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48화 (49/355)
  • 제 9 장 다시 도를 배운다. (4)

    무진에게 버림받은 장천은 하늘 높이 떠 있는 밤하늘의 달을 보며 사색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부상당해 흐느적거리긴 했지만, 그래도 조금 위안이 가는 사람이였는데, 이제

    그 님마저 떠나고 혼자 밤새 만이 서글프게 우는 외로운 산에 남아 주름살 가

    득한 노인과 같이 지내야 하는 신세가 되었기 때문이다.

    "휴...."

    한숨만을 내쉬는 장천은 하늘의 동그란 은빛의 달을 보며 첫사랑 정화소저를

    떠올리고 있는데, 그 때 무지막지한 물건이 사색에 잠겨 있는 장천의 머리를 강

    타했다.

    "끅.."

    "휴..오늘은 달의 음기가 강해 태극일기공을 하고 있으라고 했더니 별 희한한

    짓을 다 하는구나."

    "흑흑흑...사부는 넘 냉정해요.."

    "냉정하긴 니가 이상한거다. 까불지말고 태극일기공이나 시작해라!"

    "예."

    한 순간만 냅둬도 이상한 짓을 하는 장천이였기에 기문숙으로선 감시의 눈길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아무튼 서슬이 퍼런 사부의 눈망울에 뒷통수를 보인 장천은 가르쳐주었던 심결

    을 외우며 천천히 태극일기공을 운기하기 시작했다.

    장천이 배우고 있는 태극일기공은 오립산이 얻어온 파운심공이나 청풍심공과는

    전혀 다른 심공이였다.

    도가의 냄새가 짙게 풍기고 있는 이 기운은 자연의 기운을 빨아 들여 태극의

    원리에 의해 순수한 기로 변환하는 기공이였기에 장천에겐 상당한 효과를 보이

    고 있었다.

    "네가 익히고 있는 태극기공은 잘 알다시피 본 파의 3대 문주이신 구승님이 은

    거고인에게서 얻은 기공으로 도가의 토납술이 크게 발달한 형태라 할 수 있다.

    나는 문파를 빠져 나온 후 과연 이 기공을 3대 문주님께 전수하신 그 은거고인

    이 누구인가를 찾기 위해 강호를 헤맨적이 있었지."

    "...방탕한 생활에 빠지시지 않았나요?"

    [텅!]

    장천의 말이 나오자 마자 그대로 지팡이로 장천의 머리를 후려갈기는 기문숙이

    였다.

    "끅.."

    "말 끊지 말고, 운기 중에 말하지마라 주화입마에 걸리고 싶으냐."

    "...."

    운기 중에 때리는 것은 뭐냐고 반박하고 싶은 장천이였지만, 꾹 참고 태극기공

    을 계속 운기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태극기공이 크게 안정된 심법인지라 멀쩡했지 파운심공이나 청풍심공

    중에 이따위 짓을 했다면 결코 주화입마를 벗어 날 수 없었던 장천이였다.

    "강호 최고의 정보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 개방과 하오문을 통해 그 당시의 고

    수들의 정보를 수집하던 중 본 사부는 4대문주님에게 기공을 전수해 주었다고

    생각되는 분들을 찾을 수 있었다."

    "...."

    "본 사부의 수집한 정보에 의하면 첫 번째 분은 전진자 정운진인님으로 도가의

    일문인 전진의 후예라고 알려져 있는 분이시지, 그 분은 약 20년간 강호에서 이

    름을 떨치시다가 돌연 은거를 하셨다고 알려져 있다. 두 번째는 서천진인 유리

    님이시다. 비밀리에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그 분은 서장에서 오신

    분이라고 하는데 그 분 역시 약 30년 정도를 중원에서 활약하시다가 돌연 은거

    를 하신 분이다. 세 번째는 환후검제 운허진인이신데, 무당의 장문인까지 물망

    에 오르시던 분이신데, 돌연 은거를 하셨다고 알려져 있다. "

    "....."

    뭐라고 물어보고 싶은 장천이였지만, 일단은 운기조식 중이니 침묵을 지키고 있

    었다.

