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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208화 (208/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208화

방금 전.

프리드웬의 수호자가 나로부터 에테르를 흡수하던 순간, 난 그것의 정체를 파악했다.

‘호수의 여인……. 반신(半神)이었군.’

완전한 신이 되지는 못한 존재.

쉽게 말해 헤라클레스나 아서 펜드래곤 같은, 전설급 수호령의 격을 갖춘 자라는 뜻이다.

원래라면 그녀 역시 시스템에 의해 수호령 리스트에 편입되어 각성자들의 몸에 강림했었어야 할 터이나.

아무래도 프리드웬의 수호자로서 구속된 처지라 이곳에 발이 묶여 있었던 모양이다.

어쩐지 대단히 격이 높은 배의 수호자라는 중한 역할을 맡은 것치고는 그리 강하지는 않다는 느낌이 들긴 했다.

‘그래도 이렇게 접근한 자의 영혼을 강제로 강탈해 간다면…… 손을 쓸 수가 없겠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에테르 흡수만큼은 격이나 무력과는 관계 없이 저항하기 힘들 정도로 강압적이었다.

말 그대로 다가온 자를 반드시 절명시키는, 사상 최악의 함정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이런 곳에 아무런 언급도 없이 나를 보내? 엘프 놈들…….’

듀엔데는 이렇게 중요한 포인트에 대해선 일언반구조차 하지 않았다.

수호자의 존재나, 프리드웬의 이명 같은, 그런 디테일한 부분은 그렇게나 잘 알고 있었으면서 이런 치명적인 요소는 아무런 언급도 없었던 것이다.

‘나를 희생시키고 내 용기사들을 제압한 다음, 무방비가 된 프리드웬을 장악해 테세우스의 배로 만든다……. 빤한 이야기군.’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 다음 전개는 어떻게 흐를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 용기사들은 인간 측 전력 중에서는 최강자에 속하는 자들인 데다, 그 안엔 나와 영혼 공명까지 해낸 아델까지 섞여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나와 함께 하지 않으면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게 사실.

거기다 엘프들은 테세우스의 배를 잃고 전력 대부분도 잃었으나, 그들은 여전히 아주 높은 수준의 마법 무기들을 보유하고 있는 자들이다.

소형 황금 함선 역시 무시하지 못할 만큼의 마력을 지니고 있기도 하고.

만약 내가 여기서 죽으면, 사실상 이 세계에서 엘프들이 프리드웬을 강탈하려 할 때 막을 수 있는 자가 아무도 없게 되는 거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처음부터 이럴 계획이었군. 내 뒤통수를 치고 모든 걸 빼앗으려고.’

언젠가는 서로 등을 돌릴 날이 오게 될 줄 알았는데, 이런 식으로 선수를 칠 줄이야.

사실 나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그들을 배신할 수 있는 입장이었다.

이미 테세우스의 배를 잃고 빈털터리가 되어 내 앞에 나타난 순간에도.

그리고 차원 엔진 코어에 대해 이야기한 그 순간에도.

나는 내 의지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무력으로 그것을 강탈할 수 있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난 그러지 않았다.

엘프들과의 협력을 통해 얻어낼 것이 아직도 많이 남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차원 엔진의 코어를 사용해 프리드웬을 테세우스의 배로 만드는 방법도 정확히는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강탈하는 것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나온다면…… 어쩔 수 없지.’

하나 엘프들이 이렇게 먼저 본색을 드러내고 날 음해하려 했다는 걸 알게 된 이상, 나도 아무렇지 않은 척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

난 이걸 역으로 이용해 그들의 뒤를 칠 생각이다.

-에테르가 풍부한 인간이구나. 너라면 이 배를 움직이기에 충분한…….

“시끄러워.”

저 앞에서 나를 잡아먹으려 시도하고 있는 호수의 여인을 향해 빠르게 다가간다.

그녀는 아까도 말했듯 진짜 신조차 되지 못한 반신의 격을 가진 자.

실물의 육체를 가진 게 아니라 영혼으로만 이루어져 있어서 방금 했던 공격은 통하지 않았던 모양이지만, 실체를 알게 되었으니 두려울 건 없다.

직접적으로 영혼을 드러낸다면 신도 잡아먹는 나다.

그에 미치지 않는 반신의 영혼이라면, 어떠한 부담도 없이 빼앗을 수 있는 것이다.

{<악의의 오른쪽 눈> 발동}

{<호수의 여인>의 영혼이 너에게 흡수된다.}

-아, 아니……?

내 에테르를 흡수하려다 도리어 역으로 영혼을 빼앗기게 될 처지에 놓이자, 그녀의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나를 가까이 다가와 접촉하도록 내버려 둔 것은 최대의 실수.

물론 도망친다 하더라도 나로부터 벗어날 수는 없을 테니 결과는 마찬가지였겠지만 말이다.

-이게 어떻게 된……?

