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46화 (47/355)
  • 제 9 장 다시 도를 배운다. (2)

    한참을 그렇게 장천이 빌고 있을 때 노인은 천천히 상을 들어서는 방안의 가져

    다 놓고는 기도를 하고 있는 장천의 머리를 지팡이로 한 대 치고는 말했다.

    "멍청한 짓 하지 말고 밥이나 먹어라."

    "칫.."

    자신의 정성을 무시하는 노인을 욕하며 장천은 자신도 모르게 젖가락에 손이

    가서는 음식을 마구 먹기 시작하니, 배가 고프긴 배가 고팠단 모양이였다.

    한참을 아귀처럼 먹던 장천은 어느정도 배가 차자 포만감을 느끼며 방의 한구

    석으로 굴러가기 시작했는데, 그 때 약초를 캐는 노인이 무엇인가를 곰곰히 생

    각하는 듯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운기조식..."

    노인이 행하고 있던 것은 바로 운기조식이였다.

    머리 위로 떠오로는 다섯 개의 고리를 보며, 오기조원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라

    는 것을 알 수 있었으니, 장천으로선 자신이 그런 사람에게 덤볐다는 것이 부끄

    럽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경지에까지 이른 사람이 이런 산속의 오두막에 살고 있는 것이 크

    게 이상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한참을 그렇게 노인의 얼굴을 보고 있는 장천이

    였다.

    한시진 정도 후 노인은 천천히 내식을 가다듬어가며 운기조식을 마치고는 눈을

    떴는데, 당황스럽게도 정면에 꼬마녀석이 똘망똘망한 눈망울로 자신을 처다보고

    있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뭐냐 이녀석아.."

    "오기조원의 경지시네요."

    "그런데."

    "엄청 강하겠네요."

    "그래서."

    "나 좀 가르처줘요."

    "뭘."

    "무공이요."

    "......"

    뻔뻔한 녀석인 장천이였다.

    이 형도 구해줬겠다. 먹을 것도 줬는데 이제 무공마저 가르쳐달라니 한참을 그

    렇게 장천과 눈싸움을 하고 있는 노인이였지만, 좀처럼 녀석이 질 생각을 하지

    않자 옆에 있던 지팡이를 들어서는 머리통을 한번 후리더니 고개를 돌리면서

    말했다.

    "싫다. 이 놈아."

    "끅...왜요!"

    "너 같은 놈 가르쳐 줄만큼 무공도 높지 않을뿐더러, 재수 없는 너의 낯짝을 보

    니 그런 마음조차 생기지 않는구나."

    "음.."

    노인의 말에 장천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천천히 도를 뽑아 들었고, 그 모습에

    노인은 조금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놈이 무슨 생각을 하는거지?'

    옛날에 달마나 혜조가 제자로 삼아 달라고 할 때 거절하는 핑계로 뻘겋게 만들

    어 달라고 했다가 자신의 팔을 자른 고사도 있는지라 이 놈이 얼굴이라도 칼로

    그을라고 그러나하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장천은 그럴 생각은 꿈도 꾸지 않고

    있었다.

    잘 닦여진 칼의 옆면으로 자신의 얼굴을 비춰보면서 고개를 갸우뚱 거리고 있

    는 장천은 모르겠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내가 그렇게 재수없게 생겼나?"

    "...."

    재수 없는 녀석이였다. 노인은 더 이상 상대할 껀덕지도 없다고 생각하고는 자

    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는데 그 때 장천이 자신의 얼굴에 칼끝을 대고는 그으려

    고 하자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놈아 무슨 짓이냐!"

    "흉터나 하나 만들어서 인상 더럽게 만들면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해서요."

    "당치도 않은 녀석 아서라!"

    "칫.."

    노인의 말에 다시 도를 집어 넣은 장천은 할 일도 없었기에 자리에 털푸덕 주

    저 앉더니 이번에는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꺼이꺼이...끅끅.."

    "이 놈이?"

