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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223화 (223/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223화

아델은 쿠베라가 일으킨 흙먼지 속, 사방에서 달려드는 야차들에 대응해 분투하고 있었다.

투확!

카앙!

측면에서 날아온 범의 발톱 공격.

그녀는 그것에 피격당하기 직전 간신히 칼날을 세워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뿐, 그 이상으로 반격을 행하지는 못했다.

‘아무것도 안 보여.’

보이지 않는 것은 저들도 마찬가지일 터다.

오히려 이렇게 시야가 차단된 상황에서 난전을 벌이는 건 머릿수가 많은 쪽이 더 불리하다.

지금 같은 상황을 만드는 건 수가 적은 쪽이 수가 많은 쪽을 상대하는 전형적인 전술일 터인데.

어찌된 일인지 도리어 지금은 아델 본인이 몰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쐐액! 터엉! 파캉!

전후방에서 동시에 두 야차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아델은 지금의 자세에서 도저히 둘을 동시에 쳐낼 만한 타이밍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아.

후방의 공격을 검으로 막는 동시에 몸을 웅크리며 어깨를 내밀어 전방의 공격을 받아냈다.

두꺼운 범의 앞발이 어깨에 닿자, 몸 전체의 뼈가 울리는 듯한 충격이 몰려왔다.

“큭!”

물론 그런 와중에도 다행히 직접적인 외상을 입지는 않았다.

용비늘 갑주에서 가장 견고한 부위 중 하나인 견갑이 그녀의 맨살을 단단히 보호해 주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발톱의 타점 끝부분을 피해서 뿌리 쪽에 파고든 덕에, 아주 미세한 각도 차로 치명타를 피할 수 있었다.

‘언제까지고 이런 식의 수비 태세를 유지할 수는 없어.’

그러나 이러한 대처에도 한계가 있다.

아델의 기술적인 근접전 대응 능력은 매우 뛰어나지만, 그렇다고 단 한 번의 공격조차 불허할 만큼 완벽하다고 장담할 수만은 없다.

누구든 한 번은 실수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흙먼지로 인해 시야가 차단된 상황이 지속되다 보면, 분명히 언젠가는 크게 당하고 말 것이다.

그리고 야차들 또한 그걸 알고 있는지, 그녀의 주변을 계속해서 돌면서 인위적인 흙먼지를 일으키고 있다.

이 다크엘프들은 시야가 차단되더라도 상호 간에 감각을 공유할 수 있었다.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기에 서로 오인 공격을 할 일이 없고, 게다가 원형진을 만들면서 아델의 대략적인 위치까지 파악하는 게 가능한 것이다.

또한 야차들은 마력이 아닌 순수한 신체 능력으로 싸우는 자들이기에 마력을 감지하는 것도 불가능.

결국 지금 아델이 할 수 있는 선택이라곤, 여기서 벗어나는 것밖에 없었다.

‘위에 있는 마스터는…… 아직 괜찮아.’

그녀는 영혼 공명으로 이어진 감각을 통해, 쿠베라에게 당해 하늘로 띄워 올려진 유신우의 신변에 별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따라서 자신만 제대로 싸우면 된다는 판단하에, 지금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돌파를 감행했다.

{공명기 <적사자 검식> 파생형 ‘흑화륜’ 전개}

아델은 전방으로 빠르게 몸을 날렸다.

이번엔 평소와는 달리 종방향이 아닌 횡방향으로 회전하면서 말이다.

그녀는 마치 소용돌이처럼 회전하며, 자신의 검에서 피어오르는 격멸의 업화를 사방으로 흩뿌렸다.

화르륵!

흙먼지들이 고온고압의 흑염에 의해 바깥쪽으로 밀려 나갔다.

뿐만 아니라 모래 알갱이들이 녹으면서 마치 스프레이처럼 용암 방울들이 사방으로 분사되었다.

덕분에 야차들은 쉽사리 그녀에게 달려들지 못했다.

“위다! 위를 공략해라!”

하지만 그것도 어떠한 결점조차 없는 완벽한 수라고 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강력한 태풍이라도 그 가운데에 위치한 ‘눈’은 고요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아델이 자아낸 흑화륜 역시 마찬가지였다.

후웅!

그 약점을 찌르기 위해 야차들 중 하나가 아델의 위로 뛰어들었다.

우뚝.

그러자 맹렬히 회전하던 아델이 한순간 제자리에 멈춰 섰다.

