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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232화 (232/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232화

스사노오는 츠쿠요미에 의해 큰 부상을 입고서 약 2주간이나 의식을 잃고 있었다.

그동안 휘하의 치유마법 사용자들이 온종일 달라붙어서 회복을 도왔지만, 그럼에도 그렇게나 시간이 걸린 것이다.

그만큼 그의 부상이 심각했다는 뜻이었다.

“……츠쿠요미는?”

그 긴 시간의 혼절 끝에, 자리에서 일어난 스사노오의 첫마디는 자신을 공격한 츠쿠요미에 관한 물음이었다.

“죽었습니다.”

“죽었다고? ……결국 아마테라스 님께서 그렇게 처분을 내린 것인가.”

그의 마지막 기억 속에는 아마테라스가 있었다.

자신이 츠쿠요미를 향해 가한 최후의 일격인 ‘역전 하늘깃 가르기’를 직접 막아내고 모든 전투를 멈춰버린 아마테라스의 모습.

아마도 그 이후에 츠쿠요미는 그녀에 의해 징계 처분을 받았을 터인데, 그 징계가 ‘죽음’이었던 모양이다.

……라고, 스사노오는 생각했다.

“아닙니다. 아마테라스 님께서 그렇게 하신 게 아닙니다.”

하지만 그의 부하는 그 독백을 부정했다.

“뭐? 그럼 누가 그를 죽게 했단 말이지?”

“인간 종족 이방인. 그자가 츠쿠요미를 죽였습니다.”

“그자가 왜 그런 짓을?”

“그리고…… 아마테라스 님도 돌아가셨습니다.”

“뭐라고!”

스사노오가 그 말에 놀라 침상에서 벌떡,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하지만 더 놀랄 만한 이야기는 따로 있었다.

“현 칠지도의 주인은 그 이방인 인간입니다.”

쿠쿵.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

그건 단순히 마음속에서 울린 청천벽력의 환청 같은 게 아니었다.

스사노오의 몸에서 직접적으로 뿜어져 나온 노기(怒氣)의 압력으로 인해, 주변 가구들이 부서지거나 넘어지면서 발생한 소리였다.

“……어떻게 된 일인지……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나?”

“예.”

스사노오의 부하는 그가 쓰러져 있던 사이에 일어났던 일들을 모두 말해주었다.

츠쿠요미조가 해산의 명령을 받은 일.

거기에 앙심을 품고 쿠데타를 일으킨 일.

그 쿠데타가 거의 성공하기 직전에 유신우가 칠지도를 가로채고 타카마 시티를 장악한 정황.

그 모든 사건들을 상세히 보고했다.

“……나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가 없었나?”

“있기는 했습니다만, 오히려 더 배려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배려라고?”

“스사노오 님을 치료하는 데에 더 많은 치유사를 동원해주기도 하고, 여러 가지 보급품 등을 제공했습니다.”

“개수작을 부리는군.”

그의 생각대로라면, 유신우는 츠쿠요미와 아마테라스가 죽은 지금 가장 위협이 되는 3인자인 자신을 어떻게든 제거했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도움을 준다는 건, 자신을 그의 밑으로 들어오게 만들려는 수작을 부리고 있다는 뜻.

당연히 스사노오가 거기에 넘어갈 리가 없다.

“설령 내가 이 땅을 떠나는 한이 있어도, 절대 인간 놈에게 머리를 숙이지는 않는다. 그것도 동족의 학살자에게 말이다.”

“하지만 조장님, 칠지도의 영향력은 사모님과 자제분들께도 미치고 있습니다. 혹여 저들이 인질을 잡으려 마음이라도 먹는다면…….”

“난 그런 것에 꺾이지 않는다.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자결을 택할 것이다.”

명예를 위해 자결을 택하는 드워프들의 관습.

죽음이 두려운 건 종족을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다 마찬가지기에 드워프 종족 내에서도 그런 관습이 엄밀히 지켜지진 않았지만.

스사노오의 인품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었다.

죽는 한이 있어도 자존심을 꺾지는 않는다는 것 말이다.

“다른 녀석들은 지금 어디에 있지?”

아무튼 그는 일단 자신의 조직원들의 상황을 파악하기로 했다.

여기서 말하는 ‘다른 녀석들’은 물론 금제 해방된 각성자들만을 의미한다.

