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턴 플레이어 135화
53장 지구의 무기(2)
비명이 터져 나오고, 방어 마법이 전개되었지만, 순식간에 박살 났다.
강력한 마법 폭격에 마법사 부대는 전멸을 피할 수 없었다.
“제기랄!”
방해꾼인 마법사 부대를 순식간에 전멸시킨, 바람의 정령 군주와 고위 마법사들의 공격은 이제 기사단의 후방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후방 병력은 이미 대부분 전멸한 뒤였으므로, 타격 대상은 지휘부로 변경되었다.
기사단장은 욕설을 내뱉었다.
쏟아지는 마법 공격을 피해, 나무 상자 뒤에 몸을 숨긴 기사단장.
그를 향해 마치 그림자처럼, 검은 갑옷을 입은 여성이 다가왔다.
“주군의 마병기는, 그림자 기사단이 사수한다. 기사단은 이만 후퇴해도 좋다.”
그녀는 그림자 기사단의 전령이었다.
“전군 퇴각하라!”
후퇴해도 좋다는 내용을 전달받은 기사단장은 즉시 소리쳤다.
얼마 남지 않은 기사단은 퇴각했다.
“적이 퇴각하기 시작합니다!”
중년의 고위 기사가 이마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보고했다.
투구는 어디다 버렸는지 보이지 않았다.
테일러는 가이우스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가이우스, 마력 파장이 느껴지는 곳은 얼마나 남았습니까?”
시간이 없었다.
테일러와 특수 부대가 늦게 움직일수록 라크 듀렌달 자작의 결사대가 전멸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때문에 테일러의 마음은 급했다.
“얼마 남지 않았다네!”
가이우스는 말을 마치며, 손가락 끝으로 전방을 가리켰다.
테일러는 즉시 특수 부대와 함께 이동했다.
그들을 막는 병력은 없었다.
오히려, 지방 군단의 병력은 그들이 통과할 수 있게 비켜주기까지 했다.
바쁘게 움직이던 테일러의 두 다리가 멈췄다.
멀지 않은 곳에 검은 막사가 보였다.
그리고 그 막사 주변을 검은 갑옷을 입은 그림자 기사단원 200여 명이 지키고 있었다.
“주군의 마병기를 노리는 자들에게.”
“심연의 나락으로.”
“추락을 선물한다.”
그림자 기사단원들이 뜻을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으며 일제히 검을 뽑아들었다.
절반 이상의 기사단원들의 검에 검은 마력검이 깃들었다.
테일러는 마른 침을 삼키며 전쟁의 나팔을 고쳐 쥐었다.
“설마 그림자 기사단이 최종 방어를 맡고 있을 줄이야.”
오는 길에 어느 순간부터 적 병력이 길을 비켜주었던 게 이해되었다.
그림자 기사단과 함께 협공을 가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뒤에 적들이 모여듭니다. 주군.”
알버트가 다가와 상황을 보고했다.
고개를 살짝 돌려 뒤를 바라보니, 알버트의 말대로 길을 비켜주었던 적 병력이 집결하여 퇴로를 차단하고 있었다.
아군을 공격할 생각은 지금 당장은 없어 보였지만 언제 돌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후방을 방어할 최소한의 병력은 남겨둘 필요가 있었다.
“알버트, 알폰스와 함께 원거리 병력의 수호를 부탁합니다.”
“맡겨주십시오.”
알버트가 후방으로 이동했다.
후방에는 실비아와 일리아가 있었다.
그녀들뿐만 아니라, 에이스 레인저와 고위 마법사들도 있었다.
그들은 근접전에 비교적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수호할 병력이 필요했다.
알폰스가 소수의 고위 기사와 함께 지키고 있었지만, 부족하다고 느낀 테일러는 알버트를 보낸 것이다.
“놈들을 침묵시켜라.”
그림자 기사단의 지휘를 맡은 준남작이 차가운 목소리로 사형 선고를 내렸다.
그림자 기사단 소속의 고위 마법사들이 일제히 공격 마법을 캐스팅했다.
공격 마법이 날아들고, 동시에 아군 고위 마법사들이 방어 마법을 전개했다.
폭발음이 연이어 귓전을 때리고,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났다.
“피해 없음!”
누군가 피해 상황을 보고했다.
테일러는 정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군의 피해는 전무했지만, 일리아가 소환한 바람의 정령 군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방어 마법이, 거대한 몸집을 가진 바람의 정령 군주까지 보호하지 못한 것이었다.
바람의 정령 군주가 역소환되면서 일리아는 충격을 받고 비틀거렸다.
