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77화
약 일주일 후, 내게는 어떤 메시지가 나타났다.
{당신은 관문의 열쇠검, <엑스칼리버>의 소유자입니다.}
{당신은 엑스칼리버를 사용해 신계 아발론으로 통하는 관문을 열 수 있습니다.}
{관문의 위치는 통행이 시작되기 24시간 전부터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미리 가르쳐 주는 건가.’
물론 이 내용은 나도 이미 알고 있었다.
패치노트에 다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거기에 쓰여 있는 내용이 좀 더 자세할 뿐.
{보상: 신화 수호령 ‘누아다 아르게틀람’}
내가 하비로부터 아서 왕 수호령을 빼앗으려 했던 건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신화 수호령.
처음에 내가 다이아 경매로 얻고자 했던 그것.
비록 실제로는 다이아 경매의 낙찰품이 ‘패치노트’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세간의 추측이 영 틀린 것은 아니었다.
이걸 통해서 남들보다 더 확실하게 신화 수호령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신화 수호령을 얻으려면 조건에 맞는 특정 전설 수호령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전 5년간의 패치노트 내역을 살펴봤는데, 검제, 성황, 염왕, 마존 등은 이 패치노트를 이용해 미리 어떤 전설 수호령을 얻어야 하는지 알고서 그걸 준비해 두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날짜가 되면 ‘신계로 가는 관문’을 열고 그 안에서 신화 수호령을 얻어온 것이다.
물론 이 세상엔 벨그레이브 외에도 신화 수호령을 가진 각성자들이 몇몇 존재한다.
이를테면 러시아의 ‘거신병’과 같이 말이다.
그런 사람들은 때마침 가지고 있는 전설 수호령이 운 좋게 조건에 맞아서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쉽게 말해 운이 좋으면 패치노트가 없어도 신화 수호령을 얻을 기회는 있다는 뜻.
다만 벨그레이브처럼 한 집단에서 네 명이나 그런 사람이 나타나는 희귀한 일이 발생하기 어려울 뿐이다.
‘이젠 내가 그들의 자리를 대신하게 되겠지. 패치노트는 내 것이니까.’
나중에는 이것 외에도 다른 신화 수호령도 얻어낼 생각이었다.
난 하나의 수호령만을 가져야 한다는 제약에서 벗어난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지금까지 이걸 얻어낸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건가.’
그런데 한 가지 불안요소가 있다.
그건 바로 지금까지 이 ‘누아다 아르게틀람’라는 신화 수호령을 얻어낸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
물론 원하는 전설 수호령을 뽑는다는 것 자체가 워낙 어려운 일이라, 애초에 조건에 맞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을 확률은 얼마든지 있다.
세상이 이렇게 바뀐 지는 겨우 5년밖에 지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건 그것과는 경우가 다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아서 왕을 가졌던 인물이, 내가 알기로만 무려 다섯 명이나 되었기 때문이다.
‘벨그레이브 내부에서만 하비가 벌써 네 번째였어.’
염왕의 내부 문건에서 알아낸 바로는 이전에 아서 왕 수호령을 가졌던 다른 멤버들이 세 명이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 역시 1급 4인방과 어깨를 나란히 할 위치의 인물이었다.
그런데 그 세 명 다 아발론의 관문을 통과하고 나서 다신 돌아오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아서 왕 수호령은 칼리닌스카야의 수장인 미하일로프의 손에 들어간 것 같은데, 그자는 메시지를 받기도 전에 염왕에게 죽어버렸고 말이다.
‘아무튼 확실한 건 이전의 세 사람 모두 신화 수호령을 얻으러 아발론의 관문을 넘었다가 사라졌다는 거야. 같이 갔던 보좌 각성자들까지 전부.’
여담이지만 염왕이 하비에게 아서 왕 수호령을 준 게 바로 그 때문이었던 것 같다.
언젠가 자신에게 해가 될 동생의 존재를 이 세상에서 지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 것이다.
아무튼 도대체 그 신계 아발론의 문이라는 게 무엇이기에 그렇게 빵빵하게 지원받는 각성자들이 다 죽어 나간 걸까.
처음에 패치노트만 보고 아서 왕을 얻었을 때는 무작정 신화 수호령을 얻어낼 기회라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염왕의 내부 문건을 보고 나니 조금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심지어 패치노트도 다른 곳과는 달리 신화 수호령 획득 관련해서만큼은 입장조건 외에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았다.
현재 남아 있는 벨그레이브 관계자들 중에서도 여기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고.
‘그래도 지금 나는 2년 전까지의 그들보다 훨씬 유리한 위치다.’
다만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지금 난 당시의 벨그레이브 총 전력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끄덕.