금제에 묶여 있는 드워프라면 칠지도에 통제당해 전과 다름없이 일상을 보내고 있겠지만, 그들은 순수하게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은 모두들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스사노오 님이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간 쪽에서도 별 반응이 없고?”

“그렇습니다.”

“내가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상황이 결정된다는 건가.”

지금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어 있다.

유신우도, 자신만 바라보는 조직원들도 말이다.

“일단은 만나서 얘기하도록 하지.”

스사노오는 우선 그들과 접촉해 차후를 도모하기로 했다.

* * *

스사노오가 가장 먼저 만난 사람은 이와나가조의 대장인 이와나가.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녀는 유신우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드러냈다.

“왜지? 그자는 아마테라스 님을 죽였다. 츠쿠요미는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의 지도자를 제멋대로 죽인 데다 칠지도까지 훔쳐서 드워프 종족 전체를 자기 손아귀에 넣으려 하고 있다. 그걸 용인하는 건가?”

“아마테라스 님을 죽인 건 츠쿠요미예요. 그 인간은 바로 그 츠쿠요미를 죽였고.”

“빤한 수작이다. 그게 전부 놈의 계략이라는 걸 왜 모르나?”

스사노오는 모두가 유신우의 손아귀 위에서 놀아났다는 걸 어림짐작으로 간파해 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그런 주장은 그저 음모론일 뿐.

이와나가에게는 아무런 증거도 없이 그를 깎아내리는 걸로밖에 들리지 않은 것이다.

“전 잘 모르겠는데요.”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그녀의 태도는 이상했다.

뭐가 사실이건 간에 드워프가 아닌 인간이 멋대로 권력을 가로챈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막말로 아마테라스와 츠쿠요미가 죽은 이 시점에서, A&A와 타카마 시티를 지배해야 하는 건 스사노오여야 할 것이다.

그 혜택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을 이와나가 입장에서는, 이득 여하만을 따져보아도 유신우를 지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하, 대체 왜…… 왜 그자를 감싸는 것이냐?”

“왜냐면…….”

하지만 의외로 거기에는 아주 간단하고 직관적인 이유가 있었다.

“그 인간 덕분에 살기가 더 좋아졌거든요.”

“뭐라고?”

“아마테라스 님이 가지고 있던 재산을 전부 처분해서 모든 사원들에게 나눠줬어요. 그뿐만 아니라 급여와 보상도 몇 배로 올랐고……. 이젠 아예 외부인들마저 A&A의 사원이 되겠다고 난리라고요.”

“무슨…….”

스사노오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이유에 잠시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칠지도를 이용해 드워프들로부터 착취를 행할 줄 알았는데, 도리어 퍼주기라니.

물론 이건 당장의 눈 가리기 용도이고, 나중에 더 많은 착취를 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정치적인 행동은 어디까지나 다른 기업국가에서나 통하는 방식이지, A&A에서 떠올릴 방식이 아니다.

왜냐하면 여기선 칠지도라는 물건으로 간편하게 사원들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여기서 나가서 다른 종족들의 울타리에 들어가 봤자 우리가 받을 대우는 전보다 나쁠 뿐이에요. 그리고 다른 종족에게 머리를 숙여야 하는 것도 똑같고. 그럴 바엔 여기서 그 인간을 따르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해요.”

그런 와중에 이와나가는 이미 자신의 행방을 결정한 것처럼 보였다.

“그런…….”

강압적인 방식이 아닌 스스로 따르게 만드는 것.

칠지도를 손에 넣으면 떠올리기 힘든 발상이다.

종족 전체를 아주 쉽게 자기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데, 뭐하러 손해까지 봐가며 민심을 얻으려 하겠는가.

심지어 이 정도 규모의 집단에서 돈으로 환심을 사는 건 보통 쉬운 일이 아니다.

아니, 불가능하다.

무한이나 다름없는 수준의 자금을 보유하지 않고서야 말이다.

‘직접 만나봐야겠어.’

결국 스사노오는 유신우와 직접 대면하기로 했다.

* * *

마물들로부터 도망쳐 간신히 보금자리를 만들어낸 동 대륙은, 아직 제대로 된 경제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다.

벽 바깥의 마물들로부터 안전을 도모하거나, 자기 무장을 강화하거나, 혹은 먹고살 식량을 갖추는 정도의.

