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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머신-34화 (34/284)

레벨업 머신 034화

해방시켜 (2)

“ 네놈들은……

유나는 검자루에 손을 가져가며 딱 딱하게 굳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녀는 험상궂은 인상을 가진 사내 에 대해서 익히 알고 있었다.

“홍승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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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혐오스럽다는 눈빛으로 사 내를 노려보았다. 사내는 낄낄 웃음 을 터트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야, 살바토르 주요 간부 최유나 님께서 이런 하찮은 소환자를 기억 해주시다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

그는 입가를 이죽거리며 그렇게 말 했다. 그의 말을 들은 유나의 표정 이 거칠게 일그러졌다.

“너 같은 쓰레기에 대해서는 모를 수가 없지. 초보 소환자들 등쳐 먹 는 쓰레기 같은 놈‘.”

“하하하! 등을 처먹다니, 너무하네. 난 소환자들에게 인생의 쓴맛을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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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시켜 준 것뿐이야.”

홍승걸은 낄낄 웃음을 터트리며 그 렇게 말했다. 그의 말을 들은 유나 는 입술을 깨물며 입을 열었다.

“인생의 쓴맛이라고? 개 같은 소리 하지 마. 너 때문에……!”

그녀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유나와 홍승걸이 서로 알게 된 계 기는 한 여인 때문이었다. 초보 소 환자 시절 라이트 실드 길드의 꾐에 넘어간 그 여인은 노예로 팔려나가 사창가를 전전하다 극적으로 살바토 르 길드에 의해서 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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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에게 사정 설명을 들은 유나는 미친 듯이 분노했고, 당장이라도 라 이트 실드 길드를 박살내자고 티리 아에게 제안했다. 그리고 실제 토벌 대가 구성되어 홍승걸이 이끄는 부 대와 접전을 벌인 적도 있었다.

과거 살바토르 길드는 라이트 실드 길드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 로 강대한 세력을 가지고 있었다.

홍승걸은 그녀를 피해 다급히 다른 도시도 도망가야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살바토르 길 드에 내분이 일어나게 되면서 더 이 상 홍승걸의 추격도, 척살도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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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게 되자 홍승걸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벨렌으로 돌아온 것이 다.

“쯧쯧, 어디 그렇게 병신 같은 생 각으로 오지랖을 피우니 길드가 그 꼴이 됐지.”

“이 새끼가!”

홍승걸은 조롱하는 듯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그의 말을 들은 유 나는 당장이라도 그를 찢어죽일 것 처럼 험악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내 디뎠다. 그런 그녀의 어깨를 한성이 붙잡았다.

“진정하세요, 유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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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살핀 배한성의 얼굴은 딱딱 하게 굳어 있었다.

‘숫자가 너무 많아.’

그들을 둘러싼 라이트 실드 길드원 의 숫자는 얼추 잡아도 50명 이상 이었다. 게다가 그들이 풍기는 기세 를 보니 대충 끌어 모은 소환자들이 아닌 라이트 실드 길드의 주축을 담 당하고 있는 강력한 정예처럼 보였 다.

‘대체 어떻게?’

배한성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 로 홍승걸을 바라보았다.

홍승걸은 라이트 실드 길드의 일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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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부장에 불과했다. 벨렌에서야 꽤 나 강자일지 모르지만 북방경계선 쪽으로 가면 거들떠보지도 않을, 그 저 그런 정도의 소환자였다.

그런 그가 어떻게 이런 라이트 실 드 길드의 정예 병력을 움직일 수 있단 말인가? 이 정도 병력은 길드 장이 직접 움직이지 않으면 움직일 수가 없었다.

“잠깐, 설마……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배한성은 창 백하게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 다.

그때, 그들을 포위한 라이트 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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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원 사이에서 바위를 깎아 만들 어낸 것 같은 묵직한 분위기를 풍기 는 거한이 천천히 걸어왔다. 그의 손에서는 새하얀 빛이 은은히 흘러 나오는 커다란 방패가 쥐어져 있었 다.

그의 모습을 본 배한성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한철호! 라이트 실드의 길드장이 왜 여기까지……!”

한성의 말에 유나의 표정도 새파랗 게 질리기 시작했다.

한철호. 랭커에 거의 근접했다고 알려진 강력한 소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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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길?

유나는 다급한 표정으로 주위를 두 리번거렸다. 주변을 둘러싼 50여 명 의 라이트 실드 길드원들과 한철호.

도저히 빠져나갈 구멍이 보이지 않 는 엄청난 병력이었다.

