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머신 200화
업그레이드(5)
“ 무스
!”
루시아의 입에서 다급한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그녀는 피가 흘러나오는 자신의 배 를 한 손으로 만지며 영식을 바라보 았다.
“집중해, 루시아. 전력을 다하라고 말했잖아.”
영식은 상처 입은 그녀를 보며 눈 살을 찌푸렸다. 지금 그녀의 움직임 은 그의 데이터 속에 남아 있는 ‘전 력을 다한’ 움직임이 아니었다.
“주, 주인님. 어떻게……?”
루시아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영식을 바라보았다.
지금 보여주는 영식의 검술을 이제 까지와는 차원이 달랐다.
그냥 딱 보기에는 별 볼일이 없는 검술이었다. 감추려고 애쓴 흔적이 보이지만 그녀의 눈에는 분명 허점 이 보였고, 그 허점으로 그녀는 검 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것이 영식이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허점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허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을 향해 검격을 휘두르자 그의 블레이드는 미끼를 문 물고기를 낚아채듯이 그 녀의 빈틈을 날카롭게 베어냈다.
상대에게 방심을 유도하고, 보이지 않는 허점을 보여주어 공격을 유도 하는 것.
상대방으로 하여금 보고 싶은 것만 을 보고, 믿고 싶은 것만을 믿게 만 드는 검술.
악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교 한 검술이었다.
‘어디서 이런 검술을……?’
이제까지 영식이 보여주었던 블레 이드를 사용한 검술은 그녀의 기준 에서 보면 ‘나쁘지 않은 정도’였다.
무기의 활용법을 정확히 숙지하고 군더더기 없는 동작과 부스트를 이 용한 폭발적인 가속도로 상대의 허 점을 노리는 검술.
분명 일반적인 기준에서 보면 영식 정도의 경지에 달한 검술을 펼칠 수 있는 존재는 드물겠지만 그녀와 같 이 검술 자체에 대해서 깊은 조예를 가지고 있는 검사의 입장에서 보면 영식의 검술은 평범한 수준을 벗어 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굳이 그러한 점들이 문제될 것이 없는 게, 영식은 애초부터 검 술의 화려함을 바탕으로 상대방과 싸우는 전사가 아니었기 때문이었 다.
그는 마법도, 스킬도 아닌 에르노 어 대륙에서 볼 수 없는 각종 ‘무 기’를 가지고 강력한 화력으로 상대 방을 찍어 누르는 전투 스타일을 가 지고 있었다.
애초에 검술의 극에 달할 수 없는
전사인 것이다.
“다시 간다, 루시아.”
“아, 예. 알겠습니다, 주인님!”
루시아는 영식의 말에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영식과의 대련 중 그녀의 표정에 처음으로 긴장감이 서렸다.
“후우……
영식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의 전신은 루사이의 검에 베인 크고 작은 검상이 가득했다.
‘역시 슈트 없이는 아직 이길 수 없나.’
순수한 ‘기술’만 놓고 본다면 영식 이 우월했다.
루시아는 번번이 그의 페인트에 속 아 계속해서 그의 공격을 허용했고, 그때마다 당황스럽다는 듯이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하지만 결국 슈트가 없이는 그녀와 의 신체 스펙 차이를 극복할 수 없 었다.
전투가 장기전으로 들어가자 초반 에 그녀를 밀어 붙였던 영식이 오히 려 밀리기 시작했다.
머릿속으로는 그녀의 움직임을 예 측해서 공격을 받아내도 몸이 그 힘 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발전이지만.’
업그레이드를 겪기 전이었다면 공 격 한 번 제대로 성공시키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패배했을 것이 분명했다.
영식은 루시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하아……. 하아.”
그녀는 영식과 같이 가쁜 숨을 내
쉬며 자리에 주저앉아 있었다.
그녀의 몸에는 영식의 블레이드에 베인 상처들이 보였다.
업그레이드를 겪기 전 그였다면 이 런 일은 상상하지도 못했을 일이었 다.
“수고했어. 이제 그만 돌아가자.”
영식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루시아에게 말했다.
숨을 고른 루시아는 심각한 표정으 로 영식에게 다가왔다.
