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29화 (30/355)
  • 제 6 장 공동파의 꽃돌이 (6)

    장천이 문주의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애 같은 짓을 하는 바람에 공동파에서

    꾸민 모든 일은 드러나고 말았다.

    고도리를 비롯한 이 일에 관여한 8명의 제자들은 집행제자들에 의해 일각도 되

    지 않아 모두 끌려오니 문주의 분노가 얼마나 컸는지를 짐작케 하고 있었다.

    고도리를 비롯한 일곱명의 제자들은 문주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는 고개를 숙이

    고 있었고, 상좌에는 눈물을 찔끔거리는 장천을 무릎에 앉힌 천무성자 양세기가

    분노한 얼굴로 제자들을 내려보고 있었다.

    "고도리가 누구더냐!"

    "이대제자 고도리 문주님께 인사 올립니다."

    "인사는 무슨 인사! 묻겠다. 네가 쌍도문의 소주에게 준 화령신도를 빼앗았다는

    게 사실이더냐."

    문주의 다그침이 떨어지자 고도리는 억울하다는 듯이 머리를 땅에 박고는 말했

    다.

    "문주 저로선 도저히 문주님의 처사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고도리 네 이놈!!"

    "문주님꼐 무슨 말 버릇이냐!!"

    고도리가 갑자기 문주의 앞에서 머리를 땅에 박으며 크게 소리치자 옆에 앉아

    있던 공동파의 장로들은 크게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고도리를 다그쳤는데, 그

    럼에도 고도리는 말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화룡신도가 문주님의 신물이라고는 하지만 현재에 와서 공동파 전체를 상징하

    는 신물과도 같이 변해 있습니다. 그런 물건은 쌍도문이라는 3류 문파의 소주에

    게 건네 준다는 것이 어찌 말이 된다 하십니까!!"

    "이 놈이!!"

    장로들은 고도리의 말이 틀리지는 않다고는 생각하지만, 일단은 문파의 어른,

    그것도 문주에게 고하는 그의 행동에 크게 노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의외로 그

    것을 듣고 있는 천무성자 양세기는 장로들에 비해 가라앉은 모습이였다.

    "쯧쯧쯧."

    잠시동안을 그렇게 고도리를 보고 있던 양세기는 그를 보며 혀를 차면서 말을

    이었다.

    "언제부터 대공동파가 칼 한자루에 좌지우지 될 정도로 약했졌던가?"

    "...."

    갑작스런 양세기의 말에 고도리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그는 천천히 눈을 감

    으며 한참을 생각에 잠긴 후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내가 화룡신도를 쌍도문의 소주 장천에게 넘겨 준 것은 쌍도문이 바로 화룡신

    도의 원주인이기 때문이다."

    "예?"

    양세기의 말에 좌중에 있는 이들은 모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양세기가 젊었

    을 때 화룡신도를 종횡하고 다녔다는 이야기는 무림에 유명한 이야기였는데, 설

    마 그 칼의 원주인이 쌍도문이였다는 것은 아무도 모르고 있었던 일이기 때문

    이다.

    "과거 쌍도문의 군자쌍도 오립산 아우와 내가 절친한 친구 사이였다는 것은 좌

    중에 있는 이들도 모들 다 알고 있을것이요. 나 외에 한 사람 더 현재 무당파의

    신검진인 강도옥 역시 오립산과 절친한 친구 사이였오, 우리 무림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미 형제의 결의를 맺은 이였오."

    "형제의 결의!!"

    형제의 결의는 중요한 의미였다. 현재에 와서는 그 강호의 젊은 후지기수들이

    예를 벗어난 파격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었기에 형제의 결의의 예는 과거와 달

    리 조금은 약해 졌지만, 현재에 와서도 결의를 맺은 의형제끼리는 상당한 믿음

    을 가지고 있었다.

    군자쌍도 오립산같은 인물이 당시에도 상당한 무명을 날렸을 천무성자 양세기

    와 신검진인 강도옥이라는 걸출한 거물과 형제의 결의를 맺었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군자쌍도 오아우는 형제의 결의에 그 예물로 신검진인과 나에게 각기 신병 하

    나를 선물로 주었는데 내가 그에게 받은 것이 바로 젊은 시절 나와 함께 강호

    를 누빈 화룡신도였소."

