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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178화 (178/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178화

“이거 재밌는데? 마나건의 원리와 합치면 물건 하나 나오겠어.”

로마노프는 내게서 거신의 동력원을 받고난 후, 엘프의 기술에 관해 더 강한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사실상 그 엄청난 마법문명이 마력을 다루는 근본 원리가 그 안에 담겨 있다면서 말이다.

“뭘 만들려고?”

“대포. 이름은 레이 캐논이라 지었어.”

그러고는 정확히 그 황금 거신의 무장과 똑같은 이름을 가져다 붙인, 신무기를 만들었다.

수렴 진화라고 할까.

아무래도 동일한 기술을 토대로 발전하면서 만들어낸 물건이라, 비슷한 생각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물론 그것도 완벽히 똑같은 것만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큐우웅!

다리우스가 마법봉으로 지시한 방향, 대각선 위쪽 방향으로 고르곤의 쌍발포들이 일제히 빛을 뿜었다.

직경 1미터 정도는 되어 보이는 푸른 마력의 구체가 하늘을 가로질러 곡선을 그리면서 적진으로 떨어진다.

콰콰콰콰!

탄착지점 일대를 마력 폭풍으로 휩쓸고서 지반을 녹여 용암 지대로 만들어버리는 압도적 위력의 포탄비.

-대포는 역시 곡사포지!

로마노프가 만든 레이 캐논은, 빔(Beam)형 포대가 아니라 탄도 투사체(Ballistic missile)형 포대였다.

‘위력이…… 미쳤군.’

아무래도 곡사를 하려면 투사체가 중력에 영향을 받아야 하다 보니 질량이 존재하고, 그래서 탄속 또한 빔포 형태보다 느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 또한 마찬가지.

하지만 그런 만큼 위력 하나만큼은 끝내줬다.

오히려 실체가 없는 마력탄에 질량을 부여하는 공정이 들어갔으니, 저 탄환 한 발 한 발이 얼마나 진하게 압축되었을지는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쿠구구궁.

아름답게 펼쳐진 부르고뉴의 평야가 용암이 들끓는 지옥도로 변한 것은 순식간.

그 단 한 번의 일제사격으로 적의 진형 군데군데에 구멍이 났다.

물론 그럼에도 아직 주 전력인 신들의 부대가 건재하긴 했지만, 그들을 받쳐줄 다른 지상군이 큰 타격을 입었다는 건 절대 무시할 수 없는 피해였다.

“방진 유지! 적의 돌격에 대비해!”

그에 비해 이쪽은 아직 병력이 온전한 상태.

그렇다 보니 저쪽의 강력한 기병 부대인 키안의 헬하운드 기병대가 조급하게 치고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지금 레아가 사정상 빠진 탓에 우리 쪽은 지상 돌격군이 부실하다는 점을 노리고서, 조금이나마 유리한 이점을 이용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적의 포병대는?

“내가 처리한다. 그러니 절대 방진을 풀지 마.”

다리우스의 걱정 섞인 물음이 들려왔다.

그는 자신이 포병대를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상대의 기병대를 막기 위해 방어 포진을 하고 있는 적이야말로, 포병 입장에서는 최고의 먹잇감이라는 사실을.

다리우스는 지금 키안의 기병대를 막기 위해 조밀하게 뭉쳐 있는 아군에 적의 포격이 쏟아지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에테르 큐브.’

그런 걸 처리하기 위해 비병이 있는 것이다.

제공권을 장악해 지상의 포병들이 꼼짝도 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게 바로 내가 할 일이다.

* * *

‘아테나.’

나는 고고도에 도달한 상태에서, 손에 쥐고 있는 에테르 큐브에 아테나를 투영했다.

황금 갑옷을 입고서 창과 방패를 든 엘프 여신이 내 눈앞에 나타났다.

그 상태에서 나를 떨어뜨리기 위해 아래에서 상승 중인 적의 비병대를 내려다 보았다.

‘아이기스.’

내 눈앞에서 영체 투영된 아테나는 방패를 들어 아래쪽의 비병대에게 내밀었다.

그러곤 강렬한 신성의 태양빛을 내리쬐어 비병들의 눈을 일순간 멀게 했다.

‘오딘.’

그다음으로 꺼낸 것은 발할라의 풍신.

‘궁니르, 모방 시전.’

공중전에서 그 효용성이 극대화되는 인과 고정의 투창을, 일곱 명의 용기사들에게도 쥐여줬다.

그러고는 주춤하고 있는 아래쪽의 비병들을 향해, 한꺼번에 던지게 만들었다.

슈하아악!

여덟 자루의 궁니르가 날카롭게 휘몰아치는 돌풍을 동반하고서 하늘을 종횡무진 휩쓸었다.

