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342화 (342/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342화

투콱!

아몬을 공격하던 태공망을 흑검으로 베어내자, 그것은 그 자리에서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허상……? 하지만 실재하는 개체다.’

가짜 태공망.

산하사직도로 만들어 낸 이것들은, 본체가 완전히 영멸하고 난 뒤에도 계속 살아서 움직이고 있었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것들은 외부의 힘에 의해 사라질 때까지 계속 살아 있는 모양.

문제는 이것들이 타신편을 들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몬! 괜찮나?”

“으으…….”

아몬의 에테르가 붕괴되어 사라져가고 있다.

현시점 나를 제외하고는 이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불멸자인 그가, 다시는 살아날 수 없는 영구적인 피해를 입은 것이다.

‘블러드 코팅을 뚫고 함선에 타격을 준 것도, 아몬을 이렇게 만든 것도…… 그것 때문인가?’

방금 그 태공망은 분명 가짜임에도 불구하고, 원본과 동일하게 신을 살해하는 힘을 담은 타신편을 휘두르고 있었다.

다만 이미 발견했을 때부터 죽어가는 상태였던 아몬을 몇 번이고 후려쳤음에도 아직 에테르가 남아 있는 걸 보면, 위력 자체는 원본보다 떨어지는 것 같았다.

“……앙그……라……마…….”

“말하지 마. 괜찮아.”

아몬은 이미 얼굴이 어디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온몸이 으깨져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 정도 육체의 붕괴는 스스로 죽고 되살아나면 금방이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그의 본질이라고도 할 수 있는 영혼 자체가 사라져 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고마……워…….”

“뭐라고?”

“악마들…… 받아……줘서……. 우리…… 다시…… 예전……처럼. 보통…… 인간.”

“이봐!”

그리고 그 말만을 남긴 채 아몬의 영혼은 완전히 소멸했다.

난 그가 죽기 직전, 심상세계에 들어가려 몇 번이고 노력했지만 불가능했다.

이미 고대신의 영향력에 노출된 탓에 정신이 완전히 붕괴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상태에서도 그는 나를 보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남겼다.

‘악마들이…… 예전처럼 보통 인간이 되었다…….’

아후라 마즈다라는, 같은 뿌리에서 뻗어 나온 인간의 후예인 악마들.

그들은 다른 종족과는 조금 더 다르게 생겼다는 이유로 끔찍한 박해를 받았다.

종족 전체는 물론이고 불멸자마저 ‘지옥’이라 불리는 척박한 땅으로 쫓겨난 것이다.

그 결과 증오와 적개심은 극에 이르러, 나에 의해 지상으로 해방되던 날 무수한 사람들을 죽이는 결과를 불러왔다.

그러나 그로부터 또다시 수많은 시간이 흘러 오늘날.

우린 다시 하나로 뭉치게 되었다.

종족의 구분 없이 다 같은 인간으로 동등한 대우를 받으면서 말이다.

아몬은 그 길고 긴 세월의 역사를 직접 겪었던 산증인이기에 그런 말을 남긴 것이었다.

“……미안하다.”

솔직히 예전의 난 그를 쓰고 버리는 말처럼 여겼었다.

언젠가 우리 인간에게 위협이 될 엘프와 악마, 그 둘을 서로 싸우게 해 공멸시킬 목적으로 엘프계로 보냈었던 것이다.

아몬은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한 차원 이동으로 내 말을 따라 그곳으로 넘어갔고, 거기서 싸우는 도중에 시스템의 오류 복구가 완료되어 완전히 갇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후 300년, 난 다시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염치없게도 야드가르를 구하고 함대를 지원해 달라고 하면서 말이다.

물론 그도 살기 위해선 내게 올 수밖에 없었겠지만, 그걸 떠나서도 과거의 일에 대해 어떠한 앙금도 없이 전적으로 날 따라주었다.

목숨까지 던져가며 이곳에서 싸웠다.

그렇게 한 건 모두, 자신과 같은 피를 나눈 필멸자 악마들의 해방을 위해서였겠지.

“이제야…… 그렇게 됐는데.”

그렇게 겨우 그 끝이 보이는가 싶었는데, 아몬은 결국 이렇게 허무하게 죽었다.

그것도 태공망의 허상이 휘두른 타신편에 의해.

그는 저 아래의 필멸자 악마들을 유산으로 남긴 채 영원히 사라졌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래에 있는 사람들을 지켜야 해. 산하사직도로 만든 태공망의 허상은 하나가 아니야.’

본체인 태공망은 죽었지만, 그가 남긴 허상의 조각들은 여전히 살아 있다.

