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31화 (32/355)
  • 제 7 장 개방제일미 사도혜 (2)

    구궁이 더 이상 참지 못하겠는지 옆에 있는 사람에게 무어보았다.

    "호환이라니 무슨 일입니까?"

    개방 제일미 사도혜의 말을 듣고 있던 마을 사람들은 귀찮은 표정이 역력했지

    만, 무인의 행색을 하고 있는 사람이니 무시하지는 못하고 호환의 사연에 대해

    서 이야기 해 주었다.

    "그러니까 여섯 달쯤 정도전부터 갑자기 마을에 호랑이가 나타났지 뭡니까. 지

    금까지 사냥꾼들이 수없이 올라가 녀석을 잡으려고 했지만, 모두 호랑이 밥이

    되어 버렸을 정도니 마을 사람들로선 상대할 방법이 없었는데, 개방의 사람들이

    나타나 호랑이를 잡아 준다고 해서 이렇게 회의를 하고 있는 겁니다."

    "음..."

    사냥을 주업으로 삼는 사냥꾼이 단 한사람도 살아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은 간

    과할 일이 아니였다.

    호랑이가 같은 맹금류를 잡으러 가는데 한, 두사람 만이 움직인다는 것은 멍청

    한 일이였다. 혼자서는 재빠른 맹금류의 발을 쫓는 것도 무리이거니와 자칫 방

    심한다면 맹수의 밥이 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들이 모두 호랑이의 밥이 됬다는 것은 조금은 이상한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무리 호랑이라 하더라도 십수명의 인간들을 한 번에 다 죽일 수는 없

    는 일이기 때문이다. 반 수 이상이 호랑이의 재물이 되었다 하더라도 나머지 반

    정도의 사냥꾼들이라면 충분히 빠져 나와야 하는 것이 정상이라 생각한 구궁은

    이것이 단순한 호환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개방에서도 그것을 눈치채고 사람들을 파견한 것일까?'

    무림의 인물들이 민초들을 도와주는 일은 자주 있기는 하지만, 이런 호환에까지

    나서지 않는 것이 보통이였다. 맹수들을 사냥하는 일은 전문적인 사냥꾼이 아니

    고선 뛰어난 무인이라해도 어려운 일이다.

    베테랑 사냥꾼이라 해도 적어도 십수일은 산에서 잠복하고, 흔적을 찾아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객점에 들어와 있는 개방의 문도들의 수는 모두 네 명, 개방제일미 사도혜는 강

    호에서 연검을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는 인물, 나머지 세명의 문도들 역시 단병

    류를 사용하는 인물들이였기에 저들로서는 맹수인 호랑이를 상대한 다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이 드는 구궁이였다.

    "이상하군요. 개방이 촌마을의 호환을 해결해 주러 왔다니 말입니다. 그리고 강

    호제일미는 모르겠지만, 나머지 세명의 개방의 문도들 평범한 사람들이 아닙니

    다."

    요운 역시 무엇인가를 느꼈는지 구궁을 보며 말했고, 공동파의 고도리 역시 고

    개를 끄덕였다.

    "강호제일미 사도혜는 경공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 그녀와 같이 있

    는 풍개 문소양, 신보 이사군, 팔족비행 양견 모두 경공술이나 경신술에 일각연

    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고도리는 아무것도 아닌 양 부채를 저으며 그들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었기에

    일행들은 단순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발이 빠른 자들만을 보냈다라...."

    무엇인가가 연유가 있다고 판단한 구궁으로선 그대로 앉아 있을 수 없었기에

    천천히 사람들을 헤치며 앞으로 나갔다.

    "누구시오?"

    큰 활을 든 거한의 무인이 앞으로 나서자 장로는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물었는

    데, 구궁은 포권지례를 하며 자신의 소개를 했다.

    "듣자하니 이 마을에 호환이 있다하더군요."

    "그렇소만...?"

    "본인은 쌍도문의 문도인 구궁이라 합니다. 개방의 분들과 함께 호환을 해결하

    고 싶군요."

    "신궁 구궁이다!!"

    마을 사람들은 구궁이 자신의 소개를 하자 크게 놀라며 소란이 일기 시작했는

    데, 감숙성의 신궁 구궁은 무인들 사이에는 그렇게 지명도가 높은 인물은 아니

    였지만, 민초들 사이에선 꽤나 유명한 사람들이였다.

