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47화 (48/355)
  • 제 9 장 다시 도를 배운다. (3)

    '바보 사형이 문주직을 이어받은 후 더 이상 쌍도문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이런일이...'

    장천과 그의 형이라고 하는 무진이란 아이를 보면, 체계적인 무공을 수련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상당한 내공과 함께 그 정도의 수련을 받는다는 것은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무

    너져 가는 삼류문파가 아니라 강호에서 이름있는 문파로 성장했다는 것을 의미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문의 재산을 훔쳐서 달아난 후 기문숙은 처음에는 편한 생활을 하며 살았다.

    하지만 그런 생활은 무인에겐 어울리지 않는 것이였다. 도박과 술과 여자로 방

    탕한 생활을 하는 동안 스승이 말해 주었던 수많은 교훈과 땀 흘려 익혀왔던

    무공들은 점점 잊혀져가고 10년이 지난 뒤 그는 사문의 돈을 모두 허비한 채

    하오문의 쓰레기가 있는 자신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스승에게 배운 무공으로 강호 최하류의 인생으로 전락한 광투견(狂鬪犬)이란 명

    호라 불릴 정도로 타락해 있었다.

    '팔절풍도.....'

    쌍도문의 이름이 강호에서 높아지고 있을 때 그가 가지고 있는 명호가 팔절풍

    도였다.

    경쾌한 쌍도술과 함께 강호 후지기수로 상당한 이름을 날렸을 때의 그 시간을

    생각하며 기문숙은 회상에 잠겨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나저나...엄청 많은 돈을 가지고 가셨다고 들었는데, 왜 이런 곳에서 사세

    요?"

    "...."

    사문에 있는 재산을 거의 휩쓸어 갔다고는 하지만, 대놓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장천을 보며 주먹이 울고 있는 기문숙이였지만, 일단은 구배지례......아무튼 구배

    지례로 사제의 연을 맺은 후인지라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건 알 것 없다. 그래 네 녀석이 가장 자신있게 하는 도법이 무엇이냐?"

    "음..쌍용승천도법이라면 조금 자신 있는데."

    "펼쳐보아라."

    "예."

    기문숙의 말을 들은 장천은 일단은 도법을 펼처보이기로 생각하고는 아버지가

    준 쌍도를 꺼내 든 후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가 기수식을 잡았다.

    "차앗!!"

    장천의 쌍룡승천도법은 문내에서도 어느정도 솜씨를 인정받은지라 그로선 사부

    에게 잘 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해 펼처보였다.

    쌍용승천도법의 영향으로 일대는 큰 기류로 휩싸이며 엄청난 기파가 사방으로

    난리를 쳤고, 3각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장천은 멋드러진 모습으로 쌍용승천도

    법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헤헤 어떄요?"

    칭찬을 받을 것이라 생각한 장천은 머리를 긁적이며 기문숙을 처다보고 있었는

    데, 약초캐는 노인 기문숙은 황당한 표정으로 장천을 보고 있었다.

    "에? 뭔가 이상한가요?"

    그 표정을 보며 장천은 자신이 무슨 실수를 했다고 생각하며 물어볼 수 밖에

    없었는데, 기문숙은 황당한 표정을 바꾸지 않으며 떨리는 표정으로 장천에게 물

    었다.

    "바...방금 그게 뭐냐..."

    "예? 음..하도 연습을 안하니 다 잊어버리셨나보네요? 쌍도문 입문 도법인 쌍용

    승천도법이잖아요."

    "....그게....?"

    "예."

    그 순간 기문숙은 무엇인가가 진이 빠지게 했다는 듯이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도대체...내가 없어진 후에 본문이 어떻게 바뀐거지...."

    "....??"

    장천으로선 기문숙이 왜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주저앉고 있는지 이상

    할 수 밖에 없었다.

    "뭔가 이상한가요?"

    "....보..본파의 내공심법의 심결을 읊어보아라..."

    "예?"

    "내공심법의 심결을 읆어보라고..."

    무슨 이유인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사부가 시키는 일인지라 장천은 청풍심공의

    심결을 줄줄 외우기 시작했는데, 아직 한참을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기문숙은 손

    을 들어 올리며 멈추게 하고는 장천을 보며 물어보았다.