“괘, 괜찮으신가요, 주인님? 어, 어 떻게 주인님에게 이런 상처를…… 그가 요청한 대로 전력을 다했던 그녀는 영식의 몸에 난 검상을 손으 로 쓰다듬으며 울먹이는 표정을 지 었다.
영식의 몸에 다른 사람도 아닌 자 신의 공격으로 상처가 났다고 생각 하니 미칠 것만 같았다.
“빠, 빨리 옷 벗으세요, 주인님. 어 서 소독을 해야 해요!”
“뭐……r
영식은 예상치 못한 그녀의 말에 당황스럽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 보았다.
그녀는 그런 영식을 무시한 채 그
의 상의를 훌러덩 벗겨 버렸다.
정교한 조각가가 만든 것 같은 탄 탄한 근육이 드러났다.
“……뭘 하려는 거야?”
“당연히 소독하면 이거죠!”
영식의 탄탄한 상반신을 보고 격렬 한 흥분에 휩싸인 루시아는 흐응, 하고 힘찬 콧김을 내뿜으며 그에게 다가왔다.
“하아, 하아……. 주, 주인님의
그녀는 맛있는 먹잇감(?)이라도 발 견한 듯이 영식의 몸에 있는 상처를 혀로 핥기 시작했다.
“핥짝…… 응?”
소독을 위해 상처를 핥던 그녀는 혀끝에서 느껴지는 감촉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치 단단한 금속을 혀로 핥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
그제야 영식의 신체에 대해서 떠올 린 루시아는 아쉽다는 듯 탄성을 홀 리며 그의 몸을 바라보았다.
“난 소독 같은 거 필요 없으니까 빨리 일어나.”
영식은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손가
락을 튕기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렇다면 주인님께서 제 몸을 소 독해주시는 건 어떠신가요? 제 몸 이곳저곳에 주인님의 흔적이 가득하 답니다.”
그녀는 요염하게 몸을 꼬며 상의를 살짝 들추었다.
영식의 블레이드에 베인 상처가 희 미하게 남아 있었다.
영식은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그녀 를 바라보았다.
“적어도 야외에서 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야, 야외가 아니라면 괜찮다는 말
씀이 신가요?!”
루시아는 다시 한번 흥분에 찬 콧 바람을 뿜어내며 영식에게 찰싹 달 라붙었다.
영식은 피식 웃음을 홀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안에서라면 상관없겠지.”
이미 다른 여인들에게도 자신의 생 각을 전해두었겠다, 다소(?)의 스킨십 은 오히려 그도 환영하는 일이었다.
“아, 아아……!”
루시아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영 식의 몸을 끌어안았다.
“드, 드디어 주인님께서…!”
영식은 너무 격하게 반응을 하는 그녀를 보고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렇게까지 좋아할 일인가?”
“무슨 소리에요! 제가 얼마나 이 날을 꿈꾸고 있었는데! 이제까지 아 무리 적극적으로 유혹해도 받아주시 지 않았잖아요!”
“끄응. 그건 전에도 말했잖아. 생각 이 정리되기까지는 할 수 없다고.”
그의 대답에 루시아의 눈빛이 번뜩 였다.
“헤헤, 그 말씀은 이제는 상관없다
는 말씀이시죠?!”
“뭐…… 그렇지.”
“자! 어서 방 안으로 들어가죠, 주 인님! 지금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 어요!”
루시아는 강렬한 기세를 내뿜으며 영식의 등을 떠밀었다.
영식은 그런 그녀를 보고 쓴웃음을 홀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다음날 아침.
영식은 제이슨을 만날 약속을 잡고 티리아와 서강준과 합류하기 위해 방을 나설 준비를 했다.
“흐응?
그의 침대 위에는 루시아가 잠들어 있었다.
영식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잠들 어 있는 그녀의 머리칼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녀와 기념비적인 첫 경험은 별다 른 문제없이 끝마칠 수 있었다.
‘다행히 기능에 문제는 없었네.’
영식은 자신의 하반신을 내려다보 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신체가 신체다 보니 욕구 자체는 있어도 실제 행위가 가능할지 그도 궁금했지만 다행히 아무런 문제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루시아의 반응을 보면 굉장히 잘하는(?) 편에 속하는 것 같았다.