    감숙성에서 공동파와 일대를 양분하고 있는 정파의 대문파인 쌍도문의 문도가

    사천에 까지 그 이름이 알려진 것은 그의 행로때문이였다.

    사냥꾼 출신으로 감숙성 일대에 호환이 일어나고 있는 곳에서는 언제나 그가

    나타나 해결해 주는 호랑이 사냥꾼으로서 이름이 높은 구궁은 무인보다는 사냥

    꾼으로서 민초들에게 알려져 있었던 것이다.

    이 마을 사람들로선 신궁 구궁이 나타났다는 것을 알고는 크게 기뻐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아무리 개방이 구파일방의 하나라고는 하지만, 민초들 사이에선

    신궁 구궁보다 인지도가 높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와!!! 감숙성의 호랑이 사냥꾼 구궁님이 우리 마을에 오셨다!!"

    "와아!!"

    사람들은 구궁이 왔다는 말에 급기야는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하고 있었으니 개

    방은 물론 쌍동문의 문도들로서도 이런 환호성에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그렇게 유명했었나?'

    자신을 이렇게 까지 환호할 줄을 생각도 못했던 구궁은 뒷통수를 긁으며 멋쩍

    어 할 수밖에 없었다.

    "와! 구궁 사형이 엄청 유명하네요?"

    장천은 구궁의 인기를 보며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요운은 그런 장천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 무인들 사이에선 구궁 사형의 이름을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예?"

    "엄밀히 말하면 구궁사형은 궁술을 제외한다면 나머지는 3류 정도에 지나지 않

    는 무인이다."

    "예?"

    조금 각박한 평가라 생각하며 장천은 요운을 어리둥절한 얼굴로 볼 수 밖에 없

    었는데, 그것을 보며 요운은 장천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하지만 협객으로선 구궁사형은 정파의 어떤 일류고수보다 나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

    "음...."

    이해 할 수 없는 말의 연속인지라 장천으로선 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본디 무림인이란 과거에는 민초들과 별다를 것이 없는 사람들이였지만, 지금에

    와서는 민초라기 보다 관인에 가까운 자들로 변해 있다. 자존심 강하고, 우월감

    에 잠겨 있는 족속들로 변해 버린 것이지. 무인의 세계와 민초들의 세계가 다르

    다는 것은 바로 이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아..."

    "현재 협객이라면 단순히 사마외도의 척결에 신경을 쓰는 사람들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런 자들은 협객이라 부를 수 없다. 진정한 협객이란 무인의 원천인 민

    초들의 고난에 눈을 돌리는 그러한 자만이 협객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지. 그런

    것을 본다면 강호의 일보다 민초들에게 관심을 더 쏟고 있는 구궁 사형이야말

    로 진정한 협객이라 할 수 있지."

    갑자기 구궁이 멋있어 보이는 장천이였다.

    한편 나데없이 쌍도문이 등장하자 개방의 문도들은 조금 의아해하는 모습을 보

    였지만, 이내 본 모습을 찾았다.

    개방제일미 사도혜는 구궁의 앞으로 가더니 가볍게 포권지례를 하고는 말했다.

    "개방의 사도혜라 합니다."

    "쌍도문의 구궁이라합니다."

    두 사람은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는 상대방을 처다보았는데, 사도혜의 눈빛에선

    무엇인가 이글거리고 있는 불길이 엿보이는 듯 했기에 장천은 잠시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개방사람들이 정파의 일문인 쌍도문이 돕겠다고 나서는데 그런 눈빛을

    보이는가 이상하지 않을 수 없는 장천이였는데, 그 해답은 곽무진에게서 나왔

    다.

    [쌍도문은 정파로 분류되고는 있지만, 강호의 인물들에게는 정사지간의 일문으

    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개방은 현재 두 개의 파로 분류되어 있는데, 하나는 청

    개 곽무성님을 중심으로 하는 온건파와 용두방주 건곤장 방현을 중심으로한 급

    진파로 나누어져 있지요. 사도혜는 용두방주의 제자인 만큼 급진파에 속해 있는

    인물이니 본문에 대해선 감정이 나쁜 축에 속합니다.]