내가 뒤를 돌아보자, 아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에는 막시모를 비롯한 6명의 병사들이 있다.
이들과 같이 간다면 무조건 절대 죽지 않을 것이다.
난 그 7명의 NPC들과 함께, 아이슬란드의 헤클라 산 중턱에 위치한 어느 포탈에 도착했다.
‘지키는 사람은 아무도 없군.’
관문의 위치는 매년 달라져서 딱히 독점할 수 있는 요소는 아니었다.
‘엑스칼리버.’
난 인벤토리에서 에테르 큐브를 꺼낸 다음, 엑스칼리버를 투영했다.
그리고 그것을 포탈 가운데에 나 있는 얇은 구멍에 가드가 닿을 때까지 깊숙이 꽂아 넣었다.
칼날의 모양과 폭, 두께가 그 구멍에 꼭 맞아떨어졌다.
메시지에 나타났던 대로 열쇠검으로서의 역할을 정확히 해낸 것이다.
파아앗.
곧이어 룬문자가 음각된 돌덩이 포탈에서 빛이 퍼져 나오더니, 눈앞에 메시지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당신은 지금부터 파티원과 함께 신계 아발론으로 이동해, 시련을 맞이하게 됩니다.}
{시련을 무사히 통과하면, 신화 수호령 ‘은팔의 누아다’를 획득합니다.}
{그러나 이 시련은 매우 난이도가 높으며, 중간에 포기할 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련을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시스템이 정중하면서도 진지하게 나에게 경고를 내렸다.
그만큼 힘겨운 일이 될 거라는 뜻.
“받아들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여기에 도전했다.
벨그레이브라는 최강의 각성자 집단조차 얻지 못했던.
미지의 수호령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 * *
관문을 열고 들어온 곳은, 어느 들판에 위치한 언덕이었다.
주변이 탁 트여서 훤히 보이는 고지대.
이곳은 전쟁이 한창이었다.
쾅! 콰쾅!
저 먼 곳에서 굉음이 일며 땅이 울리고 먼지가 치솟는 게 보였다.
한눈에 보기에도 결코 만만한 자들끼리 싸우는 게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적어도 수십, 수백은 되어 보였다.
과연 이곳이 신계라는 걸까.
‘초장부터 사람 기죽게 만드는군.’
난 뒤돌아 내 파티원들이 잘 도착했는지 확인했다.
다행히 아델을 포함한 병사들은 멀쩡히 나를 따라와 있었다.
“명령만 내리면 당장 가서 싸우겠습니다, 마스터.”
아델은 오랫동안 훈련만 하다가 오랜만에 실전 상황에 나와서 그런지 열의가 지나칠 정도였다.
“나도 그러고 싶군.”
물론 나 또한 당장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동안 나 역시 결코 만만치 않을 만큼 성장을 이뤘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힘을 확인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여기에 들어온 후로, 내가 뭘 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아까도 말했듯, 패치노트에도 자세한 내용에 대해선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
이건 완전히 알 수 없는 영역에 도전하는 것이었다.
‘메시지 같은 거라도 안 나타나는 건가?’
뭘 해야 할지 몰라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그때.
───
<메인 시나리오>
포보르 족을 물리치고 다누 족을 승리로 이끄십시오.
승리조건: 포보르 족의 멸망
패배조건: 은팔의 누아다 사망
보상: 신화 수호령 누아다 아르게틀람
───
그렇게 원하던 메시지가 나타났다.
마치 레이드에서 스테이지에 입장할 때 나타나던 것처럼, 클리어 조건과 함께 ‘시나리오’라는 이름의 짧은 설명문이 나타났다.
뭐가 뭔지는 몰라도, 이것도 레이드 스테이지나 퀘스트처럼 정해진 상황을 돌파해 나가는 방식인 모양이다.
그걸 성공하면 보상을 얻는 거고.
그래서 난 이 메시지에 나타난 조건대로만 하면 되는 건가? 라고 생각했지만.
‘포보르 족은 또 뭐고 다누 족은 또 뭐야?’
문제는 지금 내 앞에 보이는 저 전장에서 ‘포보르 족’과 ‘다누 족’을 구분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저기서 싸우는 자들은 모두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알지도 못하는 세상의 인종을 구분하는 게 가능할 리가 없다.
‘젠장. 어느 쪽을 도와야……. 음?’
그렇게 전장을 훑어보던 중, 내 눈에 눈 부신 빛이 비쳤다.
저 멀리, 무언가 번쩍이는 물건이 햇빛을 반사해 내 눈을 쬔 것이다.
‘저건?’
강한 집중력으로 시력을 높인 나는 그 물건의 정체를 알아봤다.
그건 은으로 된 오른팔이었다.
