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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76화 (76/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76화

-다음 소식입니다. 러시아의 핵 공격을 완전히 무력화시키면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던 군벌 ‘벨그레이브 클랜’ 내에서 심각한 내부 투쟁이 벌어진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내 계획은 완벽히 들어맞았다.

아니,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하비는 더 악랄하게 움직여줬다.

‘그 녀석, 마냥 멍청하기만 한 줄 알았더니.’

내 계략에 따라 움직여서 정보를 탈취하는 경험을 해본 후, 그걸 자기 몸에 체화한 모양이다.

게다가 자신의 부활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깨달았으니, 마치 날개라도 단 것처럼 폭주했다.

자기 형을 무너뜨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움직인 것이다.

그 결과, 벨그레이브는 지금 심각한 내부 붕괴를 맞이하고 있다.

염왕뿐만이 아니라 검제, 성황, 마존 등의 각기 다른 기업집단을 대표하는 최강자들이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게 된 상황.

거기에 맞물려, 벨그레이브 내부에서만 알려져 있던 정보들이 외부에 퍼지면서 혼란은 더욱 가중되었다.

-최근 던전에서 마물들이 몰려나오는 ‘게이트화 현상’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벨그레이브에서는 이 현상에 대해 이미 인지하고 있었으며…….

-‘영지’라는 이름의 새로운 형식의 던전들의 존재가 공식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마물들이 세상에 몰려나올 수 있는 통로가 늘어나는 현상.

그 현상이 더더욱 가속될 거란 예측.

거기에 영지의 발견까지.

이 사건과 정보들이 모이자, 미래의 새로운 인류의 보금자리는 영지가 될 거란 예측이 팽배해졌다.

마물들로 가득 차게 될 바깥 세계보다는, 시스템을 통해 관리할 수 있는 영지가 더 안전하고 살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덕분에 각성자, 비각성자 할 것 없이 세력이 강한 클랜에 소속되길 희망하는 사람들이 러시아 사건 때보다도 더욱 늘어났고.

이는 곧 기존 체제의 붕괴가 시작됨을 의미했다.

[보유 골드: 894,223,194,203,671,502]

인도네시아 경제가 붕괴되면서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난 이진윤의 도움으로 종잇조각이나 다름없게 된 그 나라의 돈을 계좌에 쓸어 담았고.

89경4223조 루피를 골드로 변환했다.

이걸 다이아로 바꾸면 8900조 개나 되는 다이아를 얻는 셈인 것이다.

사실상 무한이나 다름없는 돈.

물론 미래를 생각하면 이걸로도 부족할 수 있지만, 걱정할 건 없다.

앞으로 이런 경제 붕괴 현상은 훨씬 더 심해질 테니 말이다.

난 이 기회를 사용해 어마어마하게 많은 양의 골드를 미리 축적해 놓을 계획이다.

그러면 나중에 세계의 모든 전산망이 끊어져 휴대폰을 이용한 은행 거래가 완전 정지된다고 하더라도 다이아의 수급에 아무런 문제가 없게 된다.

“내가 신호하면, 날 따라와.”

그리고 난 그 다이아를 이용해 나와 내 클랜의 기반을 착실히 다져나갈 작정이다.

“예!”

“가자, 브로!”

이진윤과 다리우스, 보그단 및 막시모를 포함한 1급 수비병 다섯 명이 내 뒤를 따라 포탈에 올라섰다.

이곳은 벨그레이브가 소유하고 있는 땅.

우린 경비원들의 경계를 피해, 몰래 침입해서 들어온 것이다.

그들이 독점하고 있는 고성능 스킬들을 가져가기 위해서였다.

{히든 퀘스트 <전사의 시련>을 시작하시겠습니까?}

{다이아 450,000개로 즉시 시작하시겠습니까?}

* * *

{<중급 무기술> 스킬이 <상급 무기술> 스킬로 강화됩니다.}

{<파동제어>가 <극 파동제어>로 강화되었다.}

획득한 정보를 사용해 모두의 능력을 강화시켜 나가는 건 그야말로 일사천리.

나는 코홀리테 요새에서 빼돌린 병사들을 동원해 큰 힘을 들이지 않고서 어려운 퀘스트들을 척척 클리어해 나갔다.

여기에는 이렇게 되기까지 나를 착실하게 도왔던 이진윤, 다리우스, 보그단도 함께였다.

“친구, 처음 볼 때는 남자답지 못하게 벌벌 떨더니, 이젠 앞서나갈 줄도 아네?”

“하하. 감사합니다.”

“브로의 방패는 내가 본 것 중에 제일 단단한 것 같다! 근데 궁금한 게 하나 있다, 맨.”

“네?”

“도대체 브로의 투영무기는 뭐냐? 다리우스가 만들어내는 건 총이랑 칼, 대포라서 확실하게 알겠는데, 브로가 쓰는 건 도대체 감이 안 온다.”

