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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231화 (231/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231화

“하아…… 하아…….”

울컥.

아마테라스의 입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다.

그녀는 광선의 감옥에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더 이상 전투를 지속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의 부상을 입고 말았다.

“이제 포기하십시오.”

츠쿠요미의 수하들이 그녀를 둘러싸고 무기를 들이밀었지만 어떠한 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마력의 문제를 넘어서, 정신 자체가 아득해져 갔다.

“당신도 결국 이것의 힘에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였군요.”

츠쿠요미가 보란 듯 손에 쥐고 있는 칠지도를 들어 보였다.

“……네놈이…… 감히…….”

“감히? 이제 이 도시의 지배자는 바뀌었습니다. 지금 그런 단어를 쓸 수 있는 건 당신이 아니라 나야.”

그는 지위의 역전을 만끽했다.

그동안 자신이 이 자리에 설 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아마테라스라는 존재가 너무나도 높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권력에의 욕망이 계속 숨어 있었다.

자기 자신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작지만, 선명하게.

그것이 칠지도를 손에 쥔 순간, 바로 지금, 폭발하듯 개화하고 만 것이다.

“너는…… 분명 폭군이 될 거다……. 드워프들에겐 재앙……. 너를 통제할 사람이 없으면…….”

“닥쳐.”

퍽.

츠쿠요미가 아마테라스의 얼굴을 발로 걷어찼다.

육체 능력으로 보나 마법 능력으로 보나 순수한 무력으로는 아마테라스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뛰어났으나, 빈사 상태가 된 지금은 속절없이 당하는 꼴이었다.

그녀는 몇 미터를 날아가며 바닥을 뒹굴었다.

울컥.

그 충격 때문에 다시금 피를 토해냈다.

“아직 죽으면 안 되지.”

츠쿠요미는 그런 그녀의 머리채를 붙잡아 들어올렸다.

그리곤 억지로 주변의 광경을 보게 만들었다.

“잘 봐. 왕좌가 찬탈되는 순간을 네 스스로 직접 목격하라고.”

그가 아마테라스로 하여금 억지로 보게 만든 주변의 광경은, 바로 이쪽으로 다가오는 무수한 병력의 물결이었다.

그건 물론 이 안전가옥에서 발생한 폭발 때문에 접근하는 A&A의 조직원들이었다.

최고 지도자의 거처에서 큰 일이 발생했으니, 당연히 바깥에선 비상이 걸렸을 터.

심지어 사보타주로 인해 연락조차 되지 않아, 온갖 혼란이 벌어졌을 것이 자명하다.

그렇게 위험에 처한 아마테라스를 구하겠답시고 온 조직원들이, 새로운 칠지도의 주인인 츠쿠요미에게 머리를 숙인다면.

그거야말로 완벽한 왕위 계승 퍼포먼스가 되는 셈인 것이다.

“잘 봐라. 세상의 변화를.”

털썩.

츠쿠요미는 아마테라스를 바닥에 내팽개쳐 두고 자신만만하게 다가오는 병력을 맞이했다.

하늘엔 비행 강화복을 장착한 기동보병들과 무장 셔틀들이 빼곡하게 가득 차 있다.

그들이 모두 이곳으로 다가와 츠쿠요미를 지도자로 인정한다면.

그로써 드워프 세계의 중심인 타카마 시티는 결정적인 전환점을 맞게 되는 것이다.

우우웅.

차량과 병력들이 육안으로 보일 정도의 위치까지 다가왔다.

“……음?”

그런데 츠쿠요미의 눈에 거슬리는 것이 하나 들어왔다.

그건 다름 아닌 라이진.

어느 하부 조직에도 소속되지 않은, 순수한 아마테라스의 심복인 남자였다.

그는 금제에서 해방된 각성자였기 때문에, 칠지도의 통제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존재다.

만약 상황을 잘 모르고 있다면, 다짜고짜 전투를 걸어올 수도 있는 것이다.

라이진은 혼자 움직이는 자이긴 하나 실력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간 일이 조금 귀찮아질지도 모른다.

‘쯧. 성가시군.’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 츠쿠요미는 칠지도를 사용해 다른 드워프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라이진에게 아마테라스가 아닌 나를 보호하라고 알려라.”

그와 함께 다가오고 있는 드워프들로 하여금 칠지도의 주인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리면, 라이진이 섣불리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 또한 아마테라스에 대한 목적 없는 충성심을 가졌다기보다는 권력에 순응하는 속물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 츠쿠요미에게 덤벼들었다간 자기 목숨만 버리는 꼴이 된다.

사실상 이곳은 지금 츠쿠요미의 본진 한가운데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철컥.

그런데.

“잠깐. 지금 뭐 하는……?”

