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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102화 (102/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102화

투확!

무구들이 맹인 검사 오크에게 날아들었다.

하나하나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공격력을 가진, 강력한 마법 포탄들.

스치는 것만으로도 큰 타격을 받는 강렬한 파동을 자아낸다.

받아내면 그 반작용에 의한 타격은 이루 말할 수 없고, 흘려내는 것도 안전하지 않을 것이다.

카앙! 카앙! 카캉!

하지만 어째선지 저 맹인 검사의 검 앞에서는 제대로 된 힘도 제대로 써 보지 못한 채 평범한 투척무기처럼 바닥에 떨어졌다.

쾅! 하는 폭발음 대신, 쨍그랑! 하는 가벼운 금속음이 들릴 뿐이었다.

-미스텔테인은 마력을 헤집어놓는 특성이 있다. 적의 공격은 무효화시키고, 닿은 생명체의 마력은 폭주시켜 내부로부터 파괴를 일으킨다.

아흐리만이 저 무기에 대해 주의점을 읊었다.

물론 그걸 안다고 해서 상황이 크게 달라지는 건 아니었다.

‘결국 공격을 피해야 하는 건 저자가 아니라 내 쪽이란 거군.’

고화력 공격을 쏟아부어 그 후폭풍으로라도 어떻게든 상대에게 피해를 축적시킨다.

그러다 체력이 떨어진 순간, 피할 수 없는 치명적 공격이 명중한다.

보통의 적이라면 누구보다도 나에게 더할 나위 없이 알맞은 전술이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이 녀석에겐 상대의 힘을 무효화시키고 붕괴시키는 저 성가신 무기가 있다.

오히려 공격을 주고받는 동안 쌓이는 피해를 조심해야 하는 쪽은 내 쪽인 것이다.

파캉!

그 맹인 검사가 믿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접근해 검을 휘둘렀다.

난 누아다의 거대한 대검인 클리브 솔리쉬를 바로 앞에 소환해 간신히 막아냈지만.

“우욱!”

저 칼에서 흘러나오는 불규칙한 마나가 내 주변으로 다가오자, 몸 안에서 마나가 요동치는 느낌이 들며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아흐리만이 말했던 것처럼 내 몸 안의 마력을 헤집어놓은 것이다.

-조심해라! 저것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도 용납해선 안 된다!

‘젠장, 그게 생각처럼 되겠냐고!’

그는 피하면 된다는 소리를 아주 쉽게 늘어놓았지만, 문제는 지금 저 맹인 검사가 너무나도 빠르게 움직인다는 것이었다.

‘도저히 떨칠 수가 없어. 멀리서 견제만 하려고 해도!’

어떻게든 거리를 두기 위해 노력했지만, 놈은 미끄러지듯 다가와 어느샌가 내 코앞에 저 칼을 들이밀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체내의 마력 흐름이 엉망이 되는 느낌이 들었다.

“큭!”

“특별하다고 느꼈건만, 내 감이 잘못된 건가? 아까 그 여자보다는 조금 나은 것 같으나, 큰 차이는 없는 것 같군!”

그 맹인 검사는 기세등등해서 나를 더욱 강하게 압박해 왔다.

난 어떻게든 이 압박에서 탈출하기 위해 가벼운 발걸음도 사용하고, 아지다하카의 날개도 펼쳐봤지만.

그 녀석은 지상과 공중을 가리지 않고 능수능란한 이동 기술로 끝까지 나를 추격해 냈다.

“언제까지 도망만 갈 테냐! 그러지 말고 적극적으로 덤벼서 나를 즐겁게 만들거라!”

도발도 들리지 않았다.

난 이 순간, 어떻게든 이 상황을 반전시킬 돌파구를 찾아낼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에테르 증폭……! 그것밖에 답이 없는 건가?’

악의의 전당으로 사각을 노리는 전법을 써봤지만, 저 맹인 검사에게 사각은 없었다.

