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턴 플레이어 134화
53장 지구의 무기(1)
“테일러 경! 적진에서 전투가 벌어진 것 같습니다.”
망을 보고 있던 고위 마법사가 적진의 변화를 확인하고, 테일러에게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보고했다.
테일러와 특수 부대원들은 야영지 가까운 곳에 근접해서 대기하고 있었다.
테일러는 고위 마법사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향으로 시선을 옮겼다.
어둠 속에서 희미한 불꽃이 터지고 적지 않은 수의 병력이 전투가 벌어진 곳으로 다급하게 이동하고 있었다.
테일러는 검을 뽑아들었다.
“은밀하게 이동한다. 마력검의 사용은 최대한 자제하도록.”
“알겠습니다.”
특수 부대가 은밀하게 야영지에 침투했다.
군단장이 공격받는 심각한 상황의 발생으로 다급하게 병력이 이동하느라, 야영지 외곽을 지키는 병력은 극히 소수였고, 그마저도 넓은 간격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초소입니다.”
“무력화시킨다. 마법은 자제한다.”
남부 레인저 여단 출신의 에이스 레인저가 보고했고 테일러는 지시를 내렸다.
“내가 맡지.”
레드는 화살통에서 화살을 꺼내 시위에 걸었다.
다른 에이스 레인저들도 레드와 같은 행동을 취했다.
그들이 일제히 시위를 놓자, 화살들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 야영지 외곽 초소에 모여 있는 보초들의 목을 정확하게 꿰뚫었다.
“역시 에이스 레인저!”
뛰어난 활 솜씨에 누군가 감탄했다.
순식간에 초소 하나를 무력화시킨 특수 부대는 야영지 깊숙한 곳으로 침투했다.
“적이다!”
순찰하던 지방 군단의 병사들이 테일러의 특수 부대를 발견하고 소리쳤다.
야영지 외곽 지역은 초소를 제외하면 순찰 하는 병력도 거의 없었기 때문에 100명이 조금 안 되는 적지 않은 수의 특수 부대가 발각되지 않고 침투할 수 있었지만, 대량살상병기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곳으로 가까워지자 순찰 병력은 점차 증가했고, 결국 발각되고 말았다.
“마력검 사용을 허가한다!”
테일러는 큰 소리로 마력검 사용을 허가하며, 잠시 검집에 집어넣어 두었던 전쟁의 나팔을 뽑아들었다.
[전쟁의 나팔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아군의 사기가 증가합니다. 지휘관이 살아 있는 한 절대 패주하지 않습니다.]
동시에 마력을 주입하자 마력검이 전쟁의 나팔에 깃들었다.
“적이다! 적…… 커헉!”
큰 소리로 적을 발견했음을 알리던 병사가 레드가 쏜 화살에 목이 꿰뚫려 고통스러운 얼굴로 쓰러졌다.
[레인저의 직감 스킬의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접근하는 적의 수를 파악합니다.]
[접근 중인 적의 수, 약 352명.]
레인저의 직감 스킬의 효과가 극대화되고 접근하고 있는 적의 숫자가 파악되었다.
테일러는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은 352명이었지만 은밀하고 신속하게 적들을 정리하지 못하면 352명이 3,520명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근처에 있는 수만 해도 50명.
모여드는 적까지 합하면 400여 명.
400여 명을 은밀하고 신속하게 죽이는 것은 힘들었다.
왕국 정보부가 준 적의 진형도에 표시되어 있는 대량살상병기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위치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였다.
“고위 마법의 사용을 허가한다!”
테일러가 소리쳤다.
위치는 이미 노출되었다.
그러니 위치 노출 걱정은 접어 두고 고위 마법을 난사해서 적이 더 집결하기 전에 모인 적 병력을 순식간에 몰살시키고 대량살상병기를 향해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기다리고 있었다!”
고위 마법사 한 명이 고위 마법의 사용 허가가 나기 무섭게 스태프를 휘둘렀다.
허공에 마법진이 생겼다.
마법진에서 굵은 전격 줄기가 뿜어져 나와 수십 갈래로 흩어졌다.
“크아악!”
“으아아악!”
전격에 닿은 병사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졌다.
그 뒤를 이어 하늘에서 불의 비가 쏟아지고 땅에서 나무줄기들이 뚫고 나와 병사들의 몸을 휘감고 으스러뜨렸다.
바람의 정령 군주 역시 모습을 드러냈다.
바람의 칼날이 지방 군단 병사들을 덮쳤다.
