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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222화 (222/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222화

하늘에서 떨어진 대형 환영마검이 쿠베라의 목을 정확하게 꿰뚫었고, 그의 머리는 그대로 떨어져 나갔다.

그와 동시에 그 다크엘프의 몸에 깃들어 있던 수호령이 내 오른쪽 눈으로 빨려 들어왔다.

{쿠베라의 영혼을 흡수한다.}

이제 와서 내게는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불멸자 영혼의 흡수.

지금까지 그래왔듯 이 영혼들은 내 의지에 따라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될 것이다.

잡아먹어 내 에테르를 강화하든가, 아니면 니플헤임의 신들에게 바치는 제물로 사용하든가, 혹은 프리드웬 때와 같이 영혼이 필요한 곳에 소모시키든가.

그런 생각을 하며, 아래쪽에서 벌어지는 아델과 야차들 간의 전투에 개입하려던 찰나.

{파슈파타가 야차왕에게 반응한다.}

‘음……?’

생소한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리고 곧 나는 무언가에 의해 잡아 채이듯이, 강제로 아공간으로 끌려 들어갔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곳은 심상세계였다.

“인간…… 네가 어떻게……?”

끝도 없이 펼쳐져 있는 검은 공간.

그 한가운데 쿠베라가 서 있다.

광원이라곤 존재하지 않는 어둠 속이지만, 이상하게도 그 안에서 나를 마주하고 있는 그의 모습은 너무나도 선명하게 보였다.

“어떻게 그분의 힘을 가지고 있는 거냐?”

“그분?”

이곳에서 쿠베라는 잔뜩 흥분해 내 멱살을 잡아 흔들었다.

어디까지나 여긴 내 심상세계 속이고, 그는 심연 속에 종속된 존재이기에 나를 진정으로 해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그의 압도적인 악력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너…… 도대체 정체가 뭐냐?”

나를 윽박지르고 있으면서도 눈빛에는 두려움이 선연하다.

그가 내게서 본 존재.

‘그분’의 정체는 물론 나도 알고 있는 자였다.

“파괴신 시바?”

“감히!”

쾅!

쿠베라가 격노하며 내 멱살을 잡은 채 그대로 땅에 처박았다.

물론 어떠한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여기서는 무슨 수를 써도 내게 실질적인 피해를 입힐 수 없으니 말이다.

“함부로 그 이름을 입에 담지 마라!”

정곡을 제대로 찌른 모양이다.

시바와 쿠베라는 둘 다 데바-로카 신계의 일원이었다.

다만 쿠베라 쪽이 시바보다 한참 후대라는 시대적 차이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해모수나 아몬같이 전혀 다른 세계의 신들도 알고 있는 시바였기에 그 역시 알고 있는 게 당연할 터였다.

아니,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이들에겐 어떤 ‘존경의 대상’인 것 같았다.

“눈으로 직접 보고도 모르겠나? 내가 바로 시바라는 걸?”

“헛소리! 그분은 우리 다크엘프들의 신이시다! 너 같은 인간이 함부로 모사할 수 있는 존재가…….”

화악.

나는 파슈파타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거기에 환란의 빙정과 격멸의 업화를 동시에 주입했다.

긴말할 필요도 없이, 직접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파괴신의 심볼과도 같은 그 힘을.

{<멸절 파슈파타> 발동}

양손 장검이 좌우로 전개되며 안쪽에서 별불꽃이 피어올랐다.

장엄한 초신성 폭발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그 힘이 눈앞에 나타나자, 쿠베라가 흠칫 놀라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 어떻게 그걸?”

“내게 머리를 조아려라.”

“말도 안 돼……. 이건…… 그래, 이건 허상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끝내 나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곳은 네놈의 심상세계. 이 안이라면 무엇이든 네 마음대로 구현할 수 있겠지. ……그래! 네 손에 들려 있는 것 또한 상상 속 허구일 뿐!”

“바보 같은. 애초에 네놈이 이 공간에 끌려 들어온 것부터가 그 증명이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나?”

“흥, 이 역시 허상일지도 모르지! 그래……. 지금 난 죽은 게 아니라 네놈의 마술에 걸려든 것이다!”

“……정말 답이 없군.”

콰앙!

그는 끝까지 자신의 처지를 부정하며 내게 무력을 휘둘렀다.

그가 주먹을 내질러 내 얼굴에 내리꽂았다.

난 그대로 육신이 분쇄되었다.

