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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101화 (101/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101화

“전부 죽여주마!”

우리가 그 근육질의 도끼 든 오크 마법사들과 조우했을 때, 가장 먼저 튀어나온 반응은 의외로 그들이 한 말에 대한 것이었다.

“쉐에엣! 저 오크들이 러시아어를 하고 있다, 브로!”

“멍청아, 러시아어가 아니라, 그 바벨탑인가 뭔가 때문에 우리가 저놈들 말을 알아듣는 거라니까?”

모국어가 러시아어인 보그단에게는 저 오크의 말이 러시아어로 들린다.

반면 모국어가 한국어인 나에게는 저 말이 한국어로 들린다.

이 현상은 바로 오늘 아침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신규 던전 <바벨탑>이 등장합니다.}

{모든 필멸자들은 제약 없는 소통을 할 수 있습니다.}

신의 노여움을 사 모든 언어가 서로 달라지게 되었다는 바벨탑 전설.

그게 다시 살아나 사람들의 언어를 하나로 통일했다.

심지어 같은 인간끼리뿐만 아니라 타 종족까지 말이다.

‘어쩐지, 그 신화시대의 기억에선 오크나 엘프들하고도 그렇게 잘 소통하더니만.’

사실 아주 사소한 것이긴 한데, 그 기억 속에서는 인간이 타 종족과도 잘만 소통했는데 현실에선 그게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불가능하다는 부분이 내게는 의아한 점이었다.

전엔 그 기억을 그냥 비현실이라고 치부해서 대충 넘어갔지만, 사실 알고 보니 이런 식으로 연결되는 것이었다.

-그래. 그리고 이제 점점 너의 세계는 다시 내가 살던 그 시대의 세상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아흐리만의 말대로, 지금 세상은 그 기억 속 ‘신화시대’로 되돌아가고 있다.

{경계 붕괴를 대비한 공성전}

패치노트에서는 그렇게 서술하고 있다.

그 말인즉, 앞으로 무수한 공성전이 벌어지고 난 후에 경계 붕괴가 일어난다는 뜻이다.

또한 이 공성전들이 바로 그때를 위한 일이고.

이게 무슨 뜻인지를 생각해보면, 답은 하나다.

‘각 공성전의 최종 승자가, 경계 붕괴 이후 본세계의 해당 영지 소유자가 되는 거겠지.’

이면세계가 아닌 본세계.

지구가 아닌 새로운 땅에서, 저 종족들과 서로 살을 맞대고 살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이제 오크는 더 이상 우리 인간들이 사냥해야 할 하등한 마물이 아니다.

나와 동등한 위치에서 말을 할 수 있는, 또다른 지적 생명체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또한, 우리와 ‘같은 존재’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모두 조심해. 저것들은 우리가 알던 그냥 마물이 아니야.”

우웅. 우우웅.

오크 마법사들이 들고 있는 제각기 다른 형태의 도끼들이, 파랗게 빛났다.

그들이 자기 수호령의 무구를 투영했다.

* * *

“크아아아!”

덩치 큰 근육질의 오크 마법사가 거대한 투영무구 양손 도끼에 화염을 덧씌우고는 괴성을 지르며 이진윤의 보호막을 내리찍었다.

그와 동시에 벌어진 화염 폭발.

투쾅!

하지만 그 매서워 보이는 공격도 이진윤의 보호막은 뚫지 못했다.

그 안에 보호받는 그 자신과 최윤아, 다리우스와 보그단은 작은 생채기조차 입지 않았다.

“윤아야! 괜찮아?”

그리고 이진윤은 곧바로 최윤아의 안부부터 물었다.

“헤이, 우리도 걱정 좀 해라, 맨!”

그런 그의 모습에 보그단이 버럭 화를 냈지만, 이미 이진윤의 신경은 최윤아에게 푹 빠져 있었다.

“냅둬라. 원래 사랑이 그런 거야, 인마.”

“패밀리보다 여자가 먼저라는 거냐, 브로?”

“그런 건 아니지만……. 저걸 이해해 주는 것도 패밀리의 역할이라고, 친구.”

“하, 눈꼴 시려서 못 보겠다, 브로.”

다리우스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이진윤의 모습을 봤다.

괜히 다리아에게 빠져 자신도 모르게 조직 전체를 팔아넘겼던 과거의 일이 기억났다.

‘위험한 여자한테 빠진 게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아무리 봐도 저 최윤아라는 여자에겐 정이 가질 않았다.

“윤아야.”

“비켜. 방해돼.”

최윤아는 이진윤에게 한껏 냉대를 하며 그를 옆으로 밀쳤다.