눈을 가렸기 때문인지 오히려 시각적 속임수가 통하지 않는 것 같다.

게다가 정령술 또한 먹히지 않는다.

이미 아까 전에 소환한 개체들이 놈이 휘두른 검 한 번에 정령들이 순간에 소멸당했기 때문이다.

이제 마지막 남은 방법은, 에테르 증폭을 사용해 지금보다 더 큰 힘으로 상대를 찍어누르는 것뿐.

‘과연 통할까?’

물론 아예 공격 자체를 무효화시키는 능력을 가진 적에게, 지금보다 좀 더 큰 힘을 낸다고 해서 그게 먹힐 거라는 보장은 없다.

게다가 에테르 증폭은 유지 시간이 끝나면 탈진 상태가 되기 때문에, 그 전에 공격을 성공시키지 못하면 목숨까지 내놓아야 하는 도박 수.

하지만 지금은 그것밖엔 방법이 없다.

“시시하군. 죽어라!”

맹인 검사 오크가 양손검을 치켜들고 접근했다.

반응하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빠른 돌진.

피할 수 없다.

결국 나는 여기서 에테르 증폭을…….

“형니이임!”

콰아앙!

사용하려고 했으나, 나와 맹인 검객 사이에 이진윤이 파고들었다.

그가 보호막으로 저 미스텔테인을 방어했다.

웬만한 공격은 전부 막아내던 그 보호막으로 말이다.

콰창!

그러나 그 강력한 방어능력도, 저 미스텔테인이라는 무구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 * *

“큭, 쿨럭! 우웨에엑!”

그대로 바닥에 쓰러진 이진윤이 입에서 피와 토사물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눈이 벌겋게 충혈되고, 눈동자엔 초점이 없다.

아델보다 몸 상태가 더 좋지 않아 보인다.

방금 그 공격을 단 한 번 받아낸 것만으로 그런 빈사 상태가 된 것이다.

“진윤아!”

“혀, 형님……. 전 괜찮…… 우웁!”

그는 괜찮다는 말을 하면서도 계속해서 손을 떨면서 피를 토했다.

결코 괜찮을 리가 없다.

“진윤 브로!”

“저놈이 대장이다! 저놈을 공격해!”

곧이어 보그단과 다리우스가 맹인 오크를 향해 각자의 권능을 사용했다.

타타타탕!

다리우스 앞에 전열보병들이 나타나 일제사격을 가하고.

스르륵.

보그단은 그림자 속에 숨어들었다가 맹인 오크의 뒤에서 나타나 두 자루의 단검을 내리찍었다.

“이 잡것들이!”

콰앙!

그러나 맹인 오크의 고함 한 번에 두 사람의 공격은 무효가 되었다.

이번엔 아예 검조차 휘두르지 않았다.

그저 몸에서 분출한 마나 파장만으로 튕겨낸 것이다.

“아악!”

보그단과 다리우스가 동시에 바닥을 굴렀다.

가까이에서 뛰어들던 보그단은 정신까지 잃고 말았다.

“감히 신성한 결투에 끼어들어? 이것들이…….”

그가 역정을 냈다.

그러자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마법사 오크들이 무기를 꺼내 들 기세를 취했다.

“가만있어! 이놈들은 내 손으로 전부 쳐죽인다.”

하지만 맹인 오크는 자기 스스로 우릴 전부 죽이겠다고 선언했다.

그러고는 바로 뒤에 쓰러져 있는 보그단 쪽으로 몸을 돌렸다.

‘지금!’

난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에테르 증폭을 사용해 힘을 끌어올렸다.

모든 공격을 받아쳐 무효화시키는 무구인 미스텔테인.

하지만 받아치지만 않으면 파괴력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적중시킬 수 있다.

놈이 나에게 등을 보인 순간.

지금이야말로 기회다.

후우우웅.

극대화된 에테르가 순환하며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쏟아낸다.

영혼계에 존재하던 힘이 물질계로 넘어와 내 전신의 혈관을 타고 흐른다.

