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30화 (31/355)
  • 제 7 장 개방제일미 사도혜 (1)

    한참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양세기는 무릎을 꿇고 있는 고도리를 보며

    말했다.

    "네가 한 행동이 본문주를 농락한 행동이라 할 수 있지만, 문파를 생각하는 마

    음이 갸륵해서 한가지 벌을 내리는데 그치겠느니라."

    "제자 고도리 벌을 달게 받겠습니다."

    고도리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을 하자 양세기는 밑에 서 있던 구궁을 보며 말했

    다.

    "구소협."

    "예. 말씀하십시오."

    "내 구소협에게 한가지 부탁할 일이 있는데 들어주시겠소이까?"

    "말씀만 하십시오."

    자신의 말에 그가 정중하게 답하자 고도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본파의 제자 고도리를 쌍도문의 문도들과 동행을 하게 하고 싶은데 구궁 소협

    께서 허락해 주셨으면 하오."

    "예?"

    갑작스런 양세기의 말에 구궁은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지만, 상대가 공동파

    의 문주에서 사조의 의형제이니 도저히 거부하지 못할 상황에 빠져버렸다.

    "알겠습니다."

    골칫거리를 안았다는 생각에 구궁은 안색이 일그러지지 않을 수 없었지만, 일단

    은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였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락했다.

    양세기는 구궁이 승낙을 하자 고도리를 보며 말했다.

    "듣거나 넌 이제부터 쌍도문의 문도들과 동행을 하여, 강호에 대한 견문을 쌓도

    록 하거라."

    "예."

    고도리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문주의 말인지라 어쩔 수 없이 받아 들일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해서 장천의 일행은 공동파의 제자인 고도리가 합세하게 되었다.

    공동파를 빠져 나온 장천의 일행은 견즉사의 호청명의 소재지를 찾기 위해 강

    호에서 제일 뛰어난 정보력을 가지고 있는 개방을 찾아갔다.

    물론 개방은 지부는 강호 어디에서나 존재하고 있었지만, 그들이 가는 곳은 장

    춘삼의 친구인 청개 곽무성이 있는 사천성의 성도였다.

    성도는 사천성의 서부에 있는 곳으로, 삼국 중 하나인 촉한 유비의 황성이었던

    곳이다. 제갈공명의 유허지(遺噓址) 외에 무담산, 만리교(萬里橋), 사마교(駟馬

    橋), 금관성(錦官城), 청양궁(靑羊宮) 등이 있으며 거대문파로는 구파의 하나이

    자 도가의 일문인 청성파와 오대 가문 중에 독과 암기로 유명한 사천 당가가

    있으며 조금 거리가 있기는 하지만 남서쪽에 있는 아미산에는 역시 구파의 하

    나인 아미파가 있느니 만큼 사천에는 감히 사마외도의 무리가 함부로 날뛸 수

    없는 곳이라 할 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사천성 성도에 위치한 개방의 지부는 규모가 크며 익주의 모든 정

    보가 집결되고 있는 곳이라 할 수 있었다.

    경운문의 문도들은 공동산에서 내려오자 자신들의 문파로 돌아간다며, 일행에서

    떨어져 나갔는데 아마도 계속적으로 추근덕 거리는 고도리 때문에 미린소저가

    하백을 몰아 붙이자 더 이상을 참지 못한 하백이 단호하게 결정을 내린 것이다.

    구궁으로선 장천의 일 때문에 그들을 잡고 있고 싶었지만, 계속되는 고도리의

    추근됨이 눈에 보이고 있었기 때문에 도저히 양심상 잡아 둘 수가 없었다.

    그렇게 경운문의 일행들과 헤어질 때 가장 서운하게 생각한 사람이 고도리와

    장천이 이였으니 이 두사람은 이루지 못할 사랑이라는 점에서 어느정도 공통점

    이 있다고 할 수 있었다.

    공동파의 꽃돌이라는 이름처럼 사실 고도리는 잘생긴 청년이였다. 올해 나이 스

    물두살의 창창한 젊은 고수인 그는 공동파가 도가의 한갈래임에도 불구하고 전

    혀 도사같지 않고 오히려 한량 같은 느낌이 들곤 했다.

    공동파를 나가자마자 도복을 벗어던지고는 재빨리 푸른색의 정장으로 빼입은

    그는 멋드러진 칼 한자루를 옆에 차고는 섭선을 꺼내어서 풍류공자 흉내를 내

    는지라 일행들은 조금 황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도 일행으로선 그가 가세함으로 인해서 어느정도 이득을 볼 수가 있었는데,

    성도로 가는 도중에서 들리는 수많은 객잔에서 그의 진면목이 드러난 것이다.

