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머신 039화
블랙큐브의 힘(2)
라이트 실드 길드를 흡수하기로 결 정한 지 3일.
아직 살바토르 길드는 직접적인 행 동을 전혀 취하고 있지 않았다. 아 무리 한철호라는 중심을 잃어버린 길드라고 하더라도 남은 세력이 만 만한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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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바토르 길드는 배한성의 의견에 따라 며칠 시간 여유를 두면서 한철 호가 없어지면서 생긴 혼란이 더욱 커지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배한성이 기다리는 것은 단 순히 그들이 더 큰 혼란에 빠지는 것만이 아니었다. 살바토르 길드가 지금 섣부르게 움직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원정에 나갔던 길드 원들의 복귀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 이었다.
현재 원정에 나갔다가 티리아의 전 언을 듣고 복귀한 길드원은 총 4명. 고작 4명이 더 온다고 해서 크게 상황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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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도 있었지만 그들은 지금 몰락 한 살바토르 길드를 지탱해 주고 있 는 최정예 파티였다.
내분으로 인하여 예전과 비교할 수 도 없이 몰락한 살바토르 길드였지 만 장점은 한 가지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남아 있는 길드원들이 하나하나 다른 길드에서 간부, 혹은 길드장의 대접을 받을 수 있을 만큼 의 강자라는 사실이었다.
영식 일행까지 포함해도 고작 12 명밖에 되지 않은 인원으로 100명 이상의 잔존 세력이 있는 라이트 실 드 길드를 통째로 집어삼킨다는 터 무니없는 계획을 세울 수 있었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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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 바로 그러한 점 때문이었다.
라이트 실드 길드와의 일전을 준비 하며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살바토 르 길드에는 폭풍 전야와도 같은 긴 장이…… 흐르고 있지 않았다.
u 영 식 아아? ? I I ”
길드 하우스 거실에서 유나가 불렀 다. 자신의 방에서 이번에 보안 레 벨 4단계를 해방하면서 새롭게 얻은 능력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던 영식 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거실로 나왔 다.
“무슨 일입니까?
“후훗, 잠깐만 이리 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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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는 거친 느낌이 나는 붉은 단 발을 한 손으로 쓸어 올리며 그렇게 말했다. 영식은 끄응, 하고 침음을 삼키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무슨 중요한 일이라도 있으십니 까?”
“그럼! 아주 중요한 일이지!”
유나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영식 의 오른팔을 사랑스럽다는 듯이 쓰 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부탁할게 영식아?”
그녀는 야릇하게까지 느껴지는 콧 소리를 흘리며 나지막이 말했다.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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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의 표정이 참혹하게 일그러졌다.
“대체 절 뭐라고 생각하시는 겁니 까?”
“응? 그야 전기 콘센…… 크흠. 사 랑스러운 신입이라고 생각하고 있 지.”
유나는 다급히 헛기침을 하며 영식 의 시선을 피했다. 그런 그녀를 영 식은 가늘게 눈을 뜨며 노려보았다.
“어, 어쨌든! 자! 어서 팔 내밀어!”
유나는 다소 강압적인 어투로 말하 며 영식의 오른팔을 잡았다. 그녀는 전기 안마기의 콘센트를 그의 팔에 연결하고는 전원을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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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우우우웅.
“하아. 역시 현대 문물이 좋다니 까?”
안마기를 어깨에 가져다 댄 유나는 황홀하다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 다.
영식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느긋하게 있어도 괜찮으십 니까?”
“ 응‘?”
“이제 곧 라이트 실드 길드의 잔존 세력이랑 싸우잖아요.”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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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의 말에 유나는 피식 웃음을 홀렸다.
“괜찮아. 걱정할 필요 없어.”
“흐음. 그렇게 태평하게 생각하는 근거라도 있는 건가요?”
“곧 철태 오빠가 돌아오니까.”
그녀는 고민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박철태.
영식도 그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 었다. 지금 원정을 나가 있는 살바 토르 길드 정예 파티의 파티장 역할 을 맡고 있는 남자의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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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이 그 정도로 강력합니까?”
영식은 깊은 신뢰가 담겨 있는 그 녀의 목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유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개인으로서 가장 강한 건 유 진이지만.. 철태 오빠의 파티는 다른 어떤 파티보다 호홉이 엄청나 니까.”
그녀는 자부심 가득한 목소리로 그 렇게 말했다.
영식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고개 를 끄덕였다.