그것들을 모두 없앨 때까지, 이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 * *

지상을 향해 빠르게 날아간다.

달에서부터 지구까지, 채 1분이 걸리지 않는 속도로.

투확!

하강하는 도중, 고대신들이 길목을 막아선다.

그들은 허상의 태공망들과 함께 부유섬을 직접 공격하기 위해 내려가고 있는 것 같았다.

‘지휘자인 태공망이 죽었는데도 움직이는 건가?’

그들을 한꺼번에 통제하는 태공망은 더 이상 없다.

원본보다 크게 열화되어 있는 가짜 태공망들이 그런 막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을 리도 없고.

다만 고대신들이 나름대로 조직적으로 움직이던 이전과는 달리, 지금은 중구난방으로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있다.

아마도 지휘체계가 사라지자 개별적으로 적을 찾아 공격하기 시작한 듯했다.

‘가짜 태공망들이 작은 균열을 만들고 고대신들이 공격한다. 정말 완벽한 전술이군.’

태공망의 산하사직도 활용은 결론적으로 보자면 완벽에 가까웠다.

만약 놈이 처음부터 그 신물을 이 용도로 사용했다면, 전면전에서 가짜 태공망을 전부 잃었겠지.

하지만 놈은 그걸 끝까지 숨기고 있다가 결정적인 타이밍에, 내 발목을 묶음과 동시에 가짜 태공망들로 내가 없는 인류의 빈집을 터는 방식으로 활용했다.

만약 내가 그 무한순환 시공에서 탈출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면 이건 놈들의 완벽한 승리가 되었을 터.

물론 거기서 탈출한 지금도 그리 상황이 좋다고는 볼 수 없었다.

내가 없는 동안 아군은 엄청난 피해를 입고 저 아래까지 후퇴한 것 같았으니 말이다.

‘단번에 돌파한다. 고대신들을 죽이면서 아군이 있는 곳까지!’

난 더 이상 발목을 잡힐 여유가 없다.

그럴 필요도 없다.

악의의 대전당.

시바의 운명의 속박을 뿌리치고서 나 혼자 도달한 해답으로.

이 모든 세상으로부터의 악의를 뿌리칠 수 있기에.

퍼퍽! 퍽!

200여 자루의 거대한 무구들이 내 주변의 모든 고대신들을 꿰뚫는다.

그 자체로 강력한 참격이자 무한한 존재들의 불멸성을 지워버리는 힘.

파라슈와 같은 기능을 가진 신살의 무기들이 지구 대기권 위에 떠 있는 모든 적성 존재들을 지웠다.

그 가운데에서 난, 오직 단 한 지점만을 향해 빠르게 나아간다.

‘여기서부턴 속도를 늦춰야 해!’

지표면과 어느 정도 거리가 가까워진 지점.

대기층이 두꺼워지는 공간에선 섣불리 신속을 사용할 수 없었다.

아예 공간 자체를 도약하는 프리드웬의 차원엔진과는 달리 내 신속은 그저 빠르게 돌진하는 것뿐이니까.

잘못하면 모든 공기 입자 하나하나가 나를 공격하는 칼날이 될 수 있다.

그러니 난 그 저항을 견딜 수 있는 한도 내에서 하강할 수밖에 없다.

‘유메미! 아델!’

어느 정도 거리가 가까워진 순간, 나는 나와 영혼 공명으로 의식이 연결된 두 사람을 불렀다.

현재 치열한 난전이 벌어지는 아래쪽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둘 다 살아 있어.’

우려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유메미와 아델, 그 둘의 생명반응이 내 감각으로 흘러들어 왔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는 대답이 없다는 것.

-끄아아아아!

아델은 지금, 광기에 휩싸여 미친 듯이 적을 베어내고 있다.

파앗. 파팟.

아래쪽의 부유섬 주변으로 번쩍이는 붉은 섬광이 바로 그녀의 검에서 발생한 것.

물론 그 광기는 고대신의 영향력에 의한 것은 아니고, 칼리의 힘을 최대한 끌어낸 탓이었다.

‘아델!’

-죽어어엇!

어느 쪽이건 간에, 그녀는 내게 대답할 여유가 없어 보인다.

의식이 완전히 칼리에게 잡아먹힌 모양.

다만 그럼에도 그녀는 아군이 아닌 적만을 대상으로 검을 휘둘렀다.

마지막 남은 일말의 의지가 계속해서 몸을 붙잡아 둔 모양이다.

‘유메미는?’

한편, 유메미는 아예 의식 자체가 느껴지지 않았다.

생명 반응이 있는 것을 보면 아직 살아 있기는 한데, 모종의 이유로 정신을 잃은 것 같았다.

