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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341화 (341/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341화

그 이후로는 더 이상 이 힘을 사용하지 않으려 했다.

몸 안에 심어진 혼돈의 씨앗.

이것을 완벽하게 제어된 진 멸절 파슈파타에 더해 공간을 베어내면 어떠한 시공에서도 움직일 수 있는 균열이 만들어진다.

혼돈을 죽이기 위한 무기에 혼돈의 힘을 담는다는 아이러니를 활용하는 것이다.

당연히 거기에는 대가가 따를 게 분명하다.

그 혼돈이 나에게 어떠한 기대도 없이 무제한의 힘을 준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니까.

그래서 그동안은 아예 잊은 듯이 내버려 둔 상태였는데.

어차피 여기까지 온 이상, 이제 이것저것 따질 여유 따위는 없었다.

나는 반드시 여기서 나가야 한다.

‘이게 마지막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마하 프랄라야 파슈파타스트라.

아지다하카의 검날이 세로로 전개되며 하나의 가드 위에 두 개의 도신이 나란히 붙어 있는 이중날검 형상으로 변화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시바가 도달한 최고 경지, 그 너머의 영역에 이르는 장대한 별 불꽃의 힘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최대한 예리하고 날카롭게…… 발산하는 에너지를 수렴하는 에너지로.’

그리고 일전에 사용했던 소규모 블랙홀을 발생시키는, 달 그림자 검식의 현월과도 같은 형상의 검기로 그 힘을 짜내었다.

이대로 이것을 날려 공간을 베어내면…….

“지긋지긋하군. 대자재천의 힘.”

그때, 나를 잠자코 지켜보던 태공망이 이걸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한 태도로 말했다.

“지긋지긋? 네 친우가 세상을 혼돈의 억압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만들었던 검이다. 순수한 자신만의 의지로 도달한 초월의 영역 말이다.”

“그래. 내 친우가 만든 힘이지.”

그리고는 품에서 작은 천 조각들을 꺼내더니.

“돌아오라. 망령된 허상들이여.”

곧 어느샌가 나타난 그의 분신들이 내게 들러붙어 손바닥을 내 몸에 가져다 댔다.

난 곧장 그것들을 떨쳐내려 몸에서 별의 불꽃을 방출해 냈지만.

“소용없다. 잊었느냐? 이곳은 내 공상 속이다.”

그것에 닿아 소멸되던 놈의 분신들은 다시금 아무렇지도 않게 내 곁에 나타나 나를 붙잡았다.

‘뭘 하려는 거지?’

성가시긴 하지만 그 자체로는 나를 막을 수 없다.

이 영역 안에서 그의 가짜 분신들이 무한히 나타난다고 한들, 물리적으로 내게 피해를 줄 수는 없다.

멸절 파슈파타의 전개를 막는 것 또한 같은 이유로 불가능.

그럼에도 그는 끝까지 분신들을 내 몸에 달라붙게 만들려고 했다.

“애초에 네놈이 대자재천의 화신이 된 이유부터가 혼돈께서 의도한 일이었다. 그의 무구를 사용해 세상의 비정상 존재인 불멸자들을 죽이고 그분의 영향력을 높여가는 것. 결국엔 네 핏줄을 이은 아들놈이 그 마무리를 지었지만.”

“너 이 새끼……!”

태공망은 아무것도 모르는,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평범한 어린아이를 이용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떠벌렸다.

놈은 무슨 거창한 순리 운운하고 있지만 눈앞의 연약한 어린아이에 대한 최소한의 동정심마저 버린 것이다.

결국 자신도 통탄하며 비난하던 그 쓰레기 불멸자들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쉬이익!

난 검에 모인 별 불꽃의 힘을 분노와 함께 그에게 휘두르려 했다.

놈의 마지막 남은 몸뚱이에 공간 균열을 열어 최대한 고통스럽게 보내버리려 했다.

그러나.

화악! 퍼어엉!

검에서 발출된 것은, 단순한 내 힘의 휩쓸림에 의해 형성된 풍압.

그로 인해 태공망의 분신은 물론이고 놈의 본체도 사정없이 찢겨 나가긴 했지만.

“그런 상황에서 내가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느냐? 이 모든 계획의 끝에는 네놈이 가진 힘의 처리에 관한 방안도 준비되어 있는 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애초에 사용하려 했던 멸절 파슈파타는 발동되지도 않았다.

검신에 충만하던 별의 불꽃도.

내 안에서 타오르던 시바의 힘도.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모두 사라져 있었다.

{격룡창 트리슈라의 프라나 소멸}

{신월검 찬드라하스의 프라나 소멸}

{파성퇴 카트반가의 프라나 소멸}

{마궁 피나카의 프라나 소멸}

{유결부 파라슈의 프라나 소멸}

{마검 파슈파타의 프라나 소멸}

그리고 이어서 떠오르는 메시지들.