그건 마치 살아 있기라도 한 것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수백 기의 비병들을 일일이 쫓아다니며 하나씩 분쇄해나갔다.

“끄아아악!”

“오, 오지 마!”

개중에는 아이기스로 인한 실명 상태에 애초부터 걸리지 않았거나 빠르게 벗어난 개체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절대 회피 불가능한’ 그 공격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개개의 비병들은 다가오는 죽음을 알면서도 공포에 질린 채 그저 운명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해모수! 지금이다!”

-알았다.

여기서 난 해모수에게 전음을 보냈다.

그의 막대한 화력으로 지상을 폭격해 달라는 요청.

지상 제압은 내가 직접 할 수도 있지만, 어차피 해모수 같은 아군이 있다면 굳이 나 혼자서 모든 걸 다 할 필요는 없다.

“어딜!”

게다가 제공권 장악은 한 번에 끝나는 게 아니기도 하고 말이다.

“감히 내 눈을 속이고서 지상군을 공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느냐!”

{수호령: 오그마(신화)}

다누 신족의 장로, 오그마가 페가수스 비병대와 함께 해모수 쪽으로 달려들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바로 저런 녀석들을 해모수로부터 떼어놓는 것.

지상 공격에 가담하는 건 지금 이 전장에 존재하는 모든 비병을 다 쓰러뜨린 후에 해도 늦지 않다.

‘그나저나 페가수스를 비병으로?’

한편, 오그마를 향해 하강하던 나는 그가 운용하는 비병대를 보고서 머릿속에 의문이 떠올랐다.

바로 그의 부대원들이 타고 있는 페가수스 때문이었다.

페가수스는 힘과 속도라는 피지컬 자체만 놓고 보면 그리폰보다 우위이지만.

실은 날카로운 발톱도, 이빨도 없는 데다 공격성이 적어서 전투 용도로는 그다지 쓸모 있다고는 여겨지지 않는 마수였다.

한마디로 정말 ‘이동용 탈것’으로서의 역할에만 충실한 것들이라는 뜻이다.

그런 걸 비병으로 쓴다니, 당연히 이상하게 여길 수밖에.

“으랴아아앗!”

하지만 애초에 그 의문은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토르가 그랬듯이, 어차피 병종은 각자에게 맞는 용도로 쓰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투쾅!

오그마가 기합과 함께 어깨를 앞으로 내밀고서 날아가자, 그와 편대를 이룬 페가수스들 역시 속도를 올려 해모수 쪽으로 돌진했다.

그 급격한 속도 상승으로 인해, 공기를 찢는 파공성이 마치 포탄의 폭발음처럼 하늘에 울린 것이다.

‘힘으로……? 하늘에서 질량 충돌 공격을 퍼부을 셈인가? 기병처럼?’

오그마를 비롯한 페가수스 기병대는 별다른 화력 투사 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아 보였다.

그저 그 엄청난 피지컬로 적에게 부딪혀 격추시키는 것.

그게 그들의 싸움법이었던 것이다.

퍼퍼펑!

“크악!”

페가수스 기수 편대가 하나의 거대한 진형을 이뤄 지상공격을 행하려던 해모수의 비병들과 부딪히자.

그리폰 기수들은 마치 교통사고라도 당한 것처럼 이리저리 튕겨 나갔다.

‘빠르다!’

내가 고고도에서 놈들을 저지하기 위해 최대한 빨리 하강했음에도 불구하고, 아군이 당하는 걸 막지 못한 것이다.

‘이동’, ‘운반’에 특화된 마수답게, 정말 활공 능력 자체만큼은 그야말로 절륜했다.

“해모수! 괜찮나?”

-병력을 몇몇 잃기는 했지만 아직 건재하다.

“다행이군. 두 번은 당하지 않게 할 테니 지상 폭격에 계속 집중해 줘.”

-알았다.

난 우선 그에게 전음을 보내 큰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후, 오그마를 향해 강하속도를 더 빠르게 올렸다.

‘충돌 공격……. 놈은 계속해서 저 활공 속도를 이용할 것이다.’

여기서 가장 빠르게 목표에 도달하는 수단은 물론, 제우스를 소환해 번개에 몸을 싣는 ‘뇌속 이동’일 터다.

말 그대로 번개처럼 번쩍하며 적에게 닿는 것이니.

하지만 그렇게 하고 나면 나는 관성을 잃는다.

뇌속 이동은 사용 후에 정지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상대는 계속 움직이는데, 나는 한 번 공격 후에 다시 속도를 내야 한다……. 내가 아무리 알파 퓨리 와이번을 데리고 있다고 해도 그렇게 해서는 상대에게 이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제우스를 사용하는 건 논외.