    "도..도대체...네가 외우고 있는 심법의 이름이 무엇이냐."

    "예?"

    "심법의 이름이 뭐냐고!!"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이 기문숙은 장천을 향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소리쳤고, 잠시 뒷걸음질 친 장천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처..청풍심공이요..."

    "청풍심공? 본문의 내공심법이 청풍심공이라고....."

    이젠 허탈한 표정으로 바뀌고 있는 기문숙이였다.

    "그..그럼 태극일기공(太極一氣功)...."

    "태극일기공이라니요?"

    "젠장! 본문의 원래 심법은 태극일기공이지 않느냐! 도대체 태극일기공은 어떻

    게 된거냐고!"

    "......."

    장천으로선 본문에 태극일기공이란 것이 있는가 생각해보고 있다가 그제서야

    무슨 연유인지 파악하고는 크게 놀라며 소리쳤다.

    "아! 사부님은 본문의 원래 심공을 그대로 익히고 계셨군요!!"

    "응? 그건 또 무슨소리냐?"

    기문숙의 말에 장천은 우인 도문성이 제자 오립산을 얻었을 때의 이야기에서부

    터 심공을 밥짓는 땔깜으로 사용하여 본문의 심공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이야기

    까지 해주니 황당한 그는 하늘만 처다보고 있을 뿐이였다.

    "그러니까..본문의 원래 심공인 태극일기공은 사형이 땔감으로 사용했고...사형이

    제자에게 가르쳐주지 못하고 세상을 떳단 말이냐?"

    "예."

    그 순간 기문숙의 손이 부르르 떨리는 가 싶더니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는 하늘

    을 향해 분노의 외침을 터뜨렸다.

    "이 빌어먹을 도가야!"

    장천이 듣기로는 아무래도 사형인 도문성을 욕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은 한참 윗대의 일이니 모른척 하기로 하고는 자리에 쭈그려 앉아서는 귀

    를 막았다.

    한참을 하늘을 향해서 소리를 지른 기문성은 조금 후련해졌는지, 멍청한 제자를

    처다보았는데 자리에 쭈그려 앉아서는 귀를 막고 있는 것을 보며 황당하지 않

    을 수 없었다.

    "음..."

    그래도 지 태사조라고 욕하는 거 안들으려고 하는 것을 보며 교육은 조금 시켰

    다고 생각하며 기문숙은 지팡이로 장천의 대가리를 후려갈겼다.

    "끄윽.."

    "까불지말고 잘 들어라.."

    "..으...예."

    "도대체 네 놈이 익히고 있는 청풍심공이라는 것이 어디서 왔는지는 모르겠지

    만, 그것일 익힘으로 해서 본문의 입문무공인 쌍용승천도법은 완전히 본래의 모

    습을 상실하고 말았다."

    "그런..."

    "그건 그렇고 넌 왜 진각에 그렇게 신경을 쓰느냐?"

    "예? 그건...전 사형에게 무공을 배웠는데, 사형이 진각을 크게 중시하고 있어

    서..."

    그 말에 기문숙은 한참을 생각하다 왜 그가 진각을 중요시했는지 알아채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무래도 청풍심공으로 쌍용승천도법을 익히면 힘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진

    각을 익히라고 한 것 같은데, 엄밀히 말해서 도를 익히는데 진각이란 별 필요

    없는 것이다."

    "예?"

    "원래 진각이란 권각술에서 쓰이는 것으로 온 몸의 힘을 하나로 모으게 하며,

    그 기세를 강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네가 익히고 있는 심공이라면 진각을 사용

    할 경우 기세를 강하게 할 수 있지만, 그 순간 약간의 틈새가 생기는데 보통의

    무사들과 겨루면 모를까 고수들과 싸움의 경우에는 그 틈새로 인해 크게 당할

    위험이 있다. 뭐 진각도 극에 다르면 그런 틈새는 사라지겠지만 아무튼 그런 이

    유로 초식에 문제점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

    "음..."

    사부의 말을 들은 장천은 쌍용승천도법의 공격초식마다 조금씩 끊어지는 현상

    이 있었기에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일단은 네 녀석은 처음부터 시작해야 겠구나."

    "처음이요?"