‘루시아만 봐서는 알 수가 없지 만……
그녀는 이미 자신에 대한 호감도가 극에 달해 있기 때문에 그녀의 반응 만 보고 판단하는 것은 신뢰성이 없 었다.
“뭐……. 별 상관없나.”
어차피 그가 발정 난 짐승처럼 아 무 여자들에게 손을 댈 것도 아니고 서로 만족했다면 아무런 문제 될 것 이 없었다.
“하잉. 주인님, 안 돼요오……
?
침대 위에서 헤벌쭉한 표정으로 몸 을 꿈틀거리고 있는 루시아를 바라 보며 영식은 굳게 입을 다물었다.
어제의 일이 떠올랐는지 그의 얼굴 이 살짝 붉어졌다.
“끄응. 더 늦기 전에 출발해야지.”
영식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방 밖으 로 나섰다.
황제의 집무실 쪽으로 향하니 미리 밖으로 나온 티리아와 서강준이 그 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 영식 씨. 잘 주무셨나요?”
으 O ”
“O'.
“자네 머리색이...
서강준은 회색머리로 변한 영식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제 폭발에 대해서는 영식이 길드 원들에게 실험 중 예기치 못한 폭발 이 생겼다고만 사람들에게 전파해 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에 그의 머리 색이 바뀐 것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 다.
“어제 좀 일이 있었습니다.”
“아, 그 실험 중 폭발이 일어났다 는 것 말인가. 흠. 별 이상은 없는 것 같아 보이니 다행이로군.”
서강준은 머리색만 빼면 멀쩡해 보 이는 영식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후로 몸에 이상이 있지는 않 으셨나요?”
티리아는 영식의 팔을 살짝 끌어당 기며 물었다. 그때, 영식과 밀착한 그녀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영식 씨.”
“ 웅?”
“어젯밤에 혹시 루시아 씨와 같이 있었나요?”
“어?
영식은 당황한 표정으로 티리아를 바라보았다. 티리아는 당황하고 있 는 영식의 표정을 바라보며 덜덜 떨 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 정말로 같이 있으셨군요.”
“뭐…… 이제는 마음을 정했으니까.”
영식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
했다. 티리아는 귀엽게 뺨을 부풀리 며 울분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치, 치사해요. 저와는 함께해 주지 않으시면서 루시아 씨만…… 그녀는 단단히 삐진 목소리로 중얼 거렸다. 영식은 끄응, 하고 침음을 삼키며 그녀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그러면…… 오늘 저녁에 내 방으 로 와.”
“아……
그의 말에 티리아의 표정이 밝아졌 다. 그녀는 힘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좋을 때로군.”
서강준은 꽃밭(?)에 가있는 영식과 티리아의 분위기를 보며 피식 웃음 을 흘렸다.
“그나저나 자네에게 물어볼 것이 하나 있네.”
“물어볼 거요?”
영식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서강준 을 바라보았다.
“분명…… 자네의 목표가 대륙 연 합을 만드는 거라고 했었지?”
“단순히 연합을 만드는 것이 목적 은 아닙니다. 최종적인 목적은 연합 을 만들어 창조주를 상대하는 거 죠.”
“흐음?…”
영식이 말한 ‘창조주’라는 단어에 서강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자신의 이름을 단테리온이라고 밝 혔던 창조주가 떠올랐다.
‘창조주들은 강해.’
과거 그의 동료들을 몰살시켰던 엘 리아라는 이름의 창조주도 터무니없 이 강했지만 단테리온은 그 이상이 었다.
서강준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영식의 말대 로 대륙 전체가 연합하지 않는 이상 그들을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알았네. 그럼 자네들과의 약속대 로 서부를 통합하는데 집중하도록 하지.”
창세교에 대한 조사를 도와주면 자 신의 이름을 팔아 서부의 부족들을 끌어들인다는 거래. 그것을 수행해 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아, 그것에 관해서는 저도 말씀 드릴 것이 있습니다.”
“응? 어떤 말인가?”
그의 질문에 영식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