‘한철호가 없다고 해도 이길 가능 성이 희박한데!’

아무리 그녀와 채린, 배한성이 모 두 80레벨이 넘는 강력한 소환자들 이라고 하더라도 50여 명이 넘는 라이트 실드 길드원을 상대로 정면 대결을 펼치는 것은 정신 나간 짓이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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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기에 한철호까지 더해지 게 되면, 도망갈 가능성조차 없어진 다.

“……한성아.”

유나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한성 에게 입을 열었다. 한성은 꿀꺽 침 을 삼키며 그녀에게 시선을 돌렸다.

“채린이에게 마법 준비하라고 시 켜. 그리고 포위망이 약한 쪽을 노 려서 마법을 쓰고…… 다들 데리고 도망쳐.”

“……죽을 생각이십니까?”

한성은 용납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유나를 바라보았다. 유나는 희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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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를 입가에 머금은 채 입을 열었 다.

“우리에게는 티리아 언니를 위해서 할 일이 남아 있잖아.”

“하지만……

“부탁할게.”

유나는 단호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 했다. 그녀의 말에 한성은 거칠게 입술을 깨물었다.

“알겠…… 습니다.”

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 였다.

“네가 최유나란 년이로군. 네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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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해서는 몇 번 소문을 들은 적 있 다.”

한철호는 다른 사람들은 거들떠보 지도 않고 바로 최유나를 향해 시선 을 돌렸다. 그는 유나의 양손에 쥐 어진 붉은색 쌍검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게 바로 A급 레어 아이템인 홍 련의 쌍검이군.”

그는 욕망으로 이글거리는 눈빛으 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한철호는 무언가를 수집하는 것에 굉장히 집착하는 성격이었다. 별로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는 잡템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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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마음에만 들면 무조건 수집하고 봤다. 그런 그에게 있어서 A급 레 어 아이템인 홍련의 쌍검이라는 것 은 아주 탐나는 먹잇감이었다.

“역겨운 눈으로 내 아이를 노려보 지 말아줄래?”

유나는 표독스럽게 말하며 쌍검을 움켜쥐었다.

그녀의 몸 주변에 뜨거운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블레이즈 오라. 그녀가 가진 히든 클래스, 블레이즈 워리어가 가진 특 수 스킬이었다.

“채 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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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가 전투 준비를 하고 있는 사 이 어두운 표정을 지은 한성이 채린 에게 다가갔다. 그는 침착한 목소리 로 채린에게 계획을 알려주었다.

그의 말을 들은 채린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오 빠...?”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성을 바라보았다. 한성은 딱딱하 게 굳은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저었 다.

“미안해. 지금 상황에서 다른 방법 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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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웃기지 마! 어떻게, 어떻게 유 나 언니만 내버려두고 도망칠 수 있 어!”

그녀는 인정할 수 없다는 듯이 그 의 옷을 움켜잡으며 거칠게 소리쳤 다. 그녀의 눈가에서 투명한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한성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그녀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그는 무언가 말 하기 위해 입을 열려고 했다.

“남자는 모두 죽이고 여자들은 사 로잡아!”

하지만 한성이 입을 열기도 전에, 홍승걸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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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령을 들은 라이트 실드 길드원들 은 욕망이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달 려들기 시작했다.

“읏……!”

유나는 달려드는 라이트 실드 길드 원들을 바라보며 짧은 침음을 삼켰 다. 그녀는 거칠게 발을 굴러 달려 들고 있는 라이트 실드 길드원을 막 아섰다.

“한성아……!”

그녀는 애타는 목소리로 한성을 불 렀다. 한성은 다급한 표정으로 채린 의 어깨를 붙잡았다.

“채린아,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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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간절한 표정으로 그녀의 이름 을 불렀다. 지금 상황에서 유일한 돌파구를 마련해 줄 수 있는 것은 채린의 폭발 마법밖에 없었다.

채린은 창백하게 질린 표정으로 고 개를 저었다.

“나, 난……

“부탁할게. 이대로라면 모두 죽는 다는 것 정도는…… 너도 알고 있잖 아.”

U 99

한성은 절박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 했다. 그의 말을 들은 채린은 굳게 입을 다문 채 눈을 내리깔았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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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 다.

“흐윽. 왜, 왜 우리는 항상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 거야……? 우리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는데.”

한성은 그녀의 말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는 입술을 깨문 채 거칠게 주먹을 움켜쥐었다.

“……마법을 준비해줘.”

