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7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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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파동제어>
-파동을 축적하고 발산하는 것으로 무구의 힘을 방출한다.
-파동발산-재귀파동발산으로 파동의 위상반전을 일으켜 극성 상태를 만든다. 극성 상태는 최대 3중첩까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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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얻은 상급 무기술이 변형된 스킬인, ‘극 파동제어’.
이것으로 지금까지 쓰지 못하고 있던 극성 소모 기술인, 아르테미스의 활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저놈이 아군을 공격했다! 놈을 죽여라!”
내 손엔 활이 쥐어져 있고, 뒤쪽에서 적들이 들이닥쳤다.
하지만 난 뒤가 아닌, 앞을 향해 시위를 당겼다.
그곳에 누아다를 막다른 절벽으로 몰고 있는 적들이 있기 때문이다.
쾅! 쉬쉭!
“마스터! 괜찮으십니까?”
내게 다가오는 것들은 신경 쓸 필요 없다.
저 먼 곳에서 한달음에 뛰어든 아델이 단숨에 베어 넘겼다.
“난 괜찮아.”
피잉!
그녀에게 대답함과 동시에 팽팽하게 당겨진 시위는 손가락을 떠났다.
초록빛으로 빛나는 마법의 화살이 전방을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화살이 만들어내는, 광선처럼 얇은 궤적.
하지만 실제 타격 범위는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넓었다.
큐우웅!
화살이 뿜어낸 보이지 않는 파괴파동이 넓은 범위를 한꺼번에 휩쓸고 지나가면서, 내 눈앞에 있는 수많은 누아다의 적들이 사정없이 짓이겨진 것이다.
그건 넓게 펼쳐진 들판에서 싸우는 수많은 전사들이 한순간 전투를 멈추고 이쪽을 바라볼 정도로 요란한 공격이었다.
“저, 저건 뭐야?”
“무슨 일이야? 어떻게 된 거야?”
전장이 어수선해졌다.
내가 지켜야 할 아군도, 그들과 싸우던 적들도, 난데없는 이방인의 난입에 모두들 어리둥절해했다.
“멈추지 마! 빈 곳을 파고들어!”
“예!”
여기서 당황하지 않은 존재는 나와 내 병사들뿐.
난 그들에게 누아다 쪽으로 다가가라고 명령했다.
아르테미스의 활로 인해 만들어진 빈틈을 이용해서 말이다.
“보아하니 우리들의 친구인 것 같군! 호응해 주자!”
누아다는 드디어 우리가 자신과 같은 편이라는 걸 눈치챈 모양이었다.
절벽을 등지고 싸우던 그가 손에 쥐고 있던 빛나는 대검을 과감하게 휘두르며 자신을 압박하던 적을 역으로 몰아붙였다.
콰앙! 쾅!
날 폭은 50센티, 길이는 3미터는 될 것 같은 저 육중한 병기를 마치 제 손처럼 자유자재로 휘두른다.
날에 닿기도 전에 쏟아내는 풍압만으로 넓은 범위를 제압해내는 거병(巨兵).
진홍색 망토를 휘날리며 그런 무기를 휘두르는 그 모습은 마치 전쟁의 화신과도 같았다.
그의 맹렬한 돌진은 기세를 몰아 상황을 반전시키기에 충분했다.
파앙! 파파팡!
그러자 그의 옆을 지키던 녹색 망토의 전사도 지지 않고 활약하기 시작.
손에 쥔 창을 내지를 때마다, 마치 번개를 뿜는 것처럼 빠른 속도로 창이 길게 늘어나며 적들을 지그재그로 관통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누아다를 보좌하며 상당히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됐다! 승기를 잡았어! 멈추지 말고 계속 밀어내!”
“오냐! 밀어내다 못해 전부 날려 버려주마! 크하하하!”
그렇게 우리는 양쪽에서 모루와 망치처럼 적들을 중간에 밀어 넣고 사정없이 두들겼다.
사기가 급격하게 떨어진 상대편은 그대로 우리의 칼과 창에 죽어 나가기 전에 도주해야만 했다.
* * *
“이봐! 덕분에 살았군! 고맙다!”
은색의 의수를 장착한, 수염이 덥수룩한 중년 남자가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자랑하며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누아다 아르게틀람. 자네는 이름이 뭐지?”
“유신우.”
“그렇군. 반갑네!”
그 옆에서 아까 전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던 녹색 망토의 젊은 전사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누아다는 그걸 알아차리고, 그를 나에게 소개해 줬다.
