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머신-35화 (35/284)

레벨업 머신 035화

해방시켜 (3)

쿵!

묵직한 소리와 함께 영식의 등 뒤 로 강렬한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그의 몸이 하나의 총탄이 된 듯 앞 으로 쏘아졌다. 영식은 유나를 둘러 싸고 있는 한 사내의 몸을 향해 거 칠게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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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검.’

철컥!

블레이드의 길이가 순간적으로 1미 터까지 길어지며 사내의 몸을 베어 갔다. 사내는 갑작스러운 영식의 기 습에 대처하지 못하고 그의 검을 허 용했다.

푸욱!

“크헉!”

아무리 영식에 비해서 레벨이 높다 고 할지라도 거의 최대 출력으로 사 용한 부스터의 가속도에, 레벨 2로 강화된 블레이드의 공격력을 견딜 수는 없었는지 사내의 몸이 블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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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에 깊게 베어나가며 뒤로 튕겨져 나갔다.

“뭘 혼자서 멋진 척 폼을 잡고 있 습니까?”

영식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눈빛 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유나는 얼 떨떨한 표정으로 영식을 바라보았 다.

“뭐, 뭐하는 짓이야. 한성이 옆에 붙어 있으라고 했잖아!”

그녀는 다급한 목소리로 영식에게 소리쳤다. 영식은 그런 그녀의 말에 깊은 한숨을 내쉬며 라이트 실드 길 드원을 향해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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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 씨를 그런 사람으로 보진 않 았는데, 조금 실망이네요.”

영식은 차가운 목소리로 그렇게 말 하며 자세를 취했다. 그런 그의 모 습에 라이트 실드 길드원들은 기가 차다는 듯이 영식을 노려보았다.

“저놈이 미쳤나……

“남자들은 그냥 죽여도 된다고 했 으니 죽여 버려!”

그들은 딱 봐도 아이템 하나 걸치 지 않은 초보 소환자로 보이는 영식 이 갑작스럽게 끼어들자 거칠게 얼 굴을 일그러트리며 그렇게 소리쳤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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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들을 향해 둥그런 얼음 덩 어리가 날아왔다.

“아이스 붐!”

영식이 앞으로 달려간 사이 마법을 준비하고 있던 아라는 망설이지 않 고 바로 라이트 실드 길드원을 향해 마법을 쏘아 보냈다. 손톱만한 얼음 알갱이들이 그들을 휩쓸었다.

“이것들이……

하지만 역시 레벨의 격차가 너무 컸던 탓일까. 갑작스러운 기습으로 공격을 성공했던 영식과 달리 아라 의 공격은 그들에게 큰 피해를 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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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발악을 하는구만.”

그런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홍승 걸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50레벨도 넘어 보이지 않는 소환자들이 필사 적으로 발버둥을 치는 모습은 우습 게 느껴졌다.

홍승걸은 고개를 살짝 들어 그들을 포위하고 있는 길드원들에게 눈짓을 보냈다. 다섯 명의 길드원이 더 나 서서 그들에게 다가갔다.

“아니, 내가 직접 가지.”

“예? 구, 굳이 형님이 직접 가실 필요는……

한철호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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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걸이 당황한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다. 지금 이곳에 모인 부하들만 50명이 넘었다. 그것도 다들 최소 레벨이 50 이상은 되는 길드의 정 예들이었다.

최유나가 90레벨이 넘는 강력한 소환자라고 하더라도 이 정도 숫자 면 굳이 한철호나 홍승걸이 직접 나 설 필요도 없었다.

“건방지게 나대지마라, 홍승걸.”

“……예, 옛!”

한철호는 홍승걸을 살짝 노려본 후 다시 유나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한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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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한철호 를 바라보며 창백하게 질린 표정을 지었다. 3대 길드 바로 아래에 있는 6강 길드의 길드장인 그에 대해서는 그녀도 익히 소문을 들어 알고 있었 다.

광휘의 방패라는 A급 레어 아이템 을 사용하며, 인간이라고는 믿어지 지 않는 무식한 체력과 힘을 가진 사내. 다른 무기 없이 오로지 방패 만으로 상위 소환자들 중 당당히 이 름을 올리고 있는 소환자였다.