으드득.

그녀의 다리와 허리에선 살벌한 소리가 났다.

그 빠른 회전을 갑자기 중단하는 것은 뼈와 근육에 막대한 부담을 주는 행위.

하지만 그녀는 더 큰 위험을 피하기 위해 그런 자잘한 부상 정도는 얼마든지 받아들일 각오가 되어 있었다.

실은 야차들이 위를 치고 들어올 것을 알고 처음부터 이런 변칙 공격을 행하려고 마음먹었었다.

적의 공격에 대응해서 반격하는 것은 늦으니, 아예 자신의 의도 안으로 상대를 끌어들여 예측 반격을 사용한 것이다.

{공명기 <적사자 검식> 파생형 ‘금강염사’ 전개}

지면을 발로 차며 위를 향해 검기를 발산한다.

“으아아아!”

예상치 못한 강공을 정면에서 뒤집어쓴 야차는 미처 피하지 못하고 잿더미로 산화했다.

{공명기 <적사자 검식> 파생형 ‘흑화륜’ 전개}

그리고 아델은 다시금 아까와 같은 횡 방향의 흑염 소용돌이를 만들며 한쪽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를 계속 가운데에 가둬 두는 것은 제아무리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야차들이라도 불가능.

결국 원진은 붕괴되고 말았다.

덕분에 아델은 시야를 차단하던 갑갑한 흙먼지 폭풍의 한가운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저 인간을 쫓아라! 합류하게 내버려 둬선 안 돼!”

야차들은 그녀를 끝까지 추격해 발목을 붙잡으려 했다.

유신우와 아델이 함께 싸우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쿠베라를 비롯한 야차들의 전투 방식은 부대원과 부대장을 떼어 놓아 일대일 상황을 만드는 것.

근접전에 강한 자신의 장기를 극대화시키는 전투 방법이었다.

“저 인간을……!”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일 대 일 전투에서 쿠베라가 승리한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

그 전제가 깨진다면, 결국 이 전술은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마스터!”

흙먼지의 바깥에는 쿠베라와의 싸움을 끝마치고 내려온 유신우가 서 있었다.

아델과 조우한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수고했어.”

그리고 그의 손끝이 그녀 쪽을 향했다.

정확히는, 그 뒤에서 쫓아오고 있던 다크엘프 야차들이었다.

{심연을 개방해 쿠베라를 불러낸다.}

{권능 <야차 소환> 발동}

유신우의 주변에서 강한 힘의 파장이 발산되는가 싶더니, 공간이 왜곡되며 악마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달리 말할 것도 없이, 그것들의 정체는 바로 야차.

다크엘프와 같지만, 그보다 좀 더 지옥의 존재들에 가까운, 실제로 외형도 훨씬 더 험상궂은 자들이었다.

“저, 저건!”

“쿠베라 님의……!”

아델을 쫓아오던 다크엘프 종족의 야차들 역시 그들을 알아보았다.

그건 자신들의 리더인 쿠베라가 스스로의 에테르를 분산하는 리스크를 감수하고서 사용하는 결전기였기 때문이다.

물론 유신우는 그런 리스크를 질 필요가 없다.

흡수한 쿠베라의 영혼을 직접 오른쪽 눈에서 꺼내 그것을 토대로 권능을 사용하면 될 일.

{특성 <악마 군단장> 발동}

다만 그로 인해 악마 야차들이 주인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단점이 생기지만.

그 역시 아몬의 특성을 활용하면 되기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걸로 과거 무수한 악마 군단을 이끌던 지옥의 군주로서의 그의 모습이 다시금 재현된 것이다.

“저 가짜 야차들을 제거해라.”

유신우는 지옥에서 기어나온 자신의 수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실은 야차가 바로 다크엘프의 한 종이었기에 원류라 할 수 있는 쪽은 당연히 저들이지만.

힘의 크기로 보나 야수로서의 본성으로 보나 ‘진짜’라고 칭할 만한 쪽은 다름 아닌 악마들이었다.

그들 스스로도 그렇게 자부하고 있고 말이다.

“크아아아!”

그들은 명령을 듣자마자 괴성을 지르며 육체를 야수화했다.

쿠베라의 영혼으로부터 비롯된 자들이기 때문에 그들은 같은 범의 형상으로 변형되었으나, 세세한 특징은 확연히 달랐다.