그리고 다시 시나리오 메시지를 확인했다.
‘은팔의 누아다?’
은색 의수를 장착하고서, 자기 몸의 두 배는 될 것 같은 초대형 검을 휘두르는 금발의 남자.
난 그것이 내가 지켜야 할 대상임을 알아챘다.
“아델! 막시모!”
“예!”
“예! 마스터!”
“저 대검을 휘두르는 남자를 지켜! 저자는 절대 죽으면 안 된다.”
“알겠습니다!”
곧장 파티원들에게 명령을 내리고서 나도 같이 전장에 뛰어들었다.
지금 누아다는 적에게 포위당해 위기를 맞은 상태.
늦어선 안 된다.
* * *
‘에테르 순환.’
나는 에테르 조작 스킬을 사용해, 내 영혼에 깃들어 있는 에테르를 빠르게 순환시키기 시작했다.
벨그레이브에 있을 때 배워 뒀던 테크닉.
한 번 사용하면 다신 채우지 못하는 에테르를, 아무런 손실 없이 내 힘을 강화시키는 동력원으로 활용하는 기교다.
───
근력: 5,367
활력: 5,145
반사 신경: 5,601
집중력: 6,172
의지력: 5,592
───
이 순간 나는 스탯이 2.5배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평균 2천 초반에서 5천이 넘는 수준까지.
물론 이걸 오랫동안 유지하지는 못한다.
이 순환이라는 것도 과도하게 사용하다간 영구적인 에테르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업화의 구, 가시창 게 볼그.’
그 상태로 검은 화염을 두르고서 투창을 소환했다.
목표는 누아다 쪽으로 접근하는 비행병 무리.
그들은 거대한 새를 탄 채, 각자 몇십 발의 투창이 담긴 주머니를 둘러메고 있었다.
난 그중 하나를 향해 손에 쥔 게 볼그를 힘껏 집어 던졌다.
“흐으읍!”
쐐애애액!
푸확!
명중.
비병 하나가 게 볼그에 의해 타고 있는 새와 함께 꼬챙이처럼 꿰뚫렸다.
“뭐, 뭐지!?”
갑작스레 옆에서 날아온 공격에 누아다를 공격하려던 비병들이 눈에 띄게 당황해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게 볼그의 공격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촤아악!
창에 꿰뚫린 채 지상으로 떨어지려던 비병의 몸으로부터, 수십 미터 길이의 가시들이 사방으로 뻗어 나와 주변에 있던 다른 비병들까지 휘말리게 만들었다.
“윽!”
“이건 또 뭐야!”
물론 2차 공격인 가시 뻗기까지 완벽하게 성공하진 못했다.
대다수의 비병들은 약간의 피해만 입었을 뿐.
그러나 그 정도로도 충분하다.
게 볼그의 개방된 잠재속성은 전격.
파지지지직!
“끄아가가가각!”
가시를 타고 흐르는 고압 전류가 약간이라도 닿은 비병들을 모두 감전시켰고.
타아악!
‘파산검 칼라드볼그.’
거기에 난 후속타를 먹이기 위해 땅을 박차고 뭉툭한 검을 치켜든 채 높게 뛰어올랐다.
‘땅으로 떨어져라.’
비병들의 시선이 일제히 위로 올라갔다.
나는 하늘에 떠 있는 새보다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쿠쿵!
공중에서 칼라드볼그를 내리치는 순간, 아래로 향하는 고강도의 충격파가 넓은 범위에 작용했다.
“끄으으으!”
새와 인간, 누구라고 할 것 없이 하늘에 떠 있는 모든 것들은 그 범위 안에서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추락한다.
퍼퍼퍽! 퍽!
바닥에 떨어지면서 사방에 피와 뼛조각들을 튀기는 시체들.
‘클라렌트 파산검반전.’
난 그것들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고 바닥에 착지하자마자 다시 반전공격을 사용했다.
클라렌트로 올려베기를 함과 동시에 땅에 짓눌렸던 적들은 역으로 하늘로 튀어 올랐다.
터엉!
최후의 최후까지 적을 철저하게 부숴버리는 파동 연계기.
설령 이전 공격에서 운 좋게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이어지는 다음 공격까지 피할 순 없다.
이 세 가지 공격을 모두 받아낸 비병들 중 살아남은 자는 단 한 명도 없다.
찌이이잉.
그리고 다음 순간, 몸이 울리기 시작했다.
소모된 강격파동이 위상 반전을 일으켜 몸을 극도의 활성화 상태로 만들었다.
‘이것이…… 극성.’
극 파동제어를 습득하면서 얻을 수 있게 된 파동의 새로운 형태.
턱.
나는 아르테미스의 활을 손에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