평소라면 그와 싸우는 것에 전혀 두려움을 느낄 그녀가 아니었지만 지금은 50명이 넘는 소환자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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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러싸인 상황이었다. 한철호의 참 전이 얼마나 절망적인 일인지는 굳 이 생각해 볼 필요도 없었다.

“크읏.”

그녀는 침음을 삼키며 영식에게 고 개를 돌렸다.

“……부탁할게. 내가 한철호를 상 대하는 동안 시간을 벌어줘.”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부탁을 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만큼 지금 상황은 절망적이었으니까.

“하앗!”

유나는 거칠게 발을 굴러 한철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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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해 달려들었다. 그녀의 발걸음에 따라 불의 길이 만들어졌다.

한철호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방패 를 들었다.

“정말 마음에 드는 년이로군. 넌 좀 오랫동안 즐길 수 있겠어.”

“닥쳐, 이 발정난 새끼야!”

한철호와 유나의 격돌이 시작됐다. 영식은 그런 그들의 전투를 곁눈질 로 살펴보았다.

‘……차원이 달라.’

지금 영식의 입장에서는 감히 끼어 들 틈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격렬 한 전투였다. 영식은 침음을 삼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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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싸움에서 시선을 돌렸다.

지금 자신은 다른 라이트 실드 길 드원을 상대하는 것만으로 벅찼다.

‘벅찬 정도가 아니지.’

영식은 자신을 향해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내들을 바라보며 주먹 을 움켜쥐었다. 사실 그의 전력으로 그들을 상대하는 것은 자살이나 다 름없는 일이었다.

영식은 초조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 라보았다.

‘하다못해 구조 파악을 할 수 있는 시간이라도 있다면…… 영식은 던전에서 미리 보안 레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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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하지 않고 나온 것을 후회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일촉즉 발의 상황에 구조 파악을 사용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흥, 건방진!”

아라의 공격을 막아낸 라이트 실드 길드원이 영식을 향해 달려들었다. 영식은 블레이드를 들어 그들의 앞 을 막아섰다.

카앙!

“크으!”

그에게 휘둘러지는 검을 막은 영식 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침음이 홀러 나왔다. 스톤 골렘의 공격을 정면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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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막은 것 같은 막대한 충격이 그 의 전신을 뒤흔들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본 사내는 씨익 입가를 비틀었다.

“더블 스트라이크!”

사내의 검이 순간적으로 두 갈래로 나누어져 영식을 공격했다. 영식은 다급한 표정으로 부스트를 정면 방 향으로 사용하여 뒤로 물러났다.

“같잖은 재주를 가지고 있는 놈이 구만!”

사내들은 영식이 도망칠 수 없도록 그를 둘러싸고 공격을 퍼붓기 시작 했다. 한 명의 소환자도 상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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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와중에 다수의 공격을 받고 영 식이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퍼억!

“커 헉!”

덥수룩하게 수염이 나 있는 사내가 휘두른 메이스에 정통으로 맞은 영 식의 몸이 뒤로 튕겨져 나갔다. 다 른 사내가 바닥에 쓰러진 영식에게 다가왔다.

“그러니까, 쪼렙이면 깝치지 말고 찌그러져 있어야지!”

퍽!

그는 마치 공을 걷어차는 것처럼 영식의 머리를 거칠게 걷어찼다.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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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의 고개가 획 돌아가며 그의 몸이 바닥을 굴렀다. 그렇게 바닥을 구른 영식의 몸은 몇 번 움찔거리더니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여, 영식아!”

그 모습을 본 아라가 다급한 표정 으로 지으며 영식에게 다가가려 했 다. 그런 그녀의 어깨를 한성이 붙 잡았다. 그는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 로 영식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리커버리!”

그의 손에서 홀러나온 빛이 영식에 게 흘러들어갔다.

하지만 바닥에 쓰러진 영식은 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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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 의식을 잃어버렸는지 일어서지 않았다. 아라와 길수는 초조한 표정 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움직이지 않는 영식을 가만히 내려 다보던 한성의 표정이 거칠게 일그 러졌다. 그는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 빛으로 라이트 실드 길드원들을 향 해 걸어갔다.