“아, 그렇다고 해서 ‘그 상태’의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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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럼 어처구니없는 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건 아니야.”
그녀는 그때 영식이 보여주었던, 경이롭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한 엄청 난 힘을 떠올리며 그렇게 말했다.
그는 평균 50레벨 이상의 소환자 들로 이루어진 라이트 실드 길드의 정예 부대와 랭커에 육박하는 힘을 가진 한철호를 단신으로 처참하게 짓밟았다.
그녀가 알고 있는 한 랭커들 중에 서도 그런 터무니없는 힘을 가진 존 재는 세 손가락 안에 꼽혔다.
그 힘을 마음대로 다룰 수 없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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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 뼈아프게 느껴질 정도로 그때 영식이 보여준 힘은 강력했다.
유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었 다.
“이번에 상대할 라이트 실드 길드 원들은 다 오합지졸들일 거야. 숫자 가 좀 많아서 문제긴 하지만 철태 오빠까지 가세한다면 생각보다 훨씬 쉽게 쓸어버릴걸?”
“그렇군요.”
영식은 그녀의 여유로운 표정이 이 해간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 나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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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러니까 어서 이 안마기를 손에 들고 내게……
끼익.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길드 하우스의 문이 열리며 키가 2미터는 넘을 듯한 거한이 안으로 들어왔다.
거구를 남김없이 감싸는 칙칙한 색 의 풀 플레이트 메일. 얼굴 전체를 덮고 있는 헬름. 사람 키만 한 크기 를 가진 그레이트 소드를 등에 메고 있는 사내였다.
“철태 오빠!”
“우와! 정말 철태 오빠야?! 잘 다 녀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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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플레이트 메일을 입은 사내의 등장에 채린과 유나가 자리에서 벌 떡 일어서며 그를 향해 다가갔다.
영식은 고개를 돌려 그 사내를 바 라보았다. 한철호와도 약간 닮은 분 위기를 풍기는 사내였다.
“오랜만이구나.”
얼굴 전체를 가린 헬름에서 중저음 의 목소리가 홀러나왔다. 철태는 손 을 들어 자신에게 안긴 채린의 머리 를 쓰다듬어주었다.
“아, 안녕 채린아. 유나야. 자, 잘 지냈어?”
단정해 보이는 갈색 머리칼을 어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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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지 기른 여인이 철태의 뒤에서 빼 꼼 고개를 내밀며 조심스러운 목소 리로 입을 열었다. 그녀는 어딘가 위축된 표정으로 연신 주변의 두리 번거리고 있었다.
“소림 언니!”
채린은 활짝 미소를 지으며 철태의 뒤에 있는 그녀를 끌어안았다. 소림 은 적극적인 채린의 행동에 움찔 몸 을 떨었지만 이내 상냥한 미소를 지 으며 그녀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저 사람이 정소림이라고?’
영식은 살짝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 정으로 채린을 끌어안고 있는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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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바라보았다. 등 뒤에 기다란 창 한 자루를 매고는 있었지만 전사라 는 이미지는 조금도 홀러나오지 않 는 소심해 보이는 여인이었다.
‘분명 정소림이라면……
영식은 전에 들었던 말을 떠올리며 눈살을 찌푸렸다.
정소림.
레벨 97의 강력한 소환자로서 ‘학 살의 마녀’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광기에 찬 전투를 보여준다고 하는 여인이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보이는 그녀는 광기에 찬 전투는커녕 벌레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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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혼자서 죽이지 못할 것 같은 소 심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껄껄껄. 다들 잘 지냈느냐.”
소림의 뒤를 이어 가슴까지 회색 수염을 기른 한 늙은 소환자가 길드 하우스 안으로 들어왔다. 자글자글 한 주름에 안자해 보이는 인상을 가 진 노인의 등 뒤에는 한 자루의 장 궁이 매여 있었다.
“아, 황현 할아버지!”
“그래, 그래. 여전히 활기찬 모습이 구나, 유나야.”
황현이라 불린 노인은 입가에 잔잔 한 미소를 지으며 유나의 어깨를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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볍게 두드렸다.
황현.
현재 살바토르 길드원들 중 가장 연장자이며 겉보기와는 달리 무서울 정도로 정확한 활솜씨를 가진 레인 져 클래스의 소환자였다.
“윽……. 이채린.”
마지막으로 문을 닫고 들어온 것은 채린처럼 중학생 정도로 되어 보이 는 어린 소년이었다. 흑발의 미소년 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그 소년은 마치 역겨운 무언가를 봤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리며 채린을 노려보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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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영! 뭐야 그 표정은!”