물론 그건 이곳 심상세계의 이미지일 뿐이므로 내게 어떠한 타격도 입히지 못했다.

내 몸은 다시 멀찍이 떨어진 곳에 재형성되어 나타났다.

“역시! 이건 환영일 뿐이군! 나를 바깥으로 내보내라, 더러운 인간!”

쿠베라는 자신의 생각을 더욱 확신하며 재차 나에게 달려들었다.

‘막무가내군.’

결국 그를 더 이상 상대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아무것도 없는 심연 속에 오랜 기간 갇혀 있다 보면 자신의 처지를 알게 되겠지.

설령 이 녀석이 특수한 케이스라 흡수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게 끝까지 반항한다 한들, 이 영혼을 활용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난 곧장 심상세계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의식을 차단했다.

그런데.

{파슈파타가 용납하지 않는다.}

‘뭐지?’

무언가의 방해에 가로막혀 실패했다.

그 무언가는 다름 아닌 파슈파타.

검이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나를 이곳에 가둬버린 것이다.

“죽어라!”

콰앙!

쿠베라의 주먹이 재차 내 몸에 작렬한다.

여전히 데미지는 없지만,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 안에 갇혀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불쾌했다.

‘설마…… 파슈파타가 나를 시험이라도 하려는 건가?’

이 속박의 주체의 의지는 분명했다.

내가 자신을 가지기에 걸맞은 존재인가?

데바-로카의 마신(魔神)들이 스스로 우러나와 머리를 조아리게 만들만큼 존경스러운 존재인가?

이 마검은 내게 자격을 보여주길 요구했다.

심상세계의 이미지일 뿐이지만, 이곳에서 쿠베라를 진심으로 굴복시키기를 바랐다.

“미천한 인간! 너는 결코 나를 꺾지 못할 것이다!”

다시 한번 그의 주먹이 날아든다.

아까 전, 현실 세계에서 대응했던 방식대로라면, 지금은 인벤토리에서 프리드웬을 꺼내 저것을 막아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선 그게 불가능하다.

프리드웬은 어디까지나 내가 소유한 외부 세계의 도구일 뿐, 나라는 존재의 정체성 그 자체를 구성하는 힘의 일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즉, 여기선 인벤토리에 들어 있는 아이템을 쓸 수 없다.

게다가 이 상황에 아까와 같은 방식으로 쿠베라를 쓰러뜨린다 한들, 그건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일 것이다.

도구와 마술에 의존해 변칙적인 술수로 이기는 것은 어디까지나 목숨이 하나밖에 없는 현실 세계에서 통용되는 법칙.

쿠베라 또한 그런 걸로는 절대 투지가 꺾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러니 여기서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그와 똑같은 공격수단.

나는 오랜만에 악룡의 발톱을 꺼내 들었다.

화악!

퍼엉!

손에서 뻗어 나온 푸른 기운이 내게로 날아드는 쿠베라의 주먹을 막아섰다.

“으음!?”

쿠베라는 그 기운을 보고서는 흠칫하며 뒤로 물러섰다.

자신의 주먹을 감아쥔 파란 에너지가, 그에게는 어딘지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형상이었던 모양이다.

{<영체 투영 - 앙그라 마이뉴> 발동}

악룡의 발톱이 아닌 악신의 주먹.

내가 수호령으로 가지고 있던 먼 과거의 나 자신이 투영된 영체로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영체 유지 불안정}

{시스템의 감시에 대한 우회 수단이 필요함}

다만 다른 각성자들이 사용하던 것과는 달리 형상이 매우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내 몸 주변으로 흐르는 악마 형상의 기운이 앙그라 마이뉴라는 걸 알아볼 수 있는 건 나 자신뿐일 정도.

그건 역시, 나의 존재 자체가 이곳 시스템이 관장하는 영역 안에서는 결코 허용되지 않는 요소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회 요소……. 그건 역시 악마겠지.’

물론 이에 대한 대응책은 존재한다.

과거에도 ‘문자의 권능’을 법칙이 정립된 세계에서 사용하기 위한 우회수단이 있었고.

현세의 나로서 ‘악의’를 활용하기 위한 방법도 있었다.

바로 법칙에서 벗어난 존재인 악마를 잡아먹는 행위 말이다.

{파슈파타가 쿠베라를 응시한다.}

그리고 지금, 파슈파타가 나에게 분명한 암시를 보내고 있다.