그러니까 인간으로서 지극히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하는 데에 경제구조가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그곳에선 기존 사회구조가 완전히 무너지고 새로운 세상으로 넘어온 지 겨우 1년밖에 흐르지 않았으니, 그럴 수밖에.

하지만 여긴 그에 비하면 엄청나게 발전되어 있다.

과거 ‘양방향 포탈’이 열리기 전 2030년대의 지구와 비슷한, 아니, 그보다 더 발전된 기술과 인프라로 가득 차 있다.

그만큼 골드가 미치는 영향력도 크고, 돈이 돌고 돌면서 만들어내는 경제적 가치도 커지는 것이다.

여기서라면 내가 쓰는 돈이 막대한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무력 없는 재력은 빼앗기기 좋은 먹잇감이고.

재력 없는 무력은 금세 힘이 빠진다.

지금 내게는 마르지 않는 골드와 칠지도가 있으니, 지금처럼 좋은 여건이 따로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두 도구의 상승효과는 마침내, 내 손에 아주 강력한 칼 한 자루가 들어오게 만드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스사노오가 당신을 만나 뵙고자 하고 있소.”

“잘됐네. 들어오라고 해.”

터벅. 터벅.

체구는 작지만 두꺼운 근육질 몸을 가지고 빽빽한 수염에 긴 머리를 묶어 올린 남자.

전형적인 드워프 무사의 모습을 한, A&A의 최강 전력인 스사노오가 드디어 내 앞에 나타났다.

철컥.

내 옆에 서 있는 라이진이 칼자루 위에 손을 얹었다.

긴장되어 보이는 얼굴.

혹여 스사노오가 무기라도 꺼내 들면 언제든지 그 빠른 칼놀림으로 저지하겠다는 태도였다.

‘든든하네.’

저런 자가 호위라면 안심이다.

강함도 강함이지만, 돌발 상황에 빠르게 움직이기로는 최고이니 말이다.

“싸우러 온 것이 아니다.”

스륵. 철컥.

하지만 그 앞에서 스사노오는 대뜸 비전투 의사부터 밝혔다.

그는 인벤토리에서 자신의 검을 꺼내 먼 곳에 던져둠으로써 그것을 확실히 했다.

“나도 당신과 구태여 싸우고 싶지는 않아.”

“그 대신 내 머리 위에 올라서고 싶은 거겠지.”

“그럴 수만 있다면.”

비꼬듯 내던진 말에 내가 솔직하게 대답하자, 스사노오의 눈이 커졌다.

“하지만 이걸로는 그렇게 되질 않아서 말이야.”

나는 칠지도를 꺼내 그에게 보이며 말했다.

“그 대신 다른 방법을 찾아보고 있는 중이지.”

“…….”

스사노오는 잠시 침묵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하나 확인하고 싶은 게 있다.”

“뭐든.”

“네 목적이 뭐냐?”

“내 목적?”

“드워프들을 지배하고, 나까지 네 지배하에 넣어서 이루고자 하는 것. 돈은 아닌 것 같고, 단순히 명예나 권력욕 같은 것도 네게는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이런 걸 물은 자는 처음이다.

이 땅에서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동기는 돈과 힘, 오직 그 두 가지뿐이었다.

아마테라스도 마찬가지.

그녀 역시 나를 움직이는 보상으로 제시한 것은 돈이었고.

츠쿠요미를 움직이는 데 필요했던 것은 권력에의 욕망을 건드리는 것이었다.

이곳의 모든 사람들의 행동 원리는 그 둘로 설명되었기에, 드워프와 함께 움직이는 내게도 그 이상의 의문을 가지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스사노오는 달랐다.

그는 내게서 조금 다른 대답이 나오길 바라는 것 같아 보였다.

“네가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이유는 뭐지?”

그래서 난 사실대로 대답했다.

“가족.”

“…….”

“내 혈육을 찾고 싶다. 이 거대한 집단의 정보와 인력을 동원해서.”

그러자 스사노오가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라이진이 내게 취했던 것과 같은 자세였다.

“지금부터 스사노오조는 당신의 휘하에 있다.”

그는 나를 확실한 주군으로 인정했다.

이로써 드워프들이 갖춰 놓은 모든 것을 완벽하게 내 손안에 넣게 되었다.

이곳, 서 대륙의 가장 영향력 있는 집단 중 하나를 완벽하게 집어삼킨 것이다.

이제 내 행동과 정보의 제약은 완전히 사라진 거나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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