“아, 이 친구는 루 라바다라고 하네. 젊고 아주 똘똘한 친구지. 미래의 왕이 될 재목이야.”
루 라바다.
누아다도 마찬가지지만, 그 역시도 켈트 신화에서 꽤나 비중이 큰 신이라고 알고 있다.
“도와줘서 고맙다.”
잘은 모르겠으나 확실한 건, 그 말대로 지금 눈앞에 보이는 루는 나이가 어림에도 불구하고 정말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풍겼다는 것이다.
“아무튼 웬 도적놈들이 달려들어서 골치 아팠는데, 덕분에 살았어!”
‘도적놈들?’
그는 방금 그 많은 병력을 그저 ‘도적’ 정도로만 치부하는 것 같았다.
마수를 동원한 비병에다 그들이 들고 있던 통일된 병기도 그렇고, 내 눈엔 아무리 봐도 잘 훈련된 정규군처럼 보였지만 말이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고 도와준 것도 고마워서 그런데, 우리 집에 와서 같이 식사나 하지 않겠나? 내가 한번 거나하게 대접해 주고 싶어서 말이야.”
한편, 그는 다짜고짜 보답을 하겠다며 나를 자신의 집에 초대했다.
“아르드리, 이런 누군지도 모를 수상한 자들을 집에 초대하는 건…….”
그런데 루는 꽤나 조심성이 깊은 성격인 것 같았다.
누아다의 우리에 대한 초대에 제동을 건 것이다.
‘물론 누가 봐도 수상한 옷을 입은 사람들을 경계하는 쪽이 당연한 거겠지만.’
우리는 지금 벨그레이브의 유니폼인 검은 정장코트 세트를 입고 있었다.
그들의 분파인 척 위장을 하기 위해서, 알포드 클랜원 모두에게 그 옷을 맞춰주었다.
하지만 그건 밖에서나 먹히는 이야기고, 어쨌든 여기선 한없이 이상하기 그지없는 복장일 뿐이었다.
“어허, 난 더 이상 아르드리가 아니라니까?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루.”
“아무튼 이런 자들을 함부로 마을에 데려올 순 없습니다. 부디 재고해 주시길 바랍니다.”
“아니, 그럴 순 없어.”
누아다는 루의 간곡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입장을 밀어붙였다.
그는 꽤나 완고한 인물인 것 같았다.
“그래도 은혜는 무조건 갚아야 해. 이들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날 도왔든지 간에,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야. 그게 우리 다누 족의 전통이니까.”
“……알겠습니다.”
결국 루는 누아다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고, 그들은 우리를 데리고 자신들의 마을로 갔다.
* * *
완만한 경사의 들판 위에 통나무로 지어진 집들이 옹기종기 붙어 있다.
저 목제 건물들 사이로 사람들이 불을 피우고 있는 게 보였고.
매캐한 연기에 생선 비린내 섞인 냄새가 바람을 타고 날아와 코를 자극했다.
“어여 들어와 앉아! 음식은 급하게 준비하느라 별거 없지만 그래도 술은 많으니 마음껏 즐기라고!”
누아다가 사람 좋은 얼굴로 나와 내 병사들에게 나무잔을 내밀었다.
잔에는 미간이 찌푸려질 만큼 독한 알코올 향을 내는 술이 따라져 있었다.
“마, 마스터. 이건…….”
그 잔을 받아 든 아델은 굉장히 난처해하는 표정이었다.
“전…… 힘들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그녀는 건강미 넘치는 겉모습과는 달리 술이 매우 약하기 때문이었다.
“누아다.”
“응?”
“내 친구가 오늘 몸이 별로 안 좋아서 말이야. 안 마셔도 괜찮겠지?”
난 그래서 그녀가 술을 마시지 않아도 되게끔 양해를 구했다.
사실 어차피 그게 아니어도 데려온 병사들을 모두 취하게 만들 순 없었다.
만약을 대비해 한 명 정도는 멀쩡한 상태로 둬야 하기 때문이었다.
“아아, 물론이지! 강요는 하지 않는다고.”
누아다는 흔쾌히 그걸 받아들였다.
그는 말투도 그렇고 성격이 굉장히 시원시원한 인물이었다.
처음 보자마자 우릴 이렇게 집까지 불러와서 술잔치를 벌이는 것도 그렇고 말이다.