저 상대가 이리저리 빠르게 비행하며 치고 빠지는 공격을 한다면, 떠올릴 수 있는 대응 방법은 두 가지다.

저들을 속도 면에서 완전히 제압하거나.

아니면 내게 와서 부딪히는 공격 자체로 손해를 보게 만들어야 한다.

나는 그 두 가지를 한꺼번에 실행할 작정이다.

‘라.’

얼마 전에 흡수한 렙틸리언의 신, 라의 영체를 투영했다.

‘저물어가는 아툼.’

라에게는 세 가지 이름이 존재한다.

떠오르는 케프리.

중천의 라.

저물어가는 아툼.

난 그중 세 번째의 이름을 선택해 권능을 전개했다.

‘헬리오폴리스의 불사조.’

화르륵.

이윽고 거대한 화염이 영체로부터 뿜어져 나와 모든 용기사들을 끌어안고서 타오르기 시작했다.

화염은 곧 날개를 펼쳤다.

* * *

화르륵.

화염이 창대를 휘감고서 타올랐다.

“재수 없는 년. 넌 좀 죽어야겠어.”

아델은 자신의 눈앞에서 창을 꺼낸 각성자가 절대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걸 직감했다.

실제로 그녀는 다누 신족 중에서도 무력으로는 수위를 차지하는 신, 화염의 무녀 브리이드였으니 그렇게 느끼는 게 당연하다.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면 죄송합니다.”

꿀꺽.

아델은 애써 긴장감을 감추면서 머리를 숙였다.

목구멍을 통해 넘어가는 침이 뜨겁게 느껴지는 듯했다.

“사과가 마음에 안 드는데?”

하지만 그게 브리이드의 마음을 바꿀 수는 없었다.

이미 눈앞의 엔피씨를 죽이기로 한 결정은 번복할 수 없고, 그저 그전에 좀 가지고 놀고 싶을 뿐.

지금 말투와 표정을 보니, 아델 역시 그런 심리를 적나라하게 느꼈다.

‘피할 수 없어.’

이 상황은 모면하는 게 불가능하다.

어쩔 수 없이 눈앞의 각성자와 충돌할 것이다.

물론 바로 이런 때를 위해, 그녀에게는 비상용 탈출구가 있었다.

바로 유신우가 준 신호 스크롤이었다.

스윽.

그녀는 사과의 의미로 오른손을 뒤로 빼는 척 하면서 뒷주머니의 스크롤로 손을 가져갔다.

여차하면 손끝에 마력을 주입하는 것만으로 스크롤을 찢어버릴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유신우에게 신호가 갈 것이고, 그녀는 곧장 클래스 어빌리티인 ‘컴뱃 레디니스(Combat readiness)’에 의해 유신우 곁에 용기사로서 소환될 것이다.

그럼 당장 이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고, 완전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진행된 성내 정찰 정보까지 가지고 그에게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이길 수…… 있을까?’

아델은 여기서 도망치는 걸 망설였다.

그녀 역시 타고난 검사.

아무리 자신의 목숨을 우선하라는 명령을 받았어도, 가슴 속에 타오르는 전투 본능을 무시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스윽.

그녀의 왼손은 여전히 허리춤의 칼자루 위에 올려져 있는 상태였다.

마음만 먹는다면, 여기서 당장 칼을 뽑아 휘두를 수 있다.

“뭐 해? 사과가 마음에 안 든다고, 이 썅년아.”

브리이드의 표정이 급속도로 굳는다.

일촉즉발.

여기서 조금만 더 망설이면 죽도 밥도 되지 않는다.

“그러시면…….”

그래서 아델은 선택했다.

“이걸로 사과를 대신하겠습니다.”

스릉!

칼을 뽑는 걸로.

큐웅!

발검과 동시에 붉은 검기가 앞으로 쇄도했다.

지금껏 무수한 수련과 전투를 거치며 쌓아온 그녀의 방대한 마력이 칼날에 가득 담겨 방출된다.

“미친년!”

화아악!

브리이드는 잔뜩 인상을 구기고 손에 쥐고 있는 화염창을 휘둘렀다.

그녀의 삼지창에서 맹렬한 불꽃이 뻗어 나갔다.

각성한 인간 신.

그중에서도 무력만으로는 다누 신족에서 상위권인 신답게,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화력이 거기서 펼쳐졌다.

그러나.

“……어?”

그 화염은 더 거대한 힘에 의해 집어 삼켜졌다.

아델의 붉은 검기가 얽어낸 맹수.

사자.

아니.

세 개의 머리가 달린 드래곤이 그녀의 불꽃을 먹어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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