    "음...."

    그런 사정이 있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던 장천은 잠시 생각에 잠길 수 밖에 없

    었다. 같은 정파라고 해서 협조가 잘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런 것 만

    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 때 사도혜에게로 한 남자가 멋지게 섭선을 저으며 걸어가고 있었으니 공동

    파의 제자 고도리였다.

    "공동파의 고도리라 합니다."

    "아! 공동파의 분도 계셨군요."

    사도혜는 고도리의 인사에 가볍게 인사를 받으며 포권지례를 했는데, 역시 공동

    파에 대해서도 별로 감정이 좋지 않은 인물인 것 같았다.

    뭐 공동파도 정파의 일문이라고는 하지만, 무공에 관해선 사파와 가까운 면이

    없지 않았으니 그런 얼굴을 보이는 것도 이해는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꽤 건방지잖아. 저 여자.'

    장천은 이쁘기는 한데, 조금 지저분하고 그만큼 건방지기도한 사도혜를 보며 조

    금 인상을 찌프리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 때 사도혜가 객점을 나가려는 듯 사

    람들을 지나 나가려고 했는데 그때 장천의 눈과 마주쳤다.

    마치 무지개빛이 일렁거리는 듯한 눈의 마주침에 두 사람은 한동안 서로를 응

    시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사도혜는 천천히 장천의 앞으로 걸어가더니 장천

    의 앞에 살짝 한쪽 무릎을 꿇고는 손을 들어 장천의 얼굴에 갖다 대었다.

    "헉!"

    갑자기 예쁜 여자가 자신의 볼에 손을 갖다대자 장천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

    는데, 그때 갑자기 사도혜가 장천의 머리를 끌어안더니 가슴에 비비기 시작했

    다.

    "아이! 귀여워라!"

    "...."

    그 모습에 사람들은 모두 식은땀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장천은 그녀의 품에

    서 빠져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좀처럼 사도혜의 품에서 빠져나가지 못하

    고 있었다.

    "나 줘요!! 숨막혀요!"

    "호호! 미안."

    장천은 고통스러운 외침을 하고서야 간신히 사도혜의 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정말 무서운 눈으로 보고 있는 사도혜를 보며 어떻게든 빠져나가고 싶었지만,

    그녀의 주위에는 빈틈조차 없었다.

    "험..여협을 뵙게되어 반갑습니다. 본인은 쌍도문의 장천이라합니다."

    "....."

    장천은 일단 사도혜의 느끼한 시선에서 벗어나야 겠다는 생각에 정중하게 포권

    지례를 하며 인사를 했는데, 그 순간 그녀는 크게 흠찟하지 않을 수 없었다.

    쌍도문의 구궁과 공동파의 느끼한 녀석을 피해 빠져나가려고 할 때, 우연이 엄

    청 귀여운 아이를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껴안아 버렸는데, 쌍도문의 문도였기

    때문이다.

    지금 그의 몸을 보니 칼이 세자루나 매달려 있는 것으로 보아 무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단은 타문파의 제자를 귀엽다고 껴안아 버렸다는 것은 조금 실례되는 일인지

    라 사도혜도 정중하게 포권을 하며 인사를 받았다.

    "개방의 사도혜라 합니다."

    장천의 그녀가 자신의 인사에 답을 하자 이제는 설마 덮쳐오지는 않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안심할 수 있었는데, 아쉽게도 너무 과한 바램이였다.

    "앙! 도저히 못참겠다!"

    "헉!"

    "귀여워 죽겠네! 어떻게 하면 이렇게 귀여울 수가 있는거야!"

    꾹 참으려고는 했지만, 도저히 못참겠다는 듯이 얼굴의 엄숙한 표정을 단숨에

    날려버린 사도혜는 또 다시 장천을 껴안아버렸다.

    "자 이 누나랑 가자."

    "어디를요? 히이이잉..."

    사람들의 시선이 조금 느껴진 사도혜는 갑자기 장천의 손을 잡고는 그대로 객

    점을 나가버렸으니, 예상치 못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개방제일미 사도혜가 조금 괴짜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남들의

    시선은 생각지도 않는 파격적인 모습까지 보이고 있었으니 앞으로의 행보가 조

    금 힘들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운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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