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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336화 (336/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336화

레아의 피로 보호받는 함선이 격추당했다.

전혀 생각지 않았던 일은 아니다.

저것들이 우릴 죽이려고 돌격해 온 이상, 어떻게든 여기에 대응할 방법을 갖추고서 덤벼왔을 테니까.

그래서 나는 첫 조우에서, 최소한의 시간 내에 최대한의 타격을 입히려고 노력한 것이다.

‘선제타격의 유효시간은 여기까지인가?’

그리고 이제 그 ‘최소한의 시간’의 끝이 도래했다.

적이 이 난전 상황에서 우리 함선에 본격적인 피해를 입히기 시작했다면, 우린 여기서 물러나야 한다.

그 후 상황을 지켜보며 다시 한번 전술적인 이득 상황을 창출해 내야 하는 것이다.

“아몬! 우선 후퇴한다! 도약을 준비해!”

-그, 그래! 알았다!

아몬도 내 의견을 이의 없이 받아들였다.

그 입장에서는 자기 부하가 죽어 나가기 시작했으니 당연히 함대를 물리고 싶었을 터.

그 결정에 따라, 나 역시 프리드웬으로 돌아가며 주변 상황을 살펴보았다.

‘여기선 놈들도 더 이상 쫓아오지 못할 거야. 전열을 가다듬고 재공격을 도모하겠지. 물론 그냥 쫓아와 준다면 나야 고맙지만.’

우리가 퇴각하기 시작한다면 고대신은 절대 추격하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진형 기동력만큼은 프리드웬을 가진 우리 쪽이 압도적인 우위이기 때문이다.

저 고대신 중에도 분명 도약에 준하는 수준의 이동 권능을 펼치는 자가 있긴 하겠지만, 전부는 아니다.

함대 전체가 한꺼번에 이동하는 우리를 그런 개체들이 쫓아오게 된다면.

이동 권능의 성능이 제각각 다 다른 고대신 측 진형은 한 순간 길게 늘어지거나 분단될 것이다.

그럼 우리는 다시 뒤돌아서서 그 ‘빠른 놈들’을 먼저 각개격파하면 된다.

‘이 녀석들이 굳이 느린 속도로 우주공간에서 하강해 온 건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였을 터다. 다 같이 뭉쳐서 공격해야 한다고 판단한 거겠지. 덕분에 도리어 우리의 일제 공격에 떼로 관통당했지만.’

그렇게 나는 함대를 추슬러 돌아갈 준비를 했다.

다만 그와 함께, 두 가지 확인해야 할 부분도 있었다.

‘첫 번째는 적이 블러드 코팅을 뚫은 수단을 파악하는 것.’

적이 그 수단을 가지고 있을 거란 건 알고 있었지만,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른다.

이걸 알고서 대비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건 하늘과 땅 차이.

나는 평정심을 유지하며, 차근차근 전술 이행과 동시에 정보 파악을 해 나가기 시작했다.

“아몬, 격추된 함선이 무엇에 당했는지 알 수 있나?”

우선은 그 현장에 가장 가까이 있었을 함대 지휘자인 아몬에게 상황을 물었다.

-나도 정확히는 모른다! 갑자기 패널에 격추 표시가 나타나서……!

“그런가. 네 쪽에서도 육안으로 보지는 못했다는 거군.”

그 수단이란, 아까 전과 같이 고대신들이 내뿜는 크고 화려한 공격은 아니라는 뜻.

실제로 아직 격추되지 않은 함선들은 여전히 저것들의 공격에 휘말리고도 흠집 하나 나지 않은 채 잘만 버텨내고 있다.

-이봐, 지금 그런 얘길 하고 있을 때야? 그런 건 복귀한 후에 물어보라고!

아몬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계속 소리를 질러댔다.

난 거기서 조금 위화감을 느꼈다.

‘뭐지? 아까 전부터…….’

그의 태도가 내가 알던 것과는 조금 달라진 듯한 느낌.

원래의 아몬이라면 위기 상황에서 저렇게까지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긴 시간 동안 군단을 지휘하면서, 때때로 저돌적이거나 조금 과격한 언행을 내뱉기는 하지만 적어도 허둥거리지는 않는 게 그의 원래 성격이다.

그런 그가, 지금은 어째선지 이상할 정도로 상황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신적인 변형, 불안…… 어떤 마법적인 종류의 저주가 가해졌거나, 혹은…… 고대신이 일으키는 광란?’

고대신들은 존재 그 자체만으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미쳐 버리게 만들 수 있다.

단순히 저 괴기스러운 모습에서 퍼져 나오는 공포감을 넘어서, 그건 실제로 가해지는 공격인 것이다.

그런 존재들이 하나도 아니고 다수, 수십 체가 존재하는 이 전장 안에서 맨몸으로 버틴다는 건 나나 아델 정도가 아닌 한 불가능.

