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82화 (83/355)

제 15 장 재회 (6)

"불이야! 불이야!"

드디어 인시 중간 쯤 되는 시간, 형산파는 갑작스런 불로 인해 큰 소란이 일기

시작했다.

무서관에 장치한 시한장치가 발화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장천은 사람들의 틈에

섞여 불을 끄기 위해 가는 것 처럼 위장하여 무서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삼대제자들은 물을 떠오고 이대제자들은 물을 끼얹어 불을 꺼라! 뭐 하느냐 서

두르지 않고!"

무서관은 형산파의 많은 무서들이 소장되어 있는 곳인만큼 중요함은 크다고 할

수 있었으니 그런 무서관이 불타자 형산파의 노무사들은 정신이 아찔할 만큼의

충격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책들이 있는 곳인만큼 불길을 더욱 아무리 물을 끼얹어도 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는데, 그 때 유운자를 비롯한 무림맹의 무사들이 이 곳으로 도

착했다.

"이런!"

유운자는 이곳이 무서관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지 크게 놀란 표정을 지으며 보

고 있다가 옆에 있는 형산파 노무사를 보며 말했다.

"나도 돕고 싶은데 괜찮겠소?"

"무림맹의 손님껜 죄송합니다만..부탁드립니다."

손 하나가 부족한 시점이였고, 문파의 체면을 차릴 상황이 아니였기에 노무사는

유운자를 보며 부탁했는데, 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갑자기 불길이 치솟고 있는

무서관으로 들어갔다.

"아! 뭐하시는 겁니까!"

노 무사는 그가 하는 행동을 보며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도데체 무엇

을 하려 하는가의 궁금함에 장천 역시 그의 뒤를 따라 불길 속으로 들어갔다.

수많은 책들에 불이 옮겨 붙으면서 뜨거운 열기가 작렬했기에 내공을 돋구어

몸을 보호하지 않으면 한시도 머무를 수 없는 상황이였는데, 유운자는 불타고

있는 건물 중앙으로 몸을 옮기더니 갑자기 내공을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응?"

뜨거운 열기에 팔을 들어 얼굴을 가리며 장천은 그가 하는 행동을 유심히 처다

보았는데, 내공을 끌어모은 그는 갑자기 불타고 있는 건물 안에서 무공을 시전

하기 시작했다.

"태극권공(太極拳功)"

두 손을 앞으로 뻗은 그는 갑자기 원을 그리듯이 손을 휘젖기 시작하니 그의

내공의 힘과 함께 사방에서 솟구치던 불길은 갑자기 빨려 들 듯이 그가 손을

휘저어 만드는 원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우호!"

장천은 이 놀라운 광경에 탄성을 아니 내지를 수 없었다.

인간의 몸에서 어찌 이런 경이로운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밖에 할 수

없었으니 책들과 건물을 불태우고 있던 불길이 모두 그의 손이 만드는 원으로

모두 모여들자 그는 가벼운 기합소리와 그 손안으로 압축된 불꽃을 지붕으로

날려버렸다.

[쿵!]

유운자의 손에서 발출된 불꽃은 지붕을 뚫고 하늘로 날아오르니 어느 정도 높

이에 이르던 불꽃은 한 순간 크게 폭발하듯이 공중을 붉은 색으로 환하게 물들

어 버렸다.

"우와!!"

하늘의 불꽃을 보며 밖에 있는 이들 모두 탄성을 지르며 움직일 생각을 하지

못했으나 퍼뜩 정신이 든 노무사가 급히 멍하니 하늘을 보고 있는 형산파제자

들의 뒷통수를 치며 소리쳤다.

"뭐하느냐! 무서를 밖으로 내어와서 불씨를 없에야 할 것이 아니냐!"

"예."

그 말에 형산파 제자들은 무서관으로 들어가서 무서들을 옮기기 시작하니 새벽

녘을 소란스럽게 한 화재는 이렇게 끝이 나는 듯 했다.

하나 장천은 물론 형산파의 모든 제자들조차 일이 무서를 모두 빼오기도 전에

또 다시 형산파를 시끄럽게 만들었다.

"기...습이다!"

"뭐?!"

"수..수백의 복면 괴한들이... 형산파를 습격...."

'복면괴한?'

다급하게 무서관으로 불을 끄기 위해 온 사람들을 향해 어깨에 큰 검상을 입은

제자 한명이 노무사를 보며 간신히 입을 열고는 쓰러지니 그는 크게 놀라서는

제자들을 보며 소리쳤다.

"형산파 모든 제자들은 병장기를 들고 본파를 습격한 복면괴한들을 처단하라!"

"예!"

노무사의 말에 사람들은 급히 움직이기 시작했으나, 문제는 그것이 아니였다.

형산파는 강호에서도 이름난 검문(劍門) 하지만 불을 끄기 위해서까지 그들이

검을 가지고 나오는 것은 아니였고, 새벽녘에 그런 경황조차 없었으니 그들의

손에는 불을 끄기 위해 나르던 물통 이외에는 병장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 없었

던 것이다.

"이런!"

그제서야 사태의 시급함을 깨달은 노무사는 크게 당황하는 표정을 지으니 이

사태를 어쩧게 타파해야 할지 생각지도 못하는 그런 모습이였다.

"각 숙소로 돌아가서 병기를 잡는 즉시 서쪽으로 괴한들을 처단하라!"