    정말 황당한 성격의 아이를 보며 노인은 뭐라고 할말도 없었다. 강호를 돌아 다

    니며 별놈의 녀석을 다 만나보았지만, 눈앞에 있는 꼬마녀석처럼 성격이 괴이한

    놈은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멀쩡한 사문이 있음에도 무공을 가르쳐달라지 않나, 재수없는 낯짝이라니 인상

    드럽게 보인다고 칼로 그어버릴 생각을 하고 이제는 대성통곡을 하며 자신의

    귀를 시끄럽게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뭐 이딴 녀석이 다 있누!"

    이젠 상대하기도 귀찮아진 노인은 장천의 뒷덜미를 잡고는 방문으로 끌고가서

    는 내차버렸고, 통곡하던 장천은 오두막의 바닥에 나뒹그러질 수밖에 없었다.

    "아구구..."

    "재수없는 녀석, 거기서 머리나 식히고 앉아 있어라."

    "추운데요.."

    "....."

    상대할 껀덕지도 없었다. 저런 녀석을 괜히 끌고왔다는 생각을 하는 노인은 상

    을 치우고는 돌아와서 무진의 상세를 흝어보기 시작했다.

    목구멍에 막힌 피를 뱉어내게 했는지라 이제는 숨소리도 조용해진 무진이였기

    에 한달 정도만 있으면 충분히 쾌차하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볼때마도 군

    침이 당기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녀석이 내 제자라면 좋겠는데 말이야.."

    방금 전에 내찬 녀석보다는 근골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몸의 구석구석을 살펴보

    니 상당한 수련을 한 흔적이 있고, 내공 또한 꾸준히 익히고 있는 노력파 무인

    이였기 때문이다.

    무공을 익힘에 근골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기초수

    련으로 아무리 근골이 좋다고 해도, 내찼던 꼬마처럼 기초수련을 터부시한다면

    고수로 성장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다는 것을 알고 있는 노인이였기에 무진이

    일어난다면 자신의 제자가 되라고 꼬시기로 생각하고 있었다.

    한편 제자로 삼아 달라고 별 수작을 다 떨다가 쫓겨난 장천은 한참을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독문의 고수를 상대로 한 자신의 추태는 무공이 약해서 일어났던 일이라고 생

    각했기에 자신을 지팡이로 하나로 물리친 노인의 무공이 상당히 부러웠던 것이

    다.

    "어떻게 하면 가르쳐줄려나...."

    노인에게서 무공을 배울 방법을 고심하고 있던 장천은 그 때 쌍도문의 등평이

    했던 말이 생각이 났다.

    그 당시 등평은 쌍도문을 무공을 익히는 장천이 여러 가지 도법을 다양하게 익

    히는 것을 보고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조카.."

    "예. 백부.."

    "하나만 하게..."

    "예."

    역시 하나만 해야한다. 하지만 장천은 왜 지금 그때 생각이 나는지 이해 할 수

    가 없었지만 일단 넘어가기로 하고 다시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참을 고생하다보니 날씨도 조금 써늘해지는 것 같았기에 장천은 천천히 오두

    막안으로 잠입해 들어가기 시작했는데,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자 무진을 멍한

    눈으로 처다보고 있는 노인을 볼 수 있었다.

    남정네를 처다보고 있는 노인의 눈에서 아른거리는 탐욕의 눈동자...

    "안돼요! 대장부가 어찌 그런 짓을 할 수 있단 말입니까!"

    놀란 장천은 방 안으로 뛰어 들어와서는 노인을 보며 손가락을 가리키고는 소

    리질렀다. 무진을 악의 소용돌이에서 구하겠다는 젊은 소년의 뜨거운 외침이였

    던 것이다.

    "..휴..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놈이냐..네 녀석은.."

    "....."

    한 숨을 쉬고 있는 노인을 보며 아무 말 없이 터벅터벅 걸어가서는 자리에 앉

    은 장천은 무진을 지키기 위해 쌍도를 꺼내어 놓고는 천천히 뚫어지게 노인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약초꾼 노인으로선 저 녀석이 또 무슨 짓을 저지르려고 하나 고민될 수 밖에

    없었지만, 자꾸 저런 녀석한테 신경을 쓰다간 일찍 죽는다는 생각에 아에 신경

    을 쓰지 않기로 결심하고는 잠을 청할 수 밖에 없었다.

    무진을 침상에 눞혀 놓고 있는지라 임시로 만들어 놓은 침상에 자리를 깐 노인

    은 지풍으로 불을 끄고는 자리에 누웠다.