그래도 불과 몇 달 전까지는 좀 틱틱대긴 해도 진심으로 걱정해 주긴 했는데.

다시 만난 지금은 이상하게도 필요 이상의 싸늘함이 느껴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진윤은 오랜만에 만나 이미지가 확 달라진 그녀에게 푹 빠져 있었다.

“죽어라아아앗!”

한편, 오크 마법사는 그 와중에도 쉬지 않고 공격을 행하고 있다.

화염이 도끼날의 등 부분에서 세차게 분출하며 도끼를 마치 로켓처럼 가속시켰다.

다리와 팔꿈치에선 연달아 화염이 폭발하며 그의 움직임을 강화했다.

이들 오크 마법사들에게 마법이란, 무기를 더욱 강하게 휘두를 수 있게 만들어주는 도구인 모양이었다.

쩌어엉!

다시 한번 보호막을 내리찍었다.

이번엔 아까보다 훨씬 더 빠르고 맹렬한 공격이었다.

이진윤은 그 폭압을 이기지 못하고 뒷걸음질 쳐야 했다.

그 역시 근력 스탯으로는 어디 가서 밀리지 않는 괴력의 각성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큭……!”

그런 그의 뒤에서 최윤아가 앞으로 튀어 나갔다.

“윤아야, 위험……!”

쩌저저적. 쩌적.

그녀가 앞으로 손을 내밀자, 바닥이 갈라지며 거대한 금이 생겼다.

그리고 그 금으로부터 대량의 물이 솟아 나와 지금 이 공간에 있는 모든 오크들을 한꺼번에 집어삼켰다.

콰아아아아!

“끄어어억!”

뿜어져 나온 물들이 마치 그물처럼 오크들을 땅속으로 끌어당겼다.

이곳은 알포드 성의 내성.

시스템으로 보호를 받는, 그 어떤 충격이나 마법 등에도 금조차 가지지 않는 절대공간이다.

이런 공간에서 땅을 가르고 물을 솟구치게 만든 것이다.

그건 적이 서 있는 발밑의 공간 자체를 조작해, 실제 내성의 바닥이 아닌 다른 공간의 틈을 열어낸 기적과도 같은 권능이었다.

“살려…….”

콰드드득. 쾅!

오크들이 모조리 땅속으로 꺼진 후에, 최윤아는 가차 없이 그 틈을 닫아버렸다.

끌려 들어간 자들의 행방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왓더…….”

“우와…….”

최윤아의 무지막지한 권능 시전을 지켜본 일행들이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녀의 마법은, 그야말로 억지스러울 정도로 파괴적이었다.

“나 쳐다보지 말고 너희 대장이나 지키는 게 어때?”

그런 그녀를 여러 가지 감정으로 지켜보고 있던 이진윤, 다리우스, 보그단.

세 사람은 그녀가 가리킨 지점을 향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쓰러져 피 흘리는 아델과 한 오크를 상대로 고전 중인 ‘매튜’가 있었다.

* * *

쉬쉭! 쉬이이익!

아델의 칼날에서 붉은 기운들이 초승달 모양을 그리며 연이어 쏟아져 나왔다.

그녀가 구사하는 붉은색 검기는, 일반적인 푸른색 마나의 검기보다 훨씬 더 거칠고 날카로워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마치 쇠를 긁는 소리같이 들릴 정도였다.

카아앙!

그러나 지금 눈앞의 양손검을 들고 천으로 눈을 가린 오크는 그 빠르고 날카로운 참격을 순식간에 전부 쳐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말이다.

‘여기 있는 녀석들. 강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보통이 아니잖아……?’

지금 아델이 칼을 맞대고 있는 자는 이곳의 리더 격으로 보이는 자.

그 외에 주변에는 많은 수의 ‘마법사’인 줄 알았던 오크들이 우릴 둘러싸고 있었다.

이것들이 나와 아델을 강하게 압박했다.

‘이건…… 예상 범위 밖이야.’

솔직히 후위 지원가 역할을 하는 마법사형 오크 각성자들이 백병전에도 강할 거라는 건.

예상을 못 하긴 했어도 그렇게까지 큰 걸림돌은 아니었을 문제여야 했다.

뭐가 됐든 정면에서 전투를 벌이는 본 병력에 비하면 부족한 점이 있는 건 사실일 테니까.

그런데 문제는, 그런 후위 병력들마저 전체적인 수준이 상식 이상으로 높다는 것이다.

힐끗.

시선을 돌려 외성 상공에서 벌어지는 공중전을 올려다본다.