    "아!"

    화룡신도에 그런 사연이 얽혀있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던 중인들은 크게 탄식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군자쌍도 오립산이 무림의 여러 문파에 걸쳐 상당한 친분을 쌓고 있는 인물이

    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양세기의 말을 들어보니 그 만큼의 친분을 쌓을 수

    있을 정도의 손이 큰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무리 형제의 결의라고는 하지만 무림십대신병에 속하는 엄청난 무기를 예물

    로 주었다는 것은 뛰어난 병장기는 자신의 생명과 같은 무림인의 생리상 엄청

    난 일이였던 것이다.

    "이렇게 큰 선물을 받았으면서도 오아우는 우리들의 무명에 해가 될까 걱정하

    여 형제의 결의를 우리들만이 아는 비밀로 하자고 하는 배려까지 하는 모습을

    보며 신검진인과 난 크게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오. 이런 이유로 우리 두 사람

    은 언제가는 이 신병을 쌍도문의 제자에게 되돌려 주겠다는 것을 약조하게 된

    것이고, 오늘 비로서 쌍도문의 걸출한 인재를 보게 되어 도를 돌려 준 것이오."

    거기까지 말한 양세기는 다시 한번 고도리를 처다보며 물었다.

    "너는 형제의 의를 아느냐?"

    "...."

    "군자쌍도가 나에게 준 형제의 의를 생각한다면 이 칼을 건네준 것도 모자르다

    생각하는데. 네 녀석이 감히 본 문주의 형제에 대한 보은을 막으려 하느냐! 입

    이 있으면 어디 말을 해보거라!"

    고도리로서는 이러한 사연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저지른 일인지라 도저히 무엇

    이라 말할 수가 없었다.

    본시 무림에서 의라 하는 것은 목숨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인지라 고도

    리는 문주의 형제에 대한 배려를 망쳐버리고 만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공동파의 장로들은 새삼 군자쌍도 오립산에 대해서 다

    시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강호에서는 오립산을 도박사 출신이라 하며 경시하며 이런 이유로 감숙성을 제

    외한 다른 지방에선 쌍도문은 도박사가 세운 문파라 하며 현재의 위세와는 관

    계없이 무시하는 경향히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들어 본 것에 의하면 공동과 무당에서 존재하고 있는 두명의

    거물과도 상당한 친분이 있었고,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소림, 곤륜, 개방의 거물

    과도 손이 닿아 있다는 것이 들리기 때문에 한 사람의 발이 이렇게나 넓을 수

    있으까라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의 문주가 오립산과 형제의 결의를 맺었다는 것도 모르던 공동파의 장로들

    은 과연 오립산이 또 어떠한 거물과 친분을 갖고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밖

    에 없었지만, 그가 죽은 지금 그것을 알 수 있는 이들은 당사자들밖에 없다고

    할 수 있었기에 그 궁금증을 지울 수 밖에 없었다.

    "강호에서 흔히들 알고 있는 군자쌍도 오립산아우에 대한 소문은 그의 진면목

    에 비하면 천분지 일도 안 된다 할 수 있다. 나 역시 그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

    지 못한다고는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그 만으로도 강호를 피바다로 몰아 넣을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너희들은 아직 모르고 있다."

    서서히 드러나는 오립산의 위명, 공동파의 사람들은 도대체 오립산이 어떤 인물

    인지 갈피조차 못 잡을 정도의 큰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고, 이러한 느낌은

    듣고 있었던 쌍도문의 제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문강아!"

    "예! 문주님."

    문주이자 사부인 양세기가 갑자기 자신을 부르자 파사대협 우문강은 크게 놀라

    며 벌떡 일어나서는 포권지례를 하며 대답을 했다.

    "너는 강호에 십대신병이란 것이 언제부터 생겨났다 알고 있는냐?"

    "그것이....들리는 족히 천년은 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우문강은 자세한 것을 알지 못하고 있었기에 우물거리며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의 말에 양세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틀렸다. 내가 젊었을 때만 해도 강호에서 십대신병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들은

    바가 없었느니라."

    "예?"