칠지도를 사용해 명령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드워프 중 어느 누구도 라이진에게 말을 전하는 자가 없다.

아니, 오히려, 그 주변의 병력들의 총구와 포구가 자신을 향하고 있다.

이건, 명백한 조준 사격의 징후다.

“멈춰라! 나는 너희들의……!”

피웅!

츠쿠요미는 끝까지 그들을 통제하려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전투차량의 포구에서 일제히 발사된 수십 줄기의 광선이 그가 서 있는 자리를 덮쳤다.

다행히 츠쿠요미는 바닥을 굴러 미리 그 공격을 피했으나.

타타타탕! 타타탕!

이어지는 기동보병들의 마나건 사격이 그를 덮쳤다.

“멈춰라! 멈추란 말이다! 크윽!”

츠쿠요미의 명령은 전혀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츠쿠요미 님, 이게 어떻게……!”

퍼퍽!

그 주변에 있던 다른 각성자 수하들 중 한 명이 쏟아지는 공격에 당해 쓰러졌다.

그 순간, 츠쿠요미 일행은 모두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아마테라스……!”

그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아마테라스를 쳐다봤다.

그녀가 뭔가 술수를 쓴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그 추측은 틀렸다.

아마테라스는 이미, 과도한 출혈과 기력의 소진을 견디지 못하고 숨을 거둔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럼 대체 이건?’

츠쿠요미의 머릿속은 혼란으로 가득 찼다.

기존 칠지도의 주인인 아마테라스는 죽었다.

따라서 저 드워프들은 그녀를 따르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당장 칠지도를 쥐고 있는 자신의 말도 듣지 않는다.

그렇다는 말은…….

‘다른 자가?’

퍼뜩, 머릿속에 한 가지 얼굴이 떠올랐다.

그건 다름 아닌 세이메이였다.

“후후.”

아니나 다를까, 그는 지금 쏟아지는 포격을 피해 간신히 달아나고 있는 자신을 쳐다보며 의미심장하게 웃고 있었다.

‘배신한 건가? 자신이 권력을 잡으려고?’

세이메이는 츠쿠요미가 아마테라스와 싸우는 동안, 안전가옥 지하의 비밀 공간에 감춰진 칠지도를 찾아내는 임무를 맡았다.

어차피 그의 주술로 칠지도에 걸린 봉인을 풀었어야 하기도 하고, 타이밍 상 누군가는 했어야 할 일.

그렇기에 자신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가장 충성심이 높은 그를 보낸 것인데.

눈앞에 놓인 왕관을 보고 다른 마음을 먹어버린 것이다.

츠쿠요미는 그렇게 생각했다.

‘저 개자……!’

하지만 그 추측은 완전히 틀렸다.

{야차 소환}

왜냐하면 지금 여기에 있는 세이메이는.

{<환란의 빙정>과 <트리슈라의 프라나>를 조합}

그가 가지고 있을 리 없는, 그러나 전에도 한 번 본 적이 있는.

{<야차>가 <달 사냥개 야차>로 변형된다.}

바로 그 능력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

타타탓!

앞다리에 날개막이 있는 기묘한 모습의 늑대 수십 마리가,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달려들어 후퇴하는 츠쿠요미 일행을 한꺼번에 덮쳤다.

덥석!

“끄악!”

단단하고 날카로운 이빨이 마치 창날처럼 그들의 몸을 꿰뚫는다.

물론 꽤나 두꺼운 갑옷을 입고 있었기에 치명상을 입힐 만큼 강력한 물어뜯기는 아니었으나.

“이, 이거 놔!”

{오한이 밀려옵니다.}

{당신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느려집니다.}

달 사냥개 야차들의 진짜 능력은 군중제어.

한 번 문 상대를 결코 놓지 않는 강한 턱 힘과 이빨을 통해 뼛속까지 파고드는 오한 상태이상으로 상대를 붙잡아 두는 것이다.

그렇게 츠쿠요미 일행들 모두가 야차들에게 붙잡혀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던 순간.

파지지직!

어느새 칼자루를 쥐고 발도 자세를 취한 라이진의 몸에서 대량의 전류가 흐르고.

쩌렁!

뇌격음과 동시에 지면을 그리며 지나가는 섬광.

야차와 함께 붙잡혀 있던 쿠데타의 주동자들은.

그 섬광과 함께 모조리 번갯불의 잿더미로 화해버렸다.

자신의 마력을 총동원해 방어막을 펼친 츠쿠요미만이 겨우 얼굴과 상반신을 남겼을 뿐.

“네놈…… 네가…….”

그는 마지막 죽는 순간까지, 유신우를 바라보며 살기를 내뿜었다.

그는 그사이 세이메이로의 포식 변신을 풀고서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반드시…… 복수를…….”