“배는 내가 가져가도록 하지.”

{특성 <강철선의 수호자> 습득}

{당신은 지금부터 <프리드웬>을 자유롭게 조작할 수 있습니다.}

호수의 여인을 흡수해 그 특성을 빼앗는다.

그녀의 특성은, 이미 알고 있던 대로 프리드웬에 깃든 수호자가 되는 것이다.

이로써 내가 프리드웬의 주인이 된 거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에테르가 부족합니다.}

{배를 움직이려면 코어에 에테르를 채우십시오.}

다만 여전히 가동이 되지 않는 것은 그대로다.

이 배는 영혼의 근원이나 마찬가지인 에테르를 동력원으로 움직이는 배.

하지만 지금 이 용암 아래 공동에 영혼을 가진 존재라곤 나 하나밖에 없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밖에 없는 건가.’

처음엔 내 에테르를 사용할까도 고민해봤다.

그렇게 되면 한 번 소모한 에테르는 다시 돌아오지 않기에, 기껏 쌓아 온 혼의 업(業)의 일부를 영구적으로 포기하는 셈이다.

그러나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아, 안 돼……! 살려줘!

왜냐하면 아직 영멸시키지 않고 심연 속에 가둬 놓았던 내 안의 ‘다른 영혼들’이 있기 때문이다.

방금 잡아먹은 호수의 여인과 토르.

그중에서 호수의 여인을 영멸시키면 프리드웬에 대한 소유권까지 없어질 수도 있으니.

그 대신 당장 필요하지는 않은 토르를 희생시키면 된다.

-끄아아악!

심상세계에 존재하는 아지다하카가 발톱을 들이밀어 토르의 영혼을 붙잡아 바깥으로 꺼냈다.

난 그 영혼을 구성하고 있는 에테르를 프리드웬으로 주입하기 시작했다.

{<프리드웬>에 다량의 에테르가 채워집니다.}

{가동 임계 돌파. 부상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동력이 공급되었습니다.}

{보조 기능이 회복됩니다.}

{변형이 가능합니다.}

……

{동력실에 에테르가 완전히 채워졌습니다.}

몇 가지 메시지가 떠오르는가 싶더니, 결국 모든 기능을 회복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그러고도 토르의 영혼은 아직 완전히 영멸하지는 않았다.

과연, 진짜 신다운 수준의 에테르의 양이었다.

-…….

물론 그러고도 멀쩡할 수 있을 리는 없고, 그의 영혼은 완전히 녹초가 된 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축 늘어졌다.

난 그것을 그대로 다시 심상세계 속 심연으로 집어넣었다.

“그럼 어디…… 만나러 가볼까. 귀쟁이 놈들.”

그러고는 프리드웬을 움직여 바깥으로 나갈 준비를 한다.

“아참, 그 이전에.”

출항하기 직전, 갑판 위에 흩어져 있는 잿더미들을 모으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그 잿더미들은 내 오른팔이 변형되어 나타난 아지다하카의 머리에 먹였다.

{<악룡 포식> 발동}

{<호수의 여인>의 외형이 포식 변형 목록에 등록된다.}

그건 다름 아닌 아까 전 일격을 맞고 불에 타 가루가 되어버린 호수의 여인의 물리적 실질의 잔해였다.

이건 배 안에 들어올 엘프들을 속이기 위함이었다.

“이제 간다.”

{<강철선 프리드웬>이 가동됩니다. 지반 붕괴에 대비하십시오.}

쿠구구궁.

그리고 배를 움직여 위로 올라간다.

역시나 이 마법의 배는 엘프들이 타고 다니던 것과 같이 비행하는 기능이 있는 배였다.

이걸로 위쪽의 용암을 뚫고 바깥으로 이동한다.

* * *

그렇게 밖으로 나와, 난 엘프들이 차원 엔진 코어를 장착할 때까지 기다렸다.

외형을 호수의 여인으로 바꾼 채로 말이다.

그리고 모든 게 다 완벽하게 준비가 되었을 때.

나는 내 본모습을 드러냈다.

“어, 어떻게…….”

질호른은 내 얼굴을 보자마자 바닥에 주저앉았다.

“왜 그러십니까, 집정관님? 저는 그쪽에서 요청한 대로 배를 가지고 나왔을 뿐입니다. 그렇게 꼴사납게 바닥에 주저앉을 정도로 놀라실 것까지야.”

내 말대로 그의 품위는 이제 온데간데없었다.

수하 각성자들을 시켜 내게서 글레이프니르를 훔치려다 실패했을 때에도.

테세우스의 배를 잃고 빈털터리가 되어 나를 찾아온 순간에도.

그의 오만함과 자신만만함은 전혀 죽지 않은 모습이었다.

오히려 그런데도 내게 고압적인 모습을 고수하며 밀어붙이려 했다.

