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 장 비열한 남자 장천 (1)
홍련교의 형산파에 대한 작전은 완벽하게 끝이 났다.
장천의 방화와 함께 시작된 홍련교의 공격은 이진천이 그 때를 잘 맞추어 암혈
당의 무사들을 이끌고 형산파를 들어와 일을 처리한 것도 때를 잘 맞춘 것이지
만, 일단은 방화가 없었다면 절대 성공하지 못할 작전임에는 틈림이 없었기에
장천은 큰 공을 세운 것이 되었다.
구파일방중 하나인 형산파를 묶어 둘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작전은 상당한
의의를 가지고 있었으니 홍련교 내부의 조사에 의하면, 방화에 의해 상당한 무
서가 손실됨과 함께 많은 형산파 제자들이 암혈당 무사들에 의해 죽음을 당했
기에 앞으로 몇 년간은 형산파는 위축된 활동을 할 수밖에 없다고 판명되었다.
작전이 성공한 후 형산지부의 인물들은 지부장인 유능예의 주체로 회의를 열고
있었는데, 응조수 이진천이 있음에도 그녀가 주체를 맡은 것은 일단은 교에서
지부의 자치권을 그만큼 허용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 했다.
"형산파에 대한 공격한 옆에 계시는 응조수 이진천대협과 두형 백인장에 의해
홍련교의 승리로 끝을 맺었습니다만, 지금부터의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무림맹
에선 저희 홍련교에서 이 일을 꾸몄다는 것을 눈치 챌 것은 분명한 일이기 때
문입니다."
그녀의 말에 좌중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본교의 조사에 의하면 무림맹으로 이미 사람이 갔다하니 적어도 삼주일 내에
는 대대적인 조사가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런 이유로 본교의 총단에선 저
희 지부에게 하나의 지시를 내렸습니다."
그 말과 함께 옆에 있는 은조상에게 눈짓을 보내는 그는 하나의 문서를 꺼내더
니 큰 소리로 읽어 내렸다.
"본령에 앞서 형산지부의 노고를 크게 하는 바이며, 다음으로 형산파 지부의 령
을 내리겠다. 형산지부의 모든 교도들은 앞으로 일주일 이내에 지부의 모든 것
을 정리하고 본단으로 이동하기 바란다."
그 말에 좌중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놀라 수근대기 시작하니 데비드가 은조상
을 보며 물었다.
"부지부장. 그렇다면 형산지부는 해제 되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이런 이유로 지부의 간부 여러분께선 일주일 안에 모든 것을 정리
하여 주시기 바라고, 일주일 후 열두개의 무리로 나누어 총단으로 향할 것이니
착오 없으시기 바랍니다."
그 말에 지부의 간부들은 모두 한숨을 쉬니 아무리 이곳이 다른 지부에 비해서
작은 편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일주일 안에 모든 것을 정리한다는 것은 시간이
촉박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단의 명령을 거부할 수는 없는지라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자
신이 맡을 일을 하러 돌아가기 시작했다.
장천이여 백인장의 일로 그다지 정리할 것이 없었기에 느긋하기 그지 없었기에
천천히 돌아가려고 했는데, 그 때 응조수 이진천이 장천을 불러 세웠다.
"두백인장. 잠시 이야기 좀 나눌 수 있겠는가?"
"예?"
장천은 이진천이 자신을 부르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의 얼굴을 알고 있는 이진천이였기에 지금의 얼굴 전체를 붕대로 감싸고
있었는데, 자신의 진짜 모습이 들킨 것이 아닐까 걱정되서였는데, 이진천의 표
정에서 그런 느낌은 들지 않았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그에게 걸아
갔다.
"그 붕대는 뭔가?"
"아..면구를 착용하는데 너무 강한 접착제를 사용하여 얼굴에 상처가 조금 나서
말입니다."
"하하하! 이거 용의주도한 면만을 보이던 사람이 엉뚱한 곳에서 실수를 하는
군."
"헤헤헤..."
이진천의 웃음에 멋적은 장천은 같이 웃어 주었는데, 손을 들어 근처에 있는 의
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자 앉게나."
"예."
장천이 자리에 앉자 이진천은 잠시 헛기침을 하고는 물었다.
"자네가 금선곡 출신이라 했는데, 맞는가?"
"예. 그렇습니다."
"음..금선곡 출신의 무사들 중 뛰어난 자들을 형산지부로 보냈다했는데, 과연 총
단에서 인정할 만한 사람일세."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장천의 겸손에 미소를 지은 이진천은 그에게 놀랄만한 제안을 했다.
"자네 영귀당(影鬼堂)에 들어올 생각이 없는가?"
"예? 영귀당이요?"
마교는 한때 내부에서 큰 싸움이 있었다.
