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233화
아마테라스가 죽고, 그녀의 A&A지분은 전부 내가 차지했다.
물론 일방적으로 빼앗은 건 아니고, 회사의 자사주로 양도된 것을 정당하게 구입한 것이었다.
나한텐 푼돈이긴 해도, 다른 사람 기준으로는 억만금인 15조 골드를 들여서 말이다.
사실 그렇게 할 필요도 없이 그냥 칠지도를 내세워 빼앗아도 되긴 했으나, 정당성 확보나 자금유입 등의 이유로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아무튼 그걸로 난 이쪽 세계에서 명실상부한 드워프들의 통치자가 되었다.
이제부턴 이 거대한 역량을 활용해 본격적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해 나가면 되는 것이다.
‘서 대륙은 특이하게도, 국가나 종족 위주가 아니라 개별 클랜 위주로 묶여 있는 곳이 많군.’
난 우선 이들의 강력한 정보력을 활용하기 전에, 전체적인 분위기 파악부터 하고 갔다.
그 분위기란 바로 대륙의 정세 양상.
본래 내가 있던 동 대륙이 인간, 오크, 엘프, 렙틸리언 등의 네 종족이 서로 종족 단위로 뭉쳐서 경쟁하고 있었다면.
이곳 서 대륙은 종족과는 별개로 오로지 각자의 이해관계를 기준으로 집단이 형성되어 있다.
하나의 집단에 여러 종족이 섞여 사는 형태로 말이다.
이곳 타카마 시티에만 해도 트롤들과 다크엘프들이 종종 길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이 보이는 걸 보면, 동대륙과는 달리 이종족을 무조건 배척하지는 않는 것이다.
‘그래서 각성자들이 인간인 나를 받아들이기도 수월했던 거고. 다만 그중에도 드워프만큼은 유독 동족끼리 뭉쳐 있는 경향이 강하군. 이건 칠지도의 영향이겠지.’
그런 탓에 ‘옹구스’의 수호령을 가진 자를 찾는 일은 더욱 어려워졌다.
유메미조차 그 영혼의 위치 파악이 불가능해진 지금, 생각해 볼 수 있는 방법은 현실세계에서 직접 해당 각성자의 소재를 알아내는 것뿐인데.
만약 동대륙처럼 인간끼리 모여 사는 곳이 존재했다면 그곳부터 찾으면 되지만, 지금은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모든 기업과 클랜들을 뒤져봐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하필 인간 종족은 이쪽 세상에서 비주류인 터라, 일이 배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나마 써먹을 수 있는 역량이 크다는 게 위안인가.’
불행 중 다행인 점은, 지금 나는 A&A라는 거대한 집단의 수장 자리에 앉아 있다는 점.
동원할 인력과 자본이 많으니 정보 수집 속도도 빠를 테고, 대상을 찾았을 때 신병을 확보하는 것도 수월할 것이다.
‘이 일은 스사노오에게 맡겨야겠군.’
그리고 내겐 오랫동안 온갖 음지의 일을 처리해오며 A&A의 서열 3위를 차지한 하부 조직이 있다.
그들을 활용하면 머지않은 시일 내에 옹구스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 * *
{권능 <야타의 거울> 발동}
{권능 <쿠사나기의 검> 발동}
{권능 <야사카니의 곡옥> 발동}
아마테라스의 영혼을 흡수해 얻은 권능들.
그녀는 삼종신기라는 투영무구형 신물을 사용해 공방의 균형잡힌 능력을 발휘했다.
결과적으론 츠쿠요미의 ‘대 아마테라스 전용 장비’ 앞에 당하고 말았지만, 그 불리한 상황에서도 꽤나 오랫동안 버틸 수 있을 만큼 강했던 것이다.
‘아마 내가 칠지도를 강탈하지 않았다면 츠쿠요미는 결국 아마테라스를 보호하러 온 병력들에게 당했겠지.’
난 그런 강자의 능력을 그대로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아마테라스의 영혼을 흡수하는 것뿐만 아니라 시신을 포식함으로써, 그녀가 가진 순수한 힘을 완벽하게 내 것으로 만들어냈다.
이 정도만으로도 나는,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해졌다고 할 수 있었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해.’
하지만 난 더 큰 것을 원했다.
이 능력은 어디까지나 아마테라스를 그대로 복제한 것에 불과하다.
내 ‘진짜 힘’에 비교하면 한참 뒤처지는, 한계가 명확한 능력일 뿐인 것이다.
각성자의 전체적인 능력은 시간이 흐를수록 상향되기 때문에, 이보다 더 강한 적은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니 나는 기존 한계를 넘어서 스스로 새 영역에 도달해야만 한다.