그런데 지금은 마치 귀신이라도 본 어린애처럼 바닥에 앉아 덜덜 떨고 있다.

확실히, 여기서 그는 바로 나라는 강대한 적 앞에서 어떠한 저항도 할 수 없는 나체의 패잔병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일 터다.

“안타깝군요. 그 자존심 강하던 모습마저 잃어버리고.”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 왜 네가 그런 모습으로…… 아니, 그전에 어떻게 살아 있는…….”

“저야말로 묻고 싶습니다. 왜 굳이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저를 배신하려 한 겁니까?”

“…….”

질호른은 침묵했다.

처음 엘프들이 주창했던 것처럼 ‘화합’이라는 기치를 최소한 표면적으로나마 유지했다면, 이렇게까지 몰리지는 않았을 텐데.

물론 그런 평화는 반드시 깨지게 될 수밖에 없겠지만, 어쨌거나 지금처럼 허무한 결말을 맺지는 않았을 것이다.

양쪽 다 서로에게서 얻을 건 최대한 많이 얻어내고 끝났을 것이다.

{테세우스의 배의 침식 과정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지금 당장 결합을 중단해야 합니다!}

{<강철선 프리드웬>이 정체성을 유지한 채 차원 엔진 코어를 동력원으로 받아들인다.}

{부적격.}

{배의 근본적 구조에 대한 재구축이 필요하다.}

이런 와중에도 프리드웬에 관한 메시지는 무수하게 떠오르고 있다.

나에게 소속된 프리드웬이 테세우스의 배로 변화하는 걸 거부하는 대신, 프리드웬이 차원 엔진 코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있다.

이 배도 이젠 내 일부가 됐다는 걸 증명하려는 건지, 이질적인 힘을 자신의 것으로 강제 변형시키려고 한다.

“대답하기 싫으시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럼 우리 관계는 여기서 끝내도록 하죠.”

“……젠장.”

질호른이 고개를 떨어뜨렸다.

이제 코앞까지 다가온 자신의 운명을 직감한 모양이다.

{마검 <파슈파타> 소환}

스윽.

난 그 앞에서 사형집행자가 된 듯 검을 치켜들었다.

그는 여전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집정관님.”

서걱.

짧은 인사를 남긴 채, 난 그의 목을 베어냈다.

어떤 저항이나 최후의 발악 같은 것도 없었다.

어차피 여기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받아들이는 것뿐이었기 때문이다.

{배의 근본적 구조에 대한 재구축이 필요하다.}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프리드웬과 차원 엔진 결합의 안정화.

시스템 메시지는 계속해서 내게 경고를 보내고 있고, 이 거대하고 단단한 배를 근본적으로 재구축해야 한다는 무리한 요구를 보내는 중이다.

하지만 이것도 내겐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자신감이 들었다.

{진원진기를 <환란의 빙정>으로 대체한다.}

지금 나에겐, 창조와 변화의 힘인 환란의 빙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공명기 <빙정술식> 발동}

{체내에 흐르는 빙정유수가 프리드웬의 내부에 흘러 들어간다.}

가장 시급한 작업은 바로 동력원 교체에 따른 배의 최적화.

프리드웬은 에테르를 동력으로 사용하고, 테세우스의 배는 마나를 동력으로 사용한다.

지금의 경고 메시지들은 대부분 이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었다.

‘이참에 프리드웬의 동력원을 바꿔버려야겠어. 계속해서 다른 영혼을 강탈하는 식으로 움직일 수는 없는 노릇이니.’

분명 에테르 동력원에 장점이 있기 때문에 이게 사용되는 거겠지만, 그보다는 무한히 마나를 발생시키는 차원 엔진이 더 범용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게다가 어차피 엘프들처럼 시스템에서 허용되지 않은 차원 돌파를 위해서는 그걸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필요도 있고 말이다.

{빙정유수가 프리드웬의 결손 부위를 보강한다.}

환란의 빙정이 엉망이 된 내 힘을 되돌려 놓듯, 문제가 되는 배의 내부 구조를 얼음으로 바꿔놓는다.

그렇게 잠시 동안의 시간이 흐르고.

{안정화 완료.}

이윽고, 프리드웬은 어떠한 정체성의 변화도 없이 테세우스의 배의 차원 엔진을 완전히 받아들이는 데에 성공했다.

엘프들의 배가 아닌, 인간의 배로서 자신을 유지한 채 더 강화된 능력을 얻게 된 것이다.

이제 남은 건,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는 엘프들을 처리하는 것뿐.

‘변형 전개.’

나는 프리드웬의 고유 기능인 ‘변형’을 사용하고서, 바깥의 엘프 잔존병들에게 뛰어들었다.

{<강철선 프리드웬>이 <강철방패 프리드웬>으로 변형됩니다.}

촤르르륵!

그 거대하고 무거운 배가, 질량을 유지한 채 급격하게 소형화되어 내 손안으로 말려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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