아몬을 비롯한 황금함대의 악마들은 그나마 블러드 코팅 된 함선 안에 탑승하고 있기에 보호막 효과를 받아 이들과 대놓고 대적할 수 있었다.

‘블러드 코팅…… 설마?’

그 대목에서 나는 퍼뜩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아몬!”

쾅!

곧장 허공을 박차며 전과 같은 신속을 사용해 그의 기함이 있는 곳으로 날아간다.

눈 깜짝할 사이 진형을 가로질러 그 앞으로 접근.

‘저건……!’

거기서 나는 한 인물을 만났다.

“태공망!”

타신편을 든 채 함선 표면에 서 있는, 그 트롤 종족의 노인을 말이다.

* * *

태공망이 이 일들의 흑막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난 그 역시 혼돈에 의해 쓰고 버려지는, 나를 배신하기 위한 용도의 하급 장기 말 정도의 위치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이곳에서 그를 만나면서,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피잇! 콰앙!

내가 그를 붙잡으려 다가가려는 순간, 그 사이에 거대한 고대신의 손이 파고들었다.

“비켜!”

촤아악!

나는 파라슈를 흑검 아지다하카로 변형시킨 후, 칼날에 블러드 코팅을 가함과 동시에 만월청영 17연을 날려 그 손을 조각조각 갈라버렸다.

그리곤 다시 허공을 박차고 나아갔다.

“네놈이 감히 여길……!”

야드가르를 멋대로 납치해 간 것으로도 모자라, 우주에 내다 버려 죽을 뻔하게 만들었던 만행.

그런 짓을 저지르고 뻔뻔하게 여기까지 나온 그를 붙잡으려 했다.

붙잡아서 그에게 왜 이런 짓을 저지른 건지 물으려 했다.

언제부터 날 배신할 생각을 한 건지, 애초부터 이럴 작정이었는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콰앙!

그러나 그럴 수 있는 기회는 쉽사리 주어지지 않았다.

내가 그에게 다가가려 할 때마다, 번번이 중간에 고대신들의 권능이 끼어들어 날 방해했다.

심지어 몇몇은 황금함대의 질량 타격 공격에 당하는 걸 감수하면서까지 접촉을 막으려 했다.

‘뭐지? 보호하려 하는 건가?’

그건 아무리 봐도 고대신들이 태공망을 위해 희생하려 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설마, 저놈이 이것들의 지휘자라고?’

이 모든 일들이 벌어지게 된 근원이 태공망이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설마 저게 고대신들을 조종하는 위치에 있을 줄은.

-앙그라 마이뉴! 뭘 하고 있나!

그때, 아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차.’

난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여기까지 급하게 날아온 처음의 목적을 떠올렸다.

그리고는 아래쪽에 있는 그의 기함, ‘디시그마’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균열을 먼저 메우자.’

모든 공격을 튕겨내던 함선들 중 하나가 갑자기 격추당한 것, 그리고 아몬의 정신이 불안정해진 것.

그건 모두 블러드 코팅에 균열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완전히 벗겨진 건 아니다.

그랬다면 아몬은 아예 내게 통신을 보낼 정도의 정신력도 유지하지 못했을 테니까.

실제로 눈으로 보기에도 함선은 여전히 붉은색의 코팅을 유지하고 있었고 말이다.

그러니 어딘가 한 곳에 구멍이 난 정도일 터.

나는 감각을 극대화해 그 부분을 찾아냈다.

‘저긴…… 아까 태공망이 서 있던 자리인데. ……설마?’

난 그때의 상황을 떠올렸다.

타신편을 들고 동체 위에 서 있던 그 모습.

다시 생각해 보니, 그는 그걸로 재차 공격을 가하려는 상태였다.

‘타신편이 블러드 코팅을 파괴하는 무기인 건가?’

신을 죽이는 도끼인 파라슈를 철편 형태로 변형시킨 무구, 타신편.

파라슈 자체는 사실 실물이 존재하는 신물이 아니라, 프라나라는 ‘개념’의 형태이기에 보유 조건만 갖춘다면 둘 이상이 존재할 수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그의 손에 들려 있는 저것이고 말이다.

그런 타신편이 블러드 코팅을 파괴하는 무기라면?

‘여기서 가장 위험한 건 저놈이다!’

이 순간, 처음 퇴각하기 직전에 내가 파악하고자 했던 두 가지를 모두 깨달았다.

첫 번째는 우리 쪽의 절대 우위 요소인 레아의 피를 무력화하는 도구가 무엇인가.

그리고 두 번째는 이들 고대신이 개별이 아닌 집단으로 움직이게 만든 지휘 체계의 중심이 누구인가.

그 모든 게 태공망이란 걸 알게 된 지금, 이 전투의 핵심이 확실해졌다.

‘놈을 죽여야 한다!’

촤악!

나는 손에서 레아의 피를 쏘아 보내 아몬의 함선에 생긴 균열을 보강하고, 그와 동시에 도주하는 태공망의 뒤를 쫓았다.

