.
“혈마의 힘을 이런 식으로 활용하는 건가. 흥미로운데…….”
그는 찬화독의 절기, ‘독탄(毒彈)’을 발사해 날아드는 칼날을 요격함과 동시에 뒤로 몸을 피했다.
탄영이 당지황을 공격하는 사이, 도제 팽인호가 달려들었다.
맹수처럼 덤벼든 그가 오호단문도의 ‘호아일섬(虎牙一閃)’ 초식을 펼치며 도를 수직으로 내리쳤다.
“무림의 악적(惡敵)은 이 손으로 처단하리라!”
탄영은 팽인호를 향해 손을 뻗으며 말했다.
“불가능한 소리를 지껄이는군.”
그녀의 손바닥에서 혈마의 기운이 쏘아져 나갔다.
쩌엉! 충격파가 터지며 팽인호가 뒤로 밀려났다.
그는 저릿한 손을 응시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내가 정면에서 밀릴 줄이야.’
그때, 위쪽에서 용제 유선이 유성처럼 떨어져 내렸다.
그는 청운적하검의 ‘선풍낙참(颴風落斬)’ 초식을 펼치며 검을 내질렀다.
쩌엉! 손을 위로 뻗어 검격을 막아 낸 탄영이 웃었다.
“검의 무게가 종잇장처럼 가볍구나.”
그녀는 수도(手刀)를 세워 유선의 옆구리를 후려쳤다.
간신히 검으로 막은 유선이 신음을 흘리며 날아갔다.
그는 바닥을 수차례 구른 뒤에야 간신히 중심을 잡았다.
“우선 한 명을 먼저 보내 주지.”
지잉! 죽음의 적광(赤光)이 유선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유선의 앞을 막고 선 방월 대사가 손을 뻗으며 외쳤다.
“항마선장(抗魔禪掌)!”
백색의 장력이 뻗어 나와 탄영의 공격을 막아 냈다.
방월 대사가 딛고 있던 바닥이 움푹 파여 들어갔다.
이번에는 남궁천이 가문의 보법을 펼치며 쇄도했다.
“탄영! 너는 내 검으로 끝장낸다.”
남궁천은 담승을 죽인 폭우만참 초식으로 공격했다.
쇄애애애애액! 수십 개의 참격이 탄영에게 쏟아졌다.
탄영은 혈마의 기운을 손에 두른 채, 참격을 쳐 냈다.
“천하제일검의 검격도 별것 아니군! 하하하!”
탄영은 폭소를 터뜨렸다. 남궁천이 눈살을 찡그렸다.
“그럼 이건 어떠냐.”
기(氣)를 검에 집중한 그가 수직으로 검을 내리쳤다.
창궁무애검의 ‘천산만수(千山萬水)’ 초식이었다.
탄영은 다급히 양팔을 교차해 남궁천의 일검을 방어했다.
콰아아아아앙! 폭음이 울리며 한 차례 돌풍이 휘몰아쳤다.
뒤로 공중제비를 돌아 바닥에 착지한 남궁천이 중얼거렸다.
“허어……. 그 거리에서 날린 천산만수 초식을 막아 내?”
탄영은 피가 흐르는 팔뚝을 응시하며 피식 웃었다.
“내가 너무 방심한 것 같군. 네가 무신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천마와 맞상대가 가능했던 인물임을 잠시 잊고 있었어.”
스륵. 팔뚝의 상처는 금방 재생되었다.
탄영은 남북 십성을 둘러보며 말했다.
“허나 방금의 격돌로 깨달았다. 너희들이 아무리 덤벼도 나를 죽일 수는 없다는 것을. 그러니 이건 싸움이 아니다. 단지…….”
그녀는 굳은 표정의 적들을 향해 웃으며 덧붙였다.
“유희(遊戱)일 뿐이다.”
눈을 부릅뜬 팽인호가 노호성을 내뱉었다.
“오만한 것! 내 도(刀)로 네놈을 단칼에-.”
흥분해 달려 나가려는 그를, 유선이 만류했다.
“탄영의 도발입니다! 걸려들면 안 됩니다!”
유선의 말에, 탄영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도발이라? 웃기는군. 내가 왜 도발을 한단 말이냐? 너희 같은 약자들을 상대로 말이다.”
“탄영……!”
유선이 이를 부득 갈았다. 탄영은 한 손을 높이 들며 말했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지금 깨닫게 해 주마.”
