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 장 재회 (7)
곽무진과 요운의 협공은 꽤 강한 편이였기에 응조수는 과거와는 달리 그렇게
쉽게 싸움을 이루어내지는 못하고 있었다.
"오! 그동안 꽤 진전이 있었군!"
"흥!"
응조수를 사용하여 연신 두 사람의 공격을 막아낼 뿐, 공격하기가 어려운 이진
천이였으니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뒤로 몸을 날려 피하더니 장천을 보며 소리
쳤다.
"두형이라 했는가!"
"예!"
"본교의 진법을 알고 있으면 본인과 함께 쌍화격진(雙火擊陣)을 사용하도록 하
자!"
"..."
"뭐하는 겐가!"
이진천은 두사람을 상대로 승리를 할 수 있음에도, 지금 상황이 좋지 않았기에
속공법을 사용함에 장천과 힘을 합쳐 둘을 일거에 무너뜨릴 생각이였지만, 장천
의 입장에서 어떻게 협공을 하여 같은 문도인 두 사람을 공격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지금 당장 얼굴을 드러낼 수 없는지라 어쩔 수없다고 생각한 그는 검을
뽑아서는 이진천의 옆에 서서 쌍화격진의 공격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홍련교의 쌍화격진은 두 사람에서 힘을 합쳐 상대를 공격하는 진법으로 일반
무사들 사이에선 꽤 유용하게 사용되는 수법이였다.
물론 이 수법은 고수들이 사용한다고 해도 문제 없을 정도로 잘 만들어져 있는
진법이였으니 호흡을 맞춘 이진천은 장천과 함께 두 사람을 향해 공격을 시작
했다.
쌍화격진의 움직임은 두 개의 촛불이 타오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니, 촛불의 불
을 가까이 붙이면 두 불이 합하여져 크게 되는 것 처럼 한 숨간 쌍화격진의 두
사람의 손이 맞았을 때 그 공격은 상당히 거센 것이 쌍화격진의 특징이였다.
물론 이 거센 공격은 한사람밖에 공격하지 못하는 약점이 있지만, 그 정도를 감
수하고도 쌍화격진은 2명의 힘을 하나로 합치는 것과 같은 힘을 내니 어찌 쉽
게 막을 수 있겠는가?
첫 번째 쌍화격진의 공격을 받은 요운은 이진천의 응조수와 장천의 검공에 맞
써 간신히 도를 들어 그것을 막아 낼 수 있었지만, 그 순간 도에 크게 금이 가
더니 부러져 버렸다.
"백련정강한 도가 이렇게?"
그 만큼 두 사람의 쌍화격진의 공격이 거세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는 것인데, 이
진천이나 장천으로서도 조금 의외가 아닐 수 없었다.
설마 자신들의 공격으로 진기를 불어 넣고 있는 도가 부러지리라곤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의 내력은 내가 잘 알고 있으니 도를 부러뜨릴 정도의 내력을 가진 이는 두
형이란 아이의 힘일텐데? 백인장 정도의 아이가 내력이 이렇게 심후하다니 놀
랍군!'
이진천은 속으로 두형의 힘을 생각하면 크게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 장천
은 자신의 힘을 잘 모르고 있지만, 쌍도문에서 신단을 복용한 후 기문숙에게서
태극일기공을, 비도문에서 몸을 깨끗하게 한 후 상당한 양의 내력을 흡수한 상
태인지라 내공 하나만을 생각한다면 현재 장천의 수준은 무림 상위 오십위권에
들 정도의 엄청난 내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현재 무림은 근 천년 중에 가장 높은 수준을 이루고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100년전이라면 한 지방의 패권을 장악했을 고수들이 수두룩하니 그의 내공이
얼마나 높은 것인가를 증명하고 있는 모습이라 할 수 있었다.
응조수 이진천만 해도 과거에는 홍련교의 상위간부에 들 정도의 실력이지만, 실
제로는 중간간부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무진사질! 음양암격(陰陽暗擊)!"
"양!"
"음!"
도가 부러진 요운은 무진에게 소리치며 음양암격이란 말을 하니 그 소리에 무
진은 양을 외치고 요운은 음을 외치며 공격하기 시작했다.
"음양암격?"
경험이 많은 이진천으로도 처음 들어보는 수법이였지만, 장천은 달랐다.
사실 이것은 쌍도문의 문도들 중에서도 정제자들만이 알고 있는 협공법으로 과
히 일격필살의 공격법이라 할 수 있었다.
두 개의 검을 휘두르며 압박해 들어가는 무진은 자신의 모든 내공을 다 소모하
려는 듯, 엄청난 기세를 보이니 이진천과 장천은 쌍화격진으로 그를 공격해 들
어갈 틈새조차 생기지 않았다.
"대다한 도격이로군!"
자신조차 쉽게 접근 못할 정도의 도격을 보며 감탄하는 이진천이였지만, 그런
많은 내력을 소모하게 하는 공격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걸 알기에 조금씩
내력의 소모를 이끌어 내는 공격을 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음양암격의 함
정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내력을 소모한 곽무진의 도가 무디어지는 것을 본 이진
천은 망설이지 않고 빠른 속도로 앞으로 세도해 들어가서는 그의 명치에 응조
수를 뻗었는데, 그 순간 머리 쪽에서 무엇인가가 빠른 속도로 내리쳐 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헉!"
그 공격의 주인은 바로 요운이였으니 음양암격은 내력이 떨어지는 곳을 보며
반격을 해오는 상대방을 유인하여 공격하는 수법이였던 것이다.