당장에라도 일대를 초토화시킬 수 있을 만큼 강한 파괴력을.

13자루의 무구로 구현한다.

쩌저정!

끔찍하리만치 소란스러운 파공음이 연속적으로 발생했다.

바로 눈앞에 13회의 낙뢰가 연달아 떨어진 것과 같은 수준의 굉음.

허공에 떠다니는 공기 분자마저 찢어버릴 만큼 빠르게, 또 격렬하게.

투영무구들이 광선처럼 일제히 하나의 대상을 향해 날아들었다.

투콰콰콰콰콰콰쾅!

주변의 오크들은 물론이고 아군들까지 그 후폭풍에 휘말려 뒤로 날아갔다.

하지만 이 공격의 실질적인 유효 살상 범위는 오직 대상 하나.

범위 파괴력을 최소화하고, 오로지 무구가 꽂히는 목표 일점에 모든 피해가 집중되도록 한 공격이었다.

그런 공격에서 이 정도의 후폭풍이 발생한 것이다.

‘후폭풍이 발생했다……. 됐어!’

그리고 그런 현상이 일어났음이 의미하는 것은 곧, 미스텔테인이 내 무기를 무효화시키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큭……. 크헉.”

흙먼지가 흩어지고 난 후, 맹인 오크가 피 흘리며 서 있는 모습이 드러났다.

놈은 미스텔테인으로 몇몇 무구들을 막아내는 데는 성공한 모양이지만, 이 빠르고 강력한 공격을 전부 쳐내지는 못했다.

몸 곳곳에 몇 자루의 창칼과 화살들이 꽂혀 있었다.

“인간 놈……. 이런 힘을 숨기고 있었구나…….”

그럼에도 그는 죽지 않고 여전히 서 있었다.

혀를 내두를 정도의 맷집.

난 그놈을 완전히 끝장내기 위해 재차 공격을 가했다.

‘끝이다. 이미 피해가 축적된 이상 움직임은 더 느려질 거다.’

이대로라면 에테르 증폭 유지 시간이 끝나기 전에 충분히 없앨 수 있다.

투쾅! 쩌저정!

“크아아아!”

위우웅.

그런데 그 맹인 오크가 들고 있던 검을 치켜들더니, 덧씌워진 무구의 크기를 급격하게 키웠다.

불규칙적으로 흘러나오는 마나의 유량이 훨씬 더 많아진 것이다.

퍽. 퍼억.

동시에 그걸 쥐고 있는 맹인 오크의 몸에 난 상처에서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왔다.

-저런 미친……. 미스텔테인을 폭주시키다니.

아흐리만의 말대로 저자의 무구는 마치 폭주하는 것 같았다.

덕분에 내가 날린 무구들마저 전부 무효화되었다.

저자의 검에 닿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저 미스텔테인이 영향을 끼치는 범위가 단순히 검 주변이 아니라 이 공간 전체로 늘어난 것이다.

“크아아악!”

주변이 고통으로 가득 찼다.

비명은 누구의 것이라고 할 필요도 없었다.

그 불길한 기운은 피아를 가리지 않고 모두를 죽음으로 몰아넣었으니까.

‘틀렸다. 몸을 움직일 수가…… 없어.’

-저런 미친놈을 봤나! 그냥 전부 죽이고 자신도 자살할 작정인 건가?

인간, 오크, 심지어 자기 자신까지.

이 파장 안에서 살아남는 건, 그저 좀 더 질긴 생명력을 가진 자뿐이었다.

도망치는 것도 불가능.

승리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고, 살아남는 쪽이 곧 승리자가 되는 셈이다.

“모두……! 이쪽으로……!”

그런데 이 야만적인 치킨게임의 룰을 파괴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이진윤이었다.

* * *

이진윤은 한 손에 기절한 보그단의 뒷덜미를 쥐고 그를 질질 끌면서 내가 있는 쪽으로 왔다.

그리고 나와 아델, 다리우스를 둘러싸는 반구형 보호막을 펼쳤다.