    "이 중에서 환후검제 운허진인께선 평생 검만을 익히셨던 분이시고, 은거지도

    무당산의 한 곳이라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제외한다면 전진자 정운진인님과 서

    천진인 유리님 둘 중의 한사람이고 할 수 있지만, 정운진인님의 경우에는 애석

    하게도 후예가 30년 뒤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있고, 서천진인께선 서장으로 돌

    아가셨다는 소문이 있으니 두 분다 태극일기공을 전수해주신 분이라 보긴 어려

    웠다."

    '젠장! 그럼 뭐 때문에 그렇게 길게 이야기 한거야!'

    장천은 세사람 다 아니라는 말에 괜히 성질이 날 수 밖에 없었는데, 그 뒤에 이

    어진 기문숙의 말을 듣고는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이유로 도가의 인물들이 아닌 다른 인물들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는데, 그

    때 나온 인물이 바로 마교의 34대 교주인 무천마성(無天魔星) 구양생(仇陽生)이

    다."

    "무천마성 구양생이요?!"

    장천으로선 그 이름 만으로도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무천마성 구양생 마교 역사상 최고의 고수 중 다섯손가락안에 들어갈 정도의

    엄청난 고수인 그는 당시 무림의 거의 평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뛰

    어난 인물이였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마흔다섯살의 나이에 스스로 교주의 좌를 물려주고는 마교

    에서 떠나기는 했지만, 스스로 자신 위에는 하늘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자긍심

    이 강한 그는 한때 구파일방을 괴멸로 몰아갈 정도의 엄청난 통솔력과 무공을

    지니고 있어 구양생이란 이름은 아직까지도 마교에선 전설로 남아 있는 엄청난

    인물이였다.

    "구양생은 서른 두 살에 마교의 좌에 오르기 전 지금은 사라지기는 했지만 전

    진에서 분류되었다고 알려져 있는 강서의 패주였던 철군성(鐵軍城)의 부성주의

    외아들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 그라면 도가에 대한 무공은 어느정도 익혔을

    것은 분명할 터, 철군성이 변화위주의 검을 버리고 패도적인 도를 선택했다는

    것은 주지할 만한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시기적으로 보아 마교의 좌에서 벗어나 단 한번 정과 사의 대결전에서 모습을

    드러낸 적이 있느니만큼 그가 은거한 시점과 4대 문주께서 무공을 얻으신 시점

    은 어느정도 시간도 들어맞는다는 것이지. 또 사라지긴 했지만 철군성의 패룡도

    법과 쌍도문의 입문무공인 쌍용승천도법은 상당히 흡사하다는 것이다."

    "...."

    쌍도문의 무공이 마교의 교주에게서 이어져 왔다는 것은 어찌 보면 엄청난 사

    실이라고 할 수 있었다.

    구양생이 철군성 부성주의 아들이라고는 하지만, 그 보다 더 크게 작용하는 것

    은 마교의 교주, 만약 문파의 무공이 마교에서 이어져 내려온 것이란 소문이 난

    다면 현재 정과 사의 중간 위치라고 할 수 있는 쌍도문으로선 그들의 성장을

    시기하고 있는 문파들에 의해 사파로 분류될 위험이 컸다.

    "물론 내가 말한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인물은 나 외에는 단 한사람도 없다."

    "...."

    "애석하게도 본 문이 은거기인에게 받은 무공은 어딘가 부족한 무공이 대부분

    이다. 이것은 철군성과 자신의 무공을 완전히 전수하게 되면 상당한 혼란이 생

    길 것을 염려한 구양생의 배려였지만, 이로 인하여 쌍도문은 구파일방의 좌를

    차지하기에는 부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졌다."

    "음..."

    생각해보면 기문숙의 말도 틀리지 않았다.

    등평과 아버지인 장춘삼이 상당한 무공을 지닌 고수라고는 하지만, 그들 두 사

    람은 쌍도문의 8대 문주인 오립산에게 절세의 영약을 얻어 내공을 끌어 올렸기

    에 그런 것이 가능한 것이다.

    현재의 쌍도문의 경우에는 청심단이라는 비전의 환약이 없다면, 이류 문파로 전

    락할 수밖에 없는 위기에 놓여 있었다.