‘그래야 세상을 바꿔놓을 수 있으니.’
아후라 마즈다가 만들어 놓은 세계의 규칙을 내 손으로 깨뜨린다.
그리고 만악의 근원인 이 세상 모든 불멸자를 제거한다.
야드가르를 찾아내고 난 후에 이뤄낼 그 모든 대의를 위해, 난 한 걸음씩이라도 ‘시바의 길’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야 했다.
“준비됐나요?”
“그래.”
스사노오가 옹구스의 수호령을 가진 각성자를 찾는 동안, 나는 다시금 요르문간드와 접촉하기 위해 유메미에게 영혼 전이를 요청했다.
전보다 훨씬 더 강화된 그릇을 갖춘 지금의 나는, 이제 요르문간드의 완전한 힘을 받아낼 수 있을 것이다.
아마테라스의 삼종신기 같은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완성된 환란의 빙정.
나에게 어울리는 진짜 힘을 말이다.
화아아악.
바리공주의 영체를 투영한 유메미가 내게 손을 뻗자, 내 영혼이 뒤쪽으로 강하게 밀쳐지는 느낌이 들었다.
난 잠시 정신이 아득해지는 기분이 들었지만, 이미 여러 번 경험해 본 것이기에 개의치 않았다.
턱.
잠깐 동안 주변 공간이 무수한 빛으로 명멸한 끝에, 이윽고 나는 익숙한 장소 위에 서 있음을 알아챘다.
이곳은 푸른 사막, 니플헤임이었다.
‘요르문간드의 궁전…… 이쪽이었지.’
나는 날개를 펼치고선 기억을 더듬으며 요르문간드가 항상 기다리고 있던 자리를 향해 날아갔다.
‘……음?’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이 길이…… 맞나?’
주변의 지형이 묘하게 달라져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아예 다른 지역인 것도 아닌 것이, 저 멀리 보이는 산맥의 형태는 너무나도 익숙한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바뀐 것은 이 주변 일대.
원래는 아무것도 없이 싸늘한 사막이어야 할 이 땅이, 왜인지 무수한 망자들이 모여드는 마을이 되어버렸다.
‘그사이에 이곳도 변한 건가.’
마지막으로 요르문간드와 만난 것이 몇 달 전, 그것도 프리드웬을 얻기도 전이었으니, 확실히 많은 시간이 흐르긴 했다.
아무래도 그동안 이곳 니플헤임에서도 여러가지 변화가 있었던 모양이다.
‘여기도 나름 사람 사는 곳이라는 거군.’
어쨌든 난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
내 목적은 요르문간드를 만나는 것뿐이었으니 말이다.
이곳의 망자나 악마들이 어떤 생활양식을 갖추고 있건 간에,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다.
쉬이익!
“읏!”
그렇게 생각하며 비행하던 도중, 아래쪽에서 화살이 날아왔다.
단순한 화살일 뿐이지만 꽤나 위협적인 마력이 담긴 공격.
난 좌측으로 재빨리 롤링하며 사격을 피했다.
‘악마인가?’
그러곤 아래쪽에 있을 공격자를 내려다 보았다.
동물 가죽을 뒤집어 쓴 인간 사냥꾼이, 활시위를 당기고서 나를 노리고 있었다.
피잉!
다시 한번 화살이 날아든다.
난 아까와 같은 회피동작으로 피하려 했지만, 이번의 공격은 방금 전과는 다르다는 걸 깨닫고 대응법을 수정해야 했다.
‘다중 화살 사격. 피할 수 없다. 여기선 인벤토리를 쓸 수 없으니 프리드웬을 꺼내 막는 것도 불가능. 그렇다면.’
{야차 소환}
{<격멸의 업화>와 <트리슈라의 프라나>를 조합}
{<야차>가 <검은 매 야차>로 변형된다.}
화르륵!
다수의 야차들이 검은 매로 변화해 화염을 두르고서 지상으로 낙하한다.
날아오는 화살비를 대신 맞아주는 고기방패 겸, 화살을 녹여 없애는 화염 장막으로서 화한 것이다.
퍼퍼퍽!
도중에 화살비를 견디지 못한 야차들이 힘없이 추락했다.
그들은 곧바로 마력으로 산화해 내게 되돌아왔다.
콰쾅! 쾅!
한편 그 화살들을 뚫고 지상까지 도달하는 데 성공한 야차들은, 마치 융단 폭격처럼 지상에서 폭발을 일으켰다.
격멸의 업화가 그 사냥꾼의 머리 위에 고스란히 끼얹어졌다.
“끄아아악!”
사냥꾼은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며 검은 불길 속에서 잿더미로 변했다.
피잉! 피잉!