우우웅! 혈마의 기운이 한곳에 집중되며 이내 거대한 구체를 만들어 냈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십성들 모두가 경악에 빠졌다.
유선이 나직이 신음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저것은 강옥(罡玉)인가.”
강옥(罡玉). 강기를 응집해 만든 구체로, 일격에 산 하나를 날려 버릴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위력의 기술이었다.
“강옥은 아니지만, 위력은 그보다 강할 것 같군.”
당지황이 중얼거렸다. 방월 대사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모두 빈승의 뒤로 모이십시오!”
탄영은 집채만 한 크기의 붉은 구체를 아래로 던졌다.
“흔적도 없이 소멸해라. 남북 십성!”
쿠구구구구구!!!
시야를 가득 채우는 구체를 응시하며, 방월 대사가 외쳤다.
“우린 소멸하지 않는다. 너를 쓰러뜨리기 전까지!”
그는 합장을 하며 최강의 방어 무공, ‘부동금강명왕진’을 펼쳐 떨어지는 구체를 막아 냈다.
콰아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며 흙먼지가 일대를 뒤덮었다.
탄영의 머리카락과 옷깃이 거칠게 펄럭거렸다.
그녀는 고개를 젖힌 채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
“마지막 유희인데 너무 일찍 끝을 낸 건가? 조금 아쉬운데…….”
말하던 그녀는 먼지가 걷히며 나타난 다섯 개의 인영(人影)을 발견하고 웃음을 거두었다.
“말하지 않았느냐.”
남궁천은 푸른 안광을 번득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를 쓰러뜨리기 전까지, 우린 결코 소멸하지 않는다고.”
유선이 그 말을 받았다.
“우린 무림을 지키는 남북 십성이다.”
당지황이 끌끌 웃으며 말했다.
“네놈 시체를 뜯어 보지도 않고 죽을 수는 없지.”
내내 여유 만만하던 탄영의 표정이, 처음으로 일그러졌다.
방월 대사는 화상을 입은 손을 내리며 힘겹게 말했다.
“나는 여기까지……. 뒤를 부탁합니다.”
내력을 끌어모은 그들이 일제히 몸을 날렸다.
“탄영의 육체를 완전히 파괴해야 하네! 그래야 재생을 막을 수 있어!”
외친 남궁천이 창궁무애검의 ‘옥수만천(玉水滿天)’ 초식으로 검을 휘둘렀다. 검강이 예측불허의 곡선을 그리며 날아들었다.
탄영은 다급히 혈마의 방어막을 둘러 막으려 했으나, 검강은 막을 부수며 그녀의 사지(四肢)를 난도했다.
날카로운 비명을 지른 탄영이 이를 악물었다.
“남궁천……. 이 개자식이 감히!”
팽인호는 비틀거리는 그녀를 노려보며 생각했다.
‘연계를 늦추면 바로 재생할 것이다.’
그는 오호단문도의 ‘야광명월(夜光明月)’ 초식으로 찌르기를 날렸다. 투쾅! 칼끝에서 눈부신 섬광이 터져 나와 탄영의 명치에 적중했다.
“크억?”
탄영은 신음을 내뱉으며 명치를 내려다보았다.
명치에는 어른 머리만 한 구멍이 생겨 있었다.
“쯧. 결국 네놈 시체는 건질 수 없겠군.”
혀를 찬 당지황이 천화독의 절기, ‘천독수(天毒手)’를 펼치며 탄영의 머리를 잡았다.
탄영의 머리가 독에 의해 흔적도 없이 녹아내렸다.
파파파파팟!
머리가 사라진 몸뚱이를, 유선이 수십 조각으로 잘라 냈다.
그들은 참았던 숨을 토하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주, 죽인 건가?”
팽인호의 말에, 유선이 대답했다.
“탄영의 기운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당지황이 턱수염을 쓸며 말을 받았다.
“주변의 불길한 사기(邪氣)는 그대로군.”
그때, 바닥이 진동하며 사방에서 귀곡성(鬼哭聲)이 들리기 시작했다. 남궁천이 이를 악물며 외쳤다.
“사악한 존재여! 모습을 드러내라!”
허공에 붉은 기운이 어리며 사람의 얼굴로 변했다.
바로 탄영의 얼굴이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하하! 어떠냐. 난 이제 육체마저 초월했다.”