콰창!

그것은 이내 미스텔테인의 기운에 의해 깨졌다.

울컥.

그리고 이진윤은 입에서 피를 쏟았다.

하지만 그 상태로 다시 보호막을 펼쳤다.

콰창!

보호막은 또다시 깨졌고, 이진윤은 피를 쏟는다.

그럼에도 굴하지 않으며 방어를 지속한다.

그는 이미 진작부터 중상을 입은 환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더 심각한 내상을 감수하면서까지 우리를 지켰다.

“진윤…… 그만…… 너 죽는다…….”

다리우스가 그를 만류했다.

이건 이진윤 자신의 생명을 훨씬 더 빨리 깎아 먹는 행위였다.

미스텔테인의 파장을 그냥 받아들이는 것보다, 기술을 사용했다가 상쇄당하면서 쌓이는 피해가 더 컸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그가 할 수 있는 건, 다른 사람들이 그나마 좀 더 버틸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내는 것.

저 맹인 오크가 먼저 스스로의 검에 의해 죽을 때까지 우리를 살려두려는 것이다.

자신의 목숨을 버리면서 말이다.

‘이대로 두면……. 하지만…….’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게 없다.

이진윤이 희생하도록 내버려 두든지, 아니면 다 같이 죽든지.

두 극단적 결과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 그거라면.’

바로 그때, 머릿속에서 어떤 방법이 떠올랐다.

“진윤아. 갈댓잎……. 갈댓잎을 써.”

그건 바로 강력한 디스펠 권능인, 그의 갈댓잎이었다.

“허억……. 허억…….”

이진윤은 정신이 없어 보였다.

내 말이 들리는 건지 아닌지도 모르는 상태.

“방어는 내가 대신…… 할 테니, 넌 갈댓잎을 쓰라고. 알겠어?”

반응 없이 계속 보호막만 형성할 뿐이다.

하지만 난 그런 이진윤을 잡아당겨 뒤로 물린 다음, 무구들을 소환해 미스텔테인의 파장을 막아냈다.

그가 내 말을 알아들었을 거라 믿으면서.

파캉!

울컥.

이제 그 고통스러운 역할은 내가 대신 맡는다.

무구가 하나 깨질 때마다 정신이 아득해지며 속이 뒤집힌다.

내 생명의 불꽃이 급격히 꺼져가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바보 같은! 차라리 가만히 있었으면 네가 살 수도 있었다!

‘이왕이면 다 같이 사는 게 낫지.’

-저놈의 상태를 보지 않았나? 저 녀석은 네 말을 따를 정신 상태가 아니다! 게다가 그 갈댓잎이란 게 정말 미스텔테인에 먹힐지도 미지수고!

아흐리만의 말대로 이건 하나같이 낮은 가능성으로만 점철된 도박 수였다.

차라리 이진윤을 희생시키고 나머지 사람들이 산다는 선택지가 더 확률이 높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냥 그러고 싶지 않았다.

-젠장, 그 최윤아란 여자는 대체 어딜 간 거냐! 하필 이런 때에!

우리와 같이 왔던 최윤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지금은 우리끼리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란 것이다.

“형님…….”

그때, 뒤에서 꺼져가는 이진윤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입니다…….”

그의 손에 갈댓잎이 들려 있었다.

그것은 맹인 오크를 겨누고 있었다.

뚝.

아주 짧은 순간.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주변의 모든 움직임들이 잦아들었다.

미스텔테인의 파장이 사그라진 것이다.

‘악의의 전당 일제사격.’

난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이 상태가 얼마나 유지될지 알 수 없기에.

남아 있는 모든 힘을 짜내 맹인 오크를 향해 무구들을 발사했다.

콰콰콰콰쾅!

{호드의 영혼을 흡수한다.}

{악의의 전당 소환 무구 목록에 <미스텔테인>이 추가된다.}

{아지다하카와의 동화율이 증가했다. 6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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