내가 가지고 있던 시바의 모든 힘들이.

그대로 사라졌다.

* * *

육혼번.

여섯 개의 천 조각에 이름이 적힌 대상을, 손으로 접촉함으로써 그 안에 봉인하는 신물.

적대적인 대상이라도 제압에 성공하기만 한다면 무조건 그림 안에 봉인할 수 있는 태극도와는 달리.

육혼번은 그 대상이 사용자와 우호적인 관계여야만 봉인이 성립한다.

그렇기에 원래는 휘하의 신수들이나 아군들을 필요에 따라 보관해 옮기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보통인 도구다.

태공망은 거기에 여섯 개의 시바의 무구들의 이름을 적어 넣고서, 때가 될 때까지 기다렸던 것이다.

“……자재천은 아직도 나를 친우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군. 그의 영혼의 파편으로 이루어진 무구들이 내 명령을 따라 이 안으로 들어온 것을 보면 말이야.”

수호령이 된 신들에게는 ‘투영무구’와도 같은, 시바의 여섯 개의 무구들.

여섯 개의 천조각인 육혼번에 정확히 대치되어, 결국 내 손을 떠나고 말았다.

진 멸절 파슈파타를 사용해 이 공간을 빠져나가려던 계획과 함께 말이다.

“……그렇게나 굳게 너를 믿어주고 있던 친우를…… 너는 참으로 매정하게도 배신하고 이용하는군.”

“나는 이것이 배신이라 생각지 않는다.”

“억지 부리지 마.”

“지금 그가 내 곁에 있었다면 그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애초에 네놈이 신살의 힘을 얻고 여기까지 올 일도 없었겠지. 지금껏 네가 해온 일들을 그가 다 했을 테니.”

“내가 만났던 시바는 너처럼 황당한 사고방식을 받아들일 자로는 안 보이던데.”

“그건 너의 착각일 뿐이다.”

끝까지 자신이 승리했다고 여기며 거만하게 나를 내려다보는 태공망.

난 그에게 내 안에 있는 그것을 보여주었다.

“그래? 그럼 이걸 봐.”

손바닥을 펼치자 드러난 건, 아주 작은 타원형의 붉은 빛 덩어리.

혼돈의 씨앗이었다.

그것을 본 태공망의 눈빛이 한 순간, 싸늘하게 변했다.

“그건…… 네놈이 어떻게?”

“시공간의 끝에 갇혔을 때, 혼돈이 나에게 제안했지. 자신의 힘을 주겠다고. 내가 거기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이것 때문이었어. 단순히 시바의 무구 덕분만이 아니라.”

“그, 그런…….”

“이게 무슨 뜻인지 알겠어? 분명 시바에게도 그곳을 탈출할 기회가 있었다는 거야. 하지만 그는 그걸 받아들이지 않고 포기했지. 분명 혼돈의 설득이 있었을 텐데도 넘어가지 않았어. 네놈과 같은 사상을 지닐 인물이었다면, 그걸 거절할 이유가 없는데도 말이야.”

“큭…….”

태공망이 미간을 찌푸렸다.

여러 가지 복잡한 심경들이 그의 머릿속에 휘몰아치는 것처럼 보였다.

혼돈이 진심으로 나를 선택하려 했다는 것에 대한 의구심.

그리고 자신과 같은 사상을 나눴던 시바의 생각과는 다른 행적.

자신의 생각이 옳음에 믿어 의심치 않던 그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것들뿐일 터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고압적인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설령 그렇다고 한들 달라지는 건 없다. 지금 너는 네가 사용하려던 그 방법을 나에게 빼앗겼다. 굳이 자재천의 힘을 사용하려고 한 건, 여기서 빠져 나가려면 그분의 일부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뜻. 별을 부술 정도의 화력을 발산하는 그 무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겠지. 그렇지 않나?”

“아주 정확하군.”

혼돈과 시바가 어찌 됐건 간에 나와의 경쟁에서는 승리했다는 확신.

그는 내가 진 멸절 파슈파타를 사용하려 한 이유를 꿰뚫어 보았고, 그것을 봉쇄함으로써 명백한 우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확실히, 이 무한순환의 공상시공을 빠져나가려면 혼돈의 씨앗만이 아니라 그것을 개화시킬 강력한 화력의 공격력이 필요하다.

‘……이걸 지금 꺼내는 건 위험할지도 모르지만.’

이 싸움의 최종 승자는 마지막까지 카드를 숨겨둔 자의 것.

내 그 생각은 바로 지금 이 순간까지도 변함이 없다.

“하지만 네가 계획의 마무리를 위해 남겨둔 수가 있는 것처럼, 나도 피날레를 장식하기 위한 마지막 무기가 있거든.”