남북 십성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방월 대사가 중얼거렸다.
“악신(惡神)……. 탄영은 진정 신이 되어 버린 것인가.”
당지황은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
“저건 더 이상 탄영이 아니다. 다른 존재야.”
탄영……. 아니, 탄영의 몸을 차지한 ‘그것’이 대답했다.
“눈치가 빠르군. 네 말대로 이 여자의 몸과 영혼은 내 것이 되었다.”
유선이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혈마! 네놈이 바로 전설의 혈마로구나!”
“호오. 나를 아는가? 그래. 내가 바로 혈마다.”
붉은 기운이 뭉치며 육체를 만들었다. 바닥에 착지한 혈마가 두 손을 번쩍 들며 말했다.
“이 혈마가 재림했으니 세상은 또다시 혼돈에 빠질 것이다. 이제 날 막을 수 있는 자는 없다. 으하하하하…….”
팽인호가 이를 부득 갈며 외쳤다.
“닥쳐라! 우리 남북 십성이 그걸 가만히 두고 볼 것 같은가!”
혈마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
“남북 십성이라. 그래. 제법 강한 기운들을 가지고 있군그래. 그럼 네놈들이 내 상대를 하겠느냐?”
그가 허공에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혈마와 똑같이 생긴 그의 분신이 생겨났다. 그 숫자는 무려 백 명에 달했다.
유선은 절망감에 이를 악물었다.
‘능력을 다루는 솜씨가 탄영과 비교조차 할 수 없구나. 하긴, 힘의 원래 주인이었으니 당연한 것인가.’
엄청난 숫자의 분신들을 마주하고 절망한 것은 다른 십성들도 마찬가지였다.
“자……. 어디 있는 힘을 다해 발버둥 쳐 보거라. 나는 약자들이 발버둥 치는 모습을 좋아하거든. 후후.”
혈마는 비웃음을 흘렸다.
“네놈은 인간의 저력을 너무 모르는군.”
남궁천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과거의 망령 따위가 이 세상에서 설치게 놔둘 수는 없지. 지옥으로 보내 주마.”
“그 말은 우선 내 앞에 도달하고 나 뒤에 하도록.”
파파파팟! 혈마의 분신들이 붉은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남북 십성은 괴성을 지르며 필사(必死)의 각오로 싸웠다.
‘이 분신들은 본체에 비해 약하다. 하지만 너무 많아.’
퍼억! 유선이 분신의 일격을 허용하고 피를 토했다.
“용제!”
팽인호가 그를 돕기 위해 달려갈 때였다.
분신 수십 명이 동시에 기운을 날렸다.
팽인호는 도를 휘둘러 공격을 막았으나, 뒤로 넘어졌다.
‘빌어먹을. 천하의 도제가 겨우 이까짓 것들에게…….’
퍼억! 독룡을 날려 분신 세 명을 날려 버린 당지황이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독공을 전부 전수해 줄 걸 그랬나.”
방월 대사는 코와 입에서 피를 주룩 흘리며 외쳤다.
“포기하지 마십시오! 저희가 포기하는 순간 모든게 끝입니다!”
남궁천은 짐승처럼 포효하며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으아아아아!”
분신들에게 둘러싸여 무쌍을 펼치는 그의 모습은, 가히 검성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았다.
혈마도 그를 주시했다.
“강하군. 정말 강해. 실로 난폭하고 강력한 검술이야. 저놈은 죽이지 말고 세뇌시킬까.”
혈마는 남궁천을 향해 손바닥을 펼쳤다.
“일단은 얌전하게 만들 필요가 있겠군.”
그가 남궁천을 향해 기운을 내쏘려는 순간!
‘뭐지? 이 불길하고 거대한 기운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
혈마가 고개를 돌린 직후, 자색의 불꽃 덩어리가 그의 앞으로 떨어졌다.
콰앙! 바닥이 움푹 파이며 구덩이가 생겼다.
“……네놈은 또 뭐냐.”
혈마의 물음에, 구덩이 속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킨 백발의 사내가 입을 열었다.
“질문은 내가 한다. 탄영은 어디에 있느냐.”
“그 여자라면 이미 내가 먹었…….”
콰득! 손을 뻗어 혈마의 목을 잡은 남량이 말했다.
“당장 불러와라. 내가 할 말이 있으니.”
화산검황
비류(沸流) 신무협 장편소설
(沸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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