“……제 투영무기요?”

“그 날아다니는 알갱이들 말이다, 브로.”

“어…….”

“푸흡.”

난 그들의 대화를 엿듣다가 마시고 있던 물을 뿜었다.

“으응?”

“갑자기 왜 그래, 친구? 사레들렸냐?”

그들의 시선이 내게 집중됐다.

이진윤이 불안한 눈빛으로 쳐다봤지만, 난 아랑곳 않고 그들의 궁금증을 풀어줬다.

“그거 콩이야, 콩.”

“코옹?”

“콩으로 보호막을 만든다고? 그건 또 어디 전설에 나오는 해괴한 무기야?”

“베이비 제네럴…….”

“아, 형님!”

그가 시뻘게진 얼굴로 내 입을 틀어막았다.

그동안 스탯이 어찌나 빠르게 성장했는지, 힘이 장난 아니다.

그 상태로 그는 한국어로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수호령을 아무한테나 가르쳐 주면 어떡해요!”

각성자들끼리 자기 수호령이 무엇인가를 드러내는 건 일종의 금기사항이다.

자기 연봉을 떠벌리고 다니는 것과 같다고 할까.

하지만 이 경우는 그런 이유보다는 좀 다른 이유 때문일 것이다.

“뭐 어때? 얘들은 자기 수호령이 뭔지 다 가르쳐 줬잖아.”

다리우스와 보그단은 이미 각각 자기 수호령이 역사급인 나폴레옹과 희귀급인 로그라는 사실을 밝혔다.

그만큼 그동안 우리 사이에 신뢰가 쌓일 만큼 쌓였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이진윤은 여전히 자기 수호령을 밝히길 꺼려 했다.

“벌써 네 달이나 같이 뒹굴었는데, 아직도 남이야?”

“아니, 그러니까…….”

“왜, 베이비 제네럴 우투리가 부끄러워?”

“아, 형니임!”

다리우스와 보그단은 한국어로 대화하는 우리 둘을 영문도 모른 채 멀뚱히 바라보았다.

그들은 자기들이 들은 단어인 ‘베이비 제네럴’에 대해 서로 러시아어로 말하는 것 같았다.

아무튼 우리는 또 하나 히든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알포드 성으로 돌아왔다.

쉬이익! 카앙!

포탈을 넘어오자마자 우리 눈 앞에 펼쳐진 건 아델과 코홀리테 요새병 한 명이 대련하는 모습.

성곽과 주변의 드넓은 부지를 모두 포함하는 이 광활한 점령지 구역에서, 두 사람이 대결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 말은 즉, 그때 염왕이 공성전을 벌였던 때와 같이 멀리서도 보일 만큼 강렬한 공격을 서로 주고받고 있다는 뜻이었다.

쩌렁!

하늘에 떠올랐던 아델이 급격히 방향을 전환해 지상으로 낙하하면서 내는 파공음.

“이야, 살벌하구만.”

마치 천둥소리 같은 음속폭음 현상에, 다리우스가 헛웃음을 삼키며 감탄했다.

“언제 또 저렇게 세진 거야? 저번에 봤을 땐 저 정도는 아니었는데.”

“우린 맨날 밖에서 구르는데도 저 여자보다 성장이 느리다, 브로.”

다리우스와 보그단의 말대로, 아델의 성장은 그야말로 하루가 다를 정도로 빨랐다.

신체 스탯 7천이 넘어가는 저 코홀리테 병사와 벌써 호각을 이룰 정도이니 말이다.

‘정말 잠재력이 엄청나군. 왜 패치노트에서 유독 아델을 반드시 같은 편으로 영입하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아.’

아델과 같은 NPC들은 각성자들처럼 마물 사냥을 통해서가 아니라, 영지 내에서의 ‘훈련’을 통해서 능력이 강화된다.

그런 상황에서 원래 알포드 성 자체의 수비력은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었고-

아델 역시 혼자서 하는 훈련으로는 성장의 한계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코홀리테 병사와 함께 훈련하기 시작하자, 그 한계를 돌파해 독보적인 능력 강화를 이뤄냈다.

이제는 용혈의 힘을 각성하고 에테르 강화의 증폭 효과를 최대치까지 활용한 나보다도 훨씬 강할 지경.

이 성내에 존재하는 다른 수비병들은 이렇게 되지 못했다.

대표적인 대조군으로 그녀보다 격이 더 높은 기사인 패트릭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었다.

“마스터!”

그녀가 내 복귀를 알아채고 훈련을 중단했다.

“무사히 돌아오셨군요!”

“그래, 너도 훈련하느라 수고했다.”

나는 벨그레이브의 독점 퀘스트 보상들을 얻으러 국외를 돌아다니느라 요 몇 주간 성을 떠나 있었다.

그래서 꽤 오래간만에 본 것이었다.

“다음에 외출할 때는 저도 꼭 데려가 주세요. 이젠 저도 충분히 강해졌거든요.”