몸이 절단된 병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집결한 400여 명은 순식간에 전투 불능 상태가 되었다.
“피해 보고 드립니다! 전사자 2명, 부상자는 10명이 조금 넘었는데. 아, 이제 부상자는 0명입니다.”
대부분이 고위 기사와 고위 마법사로 이루어진 파티였기 때문에 피해는 크지 않았다.
전사자는 고작 2명이었고 부상자는 10명 정도였으나, 실비아 그레이의 신성 기도문 덕분에 순식간에 회복되었다.
“실비아, 신성력은 충분합니까?”
테일러는 실비아에게 다가가 신성력의 여유를 물었다.
실비아는 신성력을 확인한 뒤 입을 열었다.
“이번 전투에서 부상자가 적어서 신성력의 소모가 크지 않았어요. 아직은 여유롭네요. 게다가 급하면 오빠가 있으니까, 걱정 마세요.”
다행히 특수 부대의 구성원이 고위 기사와 고위 마법사들인 덕분에 전투에서 부상자가 많이 발생하지 않았었고, 그것은 신성력의 적은 소모로 이어졌다.
거기다 실비아 그레이의 오빠인 알폰스 그레이 또한 간단한 신성 기도문은 외울 수 있었다.
그는 신을 믿지는 않았지만, 실비아의 축복으로 성기사가 되었기 때문에 신을 착실하게 믿어온 웬만한 성기사보다 많은 신성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테일러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다시 움직인다!”
특수 부대는 다시 움직였다.
지방 군단에 잠입한 왕국 정보부 요원이 통신을 통해 자세히 알려준 마력 파장을 고위 마법사들이 추격하였다.
희미하게 느껴졌던 마력 파장이 가깝게 느껴질 때가 되자 다수의 병력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조우했던 징집병들이 아닌, 지방 군단 소속 기사단이었다.
“황제 폐하의 이름으로! 적들을 배제하라!”
기사단장으로 보이는 고위 기사가 푸른 마력검이 깃든 검을 마구 휘두르며 기사단에 명령을 내리자, 중무장한 기사들이 함성을 내지르며 특수 부대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거리를 좁혀 왔다.
“마법사! 마법 공격 개시!”
마법 공격 또한 시작되었다.
하지만 테일러는 당황하지 않았다.
“방진을 구축한다. 그리고 마법사들은 마법 공격에 대응하라!”
침착하게 고위 기사들로 하여금 방진을 구축하여, 중앙의 고위 마법사들의 안전을 확보했고, 안전이 확보된 고위 마법사들은 공격 마법과 방어 마법을 전개하여 적의 마법 공격에 대응했다.
형형색색의 불꽃이 터지고 빗나간 마법이 땅에 처박히며 폭발을 일으켰다.
테일러가 지휘하는 특수 부대의 피해는 전무했지만, 적 마법사 전력은 고위 마법을 연이어 얻어맞더니,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당하고 후퇴했다.
마법전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한 것이다.
마법전의 승리로 인해 고위 마법사들은 적 기사단을 공격할 여유가 확보되었다.
일리아 또한 고위 마법에 얻어맞고 역소환된 바람의 정령 군주를 재소환해서 합류했다.
이미 적 기사단과 아군은 이리저리 뒤엉켜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실비아는 신성 기도문을 외워서 아군을 지원하고 있었고, 가이우스를 포함한 고위 마법사들과 에이스 레인저들은 공격 마법과 화살 공격으로 적의 후방을 어지럽혔다.
“진형 변경! 쐐기 진형!”
고위 마법과 화살 세례로 적 기사단의 수가 절반 이상 줄어들자 테일러는 방어 진형을 쐐기 진형으로 바꾸었다.
특수 부대원들은 따로 호흡을 맞추는 훈련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쐐기 진형을 갖추었다.
“전진!”
테일러는 파마의 검 효과에 의해 마력검이 파괴되어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적 고위 기사의 몸을 전쟁의 나팔로 깊게 베며 소리쳤다.
붉은 피를 뿜어내며 쓰러지는 적 고위 기사를 발로 밟아 넘어서며 앞을 막는 모든 이들에게 전쟁의 나팔로 죽음을 선사시켜주었다.
테일러의 뒤를 따라, 특수 부대 역시 전진했다.
일리아는 바람의 정령 군주를, 위험하게 선두에서 놀고 있는 테일러의 옆에 배치했다.
미친 듯이 날뛰는 고위 기사와, 그 고위 기사를 지원하는 바람의 정령 군주의 존재는 적에게 있어서 상당한 위협이었다.