“복수? 미안하지만 이제 츠쿠요미라는 이름은 이 세상에 없어.”

{츠쿠요미의 영혼을 흡수한다.}

유신우의 오른쪽 눈이 새카맣게 타올랐다.

* * *

“그야말로 악마가 따로 없는 것 같소.”

“누가 할 소리.”

라이진이 새 주인인 나에게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저런 농담을 던졌다.

드워프 내부를 이간질해 서로 싸우게 만든 다음, 마지막에 뒤를 쳐서 칠지도를 쟁탈한 내 행동을 두고 저런 말을 한 것이다.

물론 자기 주인을 죽게 만든 나에게 군말없이 복종하는 것도 모자라, 나를 위해 동족인 츠쿠요미를 사정없이 베어낸 그가 할 말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내 정체성은 드워프가 아니라 기계에 더 가깝소만.”

머리를 제외한 거의 전신을 기계로 대체한 그가 저렇게 말하자, 굉장한 이질감이 느껴졌다.

‘뇌신’이라는 의미의 이명을 가지고서 수호령의 능력을 적극 활용하는 사이보그 검객…….

왠지 혼종도 이런 혼종이 없다는 느낌이다.

“아무튼, 이다음은 어떻게 할 작정인가요?”

한편, 유메미는 앞으로 내가 할 일에 대해 물었다.

칠지도의 봉인을 푸는 데에 지대한 공헌을 한 그녀.

유메미가 없었다면, 지금 난 이 자리에 오를 계획조차 세우지 못했을 것이다.

“제일 시급한 문제는…… 역시 스사노오겠지.”

1인자인 아마테라스와 2인자인 츠쿠요미가 죽었다.

이제 남은 건 병상에 누워 있는 3인자 스사노오.

그에 대한 처분은 전적으로 내 의사에 달려 있다.

내가 칠지도를 가지고 있는 이상, 그는 회복을 한다고 해도 나와 맞서지 못할 테고, 그 이전에 아예 회복 중인 그를 공격해 싹을 잘라버리는 수도 있다.

“스사노오. 내가 이 도시에서 검으로 인정하는 유일한 남자. 그를 설득하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이 될 것이오.”

“설득? 내가 그자를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물론이오. 그 정도의 인재를 잃는 건 당신에게도 손해라고 생각하오만.”

하지만 라이진의 말대로, 그를 제거하는 대신 설득하는 방법도 있다.

실은 나 역시 그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만한 무력과 세력의 소유자를 내 밑으로 데려온다면 무조건 이익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곳 서 대륙에서뿐만 아니라 동 대륙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말이다.

게다가 모든 상황이 종결되고 나의 정권 찬탈이 확실시되는 이 시점이라면, 그 가능성 또한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쉬울까요? 제가 보기론 인의를 중시하는 인물인 것 같던데……. 게다가 동족을 죽이고 새롭게 옹립한 지도자를 따른다는 건, 그런 성향이 아니어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 거예요.”

그 발언에 유메미가 반박했다.

그러자 라이진이 그녀의 말을 정정했다.

“인의를 중시하는 인물인 건 맞지만, 종족주의에 사로잡혀 사리를 구별하지 못하는 자는 아니오. 무엇보다 그에겐 자신이 챙겨야 할 식구도 있고.”

“식구? 가족을 말하는 건가? 아니면 조직원?”

“그 둘 다요.”

라이진이 다다미 위에 주저앉아 자신의 허벅지에 팔꿈치를 대고 주먹에 턱을 괸 채 말했다.

“스사노오 본인은 나와 같이 칠지도의 통제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지.”

“그렇기 때문에 그가 스스로 나를 따르게 만들어야 하는 거고.”

“그렇소. 하지만 그의 아내와 자식들은 각성자가 아니오.”

“그 말은…….”

“그렇소. 그 가족들은 당신의 명령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금제에 묶인 드워프’라는 뜻이오.”

“그럼 그 가족들을 인질 삼아서 나를 따르게 만든다?”

“그런 방법도 가능하겠소만.”

라이진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보다는 좀 더 원론적이고 정석적인 방법을 쓰는 게 옳지 않겠소?”

“정석적인 방법?”

지금까지 정치적인 견해는 일체 입 밖으로 꺼내지 않던, 전형적인 호위무사형 인물인 라이진이었다.

그런 그가 제시한 것은, 의외로 굉장히 대국적인 안목에서 나온 조언이었다.

“민심을 사는 거요.”

“……그렇군.”

너무 쉬운 해답인 것 같지만, 실제로 논하기엔 너무나 어려운 것.

하지만 ‘이곳’에서, ‘나’는 쉽게 얻을 수 있는 것.

“민심을 ‘산다(buy)’……. 그게 정답이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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