지난 4개월간 이렇게 자리를 비워놓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델은 항상 자신이 성에 남겨지는 것에 아쉬움을 갖고 있었다.

아무래도 한 번 바깥에 나갔다 와본 적이 있다 보니 바깥 공기가 많이 그리웠던 모양이다.

“네가 생각하기에 훈련이 충분한 것 같아?”

“……그렇게 물으신다면 장담을 할 순 없겠지만…….”

{수비병 <아델>의 스테이터스를 확인하시겠습니까?}

{<아델>의 스테이터스를 불러옵니다.}

───

<병종 스테이터스>

이름: 아델

알포드 민병대(7급)

생명력: 19,173 / 19,173

마나: 5,277 / 5,277

근력: 8,222

활력: 6,391

반사 신경: 8,956

집중력: 1,232

의지력: 1,759

───

‘뭐야, 막시모보다 높잖아?’

그녀의 확신 없는 태도와는 달리, 실제 스테이터스는 엄청난 수준으로 일취월장해 있었다.

활력이 좀 낮은 걸 제외하면 이곳에 이주해 온 코홀리테 출신 병사 중 최강자인 막시모를 상회하는 수준.

“……그런 것 같네.”

“네? 그게 무슨?”

“다음엔 꼭 널 바깥에 데리고 갈게. 때마침 중요한 해야 할 일이 있기도 하고.”

“정말요?”

아델의 눈이 반짝거렸다.

“설마 레이드에 데려가려고?”

내가 한 말을 들은 다리우스가 물었다.

그 말대로 곧 올해의 정규 레이드 시즌이 시작된다.

오늘이 8월 27일.

레이드는 매년 9월 30일에 시작했으니, 이제 딱 한 달 정도가 남은 셈이다.

“와우, 그럼 우린 무조건 1등이다, 브로! 아델 혼자서 거기 있는 놈들 다 죽여 버릴지도 모른다.”

“아니, 안 데려갈 거야.”

하지만 그들의 기대와는 달리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왜지?”

“어차피 NPC는 레이드에 못 데려가거든.”

나도 그 생각을 안 한 게 아니다.

우리가 막시모를 데리고 다니면서 히든 퀘스트들을 박살 내고 다닌 것처럼, 레이드도 박살 낼 수 있을 거라고.

그러나 레이드에서는 그런 짓을 하지 못한다.

그건 참가자들을 수준별로 나눠 놓은 제약 때문이었다.

“레이드는 순수스탯 총합으로 단계를 나눠 놨거든. 근데 NPC들은 스탯 계산이 각성자들하고 달라서 그 제한에 걸려.”

일반적인 각성자들은 순수스탯에 각종 스킬과 특성, 권능, 장비 등을 더해 몇십 배나 높은 최종스탯을 얻는다.

이를테면-

{근력: 459 (+2,345) (+1510)}

이와 같은 식으로 순수스탯 459에 최종스탯 4,314를 갖는 것이다.

그러니 저런 경우엔(근력만 따진다고 가정했을 때) ‘순수스탯 500 미만’ 구간의 레이드에 참가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NPC들은 그런 보정 없이 순수스탯이 일반 각성자의 최종스탯처럼 증가한다.

즉, 아델의 경우에는 순수스탯 총합이 무려 26,560이나 되고.

레이드 최고 수준 구간인 ‘순수스탯 총합 3,000 미만’을 초과해 버려서 참가하려야 참가할 수도 없는 것이다.

“브로, 그렇게 말해봤자 우린 무슨 뜻인지 모른다.”

보그단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 옆에 있는 다리우스와 이진윤도 사정은 마찬가지.

“아무튼 안 된다는 뜻이야.”

솔직히 나도 시스템이 왜 이딴 식으로 스탯을 복잡하게 만들어 놓았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각성자나 NPC나 다 똑같이 성장하게 만든 다음, ‘NPC는 레이드에 참여 불가’라는 조건만 걸어 놔도 될 텐데 말이다.

“그리고 이번 레이드에는 나도 못 가.”

문제는 바로 그런 복잡한 시스템 때문에, 나 또한 레이드에 참가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으응?”

“형님, 그게 무슨……?”

“왓? 브로가 빠지면 우린 어떡하라고?”

이상하게도 용혈의 힘을 각성하고 나서부터, 나 또한 아델과 같은 NPC들처럼 순수스탯이 폭증하게 되었다.

그 비행기에서 힘을 되찾은 순간, 이미 레이드 참가 최고 상한선은 진작 넘겨버렸다.

“나도 빠지기 싫은데, 어쩔 수가 없어.”

결국 나 역시 이번 레이드에는 참여하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내년엔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올해는 그렇다.

“대신 난 아델과 다른 할 일이 있어서. 그걸 하러 갈 거야.”

물론 그동안 마냥 손가락만 빨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때마침 그 기간에 내가 해야 할, 아주 중요한 일이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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