기존보다 월등히 비대한 상체 근육과 두껍고 긴 발톱, 이마에 난 뿔, 무엇보다 검붉은 가죽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저절로 공포심을 느끼게 했다.

“저런 것들을 어떻게…….”

“트, 틀렸다! 모두 퇴각해!”

다크엘프들은 전의를 완전히 상실하고 아델에 대한 추격을 멈춘 채 반대 방향으로 도주하려 했다.

그것은 악마 야차들에게서 느껴지는 위압감 때문이기도 했지만, 애초에 자신들의 리더인 쿠베라가 죽은 것도 크게 한몫을 했다.

당연히 사기가 바닥을 칠 수밖에.

“놓치지 마.”

유신우는 그런 그들을 순순히 살려서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

자신이 쿠베라의 능력을 빼앗아 쓴다는 사실이 알려져서 좋을 게 없었기 때문이다.

이건 다크엘프들에게뿐만 아니라 당장의 아군인 드워프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목격자는 살려두지 않는다.

그의 무자비한 방침에 따라, 수십 마리의 악마 야차들은 도주병들의 뒤를 덮쳐 모조리 찢어발겼다.

* * *

상황이 종결된 후, 뒤늦게 클로킹 차량을 탄 라이진과 최윤아 일행이 나타났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오?”

라이진은 사방에 널브러진 증원군의 시체들과 피를 뒤집어쓴 나를 번갈아 쳐다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서 전투라도 벌어진 것이오?”

그는 자못 진지한 표정이었다.

혹여 주변에 적이 더 있으면 언제든지 검을 뽑을 태세로, 한 손을 칼자루에 올려 둔 채였다.

“증원군이 나타났다.”

“증원군이? 이곳에? 그럴 리가. 만약 그들이 그렇게나 빨리 나타났다면 우리가 먼저 마주쳤을 것이오. 하지만 우리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그런 적은 없었는데…….”

그는 초기 작전 계획에서 파악했던 바를 있는 그대로 말했다.

실제론 다크엘프 측의 증원군 합류 경로가 정반대였다는 걸 전혀 모르는 눈치.

물론 그것이 치밀한 연기일 수도 있지만, 일단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정보가 잘못됐던 모양이지. 아니면 츠쿠요미가 우릴 속였거나.”

그래서 난 그 대신 그쪽과 함께 있었던 해커들을 공략했다.

“무슨!”

내가 뒷말을 하며 그들을 빤히 쳐다보자, 그들은 발끈하며 내게 반박했다.

“어떤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 겁니까? 츠쿠요미 님을 대체 뭘로 보고……!”

난 그들의 눈동자를 빤히 쳐다봤다.

역시나 크게 흔들린다.

나름대로는 감정을 숨기려고 했지만, 내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무수한 세월을 살아온 신들의 심리마저도 꿰뚫어 보는 나였으니 말이다.

하물며 오가는 공방 속에서 끝없이 상대의 수를 읽는 실전 경험조차 제대로 없는 저들은 더더욱 쉬운 상대다.

“그렇다면 별수 없고.”

나는 결국 이것이 아마테라스의 의도와는 별개로 행한 츠쿠요미의 단독 행동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그 행동의 기저에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스사노오와의 세력 대립 구도라는 요인이 짙게 깔려 있을 테지.

‘급하게 움직일 것 없어. 천천히 하자고.’

이번 일로 좀 더 선명해졌다.

어느 쪽에 얼마큼의 힘을 실어주고, 구도를 어떻게 주물러야 할지에 대한 계획이 말이다.

“신우, 그래서 마주쳤던 자들은 어떻게 됐소?”

“모두 처리했다. 정보가 유출될 염려는 없으니 걱정하지 마.”

“그렇다면 다행이오.”

이 와중에도 라이진은 아무런 의견을 피력하지 않았고, 임무의 결과만을 걱정할 뿐이었다.

그는 아마테라스의 명령을 받아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직속 부하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혹시 추가 증원과 마주칠 수도 있으니, 빨리 움직이는 게 어떻겠소?”

“알았다.”

계획의 성공만을 생각하며 나를 보채는 그.

나 역시 거기에 호응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고, 아델과 함께 그의 요구대로 클로킹 차량에 탑승했다.

안에는 무사히 전원 생환한 최윤아와 내 클랜원들이 타고 있었다.

곧, 가오리처럼 생긴 그것은 투명화 모드를 발동하고서 황무지를 가로질러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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