한성은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로 그 렇게 말했다. 채린은 눈물을 흘리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성은 영식을 향해 고개를 돌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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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모두 유나 씨 뒤에 숨어 계시다가 신호를 하면 도망쳐주세요. 저랑 유 나 씨가 최대한 막아보겠습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라이트 실드 길드원들을 홀로 막아서고 있는 유 나를 향해 치유 마법을 사용했다. 그녀의 몸에 자잘하게 생기던 생채 기들이 사라지며 움직임이 한층 더 빨라졌다.

화르르륵!

“아아아악!”

“크윽! 이 썅년이!”

포위망을 유지한 채 10명 정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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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원만 달려들던 라이트 실드 길드 원의 입에서 다급한 외침이 홀러나 왔다.

놀랍게도 유나는 10명이 넘는 길 드원을 상대로 한 치도 물러서지 않 고 오히려 그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과연, 소문 이상의 강함이군.”

그런 그녀의 모습을 여유 있게 지 켜보고 있던 한철호는 입가에 만족 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 였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하면서도 그의 표정에는 조금의 걱정스러움도 묻어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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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했다. 그가 데려온 길드원들은 하나같이 길드의 주요 핵심 멤버였 다. 지금 당장은 최유나 하나에게 밀리는 것처럼 보여도 그녀가 길드 의 정예 멤버를 상대로 단신으로 이 길 수 없다는 것은 그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마음에 드는 년이야.’

한철호는 눈을 빛내며 그의 길드원 들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유나를 바라보았다.

홍승걸과 달리 여자를 품는데 큰 욕심이 없는 그였지만 전신에 불꽃 을 두르며 쌍검을 휘두르고 있는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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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모습을 보니 욕심이 생기기 시 작했다.

“헤헤. 저년이 마음에 드십니까, 형 님?”

그의 눈빛을 읽은 홍승걸이 다가와 허리를 숙였다. 한철호는 자존심도 없이 허리를 굽실거리는 홍승걸을 바라보며 살짝 눈살을 찌푸렸지만, 이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 다.

“그래, 마음에 드는군.”

“흐흐흐. 그럼 조금만 기다리십시 오. 오늘밤은 아주 찐하게 즐기실 수 있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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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걸은 비열한 미소를 입가에 머 금은 채 그렇게 말했다. 한철호는 그런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짧게 혀 를 찼지만 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 다. 그녀에 대해 욕심이 있는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열 명이나 되는 놈들이 뭘 그렇게 고전하고 있어! 빨랑 그년을 잡으라 고!”

홍승걸은 유나와 싸우고 있는 길드 원들을 향해 괜히 소리 질렀다.

그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눈빛 으로 홍승걸을 노려보았지만 대놓고 반항을 할 수는 없었다. 어쨌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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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지부장 위치에 있는 높은 간부였 으니까.

“빨리..”

라이트 실드 길드원들과 싸우고 있 던 유나는 초조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무리 90레벨이 넘는 높은 레벨을 가지고 있는 그녀라고 하더 라도 이 정도의 인원을 상대로 혼자 버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조금이라도 빨리 채린의 마 법이 완성되어 다른 사람들이 이곳 을 빠져나가기를 바랐다.

‘나는 어떻게 되도 상관없으니까.’

이번 싸움에 패배해 그들에게 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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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히게 된다면 얼마나 비참한 미래 가 기다리고 있을지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유나는 그 모든 것 을 알고 있음에도 잔잔한 미소를 입 가에 머금었다.

‘꼭 언니의 바람을 이뤄줘.’

그녀는 배한성을 향해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자신의 앞을 막아선 라 이트 실드 길드원의 몸에 쌍검을 쑤 셔 넣었다. 끔찍한 비명소리와 함께 살이 불에 타들어가는 메케한 냄새 가 사방에 퍼져나갔다.

“난…… 괜찮으니까.”

그녀는 자신에게 최면을 걸 듯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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렇게 중얼거렸다.

사실, 괜찮을 리가 없었다. 그녀도 고통과 절망을 느끼는 인간이었다.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 끔찍한 미래 를 상상하면 당장이라도 몸을 돌려 혼자서라도 도망가고 싶은 것이 사 실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녀는 뒤로 물러설 수 없었다. 그녀에게는 설사 자신이 절망의 구렁텅이로 떨 어진다고 하더라도 이루고 싶은 목 표가 있었으니까.

‘이럴 줄 알았으면 한 번이라도 경 험을 해볼 걸 그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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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이제까지 지켜왔던 순결이 이렇게 허무하고, 처참하게 짓밟힐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듯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 였다.

“블레이드.”

철컥.

영식의 낮은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 에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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