    "그래 네녀석이 익히고 있는 청풍심공의 내공을 완전히 상쇄시킨 뒤 태극일기

    공으로 다시 내공심법을 익혀야 하겠다."

    "그런..."

    장천의 몸에는 백년의 내력이 있는지라 그 모든 것을 날려야 한다는 생각에 크

    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 표정을 보며 기문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물론 처음에는 내력이 크게 줄어들겠지만,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별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한다."

    "예?"

    "태극일기공은 도가의 심법, 네 녀석이 익히고 있는 청풍심공도 꽤 위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태극일기공에 비해선 내공이 조금 조약하다고 할 수 있다. 태

    극일기공은 자연의 기를 받아 들여 그것을 순수하게 정제시키는 능력이 있으니

    태극일기공을 계속 익힌다면 사라진 너의 백년의 내공은 태극일기공의 순수한

    내공으로 바뀔 수 있으니 몸 속에 있는 내공은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아!"

    기문숙의 말을 들은 장천은 내공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크게 기

    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튼 그 날 장천은 기문숙에게 붙잡혀 지금까지 익혔던 청풍심공을 모두 상

    쇄당하니 평범한 인간에 아무 힘도 없는 꼬마가 된 장천은 조금 시무룩해 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날 이후 태극일기공의 심법을 익히니 하루하루 늘어만 가는 자신의

    내공에 크게 무공에 대한 재미가 늘 수밖에 없었다.

    장천으로선 어렸을 때 광무자에게 붙잡혀 영약을 먹고 한꺼번에 내공이 늘어났

    으니 조금씩 내공이 늘어나는 기분은 처음 겪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무자 유운때와는 달리 고생은 조금 더 심할 수 밖에 없었는데, 애석하

    게도 시범조교가 앓아 누워있는 관계로 무공을 익히기 위한 기초는 확실하게

    익혀야 했기 때문이다. 기술 위주의 교육을 받았던 과거와는 달리 철저한 기초

    위주의 무공수련을 하게된 장천으로선 죽을 맛이라고 밖에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저럭 시간을 흘러가고 기문숙의 제자가 되어 두달정도가 지났을 때

    곽무진은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할 수 있었다.

    어느정도 체력이 돌아온 후 무진이 행하기 시작한 것은 스승인 광무자 유운에

    게서 받은 기초수련을 다시 한번 수련하기 시작한 것이다.

    장천을 구하기는 했지만, 상대에게서 죽을 정도의 상처를 받고 두달 동안이나

    누워있었다는 것이 무진으로선 다시 한번 무공을 익히게 하는 원동력을 만들게

    된 것이다.

    기문숙은 그런 곽무진을 보며 크게 감동하고는 자신의 제자로 삼으려고 했지만,

    광무자 유운이외에 또 다른 스승은 둘 수 없다고 말하는 그를 보며 크게 감탄

    했다. 물론 옆에서 멀뚱이 서 있는 장천에게는 크게 실망할 수밖에 없었지만 말

    이다.

    다시 한달의 시간이 지나자 무진은 이제 떠나야 될 시간이라고 생각하고는 기

    문숙에게 가서는 의사를 전달했는데, 그의 말에 기문숙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

    다.

    "아직 갈 수 없다."

    "하지만, 소문주께서는..."

    "잘 들어라 내가 문파를 버리고 떠나기는 했지만, 아직 너희들에게 태사숙조인

    것은 사실이다. 그런 나의 눈에 네 녀석이 소문주라고 부르는 녀석은 한마디로

    부잣집에서 오냐오냐 자란 철없는 꼬맹이정도 밖에 보이지 않는단 말이다. 저런

    녀석을 또 다시 문주의 좌에 올라 내공심법 마저 태워버리는 꼴을 다시 보게된

    다면 죽어서도 눈을 감을 수 없을게다."

    태사숙조의 말을 들은 무진도 조금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실제로 장천은 강호

    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대문파의 소문주치곤 모든 것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

    였다.

    그가 가진 것이라곤 천형의 근골뿐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대로 다시 강호에 나간다면 전번과 같은 일을 당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었

    기에 차라리 태사숙조에게 맡겨 무공을 익히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

    었다.

    "태사숙조의 생각이 그러하시다면, 저 혼자 떠나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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