퇴각하고자 했던 결정은 잠시 보류.

어차피 놈이 나에게 추격당하고 있는 동안 아군 함선이 피해를 입을 일은 없다.

그러니 전력을 다해서 놈을 죽이기만 하면 우린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그렇게 판단하고 나는 아몬에게 지원 요청을 하려 했다.

하지만.

“아몬!”

-……큭…… 머리가…….

지금 아몬은 정신 붕괴의 여파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모양인 것 같았다.

블러드 코팅의 균열이 메워져 정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인 듯했다.

‘젠장, 나 혼자 해야 하는 건가?’

내겐 그의 함대에 명령을 내릴 권한이 없다.

물론 어떻게든 전음을 통해 악마들에게 내 의사를 전달할 수야 있겠지만, 일관된 명령을 지속적으로 내릴 수 있는 지휘 체계가 아니기에 한계가 존재한다.

자칫하면 진형이 사분오열되며 이리저리 찢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태공망은 더욱 쉽게 내게서 도망치며 함선들을 하나씩 사냥해 낼 테고.

그러니 후위에서 전장을 조망하며 상황에 따라 그들을 통제해 줄 지휘관은 꼭 필요하다.

‘아몬이 저 꼴이라면 함 내의 다른 승무원들은 상태가 더 심각하겠지. 기함의 통제력은 사실상 상실한 상태다.’

욱씬.

설상가상으로 지금 내 몸 상태도 말이 아니었다.

이미 전투 시작부터 레아의 피를 과다 사용한 탓에 데미지가 누적되어 있었는데, 아까 전 신속을 사용하면서 더 심해졌다.

특히나 경화시킨 용혈을 철심처럼 박아넣은 오른쪽 다리는 거의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자칫하면 역으로 당할지도 몰라……. 큭.’

투화악! 콰쾅!

고대신들의 공격이 내게로 집중된다.

태공망과 마주하기 전에는 다수의 함선들에게 공격이 산발적으로 퍼져 나가는 형태였는데, 그와 마주치고 나서부터는 노골적으로 나 하나만을 노리고 있었다.

물론 그래봐야 붉은 장막을 직접 몸에 두를 수 있는 내게 실질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시야를 가리는 이 거대한 공격들 사이에서, 언제 갑자기 타신편이 날아올지 모르기에 위험한 건 매한가지다.

‘퇴각할 수밖에…… 없는 건가.’

결국 난 처음의 결정대로 여기서 물러나기로 했다.

어쨌든 원하는 정보를 얻어낸 건 마찬가지이니, 이 퇴각이 그렇게까지 큰 손해도 아니다.

탓.

나는 프리드웬으로 돌아가, 차원 엔진으로 함대 전체를 도약시켜 부유섬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갔다.

* * *

“대자재천…… 너와의 연은 결국 여기까지 이어지는군.”

태공망이 타신편을 바라보며 말했다.

시바가 남겨준 유산인 프라나.

-언젠가 내가 패배하고 사라지게 된다면, 이걸로 나 대신 혼돈과 싸워주길 바라겠다. 친우여.

그는 함께 싸웠던 친우인 태공망에게 자신의 최후의 무구를 전해주고 떠났다.

물론 그의 말대로 태공망이 혼돈과 다시 싸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 자신이 시공간의 끝에 갇히는 대가로, 현실로부터 혼돈을 물러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유산을 이어받은 태공망이 다시금 혼돈을 이 세계에 데려오려 하고 있다.

그걸로도 모자라 인류의 마지막 보루인 친나마스타의 권능마저 이걸로 무효화시키고 있다.

“나는 틀리지 않았다. 너도 틀리지 않았다. ……다만 잘 몰랐을 뿐.”

태공망은 여전히 시바에 대한 우정을 잃지 않았다.

그 의지에 인정받은 자가 아니면 유지할 수 없는 프라나가 여전히 그의 손에 쥐어져 있는 게 그 증거였다.

“우리의 싸움은 어쩌면 이걸 깨닫기 위한 시련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래, 너의 희생도 결코 헛수고가 아니야.”

모든 건 순리대로의 흐름을 위한 것.

원점회귀.

그 과업의 달성을 위한 마지막 가시밭길이 바로 유신우였다.

태공망은 손 안의 타신편을 움켜쥐며, 시바의 의지를 계속해서 잇는다는 사명감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불타는 지상 위에 떠올라 있는 작은 섬.

그것을 둘러싼 붉은 장막.

저것만 깨뜨리면, 오랫동안 이어 온 이상의 실현이 가능해진다.

‘세상의 진리는 혼돈께서도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 대자재천이라면 나를, 아니 나보다 더 일찍 이해했겠지. 하지만 그가 없는 지금, 이 세상에서 오직 나만이 이치를 꿰뚫어 볼 수 있다. 혼돈께서 그곳으로 걸어갈 수 있도록…… 나는 길을 밝혀야 한다.’

그는 세상을 내려다보며 결전의 의지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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