    "본격적으로 강호에 십대신병의 소문이 들리기 시작한 것은 내가 40살이 되던

    해였느니라. 그 때 갑자기 강호에는 십대신병에 관한 소문이 크게 확산이 되기

    시작했고, 뭇고수들은 큰 신병을 차지하기 위해 각지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자

    다시 한번 묻겠다. 군자쌍도는 어떻게 해서 십대신병에 들어 있는 무기를 두 개

    나 가지고 있을 수 있었겠느냐?"

    "예..."

    "그때 역시 오립산 아우의 무공 수준은 삼류에 지나지 않았을 터인데, 강호에서

    진천시키는 무명을 지닌 고수들을 제치고 십대신병 중 두가지를 얻었다는 것이

    조금 이상하지 않느냐."

    그제서야 사람들은 양세기가 이야기 하고 있는 바를 어느 정도 짐작해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강호십대신병이...설마..."

    "나와 신검진인은 이 일에 대해서 한참을 생각해 보았고, 지금에 와서는 어느정

    도 그 가닥을 잡을 수가 있었느니라. 이런 이유로 그와 난 강호의 흩어져 있는

    십대신병을 일곱 개를 가까이에서 살펴 볼 수 있었는데 놀랍게도 재질이 모두

    똑같은 금속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그 장인 또한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

    었다."

    상상도 못한 일이였다. 그런 모습을 보며 양세기는 우문강에게 작은 단검을 하

    나 던져 주었는데, 갑자기 문주가 단검을 던져 주는지라 이해를 하지 못하고 멀

    뚱하게 처다만 볼 수밖에 없었다.

    "그 단검은 내 친히 오립산에게 부탁하여 그가 만들어 준 것이다. 신검진인과

    난 그 단검을 두 개의 신병과 같이 강호의 유명한 감정가를 돌아다니며 알아보

    았는데, 놀랍게도 모두 같은 장인이 만들었다는 결과가 나왔느니라."

    "헉!!"

    이제는 십대신병의 원주인이 오립산이였다는 사실에 이어 만든 사람까지 오립

    산이라는 결과가 양세기의 입에서 터져 나오자 좌중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등

    줄기에 식은땀이 흘러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쌍도문이 삼류문파라 했는냐? 우스운 소리 당시 나와 절친한 구파일방의 여러

    고수들 역시 어느정도 오립산과 친분이 있었는데, 그들과의 화산모임에서 문득

    이런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었느니라. 천하제일인은 누구인가라는 것이지. 문강

    아 그 때 당시 천하제일인을 꼽는다면 누구를 꼽을 수 있겠느냐?"

    양세기의 질문에 한참을 생각에 잠겨 있던 우문강은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말했

    다.

    "혹시 천검 유세옥님이 아닐지?"

    "천검 유세옥님이 당시 정파 제일의 고수였다고는 하지만 마교 교주 혈천대제

    (血天大帝) 흑수와의 칠인낯밤의 대전에서 비기지 않았더냐."

    "그럼...."

    "우리 역시 너의 생각과 다르지 않았다. 과연 천검 유세옥인가 혈천대제인가로

    많은 이야기가 나왔었지 하지만 그 때 단 한사람만은 다른 인물을 천하제일인

    으로 꼽았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겠느냐?"

    "설마...."

    "내가 짐작한 바와 같이 군자쌍도 오립산이였느니라."

    그 말에 공동파의 인물들은 모두 같이 경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말도 안됩니다! 어떻게 3류에 지나지 않는 무공으로 천하제일인을 다툴 수 있

    습니까?"

    "허허! 귀곡자를 아느냐?"

    "......"

    양세기의 말에 우문강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귀곡자 그는 500년전의 인

    물로 무공은 2류에 지나지 않은 인물이였지만 권모술수가 뛰어난 인물로 그 당

    시 강호의 정과 사의 문파들을 이간질하여 정사대전을 일으킨 후 자신의 세력

    으로 약 3년간 강호를 통일한 인물이였다. 물론 그 후 천운거사라는 불세출의

    도인이 나타나 흩어진 정과 사의 세력을 합하여 귀곡자를 몰아 낼 수 있었지만,

    그가 3년이라고는 했지만 천하제일인의 자리에 올랐던 것은 사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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