백선율과 가렌을 포함한 주 전력들이 적을 상대로 아주 힘겹게 싸우고 있다.

바로 그 백선율이 자기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강자들이 내부 침투에 대비해 내성에서 농성하고 있는 건 줄 알았더니……. 그냥 기본 수준 자체가 높은 거였어. 후위 포지션이 우릴 정면 상대 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쪽도 절대 만만치 않은 군세다.

인류 전체를 통틀어서 최상위권에 들어갈 수 있을 수준의 병력 구성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앞에 있는 오크들은 그보다 더 강하다.

이건 마치, 분열되기 전의 벨그레이브를 직접 상대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어이, 인간.”

파캉!

아델과 대결하던, 눈을 가린 오크가 나를 지칭하는 것처럼 말했다.

내가 그쪽을 쳐다보자, 마치 자신을 본다는 걸 아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래, 너. 인간 남자.”

“뭐냐.”

터터텅!

난 악의의 전당 무구들을 사방에 흩뿌려 주변의 적들을 전부 날려버리며 그에게 대답했다.

“내가 보기엔 여기 있는 자들 중에 가장 강한 녀석일 것 같군. 어때? 나와 맞붙는 게? 이 여자는 약해 빠져서 지겹단 말이지.”

아델에 대해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닥쳐!”

그녀는 곧장 격노하며 손에 쥐고 있는 칼을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검에서 붉은 기운의 흐름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와 거대한 사자 형상을 이뤘다.

레비아탄을 잡을 때 썼던 바로 그 기술.

사자의 분노.

그녀의 필살기와도 같은 오의였다.

콰아아아아!

붉은 사자가 그녀와 함께 맹인 검사 오크를 향해 달려들었다.

저걸 정면으로 받아내면 아무리 대단한 강자라도 멀쩡할 수는 없다.

대응할 유일한 방법은 오직 피하는 것뿐.

투쾅!

“커헉!”

그러나 그 참격은 너무도 허망하게 저지당했다.

피하고 반격한 게 아니다.

그냥 정면으로 맞받아친 것이다.

“그게 끝?”

“쿨럭, 쿨럭. 헉…… 헉…….”

아델은 한쪽 무릎을 꿇은 채 간신히 검에 의존에 쓰러지지 않은 상태.

큰 내상을 입었는지, 겉보기엔 상처가 없어 보였지만 각혈로 대량의 피를 토해내고 있다.

맹인 검사 오크는 그런 아델을 내리깔아보고 있다.

“이제 뭘 좀 해보려고 무기를 꺼냈더니.”

사자의 분노를 받아친 양손검에선, 불규칙하고 위험해 보이는 마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니, 형태가 제대로 이뤄지지도 않은 무언가가 그 검 위에 덧씌워져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무구 투영.

그 맹인 검사는 방금 아델이 최후의 공격을 날리기 전까지, 자신의 투영무구조차 꺼내지 않고서 그녀와 대등한 전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델!”

난 아델을 보호하기 위해 그녀와 나 사이에 있는 오크들을 악의의 전당으로 휩쓸면서 뛰어들려 했다.

그런데 의외로 오크들은 내 진로를 막지 않았다.

순순히 길을 열어준 것이다.

“그래, 그쯤 했으니 이제 슬슬 나와 싸울 마음이 생겼겠지?”

그리고 그건 다름 아닌 맹인 검사 오크의 지시 때문이었다.

“무인이라면 마음에 든 상대와의 대결을 놓치기 싫은 법. 난 지금 구애를 하는 거야. 너한테.”

“……이 미친…….”

“넌 좀 특별한 녀석인 것 같거든. 그동안 내가 상대했던 수많은 오크 강자들하고도 다르고 말이지.”

그는 자기 좋을 대로 마구 지껄였다.

하지만 난 그런 헛소리를 받아줄 여유가 없다.

지금의 상황 자체가 아군에게 너무나 불리하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제대로 붙어보자고. 저 정령 나부랭이 같은 것도 쓰지 말고, 네 순수한 힘만으로.”

그자가 손짓하자, 우리 주변을 감싸고 있던 오크들이 뒤로 물러났다.

그와 나 사이에 일대일 대결 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무구 투영된 양손검을 제대로 고쳐 쥔 다음, 나에게 대적하는 자세를 취했다.

검에선 여전히 불규칙한 흐름의 마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미스텔테인. 저 검을 조심해라. 극히 위험한 무구다.

아흐리만이 나에게 경고했다.

그가 형태만 보고도 정체를 알 수 있을 만큼 익숙한 투영무구를 가진 맹인 검사.

{수호령: 호드(신화)}

그 오크는 신화급 각성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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