저 신과 악마의 경계선에 존재하는 자, 쿠베라를 잡아먹음으로써 내 영체를 완성하라고.

“이번엔 어떤 술수를 쓰려는 거지?”

쿠베라는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영체를 등 뒤에 진 나에게 대적하는 자세를 취하고서 날카로운 손톱을 세웠다.

야차인 그가 맹수로서의 본능으로 위험을 감지한 듯했다.

“글쎄. 나도 잘 모르겠는데.”

그건 진심이었다.

이 상태의 내가 어느 정도의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나조차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지금 내겐 눈앞의 저 녀석을 내 발밑에 굴종시키는 것 하나만큼은 확신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 * *

“허억…… 헉…….”

한 마리의 범이 몸을 떨며 두려운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는…….”

내게 멱살을 잡힌 쿠베라의 얼굴은 이미 엉망이 된 상태였다.

그는 내가 손을 들기만 해도 움찔거리며 공포에 떨었다.

이런 모습이 된 게 벌써 몇 번째일지 모를 정도로 아득한 과거가 된 지 오래.

그럼에도 그는 끝까지 나에게 대항하려 했다.

“……널 인정할 수 없다…….”

“몸의 반응과는 정반대의 말을 내뱉는군.”

“그저 힘만으로…… 우리의 위에 군림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누구보다도 힘만으로 나를 몰아붙였던 자가 하는 소리라고는 믿기 힘든걸.”

“네가 정말…… 악마들을 다스릴 수 있는 자라면, 그걸…… 증명해 봐라.”

그는 떨리는 손을 나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쿠베라가 너에게 권능의 해방을 요청한다.}

“권능? 이제 와서?”

지금껏 마수화를 하며 야차의 힘을 과시했던 그가 이제 와서 권능을 사용하겠다고 한다.

물론 난 그가 어떤 권능을 사용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건 당연히 그가 가진 힘의 본질과는 어긋나는 것일 터.

본디 야차들은 마법적 현상을 일으킬 수 없는 존재인데, 그런 제약을 거슬러 권능을 사용한다면 당연히 그만큼 스스로의 능력을 깎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네가 날 굴복시키고 싶다면…… 받아들여라.”

쿠베라가 재차 요청했다.

이곳은 나의 심상세계이기 때문에 여기서 능력을 사용하려면 당연히 나에게 허락을 받아야 한다.

{파슈파타가 수락하길 요구한다.}

그리고 이 공간으로 나를 끌어온 장본인, 파슈파타는 그걸 받아들이라 말하고 있다.

“좋아. 그렇다면 한번 해봐.”

어차피 여기서 나가려면 저 위에서 이쪽을 내려다보는 나에게 나를 증명해야 한다.

그것이 요구하는 시험을 통과해야 고대의 파괴신 시바에 닿을 수 있다면, 기꺼이 그리하겠다고 생각했다.

{쿠베라의 권능 사용 제약을 해방시켜 주었다.}

“큭큭큭.”

그러자 그가 자기 의도대로 되었다고 생각했는지, 웃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 주변에서 강한 마력이 발산되기 시작했다.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전혀 다른 세상에서 전이되어온 마력이 말이다.

우우웅.

공간이 왜곡되며 떨리기 시작하더니, 이형의 존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쿠베라의 몸에 잠재된 힘이 급격하게 소진되고, 반대급부로 갑자기 나타난 이형의 존재들에게서 강한 힘의 증가가 느껴졌다.

개개의 힘은 쿠베라 하나보다 못하지만, 증가의 총량으로 따져 보면 단순히 그의 힘이 떨어진 것 이상으로, 곱절을 훌쩍 뛰어넘은 수준이었다.

크르릉!

그것들이 포효를 내질렀다.

이형의 존재들은 다름 아닌 다크엘프와 야수의 중간적 개체.

야차들이었다.

저 바깥에서 아델이 상대하고 있을 녀석들과 차이점이 있다면, 이쪽은 하계의 주민들보다는 순수한 악마에 더 가깝다는 것.

“어디…… 네놈이 진짜 악마들을 상대로 이길 수 있는지 보자.”

쿠베라는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그러나 그가 모르고 있는 것이 하나 있었다.

저것들이 하계보다 지옥에 더 가까운 것들이라면, 내가 쓸 수 있는 또다른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특성 <악마 군단장> 발동}

“나야말로.”

야차들은 내게서 등을 돌려 쿠베라 쪽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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