“괜찮은가?”
가이우스가 걱정스럽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일리아는 자세를 가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괜찮아요.”
그녀는 다시 바람의 정령 군주를 소환하려 했지만 연이은 역소환으로 인한 정신력 소모로 인해 바람의 정령 군주는 그녀의 부름에 답하지 않았다.
일리아는 이를 악물었다.
테일러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지만, 바람의 정령 군주는 그녀의 부름에 응하지 않았다.
정신력의 회복이 필요했다.
“쉬고 계시게나. 우리가 뒤를 맡을 테니.”
가이우스가 말을 마치며 고위 마법을 캐스팅했다.
“돌격!”
그림자 기사단원들이 검은 마력검을 빛내며 돌진해왔다.
가이우스를 포함한 특수 부대의 고위 마법사들이 마법을 퍼부었지만, 그림자 기사단 소속 마법사 전력이 방어 마법을 전개하여 피해를 최소화시켰다.
에이스 레인저들이 화살 세례를 퍼부었지만 애초에 그림자 기사단에 평범한 화살 공격은 피해를 거의 끼치지 못했다.
그나마 마법 화살이 피해를 조금 줄 뿐이었다.
“방진 구축!”
테일러는 전쟁의 나팔로, 자신에게 달려드는 그림자 기사의 복부를 깊게 베었다.
그러면서 아군에게 방어 진형을 갖출 것을 지시했다.
테일러의 지시에 방어 진형이 신속하게 구축되었고, 전투가 이어졌다.
그림자 기사단의 공격은 매서웠다.
그들은 정확히 급소를 노렸고, 그들의 공격에 당한 아군은 대부분 즉사하고 말았다.
죽은 자는 성녀라고 해도 살리기 힘들었기 때문에 특수 부대는 지방 군단 야영지에 침투하고 가장 많은 피해를 보고 있었다.
“크윽!”
테일러는 그림자 기사 2명의 공격을 연이어 막아내며 신음을 내뱉었다.
단검을 던져 그림자 기사 한 명의 시야를 가린 뒤, 다른 한 명의 그림자 기사에게 몸을 날렸다.
“어딜!”
그림자 기사는 검을 휘둘렀으나, 테일러는 전쟁의 나팔로 적의 검을 쳐낸 뒤 그림자 기사에게 몸을 던졌다.
서로의 몸이 충돌하고 갑옷끼리 충돌하면서 요란한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몸이 무너졌다.
특수 부대의 고위 기사 한 명이 테일러를 지원하기 위해 합류했다.
그는 테일러의 등을 찌르려는 그림자 기사의 검을 막아낸 뒤, 공격을 퍼부었다.
테일러는 단검을 뽑아서 쓰러진 그림자 기사의 목에 단검을 찔러 넣었다.
“쿨럭!”
붉은 피를 토해내며 그림자 기사의 숨이 끊어졌다.
그리고 느껴지는 차가운 살기에 옆으로 몸을 던졌다.
검은 마력검이 그림자 기사의 시체에 박혔다.
테일러는 신속하게 일어나 자세를 바로잡았다.
아군 고위 기사의 목을 잘라 죽음을 선사한 그림자 기사가 면갑의 시야 구멍으로 붉은 눈동자를 번뜩이며 살기를 흘리고 있었다.
테일러는 말없이 보법을 밟아 거리를 좁혔다.
갑작스러운 기습에도 불구하고 그림자 기사는 차분하게 대응했다.
하지만 전쟁의 나팔을 검으로 쳐내는 순간.
[파마의 검 스킬의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마력이 완전 해산됩니다.]
파마의 검 스킬 효과에 의해 마력검을 이루는 마력이 해산되었다.
“아니, 도대체 무슨!”
멀쩡했던 마력검이 일격에 흩어져 사라지자 그림자 기사는 크게 당황했다.
“마병기인가!”
마병기.
고위 마법사와 장인의 합작으로 만들어진다는 신비로운 힘을 지닌 병기.
그것이라면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고 그림자 기사는 생각하며 검에 마력을 다시 주입하기 위해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그가 마력검을 다시 만드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볼 테일러가 아니었다.
“흡!”
짧은 기합과 함께 보법으로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테일러는 전쟁의 나팔을 휘둘렀다.
그림자 기사는 전쟁의 나팔을 막기 위해 검을 들어 올렸다.
본능적으로 검을 막기 위한 움직임을 취한 것이었지만, 마력검이 아직 재생성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허무하게 검신이 절단났다.