그 싸움은 당시 교주였던 천마 문천익과 구시독인 예인이 교내에서의 패권을
차지하기위해 시작된 싸움으로 수십년을 계속된 이 다툼으로 인해 마교는 크게
세력이 줄어 들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싸움이 계속된다면 정파와 사파의 무리들에 의해 교가 무너질 수 있음
을 걱정한 두 사람은 할 수없이 서로의 세력을 인정하게 되어 협력을 하게 되
었기에 싸움은 멈출 수 있었지만, 일단은 교주의 좌로 인한 싸움이였기에 천마
가 계속 자리에 앉아 있으면 앙금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이유로 천마 문천익은 다음대 교주로 당시 부교주를 맡으며 중립의 입장
에 서 있던 유문영에게 교주의 좌가 넘어 간 것이다.
유문영에게 교주의 좌가 넘어갔다고는 하지만, 천마 문천익과 구시독인 예인의
세력은 아직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으니, 문천익은 전대교주의 직함으로 예인
은 태상장로의 직함으로 자신만의 사조직을 유지하고 있었다.
영귀당은 바로 전대교주 문천익의 천마단(天魔團)과 구시독인 예인은 흑시단(黑
屍團)의 충돌을 막고자 유문영이 만든 조직으로 이곳에는 교내에서 뛰어난 인
재로 평가되고 있고 후기지수는 물론 교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고수까지 이
백명에 가까운 인물들이 모여 있어, 차기 교의 고급간부가 될 수 있는 출세코스
중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었다.
"자네도 알다시피 교주의 특례로 영귀당은 특삼급까지의 무서를 자유로이 열람
할 수 있는 특권이 있고, 영귀당에서 어느정도 자신을 두각시킬 수 있다면 총단
의 상위의 간부자리까지 오를 수 있는데, 어떤가?"
물론 조건이요. 충분했다.
무천무급의 하권이 현재 몇 등급으로 되어 있는지는 모르지만 익히는 자가 없
다면 특삼급에 속해 있을 확률이 놓았기 때문에 본문의 무공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라 할 수 있지만, 일단은 이진천이 자신의 얼굴을 안다는 것이
큰 문제였다.
지금이야 붕대를 매고 속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거기까지 가서 계속 붕대를 맬
수는 없는 일이였고, 변태변골술이 있다고는 하지만 장시간 사용하면 상당한 부
작용이 있기 때문에 도저히 이목을 속이고 총단의 영귀당에 들어갈 방법이 없
는 것이였다.
하지만 이 기회를 놓치기는 싫었는지라 장천은 그를 보며 말했다.
"갑작스러운 일인지라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는데...지부의 일이 모두 끝나는
일주일 정도만 기다려 주실 수 없겠습니까?"
"음...알겠네."
좋은 조건이라 생각했는데, 장천이 무엇인가를 크게 망설이는 듯한 모습을 취하
자 이진천으로선 조금 이상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지만, 일단 장천의 능력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었던지라 일주일의 기한을 받아들였다.
이진천과 헤어지고 방으로 돌아온 장천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으니 어떻게
자신을 속이고 그곳에서 머물 수 있는가는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곳에서 자신을 구해준 아버지 장춘삼과 어머니, 그리고
쌍도문의 많은 동문들을 생각한 장천은 마음을 굳힐 수 있었다.
자신이 지금 어떻게 되더라하더라도 쌍도문을 구파일방을 넘어서는 강한 문파
로 만들고 싶었던 것이 바로 지금의 심정이였기 때문이다.
일주일 후 형산파 지부는 완전히 해체되었다.
이진천을 다시 만난 장천은 귀영당에 가입할 것을 선택했으니 앞으로 일은 어
떻게 될런지는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하는 일이였다.
한달 정도가 지나 아홉번째 무리에 섞여 총단으로 들어온 장천은 다행히 이진
천이 암혈당의 일로 먼저 길을 떠났기 때문에 얼굴을 감추는 일은 그만 둘 수
가 있었다.
"귀영당에 온 것을 환영하네. 두소협."
"이름난 귀영당에 가입하게 된 것이 영광일 뿐입니다."
"하하하하."
귀영당에 가입하는 장천을 맞이한 인물은 현재 귀영당의 부당주의 자리에 있는
암권(巖拳) 임상(林想)이였다.
현재 마교 서열 39위의 고수인 임상은 6척이 넘는 거대한 몸집에 주먹이 어린
아이의 머리만 한 지라 권을 지를 때 마치 바위가 날아오는 듯한 착각을 준다
하여 암권이란 명호가 붙었는데, 그의 주특기는 거령팔권(巨靈八拳)으로 권 하
나만큼은 무림세가의 하나인 하북팽가 이상이라는 말을 듣고 있는 사람이였다.
임상의 안내를 받으며 들어간 곳은 귀영당의 전각, 그곳에는 몇몇의 젊은 무사
들이 무공을 연마하고 있었는데, 한사람 한사람의 실력이 장천보다 아래인 자가
없을 정도였다.