“…음?”

내 손끝에서 검은 힘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한다.

고통의 업화. 아지다하카의 불꽃.

파괴와 창조의 균형이 중시되던 시바에 다가가기 위한 힘이 아니라.

처음부터 그저 모든 불멸자들에 대한 적개심을 표출하기 위해 만들어진 순수한 불꽃.

그것은 마치 세포와도 같이 둘로, 넷으로, 여덟로, 열여섯으로, 무수히 분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그것은 주변에서 수백 개의 거대한 덩어리진 고체로 변형되었다.

“뭐, 뭐냐! 그건 대체……!”

“이게 내 원래의 힘이야. 앙그라 마이뉴라는 이름에 신들이 그토록 분개하는 이유고.”

악신무장 원점회귀.

악의의 대전당.

신계의 지각을 파고들어 정기를 마르게 하고 내부로부터 분열시키던.

그때의 그 무기들이.

행성살해자들이.

마침내 이곳에 다시 나타났다.

‘앙그라 마이뉴……. 결국 이곳에 이르러 나는 과거로 돌아왔구나.’

순수한 복수심으로 불타오르던 예전의 나.

어쩌면 그때보다도 더 커진 절박함 위에, 끈적하게 피어오르는 집요한 불꽃은 악의마저 집어삼켰다.

“이…… 이 더러운 악마 놈!”

태공망은 공포에 휩싸여 남은 반신으로 손을 이리저리 휘저었다.

다가오는 그의 분신들은 고통의 업화가 자아내는 불길에 모조리 타버려 사라졌다.

“악마라……. 마치 편견 따위는 없는 선지자인 척하면서,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건 틀렸다며 내게 훈계하더니. 결국 지금은 저 지상의 필멸자마저 하지 않는 인종 차별을 하는 꼴이군.”

“사라져! 사라지란 말이다!”

그는 고대신 앞에 맨몸으로 노출되어 정신이 붕괴되기라도 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난 그런 그에게 손가락을 내밀었다.

“너야말로, 망령된 허상이 되어 사라져라.”

그와 동시에 악의의 대전당으로 소환된 모든 무구들이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하나하나가 행성을 파괴하는 위력의 무구들.

200여 자루가 넘는 그 거대한 무구들이 아주 좁은 일점에.

태공망의 심장 속 피 한 방울보다도 더 작은 영역 한 지점에 모든 파괴력을 집중시킨다.

번쩍.

혼돈의 힘이 더해진 파멸의 빛이 무한공상의 시공을 뒤덮고.

나를 가두었던 태공망의 어두운 장막이, 마침내 걷혀 나갔다.

* * *

돌아온 현실의 우주는 고요했다.

‘전투는…… 끝난 건가?’

발아래엔 한쪽 면이 사정없이 파괴되어 깨져 있는 달이 보인다.

대부분은 내가 사용했던 진 멸절 파슈파타의 영향으로 생긴 흔적.

하지만 그 흔적 위에 추가로 새겨진 크레이터들도 보인다.

‘내가 저쪽으로 끌려간 사이 전투가 계속 진행된 건가?’

태공망의 공상 세계 속에 붙잡혀 있는 동안, 체감한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이 흘렀던 모양이다.

지난번 시공간의 끝에 갇혔을 때와는 오히려 반대.

그로 인한 상황 악화는 당연히 그때보다 훨씬 더 심했다.

‘함선의 파편……? 설마!’

내 앞으로 붉은빛이 감도는 금색의 금속 조각이 지나갔다.

그건 명백히 아몬 함대의 함선 동체를 뒤덮은 금속이었다.

그것이 부서진 채 떠다닌다는 것은, 내가 없는 사이 벌어진 전투에서 아군이 피해를 입었다는 뜻.

아니나 다를까, 주위를 둘러보자 파손된 함선들 몇 척이 보였다.

‘말도 안 돼! 분명 태공망은 내게 붙잡힌 채였을 텐데?’

그러다 어느 순간, 내 눈에 가장 익숙한 형태의 함선이 들어왔다.

아몬의 함대 내에서도 가장 크기가 큰 배.

기함 디시그마.

아몬이 직접 탑승해 움직이는 지휘함이, 함교가 파손된 채 달 위에서 표류하고 있다.

“아몬!”

난 곧장 그곳으로 날아갔다.

날개를 펼친 채, 어느 때보다도 더 빠른 신속으로.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 도달한 배 안에서 나는, 끔찍한 광경을 목격했다.

퍼억. 철퍽. 철퍽.

사지가 떨어져 나간 채 잔혹하게 죽어 있는 승무원들 사이에서.

타신편을 든 태공망이,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이 망가진 아몬의 시체를 연신 두들기고 있었다.

마치 감정 없는 기계가 고기를 다지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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