그림자 기사의 검을 절단낸 전쟁의 나팔은 그의 목을 깔끔하게 잘라냈다.
머리가 사라진 목에서 붉은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고 그림자 기사의 몸은 힘없이 쓰러졌다.
“후우!”
그림자 기사를 쓰러뜨린 테일러는 조금 거칠어진 숨을 내뱉으며 주변을 살폈다.
찬란한 빛줄기 여러 개가 그림자 하늘에서 충돌하여 폭발을 일으키고 있었다.
다행히 마법전은 아군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하늘에서 충돌하는 마법들 외에, 소수의 공격 마법이 그림자 기사단의 후방을 공격하고 있었다.
“로셈블 남작!”
“무슨 일인가!”
자신을 부르는 테일러의 목소리를 들은 로셈블 남작이 적의 벽을 뚫고 나타나 물었다.
테일러는 그림자 기사단원의 검을 막아내며 입을 열었다.
“지휘를 부탁합니다. 저는 소수의 고위 기사들과 함께 대량살상병기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저 막사에 돌격을 감행하겠습니다.”
이대로는 끝이 나지 않을 듯했다.
아군은 후방의 적을 의식해야 했기 때문에 적극적인 공세를 취하지 못했다.
수비 진형을 갖춘 채 공격을 방어하면서 마법 공격으로 적의 수를 착실하게 줄이고 있었는데, 그림자 기사단이 전멸하기 전에 적의 증원이 도착할 것 같았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였다.
극소수의 인원으로 돌파를 감행하여 검은 막사에서 대량살상병기가 봉인되어 있는 수정을 탈취하는 것이었다.
“지원하겠네.”
로셈블 남작은 테일러의 결단을 존중했다.
그는 테일러를 말리는 대신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테일러는 즉시 고위 기사 5명을 집결시켰다.
전투 중에 최정예를 골라 뽑는 것은 어려워 가장 가까운 곳에서 적과 전투를 벌이고 있던 고위 기사 5명을 뽑아 집결시켰다.
그리고 그들에게 작전 참여 의사를 물었다.
사실상 결사대와 비슷한 성격의 작전이었기 때문에 의사를 묻는 것은 필수였다.
1명이 이탈 의사를 밝혔고, 나머지 4명은 참여 의사를 표했다.
“움직인다! 목표는 전방의 검은 막사! 대량살상병기가 봉인된 수정의 탈취다!”
테일러가 가장 먼저 앞으로 달려나갔다.
“지원 사격!”
로셈블 남작의 지시가 전파되고 테일러 일행을 엄호하기 위해 화살 공격과 마법 공격이 쏟아졌다.
집중 공격으로 인해 아주 잠깐 열린 길.
테일러와 4명의 고위 기사가 빠른 속도로 달렸다.
열린 길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닫혔고, 테일러 일행은 전투를 피할 수 없었다.
“사우스 왕국을 위하여!”
“국왕 폐하를 위해!”
고위 기사들은 저마다 스스로를 고무시키기 위한 문장을 내뱉으며 검을 휘둘렀다.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으악!”
어디선가 비명이 터져 나왔다.
전투가 벌어지기 무섭게 고위 기사 한 명이 그림자 기사단원 3명에게 집중 공격당해 끔찍한 모습으로 비명을 내뱉으며 쓰러진 것이다.
“헤임스!”
“그는 잊어라! 신속하게 대량살상병기를 탈취해야만 한다! 시간이 없어!”
쓰러진 동료의 이름을 부르는 고위 기사를 향해 테일러는 냉정하게 말했다.
쓰러진 동료를 돌볼 시간은 없었다.
당장 그림자 기사단원들이 그들을 향해 매서운 공격을 퍼붓고 있었고, 검은 막사 쪽에서 대량살상병기를 빼돌리려는 움직임이 보였다.
테일러의 재촉에 고위 기사들이 신속하게 움직였다.
검은 막사에 거의 접근한 순간, 대량살상병기가 봉인된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 수정을 들고 나오는 그림자 기사단원의 모습이 테일러의 눈에 들어왔다.
“못 벗어난다!”
테일러는 그렇게 외치며 단검을 던져 그림자 기사단원의 숨통을 끊었다.
“주군의 마병기를 사수하라!”
그림자 기사가 다급하게 외치며 테일러의 앞을 막아섰다.
그림자 기사단원 5명이 즉시 테일러를 포위했다.
[아군의 40%가 전사했습니다. 결사의 의지 스킬의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공격력과 방어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결사의 의지 스킬이 발동되었고, 테일러의 눈에 살기가 띄었다.
테일러의 몸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