"이곳은 마교 백만교도 중에서도 가장 자질이 뛰어난 청년들이 모인 곳이네, 그
런만큼 자존심이 강한 자들이 많아 신입에 대한 배타감이 다른 당에 비해 큰편
이니 자네는 아무쪼록 마음을 굳게 먹도록 하게."
"예."
그곳을 지나 도착한 곳은 붉은 색의 지붕이 화려한 또 다른 전각이였다.
"이곳은 귀영당의 상위 이십인만이 거처할 수 있는 귀옥각(鬼獄閣)이라네, 이름
만큼이나 귀신 같은 녀석들이 머무르는 곳이긴 하지만, 차라리 이곳이 다른 귀
영당의 청년들과 지내는 것보다는 마음이 편할걸세, 이곳에 머무르는 이에게 자
네는 아직 어린 꼬마로 밖에 보이지 않으니 말일세."
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이, 장천을 보며 한 남자가 걸어왔다.
키는 육척을 훨씬 넘어 칠척에 가까울 정도로 엄청난 장신이였는데, 몸이 빼빼
마른데다가 허리를 구부정하게 구부리고 있는지라 원래의 키보다 훨씬 작아보
이는 남자였다.
키가 큰 만큼 팔도 엄청나게 길었는데, 짧은 소매의 옷을 입고 있었기에 그의
팔에는 시퍼런색의 귀신 문신이 드러나 겉모습으로도 상대를 제압할 정도의 사
내였다.
찢어진 긴 눈과 매부리코, 쭉 삐져나온 주걱턱은 마치 귀신이 아닐까 하는 착각
이 들었는데, 그는 장천을 보더니 어울리지도 않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키키키 이번에 귀영당에 들어온 꼬마인가?"
"그렇다네."
"어디 한번 볼까?"
그는 천천히 그 긴손을 들어서는 장천의 정수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는데, 한참
후 크게 놀란 표정을 짓더니 임상을 보며 말했다.
"아니! 이 아이는....."
"무슨 이상한 것이라도 느꼈는가?"
놀란 그의 모습에 임상은 잘못된 것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 물어보았는데, 한참
을 망설이던 그는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아..아니 아무것도 아니네..."
그렇게 말한 그는 긴팔을 늘어뜨리며 마지막으로 장천을 힐끗 처다보더니 사라
졌기에 영문을 모르는 그였다.
"저 분은 누구십니까?"
"이곳 귀옥각에서도 어느정도 무공의 차이는 드러날 수밖에 없는데, 그 중 세명
만큼은 다른 자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한 무공을 지니고 있지, 쉽게
말하면 과거 이름을 떨쳤던 십대거두와 버금갈 정도랄까?"
"아!"
장천은 십대거두의 한 사람인 흑철돈녀 무삼랑의 경이로울 정도의 무공을 본
적이 있는지라 임상의 말에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방금 소협의 머리를 쓰다듬고 간 사람은 그 세명 중의 한사람인 귀대인(鬼大
人) 율명(律命)이라 하네 긴팔을 이용한 사형권(蛇形拳)을 잘 쓰는 사람인데, 큰
몸집과는 달리 상당한 쾌권(快拳)을 보이는지라 나조차도 그의 백초지적이 될
수 없다네."
"아!"
귀영당의 부당주쯤 되면 그 무공 실력은 홍련교내에서도 크게 알아주는 정도라
고 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율명을 상대로는 승리를 점칠 수 없다하니,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자네도 잘 알아야 하지만, 홍련교 내에서는 무공 서열과는 다른 실력을 보이는
이가 많은 것이네, 상부에서는 그들은 암영자(暗影者)라 칭하고 있는데 이곳에
있는 세명의 실력자들이 모두 암영자에 속한 자들이라 할 수 있지, 암영자가 만
약 겉으로 드러나 서열에 그 이름을 올려 논다면, 나 같은 것은 서열을 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고나 할까? 그런 자들이 바로 암영자이니 자네는 반드시 이
들과 크게 친목을 도모하도록 하게."
"예?"
임상이 암영자와 친목을 도모하라는 말에 조금 이상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
는데, 보통 이런 그늘에 있는 자들과 사귀는 것은 꺼리게 하기 때문이였다.
"하하하 귀영당은 한마디로 맹수들의 사냥터라고 할 수 있네, 이곳은 마교내에
서도 약육강식이 철저하게 지배하는 곳, 만약 자네의 진전이 미약하다면 소리소
문 없이 이름이 사라질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잊지 말게."
"아.."
"죽고 싶지 않다면, 자신 역시 하나의 세력에 붙어야 한다고나 할까? 그렇게 본
다면 개인이면서도 어떠한 자들도 넘보지 못하는 힘을 지닌 암영자와 같이 있
는 것이 무공을 진전시키기위해서나 안전한 생활을 위해서나 중요한 것이라 할
수 있지."
"그렇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