채린은 자신을 보며 얼굴을 일그러 트리는 소년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한태영이라 불린 소년은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그녀에게 답했다.
“뭐긴 뭐야, 오랜만에 널 만나니까 짜증이 치솟아 오른다는 의미지.”
“이익! 뭐라고?!”
한태영의 공격적인 말에 채린이 발 끈해서 그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한 태영을 향해 거칠게 소리쳤다.
“이 반푼이 힐러가!”
“흥! 반푼이인 건 너도 마찬가지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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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무식한 마법사야!”
태영과 채린은 서로의 이마를 맞대 며 당장이라도 싸울 듯이 으르렁거 렸다.
그런 그들 보며 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영식에게 한성이 다가왔다.
“하하. 걱정하지 마세요. 평소에도 늘상 저러니까요.”
“음. 사이가 좋지 않은가 보네요.”
영식은 서로 으르렁거리고 있는 태 영과 채린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 다. 한성은 어깨를 으쓱이며 그의 말에 대답했다.
“글쎄요? 오히려 사이가 좋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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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있죠.”
“좋을 리가 없잖아!”
나지막한 한성의 말에 태영과 채린 이 동시에 소리쳤다. 영식은 호오, 하고 감탄사를 홀리며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원정 중에 급히 불러들여서 죄송 해요.”
소란스러운 소리에 밖으로 나온 티 리아가 상냥한 미소를 머금은 채 입 을 열었다.
그녀를 본 박철태는 깊게 허리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길드장님의 부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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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달려와야지요.”
박철태는 특유의 중저음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티리아는 씁쓸한 미 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렇게 여러분들을 급히 불러들인 이유는…… 들어서 알고 있으시겠 죠‘?”
그녀의 말에 무거운 침묵이 길드 하우스에 내려앉았다. 라이트 실드 길드의 잔당을 처리하는 것에 긴장 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길 드의 재화들을 흡수한 후, 그 뒤에 있을 ‘계획’에 마음이 무거워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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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
“길드장님을 위해서라면, 제 목숨 은 조금도 아깝지 않습니다.”
박철태는 한쪽 무릎을 꿇으며 딱딱 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마치 진 짜 기사라도 되는 것처럼 절제된 동 작이었다.
“자네들이 이번에 새로 들어왔다는 신입들이군. 반갑네. 황현이라고 하 네.”
영식 일행에게 다가온 황현이 한 손을 내밀었다. 영식과 길수, 아라는 차례대로 그의 손을 잡으며 인사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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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태가 저렇게 행동하는 것도…… 우리가 어떤 일을 겪고, 무엇 때문 에 이렇게 무모한 계획을 실행하려 고 하는지 그대들이 이해하지 못할 것이란 걸 아네.”
황현은 안자한 목소리로 나긋나긋 말을 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대들이 모르는 것 도, 함께 있으면서 차차 깨달아 갈 것이라고 생각하네.”
그는 그렇게 말하며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
“허허. 사실 이렇게 말하지만 목숨 을 길드에 바쳐달라는 말과 전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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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지 않네. 그만큼 위험한 일이니 까.”
“괜찮습니다. 각오한 일이니까요.”
영식은 덤덤한 목소리로 그의 말에 대답했다. 황현은 씨익 미소를 지었 다. 가슴까지 기른 그의 회색 수염 이 가늘게 떨렸다.
“고맙네. 자네와는 좋게 지낼 수 있을 것 같군.”
황현은 껄껄 웃음을 터트리며 몸을 돌렸다.
영식은 한 곳에 모인 살바토르 길 드원들을 바라보았다. 딱히 불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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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느껴지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호감이 느껴질 정도로 좋은 사람들 이었다.
‘다 모였군.’
영식의 눈이 차갑게 빛났다. 지금 그에게는 살바토르 길드원이 감동의 상봉을 했다는 것도, ‘계획’을 위해 결사의 각오를 다지는 것도 마음에 절실히 와 닿지는 않았다.
‘한철호가 수집했다는 블랙큐브.’
영식의 입가가 비틀어 올라갔다. 블랙큐브는 그가 제작한 기계에 구 조 파악을 사용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엄청난 양의 경험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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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었다.
‘우선 블랙큐브부터 손에 넣는다.’ 영식은 그렇게 생각하며 날카롭게
눈을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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