이때 양은 강한 내력을 소모하는 공격을 하여, 적에게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내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것을 암시한 후 천천히 공격을 무디게 만들면, 그 것에
반응한 적은 치명적인 부위로 공격을 해온다.
하지만 사람의 몸에 치명적인 공격을 하기 위해선, 어느정도 거리가 있어야 함
을 물론이요. 그 만큼의 헛점도 노출 될 수 밖에 없었으니 이 순간을 노린 것이
바로 음의 역할을 하는 자였다.
가볍게 공격을 하며, 힘을 축척하는 음은 이 순간을 노려 양의 뒷 쪽에서 공격
을 하니 이 공격에 당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헉!"
갑작스런 공격에 이진천은 피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을 하며 놀라고 있었다.
[챙!]
하지만 그의 목숨을 살리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장천의 검, 이미 음양암격의 이
치를 다 알고 있는 장천은 어느정도 요운의 공격을 예측하고 있었기에 검을 들
어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아!"
자신의 검이 막히자 요운은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으니 순간 곽무진은 이진
천의 응조수에 명치를 얻어맞고는 뒤로 나자빠질 수 밖에 없었다.
"무진!"
그가 쓰러지자 크게 놀란 요운 역시 손발이 흐트러지니 여지없이 이진천의 응
조수가 그의 어깨를 적중하여 하나 남은 도마저 떨어뜨리고 말았다.
"끄억!!"
요운이 쓰러지자 장천은 크게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진천을 공격하는 도를 무의식적으로 막아서기는 했는데, 설마 이것이 두사람
의 패배로 바로 직결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휴...두형이라 했는가. 뛰어난 실력이로군.."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런 칭찬보다 장천은 두 사람의 안위가 더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진천은 가까이 다가가서는 두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려고 했는데, 더 이상을
참지 못한 장천이 손을 내저으며 소리쳤다.
"당주님 멈춰주십시오!"
"응? 무슨 일인가?"
장천의 말에 영문을 알 수 없는 이진천을 두 사람을 죽이려 하는 것을 멈추고
는 돌아보았는데, 속으로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쉰 장천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
다.
"이 두 사람의 목숨을 저에게 넘겨주시지 않겠습니까?"
"무슨 말인가?"
"쌍도문이라면 감숙성의 패주와도 같은 문파, 그곳에 하나의 제재를 가해 활동
을 위축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제재라면?"
"제가 알기로는 이 사람은 강호오룡인 요운이란 자이고, 이 자는 광무자의 수제
자인 곽무진이란 자임에 틀림이 없는데, 이 정도의 인물을 중독시켜 조건을 건
다면 쌍도문을 제어하는데 상당히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되서 드리는 말씀입니
다."
"음..."
장천의 말이 어느정도 일리가 있는지라 고개를 끄덕인 그였다.
"그래 이들을 중독시킬 독은 있는가?"
"예. 제가 만약의 경우를 위해 들고 다니는 독이 있지요."
"알겠네. 이 자들을 자네에게 맡기도록 하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장천은 천천히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이!"
이진천과 장천의 이야기를 들은지라 요운은 입술을 깨물며 분해하고 있었는데,
그 때 장천이 전음을 통해 그에게 말했다.
[요운사형! 저 장천이에요.]
그 전음을 듣는 순간 요운은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으니, 갑자기 그의 입에
서 장천의 목소리와 같은 전음이 나올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한 일이였기 때문
이다.
[일이 있어 홍련교에서 잠시 머물고 있으니 계속 저를 노려보세요!]
그 말에 무진은 계속 이를 갈며 노려보기 시작하니 품에서 하나의 작은 도기병
을 꺼낸 장천은 뚜껑을 열고는 요운을 입을 벌리게 한 후 강제로 그것을 마시
게 했다.
"우윽!!"
요운은 반항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힘이 없는 지금 장천의 강제로 먹이는 액체
를 받아먹을 수밖에 없었고, 이어 곽무진에게도 다른 도기병을 꺼내 그것을 먹
였다.
[제가 먹인 것은 공청석유니 우리가 간 후 운기조식을 하도록 하세요!]
장천이 먹인 것은 비도문의 석굴에서 가져온 하얀액체로 나중에 조사해보니 그
것이 공청석유라는 것을 알게 되어 도기병에 보관한 것이다.
만약의 경우를 위해 세 개정도를 몸에 지니고 있었는데, 이것이 상당히 유용한
시기에 쓰이게 된 것이다.
장천의 말에 요운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으니 시치미를 때며 억울한 표정을 지
었다.
"이것은 남만에서 자생하는 백화성충의 독액으로 두달에 한번 내가 주는 해독
약을 마시지 않는다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 말과 함께 뒤로 돌아선 장천이였으니 이진천은 그의 행동에 고개를 끄덕이
고는 말했다.
"과연 이런 용의주도한 아이로구나. 자! 가도록 하자."
"예."
이진천의 말에 고개 숙여 대답한 장천은 먼저 경공을 사용하여 뛰어간 그를 쫓
아 몸을 날렸고, 장천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요운은 운기조식을 하기 시작
했다.
과연 절세의 명약인 공청석유인지라 응조수에게 받은 내상은 반시진도 되지 않
아 말끔이 치료되니 급히 무진에게 달려간 그는 진기를 불어 넣어 그의 몸에
들어간 공청석유의 약효를 퍼뜨리기 시작했다.
'장천..네가..왜..'
장천이 이 순간에 나타난 것에 영문을 알 수 없는 요운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