“자, 건배! 우리를 구해준 새로운 친구들을 위하여!”
그리고 그때부터 파티는 시작되었다.
우리뿐만 아니라 온 마을 사람들이 다 함께 어울려서 마음껏 즐기는 왁자지껄한 광경이 펼쳐졌다.
“이봐, 젊은 친구!”
“……네?”
한창 분위기가 달아올랐을 무렵, 누아다가 아델을 흥미롭게 바라보며 접근했다.
아델은 아까 그 독한 술잔을 들고 있는 그를 불안하게 쳐다봤다.
“자네도 한쪽 팔이 없구만! 영광스러운 전투에서 잃은 건가?”
다행히 술을 권하거나 할 생각은 없었던 모양이다.
대신 누아다는 그녀의 하나밖에 없는 팔에 관심을 가졌다.
“……아, 네. 마물들과 싸우다가…….”
“마물? 저런! 그 더러운 악마의 분신들에게 당하고 만 건가?”
“하하……. 그래도 지금은 괜찮아요. 한쪽 팔만으로도 충분하니까.”
“처음엔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네. 하지만 분명 하나보단 둘이 나아. 이걸 보라고.”
그러더니 자신의 은색 의수를 보여줬다.
복잡한 기계장치로 이뤄진 것도 아니고, 정말 말 그대로 통짜 은 덩어리를 깎은 듯한 모양새.
그게 진짜 팔처럼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언뜻 보면 에테르 메탈 같기도 했다.
“디안케트라고, 기가 막힌 의사가 하나 있거든. 어때? 너도 새 팔 하나 장만해 보는 게. 날 도와준 대가로 공짜로 해주지!”
“저는…….”
“잘됐네. 괜찮을 것 같은데?”
난 이참에 아델이 새로운 팔을 얻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누아다가 우리에게 해를 입힐 이유도 없고, 저렇게 마법으로 움직이는 신비한 팔이라면 성능도 좋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녀가 그동안 겪었던 불편은 이걸로 해결될 것이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잘 생각했어! 하하.”
그리고 그는 다시 술잔을 들고 다른 곳으로 갔다.
누아다 아르게틀람. 성격이 호탕하고 카리스마가 넘치는 인물.
그 주위에는 사람이 끊이지 않고 모여들었다.
“괜찮은 걸까요?”
“걱정하지 마. 어차피 시나리오상 저 사람은 우리 편일 수밖에 없거든. 너한테 해가 되는 일은 없을 거야.”
물론 그것과는 별개로, 시나리오의 성공 자체는 장담하기 어려웠다.
특히나 저렇게 주변에 사람이 많다면 적대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터.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은 누아다 본인이 아니라 그 주변인들인 것이다.
“그나저나, 여기 음식이…….”
한편, 아델은 지금 이곳에 와서 음식에 거의 손도 대지 않고 있었다.
물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좀 이상하지?”
“네.”
곰팡이 핀 빵이며, 벌레 먹은 과일, 말라비틀어진 생선 등.
도저히 먹으려야 먹을 수가 없는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 사람들은 그걸 그냥 술기운에 대충 집어삼키는 듯한 느낌이었다.
“전 잘은 모르지만, 그래도 제 눈에 저분은 이 지역 최고 세력가로 보이는데 말이죠. 파티에 이런 음식들을 내온다는 게…….”
“나도 같은 생각이야.”
난 그 부분을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시나리오의 최종 목적은 종족 간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같은 편이 되어야 할 ‘다누 족’의 의식주 상태가 좋지 않은 건 분명히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그럼 평소엔 이것보다 더 질이 나쁜 음식을 먹는다는 건데.”
“오하드 때문이다.”
그때, 누군가 나와 아델 사이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 녹색 망토의 전사, 루 라바다였다.
“오하드?”
“다누 족의 아르드리.”
아까 전부터 이곳 사람들의 대화를 듣고 알아챘는데, ‘아르드리’란 대충 왕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그 사람이 왜?”
“그자가 아르드리가 된 후로 다누 족은 급격히 힘을 잃어갔지.”
“뭔가 문제가 있었던 모양이지?”
“문제는 아주 많아. 그중에서 제일 심각한 건 놈이 포보르 족에게 굽실대고 있다는 거고.”
포보르 족.
난 다시 지금 이곳에서 진행되는 시나리오의 승리 조건을 떠올렸다.
{포보르 족을 물리치고 다누 족을 승리로 이끄십시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나?”
아무래도 그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