    기공이나 도법등은 상승에 경지에 있기는 하지만 단순히 그것만으로는 고수의

    경지로 오르는 이가 극히 드문 것이 사실이였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알지 못한 상태이지만 이미 쌍도문의 수뇌부들은 쌍도문의 무공에

    무엇인가 큰 결점이 있다는 것은 파악한 상태였다.

    "내가 문파를 버렸다고는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사형이 이끄는 쌍도문을 버린

    것이지, 사운 사조님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쌍도문을 버린 것은 아니였다."

    "음..."

    "4대 문주님이 하셨던 것과 같이 난 쌍도문의 무공을 완벽하게 만들기 위하여

    수많은 세월을 강호를 돌아다녔고, 지금 이 곳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럼 무공의 결점은 찾으셨나요?"

    "물론....못 찾았다."

    "...."

    당연한 듯이 말하는 기문숙의 말에 장천은 주먹이 떨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방법마저 못 찾은 것은 아니지.."

    "방법이요?"

    "그렇다. 쌍도문의 무공을 완전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그것은 바로 구양생의

    모든 심득이 적혀 있다는 무천무급(無天武 )과 철군성의 패군지보(覇軍之寶)

    다."

    "무천무급과 패군지보....."

    장천은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였기에 좀 아는 것 처럼 말을 끌었는데, 역시나 그

    런 장천을 보며 다시 한번 지팡이를 후려갈긴 기문숙은 그 두가지 물건에 대해

    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무천무급은 현재 마교의 장서각에 보관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상한 것

    은 마교의 어떠한 인물도 무천무급을 익혔다고 전해지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필경 어떠한 연유가 있다가 보는 것이 타당할 터 내 상각에는

    본문의 무공과 많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본문의 무공이요?"

    "그렇다. 예를 들면 본문의 무공이 그 상권이라 한다면 무천무급은 하권이라 생

    각할 수 있는 것이지."

    "아!"

    자신들의 무공은 어디 한군데 부족한 것이 대부분이다. 만약 무천무급이 정말로

    쌍도문에게 무공을 가져다 준 은거기인이 만든 것이라면, 자신들의 무공은 무천

    무급의 상권에 해당하여 쌍도문의 무공을 알지 못한다면 무천무급을 익히지 못

    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철군성의 패군지보의 경우에는 마지막 철군성의 성주인 조광성이 죽음으로써

    완전히 비밀로 감추어진 곳으로 내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조광성은 남송 황실

    의 마지막 후예라는 것이다."

    "음..."

    "이런 것을 본다면 패군지보는 남송 황실을 다시 재건하기 위한 엄청난 보화와

    함께 철군성의 무공들이 잠자고 있을 것이 분명할 터 구양생의 무공의 원류인

    철군성의 무공을 찾는다면 본문의 무공도 완전하게 변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음..."

    기문숙의 말을 들으며 장천은 상당히 구미가 당길 수 밖에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기문숙은 다시 한번 장천의 머리를 지팡이로

    후려갈기고는 말했다.

    "네 녀석이 처음 해야할 일은 마교로 잠입해서 무천무급의 무공을 얻어야 한다

    는 것이다."

    "제가요?"

    "그렇다. 현재 네가 쌍도문의 소문주라고는 하지만, 본문의 울타리안에서만 살

    아 얼굴이 크게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하지 않았더냐? 그렇다면 약간의 변용만으

    로도 너를 알아볼 사람은 극히 소수에 불과할 터, 넌 그런 이점을 살려 마교로

    잠입하여 무공을 얻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음.."

    장천은 기문숙이 노리고 있는 것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만약 무천무급만 얻어 낼 수 있다면 쌍도문의 완전한 무공을 얻을 수 있음으로

    서 청심단 없이 구파일방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내가 할 일은 무공을 익히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쌍도문의 무공은

    물론 이유 사파의 무공도 함께 익혀야 할 것이다."

    "음..알겠습니다."

    기문숙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깨달은 장천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태극일기공

    을 운공하며 달의 음기를 받아 들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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