    부상당한 녀석을 치료하기 위해 약초를 캐느라 상당히 피로한 노인이였기에 잠

    이 금방 찾아 왔는데, 애석하게도 깊은 잠에 빠지려고 할 때마다 간간히 자신의

    등골을 써늘하게 하는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저 녀석을...."

    주먹을 쥐며 부르르 떨고 있는 그였다.

    무진의 정조를 지키기 위해 불철주야 경계를 성고 있는 장천의 눈빛은 무공의

    고수인 노인에게는 상당히 자극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무공이 극에 다르면 눈을 감아도 주위에 기운을 알 수 있는데, 그런 와중에 장

    천이 눈을 크게 뜨고 자신을 노려보고 있으니 어찌 잠이 올 수 있겠는가...

    절대로 아주 절대로 잠을 잘 수가 없는 노인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다

    시 장천의 뒷덜미를 잡으려고 했는데, 그 순간 장천은 쌍도를 뽑아 들고는 노인

    을 보며 당차게 소리 질렀다.

    "날 밖으로 쫓아버리고 무진형의 정조를 노리려 하다니 용서할 수 없다!"

    "......"

    할말이 없는 노인이였다.

    다음날 뜬 눈으로 날밤을 새운 두 사람은 퉁퉁부어버린 눈으로 서로를 노려보

    고 있으니 언제 이 싸움이 끝날지 알 수 없는 노인이였다.

    약초꾼 노인으로선 손가락 하나라도 녀석을 처리할 수 있었지만, 열살도 안된

    꼬마를 처리한다는 것이 그의 자존심 상 절대 허락될 수 없는 일인지라 이러지

    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휴...알았다. 네녀석에게 무공을 가르쳐주면 되겠냐..."

    "정말이요?"

    "나 기문숙(奇文肅)은 단 한번도 허언을 한 적이 없다."

    "음...그렇군요."

    못 믿겠다는 장천의 말투에 기문숙은 성질이 나지 않을 수 없었지만, 참기로 하

    고는 장천을 보며 말했다.

    "일단은 나에게 무공을 배우게 되니 구배지례를 하도록 하여라."

    "예. 사부.."

    사제의 관계를 맺기 위해 장천은 기문숙의 앞에 서서는 절을 하기 시작했는데,

    한참을 절을 하다 문득 기문숙이란 이름을 어디서 들어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 들었더라...음...'

    이런저런 생각에 멋도 모르게 계속 절을 하고 있는 장천이였으니, 스무번이 넘

    는 절을 꼬박꼬박 다 받고 있던 기문숙으로선 짜증이 날 수 밖에 없었다.

    '도대체...이 녀석의 사문은 어디길레...이렇게 멍청하단 말인가...크으윽...'

    "정신 좀 차리고 살아라 이 녀석아!"

    서른번의 절이 넘어 갔을 부렵 더 이상 참지 못한 기문숙은 지팡이로 녀석의

    머리를 후려갈겼는데, 그 순간 그 이름을 어디서 들었는지 생각난 장천은 앗 하

    는 소리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겁도 없이 사부에게 삿대질을 하며 소리

    쳤다.

    "팔절풍도(八絶風刀) 기문숙!!"

    "응?"

    놀랍게도 한 대 쥐어박은 제자의 입에서 자신의 과거의 명호가 터져나오자 기

    문숙은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강호를 떠나 은거를 하고 있었던 것은 50년도 전이였기에 얼굴을 물론 명

    호를 알고 있는 이조차 전무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네 녀석이 나를 어떻게 알고 있느냐?"

    "헉! 정말 팔절풍도 기문숙 태사조님이신가요?"

    "태사조?"

    "쌍도문의 장천 태사숙조님께 인사드립니다."

    "헉..."

    그 순간 기문숙은 자신도 모르게 뒤로 오장이나 물러서고 말았으니 놀랍게도

    주워온 녀석들이 자신이 버리다시피 한 사문인 쌍도문의 제자였기 때문이다.

    "대체....너의 태사조는 누구냐.."

    "예. 태사조님은 태사숙조님의 사형이신 우인 도문성이라 합니다."

    "헉....사...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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