"예!"

대답은 했지만, 문제는 그리 쉽지 않았다.

마치 이 불이 사전에 모의가 되어 있었던 것처럼 괴한들의 습격은 형산파의 제

자들이 머무는 숙소와 병기창고 두 곳에서 시작하니 형산파의 제자들은 복면괴

한들에게 제대로 저항조차 못하고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형산파에 권법이나 장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검공이 장기인 관계로 권

법이나 장법에 심열을 기울인 자들은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병기고를 탈환해라!"

자각있는 형산파 일대제자의 외침에 많은 제자들이 병기창고를 향해 달려드니

많은 숫자에 복면괴한들은 조금씩 밀리기 시작하더니 반시진이 채 안되어서 병

기창고를 형산파의 제자들에게 뺏기고 말았다.

일단 병기고를 손에 넣자, 형산파의 기세는 크게 오를 수 밖에 없으니 복면괴한

들은 형산파의 검진에 점점 밀리기 시작했다.

'음...이럴 때 조용히 빠져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군...'

장천은 일이 이렇게 커지니 내부의 조사 역시 진행 될 것이라는 생각에 조용히

형산파를 빠져나가기 위해 움직였다.

복면괴한들의 습격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형산파 제자들은 어느 누구도 장

천이 정문을 통해 빠져나가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었는데, 문제는 형산파 제자

들이 아니였다.

"강대협! 잠시 멈추서시지요!"

"..."

정문으로 도망가는 장천을 막아선 인물들은 그 역시 잘 알고 있는 인물이였으

니 바로 쌍도문의 요운사형과 곽무진이였다.

"무슨 일이십니까?"

일단은 들킨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장천은 그들을 보며 물었는데, 느껴지는 분

위기가 범상치 않은 것이 아무래도 자신의 정체가 탄로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

다.

"복면괴한들이 습격을 했는데, 강대협께선 왜 정문으로 향하시는지 그 이유를

묻고 싶군요."

"하하하...정문 쪽에서 적의 기습이 있을까..해서.."

"그렇다면 다른 문도들과 같이 움직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요운은 조리 있는 말로 장천을 압박하기 시작하니 더 이상 빠져나갈 공간이 없

다고 생각한 장천은 입술을 깨물 수 밖에 없었다.

"당신이 바로 형산파로 들어온 첩자 아닙니까?"

"하하하..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제가 첩자라니요..."

장천은 말을 아니라고 부인은 했지만, 들켰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기에 챙겨

놓은 검에 손을 천천히 가져갔는데, 두 사람 역시 그럼 낌새를 알고 있었던지라

등뒤에 쌍검을 천천히 빼어들기 시작했다.

'젠장...요운사형과 무진형 두사람이라면 상대하기 어려운데...'

자신의 무공이 증진되기는 했지만, 두 사람을 상대로 한다면 아직 모자르다는

것을 아는 장천은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 신의 도우심인지 장천을 도와주는 인물이 있었으니 한 순간의

틈만 있어도 서로를 향해 병기를 날릴 긴장된 순간 갑자기 그들의 뒤로 한 인

형이 나타나서는 두 사람을 공격했다.

"헉!"

요운과 곽무진은 장천과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의 갑작스런 공격에 크게 당황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다행히 일찍 그 낌새를 알아챔으로써 두 사람 다 어깨

에 상처를 입는 것으로 위급했던 순간을 넘길 수 있었다.

"이건..."

"응조수!"

자신들의 뒤에서 공격했던 무공이 응조수라는 것을 안 두 사람은 금새 상대가

누구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으니 자신을 눈치챘다고 생각한 그는 크게 대소

를 터뜨리더니 말했다.

"하하하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잊지 않았군. 크크크 쌍도문의 꼬마들아 정말 오

랜만이구나."

"이..익...응조수..이진천!!"

두 사람은 상대가 응조수 이진천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이를 갈지 않을 수 없었

으니 그와의 악연은 다시 시작된 것이다.

이진천은 그들과 대치함에 전혀 긴장을 하지 않고 장천을 돌아보며 말했다.

"자네가 두형인가?"

"예."

"본인은 암혈당의 응조수 이진천이다. 자네와 뜻을 맞추기로 한 것은 아니지만,

호기를 놓칠 수 없어 암혈당의 무사들을 이끌고 온 것이네."

"옳으신 판단입니다."

"하하하 오늘의 공은 모두 자네가 세운 것이나 마찬가지네."

이진천은 장천을 보며 칭찬하듯 말을 던지고는 다시 두 쌍도문의 제자들을 보

며 말했다.

"오늘은 너희 둘 뿐이구나. 소문주인 꼬마 놈은 오지 않았더냐?"

"흥! 네 말에 일일이 답을 해줄 아량 따위는 없다."

"호! 그러고보니 자네 살아 있었군..."

이진천은 곽무진을 완전히 죽였다고 생각했는데, 그가 형산파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내자 조금 흥미롭다는 표정을 짓고는 웃으며 말했다.

"용케도 그 상황에서 목숨을 부지해나본데, 과연 오늘도 내 목숨을 붙어 있을지

한번 시험을 해보자꾸나! 비천격조!"

그 말과 함께 하늘로 몸을 날린 그는 빠른 기세로 두 손의 오무려 응조를 만들

고는 두 사람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곽무진과 요운 역시 쌍도를 휘두르며 그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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