    객잔의 주인이 여성이거나 부잣집 아낙네가 있을라치면 교묘하게 여린 여인들

    의 가슴으로 파고들어서는 교묘한 말재주로 현혹시키니 언제나 객잔에선 진수

    성찬을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말로는 험난한 강호에서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고는 하지만, 영

    락없는 제비족일이라는 것은 어느 누구도 부정치 못할 모습이였다.

    남들은 여행하면서 모아두었던 돈이 사라져가는 슬픔에 잠기지만, 애석하게도

    공동파 꽃돌이는 여행을 하면서 호주머니 속으로 돈이 모여드는 예상외의 결과

    를 가져오는 인물이였던 것이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진수성찬을 먹음에도, 호주머니의 돈이 나가는 일이 없는

    구궁이야 고도리란 녀석이 크게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저런 과정을 거치며 성도로 들어갈 수 있는 가도가 있는 검문산에 도착 할

    수 있었다. 가도로 나서기 전 근처에 있는 작은 마을에서 하루밤을 머물기 위해

    객점을 찾았는데, 마을의 분위기가 영 심상치 않은 것을 볼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있는가 보군요?"

    요운은 마을 사람들의 안색이 별로 좋지 않은 것을 보며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나 다니는 사람마다 얼굴이 사색이 되어 무엇인가에 쫓기는 듯한 얼굴이였다.

    얼마 후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작은 객점을 발견 할 수 있었기

    에 장천 일행은 안으로 들어섰는데, 안은 마을의 규모에 비해선 상당히 많은 사

    람이 머물고 있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노숙을 해야 하나봐요."

    객점에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모여있자, 장천은 아쉽다는 듯이 한숨을 쉬며

    말했는데 요운은 장천의 말에 고개를 젖고는 말했다.

    "그런 것은 아닌 것 같군. 아무래도 이 객점에서 마을 회의가 있는 것 같군."

    "마을 회의요?"

    "그래. 이 곳에 모여 있는 사람들의 옷차림은 우리와 같이 여행을 하는 사람들

    의 옷차림이 아니라 활동하기 편안한 간단한 옷차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무슨 연유가 있어 객점에 모인 듯 하구나."

    장천은 그제서야 요운이 어떻게 마을 회의가 이곳에 있는 것을 아느지 이해가

    되고는 찬찬히 귀를 기울여 사람들의 하는 소리를 들었다.

    객점의 앞에선 거지 서너명과 함께 이 마을의 장로인듯한 노인이 지팡이를 짚

    으며 서서는 객점에 있는 마을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이 분들은 그 일을 위해 개방에서 오신 분들이시오."

    무슨 이야기인지 처음부터 듣지 못했기 때문에 장천으로선 그 일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개방에서 왔다는 말에 흥미를 느끼고는 거지들의 모

    습을 처다보았다.

    거지 들 중 한명은 장로가 자신들을 소개하자 천천히 앞으로 나와서 포권지례

    를 하고는 자신들의 소개를 했는데, 그가 나서자 사람들의 입에선 큰 탄성이 터

    져 나왔다.

    개방은 쉽게 말하면 거지들의 모임이라고 할 수 있었다. 거지라는 직업이 남녀

    노소를 가리지 않을 만큼 다양한 직업연령을 가지고 있는지라 개방에서 역시

    다양한 남녀노소를 확인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개방에서도 가장 구경하기 힘든 연령층이 있다면, 바로 묘령의 여

    인네 거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나이때 쯤의 여인들이야 부끄러움을 잘 타는 것은 둘째치고 남자를 알고 잘

    보이려 애쓰는 나이인데 거지라는 지저분한 직업을 어찌 하려고 하겠는가? 이

    런 이류로 개방의 거지들은 젊은 여인네 거지들의 부재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

    었는데, 놀랍게도 사람들 앞에서 포권지례를 하며 나서는 묘령의 여거지였던 것

    이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묘령의 여자거지라면 무엇인가 문제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

    기 쉽겠지만, 애석하게도 장천이 보는 여자거지는 조금 지저분하긴 했지만 하지

    만 그 와중에서도 다른 남자 거지들 보단 조금 깨끗이 꾸미고 있었다. 잠시 외

    모를 설명해 본다면 지푸라기 십수개와 함께 조금 산발이 된 긴 장발 밑으로

    보이는 여러군데 기운 옷, 왼손에 들고 있는 쪽박과 함께 세개의 매듭을 지니고

    있는 상당한 미모의 여인이였던 것이다.

    동그랗고 큰 눈 옆에는 지저분하게 눈꼽이 달려 있고, 앵두 같은 입술에는 티가

    묻어 있기는 하지만, 그러한 것이 전혀 그녀의 아름다움에 해가 되지 않고 있었

    다.