그 와중에도 위협적인 화살을 날려댔지만, 힘이 빠진 탓에 내게는 닿지 못했다.
‘망자가 모여들더니, 주변에 악마들도 창궐한 모양이군. 저런 게 내 앞을 막다니.’
난 방금 그 인간 사냥꾼이 악마라는 걸 눈치챘다.
마지막에 죽는 순간, 그것이 본 모습인 늑대의 형태로 되돌아갔기 때문이다.
인간형일 때 마치 동물 가죽을 뒤집어 쓴 것처럼 보이던 그 옷차림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의 가죽이었다.
‘조금 귀찮긴 하지만, 어차피 요르문간드와의 접촉은 오늘로 마지막일 테니 상관없겠지.’
아무튼 난 개의치 않고 계속 가던 길을 가려고 했다.
그때.
피잉! 피피피피핑! 피이이잉!
아래쪽에서 고막이 먹먹해질 만큼 많은 숫자의 발사음이 한꺼번에 겹쳐 들려왔다.
아까와 같은 화살이 수백 발.
아니, 수천 발이 저편에서 나를 덮쳐온 것이다.
‘이런 젠장.’
{<격룡창 트리슈라> 소환}
{<청류 폭발> 전개}
퍼엉!
나는 곧바로 창을 손에 쥐고 위쪽을 향한 후, 로켓처럼 하늘 높이 치솟았다.
사아아악.
다행히 그 화살들은 나를 쫓아오진 않았다.
더 이상 높이 상승하지 못한 그것들은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아래로 떨어졌다.
“침입자! 네놈의 정체를 밝혀라!”
곧이어 저편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까와 비슷한 외형을 가진 사냥꾼 악마 무리 사이의 리더로 보이는 자였다.
‘침입자?’
나는 그가 입밖으로 내뱉은 단어에 의구심이 들었다.
‘요르문간드가 침입자를 막는다고?’
저것들은 대악마급은 결코 아니고, 그들의 파수꾼 정도의 격에 속하는 악마다.
그리고 이곳은 요르문간드의 영토.
따라서 파수꾼 격에 속하는 악마가 저렇게 말한다는 것은, 요르문간드가 침입자를 배척하라는 명령을 직접 내렸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전에도 그랬듯이, 그 녀석은 그런 성격이 아니다.
자기 영토나 백성 같은 개념은 없고, 다 무너져 가는 궁전 안에서 머물며 홀로 유희 거리나 찾아다니는, 외로운 늑대 스타일의 불멸자.
그게 요르문간드였기 때문이다.
‘정말 한동안 안 온 사이에 뭔가 바뀌어도 많이 바뀐 모양인데.’
어쨌든 간에 저 악마의 말대로라면, 지금 이것들은 요르문간드의 명령을 받고 움직이는 개체들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굳이 힘과 시간을 들일 필요 없이, 말로 해결하면 된다.
“잠깐!”
내가 그들에게 소리치자, 그들은 팽팽하게 당긴 활시위를 늘어뜨리고 아래쪽으로 내렸다.
확실히 말은 통하는 자들이었다.
“할 말이 있나?”
“우린 싸울 필요가 없다.”
“왜지? 이유를 말해라.”
“나는 요르문간드의 손님이다. 그에게 하계의 인간이 찾아왔다고 말하면 알아들을 것이다.”
조금 절차가 번거롭긴 하지만, 이렇게 하면 요르문간드를 만날 수 있다.
나는 그걸 기대하며 반응을 기다렸다.
그런데, 돌아온 반응은 내 생각과는 정반대였다.
“뭐라고!”
“하계의 인간이?”
난 처음엔 그게 지옥의 존재가 아닌 내가 여기에 들어온 것에 대한 놀라움 때문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건 그런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썩 꺼져라! 여긴 그자의 영역이 아니다!”
“뭐? 여기가 요르문간드의 영역이 아니라고?”
“이곳은……!”
휘우우웅.
그 순간, 세찬 눈보라가 휘몰아쳤다.
전신의 세포를 갈기갈기 찢어놓을 듯한 냉기.
요르문간드의 격류와는 전혀 다른 성질의 ‘차가움’이, 이 근방 전역을 뒤덮었다.
콰우우.
곧이어 하늘에서 나타난 거대한 물체가 지상을 그림자로 뒤덮었다.
압도적인 위협이 나를 포함한 이 영역의 모든 존재를 짓눌렀다.
그 위협의 정체는,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이름은 들어본 적 있는 존재였다.
난 그걸 직감으로 깨달았다.
‘저건…….’
강설의 펜리르.
세계를 집어삼킨 늑대가 나타났다.
-요르문간드의 손님? 재미있군.
그의 거칠고 위압적인 목소리가 내 머릿속에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