“마법사들은 아직 인가!”
기사단장은 다급하게 마법사들을 찾았다.
기사단에도 소속된 마법사가 소수 있었다.
고위 마법사 1명에 마법사가 4명 정도 있었지만, 마법사 전력 전원이 고위 마법사로 구성되어 있는 특수 부대를 상대하기엔 무리였다.
게다가 5명밖에 없는 기사단의 마법사들은 이미 대부분 목숨을 잃은 뒤였다.
그런 상황에서 특수 부대는 무서운 속도로 돌파를 시도하고 있었다.
수는 절반이 전사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수는 기사단이 조금 더 많았다.
하지만 특수 부대는 전원이 고위 기사, 고위 마법사, 에이스 레인저로 구성된 최정예 중에서도 최정예.
기사단 또한 지방 군단 내에서는 정예로 이름 높았지만, 차원이 다른 상대였다.
미친 코뿔소처럼 진형을 돌파하고 있는 특수 부대를 상대로 시간을 벌거나 저지하려면 고위 마법사가 다수 포함된 마법사 부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기사단장은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전황이 기울자, 다급하게 마법사 부대의 지원을 요청했으나 어찌 된 것인지 마법사 부대가 올 시간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도착하지 않았다.
“지원입니다! 기사단장!”
테일러가 지휘하는 특수 부대가 지방 군단의 기사단이 구축한 방어진을 절반 이상 돌파했을 때서야 마법사 부대가 도착했다.
“뭡니까? 고위 마법사가 왜 이렇게 적습니까?”
도착한 마법사 부대를 두 눈으로 빠르게 살핀 기사단장은 고위 마법사 브로치로 로브를 고정한 고위 마법사의 수가 마법사 부대 지휘관을 포함해서 4명밖에 안 된다는 사실에 경악해서 따지듯 물었다.
특수 부대의 마법사 전력은 수는 많지 않았지만, 전원 고위 마법사였다.
고위 마법사 4명과 수십 명의 마법사로는 상대하기 힘들었다.
마법사 부대 지휘관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어쩔 수 없습니다. 군단장 막사가 공격받고 있어서, 그곳에 마법사 부대가 집중되고 있습니다.”
“여기보다 심각하단 말입니까!”
기사단장이 화를 냈지만, 마법사 부대 지휘관은 마이페이스를 유지했다.
“네. 그렇습니다. 고위 기사 10명 정도에 고위 마법사 1명이지만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그들이 마법사 부대를 급습해서 마법사만 30명이 도륙당하고 고위 마법사도 7명이 죽고 3명이 큰 부상을 당했습니다.”
라크 듀렌달 자작이 지휘하는 결사대였다.
“크으. 시간이 없으니, 나중에 이야기하겠습니다. 속히 마법 폭격을 부탁합니다.”
“알겠습니다.”
기사단장의 요청에 마법사 부대 지휘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마법사들을 불러 모았다.
대대적인 마법 폭격이 시작되었다.
“마법 폭격이 시작되려고 하네!”
마력 파장에 예민한 고위 마법사인 가이우스는 하늘에 모이는 마력을 느끼고 위험을 경고했다.
고위 마법사들은 즉시 대응했다.
방어 마법이 전개되고 하늘에서 쏟아지는 마법 폭격을 막아냈다.
고위 마법사들이 마력을 집중시켜 구축한 방어 마법은 고위 마법사를 조금밖에 보유하고 있지 않은 적 마법사 부대의 마법 폭격을 거뜬히 막아냈다.
“이제 우리 차례다!”
고위 마법사 한 명이 말을 끝내기 무섭게 고위 마법을 캐스팅했다.
날카로운 바람의 칼날이 적 마법사 부대를 덮쳤다.
마법사 2명이 힘을 합쳐 방어 마법을 전개했다.
처음 바람의 칼날은 막아냈지만, 연이어서 날아오는 바람의 칼날을 모두 막아낼 순 없었다.
많은 사람이 보통 착각하는 것이 고위 마법은 통상 마법의 범위를 늘린 것뿐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그 위력 또한 통상 마법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
“크아아악!”
“으아아악!”
비명과 함께 맨 앞에 있던 마법사들을 시작으로 도미노처럼 차례대로 마법사들의 몸이 절단되었다.
설상가상으로 그들이 정신을 수습할 여유를 가질 틈도 없이, 고위 마법의 폭격이 시작되었다.
“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