    이런 이유로 객점에 모인 사람들은 크게 탄성을 내지르지 않을 수 없었는데, 요

    운과 고도리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자신들도 모르게 이구동성으로 소리칠 수

    밖에 없었다.

    "개방제일미 사도혜!!"

    지금까지 구파나 각 지방에 한해서 정말 예쁜 여인이라면 제일미란 이름을 붙

    여 주었다.

    예를 들어 감숙제일미라더가 화산제일미라는 식으로 지역이나 그 파에 속한 미

    인에게 이런 이름이 붙었지만, 강호란 것이 생겨난 이후로 제일미란 이름을 얻

    지 못한 곳이 대문파 중 하나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개방과 소림사였다.

    뭐 도인들이 사는 무당이야 속가제자 중 여인들이 없는 것은 아니니 제일미란

    이름을 몇번 얻은 적이 있었지만, 남자들 사는 동네인 소림사에 제일미가 붙는

    다는 것은 소림사 말아먹는 일이기 때문에 절대 붙을 수 없다. 하지만 여자가

    있음에도 제일미가 한번도 나온 적이 없는 곳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개방. 거

    지 동네에 이쁜 여자 있을 턱이 없는 것은 둘째치고 여자의 외모는 화장발이

    반은 먹어주는 강호에서 화장을 할 턱이 없는 개방의 여인들에게서 제일미라

    나올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였던 것이다.

    하지만 당금의 강호는 큰 경악에 잠길 수밖에 없었는데, 개방에서 스스로 개방

    제일미라는 이름과 함께 한 여성을 들고 일어섰기 때문이다.

    거지라 우습게 보지 마라 우리들도 미인이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슬로건을 들고

    일어선 개방의 문도들을 보며 강호의 많은 사람들이 비웃었는데, 4년 전 있었던

    구파일방의 연합회의에서 개방제일미 사도혜가 그 모습을 드러내자 모든 사람

    들은 개방이 했던 일이 결코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구파일방 연합회의는 4년에 한번 있는 정기회의로써 구파일방의 문주들은 물론

    이요, 무림에서 내노라 하는 각대문파의 문주들이 모이는 자리였기 때문에 뛰어

    난 젊은 후지기수들의 맞선 자리로 크게 애용되는 곳이였다.

    이런 이유로 각파에서 연합회의에 참석할 때는 자신들이 자랑하는 후지기수나

    성혼할 나이가 된 뛰어난 제자들을 선보이는 일이 많았는데, 놀랍게도 개방에서

    는 개방제일미 사도혜를 연합회의에 후지기수로 데리고 온 것이다.

    거지의 차림이기는 하지만 그 더러움 속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움은 마치 들판에

    피어있는 한 송이 꽃과 같은 모습이였기에 모든 사람들은 사도혜가 개방제일미

    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그 당시 몸에서 약간 냄새가 난 덕에 혼인제의는 들어오지 않았지만, 말끔

    히 씻긴다면 수십군데에서 성혼제의가 들어 왔을 것이다.

    요운이나 고도리는 4년 전의 구파일방 연합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었던지라 한

    번에 개방제일미 사도혜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장천은 개방제일미라는 소리에 그녀의 정체가 궁금했는데, 역시 장천의 궁금증

    해결은 곽무진이 다 해주고 있었다.

    [개방제일미 사도혜는 하남성의 명문가인 사도가문 출신의 여인으로 현재 장안

    부사로 있는 사도광의 막내딸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총명함과 미모가 뛰어나다

    알려져 있었는데, 조금 게을렀던 지라 개방의 용두방주의 눈에 띄여 개방에 들

    어간 여인입니다. 4년전 구파일방회의에서 그 미모를 선보여 개방제일미의 명호

    를 얻게되었습니다.]

    무진이 전음으로 알려주자 그제서야 그녀의 정체를 알게된 장천은 고개를 끄덕

    일 수 있었다.

    얼마나 지저분했음 용두방주의 눈에까지 띄여서 개방으로 들어갔을까를 생각하

    면서 조금 괴상하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지만, 일단은 예쁘니 용서하기로 한

    장천이였다.

    아무튼 개방제일미라는 사도혜는 장노의 소개를 받자 앞으로 나서서는 자신들

    의 소개를 했다.

    "저희들은 이 지방에 호환이 있다하여 급히 파견된 개방의 문도들이니 많은 협

    조를 부탁드립니다."

    "호환?"

    호환이라는 말에 구궁은 조금 관심이 생긴 듯 주의를 기울였다. 구궁은 사냥꾼

    출신인지라 호랑이란 소리만 들어도 고개가 돌아가는 인물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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