‘유메미는 부유섬 안에 있을 텐데, 설마?’

그건 매우 심각한 일이었다.

부유섬 내부에 있을 그녀가 정신을 잃었다는 건, 그 안에서 사변이 벌어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적이 안에서 침투했거나, 아니면…….

‘내부에서 적이 발생했거나.’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렇게나 어렵게 태공망을 처치하는 데 성공했는데, 지켜야 할 사람들이 다 죽어버린다면 전부 허사가 되어버린다.

이 모든 투쟁을 무의미하게 만들 순 없다.

쐐애액!

나는 하강 속도를 더욱 빠르게 끌어올렸다.

몸에 무리가 오는 한이 있더라도, 죽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빠르게.

신속에 거의 가까운 스피드로 부유섬을 향해 접근한다.

* * *

퍼퍼퍽!

악의의 대전당을 휘둘러 주변의 거대한 몸집을 가진 고대신들을 전부 파괴하면서 부유섬 쪽으로 급격히 하강한다.

이윽고, 내 눈앞에 부유섬 주변에서 벌어지는 전투의 정체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괴이체들이 공격하고 있는 건가!’

하나하나가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고대신들은, 열화된 가짜 태공망들의 타신편으로 만든 조그만 균열로 들어가기엔 너무나도 크다.

부유섬 내부로 진입해 내부에서부터 끝장낼 전술을 사용하려면 그보다 작은 개체들의 침입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저들은 지상을 떠돌고 있는 크기가 제각각인 괴이체들을 불러온 것 같았다.

같은 고대신인 가이아가 만든 피조물과 그것들의 편린이니, 명령을 내리는 것도 가능한 듯하다.

저것들이 똑같은 소형 개체인 다수의 가짜 태공망들과 뒤섞여 레아의 피의 힘을 무력화하는 게 보였다.

‘젠장, 그렇다면……!’

그런데 그 순간.

-안 돼!

타탕!

머릿속으로 어떤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익숙한 목소리와 총성.

직접 전해져 오는 듯한 통증.

‘……최윤아……?’

그녀가 총을 들고 이쪽을 겨눈 장면이 한순간 사진처럼, 번쩍하고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그다음 장면은 시선이 옆으로 기울어져 바닥에 쓰러진 채인 광경이었다.

그 광경에 담긴 것은, 사방으로 물의 권능을 사용하는 최윤아.

‘이건…… 유메미의 기억이다.’

거기서 나는 깨달았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장면들이 의식을 잃기 직전 유메미가 본 장면들이라는 것을.

‘최윤아가…… 설마!’

최윤아는 아직까지 아발론의 여신 다누를 수호령으로 가진 신화급 각성자다.

다만 그녀는 지금껏 총기를 주 무기로 사용해왔기에 수호령의 권능을 제대로 구사할 일이 없었고.

그래서 아후라 마즈다로부터 벗어난 후로는 수호령의 사용 측면에서 크게 성장하지 못한 상태였다.

즉, 동화율이 아직까지 100%까지 도달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라이진이나 유메미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수호령을 영체 투영할 수 있게 된다면 동화율 100%에 도달하더라도 상관이 없지만.

그녀는 아직 자신의 수호령을 영체로 투영해 본 적이 없다.

그러니 조건만 갖춰진다면 언제든지 자신의 수호령인 ‘다누’에게 몸을 빼앗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럴 리가 없어. 마음먹고 악행을 저지르고자 하는 게 아니라면 동화율은 99.9%에서…….’

다시 내 머릿속에 유메미의 기억에서 봤던 장면이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자신이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졌던 일에 대해서도 떠올랐다.

그 심리가 지금, 부유섬 안으로 직접 들이닥친 외부의 적과 맞물려.

폭발한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아야 한다! 아직 유메미가 살아 있을 때……!’

키리리릭!

붉은 장막 위에 가짜 태공망이 만든 십수 개의 균열들로, 크기가 작은 괴이체들이 몰려 들어간다.

그것들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자, 나는 거대한 물길이 내부에서 소용돌이치는 모습을 보았다.

콰아아아!

물의 소용돌이는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민간인들에게 접근하는 괴이체들을 한꺼번에 휩쓸어버렸다.

사람들은 전혀 건드리지 않은 채로 말이다.

“이쪽으로 오세요! 함선 안으로!”

그곳에서, 바로 직전까지 했던 내 걱정은 완전히 빗나갔다는 걸 깨달았다.

최윤아는 ‘자신의 권능’으로 사람들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라졌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 위로 보여야 할 수호령 표시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