“이놈들이 감히……

그는 평소에 보여주던 온화한 모습 과는 달리 야차처럼 ■흉포한 분위기 를 흘리며 그들을 노려보았다. 그의 기세에 사내들은 흠칫 몸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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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 홍! 고작해야 힐러 혼자 뭘 할 수 있다고!”

그들은 순간적으로 몸을 떨었다는 것이 부끄러웠는지 거친 목소리로 그렇게 소리쳤다. 10명이 넘는 라이 트 실드 길드원들이 배한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홀리 스트라이크!”

배한성은 성직자 클래스에는 몇 없 는 공격 마법을 사용하여 그들에게 대항했다. 그런 그의 앞을 길수가 막아섰다.

하지만 상황은 점점 더 살바토르 길드에게 불리하게 기울었다. 애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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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숫자 자체가 너무 격차가 심하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때 였다.

“익스플로전!”

콰아아아아앙!

“아아아악!”

“미, 미친!”

계속해서 캐스팅을 이어나가고 있 던 채린이 드디어 마법을 사용했다. 곧 어마어마한 폭발이 주변을 휩쓸 었다. 포위망을 펼치고 있던 스무 명의 소환자가 그녀의 공격에 휩쓸 려 즉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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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악, 하악.”

“지금입니다!”

이때를 기다리고 있었던 배한성은 거친 숨을 몰아 내쉬고 있는 채린을 짊어지고는 길수와 아라에게 외쳤 다. 길수는 영식을 데려가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그럴 시간 없어요!”

한성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래도 그를 두고 갈 수는 없네!”

길수는 그렇게 말하며 라이트 실드 길드원들이 혼란에 빠진 틈을 타 바 닥에 쓰러진 영식을 들쳐 멨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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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이런 혼란 속에서도 한철호와 싸 우고 있는 유나를 바라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빨리요!”

한성은 다시 한 번 그에게 소리쳤 다. 길수는 눈을 질끈 감고는 채린 의 마법으로 인해 뚫린 포위망 쪽으 로 달려갔다.

“아아, 거기까지. 어딜 가시려고 그 래?”

그런 그들의 앞을 홍승걸이 막아섰 다. 비록 홍승걸은 탐욕스럽고, 추악 한 인간일 지라도 생사를 넘나들며 수많은 전투를 해온 경험 많은 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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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였다.

그는 채린이 마법을 사용하려는 모 습을 누구보다 빨리 캐치하고 다급 히 도망가 있었다.

“읏……!”

홍승걸이 앞을 막아선 사이, 하나 둘 정신을 차린 라이트 실드 길드원 이 다시 포위망을 만들었다.

한성의 표정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크으. 실물로 보니 진짜 끝내주는 군.”

홍승걸은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아 라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는 자신의 무기인 할버드를 집어 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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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을 핥았다.

“후딱 끝내버리고 즐겨보자고.”

그의 말에 채린의 공격에서 살아남 은 라이트 실드 길드원들도 입가에 짙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 다.

아라는 그런 그들을 혐오스럽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홍승걸이 발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 ? ?

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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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파수가 맞지 않는 라디오에서 흘 러나오는 듯한, 잡음 섞인 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영식은 몽롱한 정신 속에서 천천히 눈을 떴다.

거대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게 펼쳐진 기계 장치의 산이 보였 다. 그의 발아래 밟힌 기계는 무참 히 짓이겨지고, 망가져 있었다. 그는 그 금속의 산의 정상에서 몸을 일으 켰다.

치지직.

시야에 노이즈가 생기며 기계 장치 의 산에는 어울리지 않는 존재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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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눈에 비쳤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길수의 모습 이, 피를 흘리며 거친 숨을 몰아 내 쉬고 있는 한성의 모습이,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고 있는 채린의 모습 이, 새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몸을 떨고 있는 아라의 모습이, 방패에 맞고 튕겨져 나가고 있는 유나의 모 습이 보였다.

치직.

다시 한 번 노이즈가 생겼다. 거대 한 기계 장치의 산은 사라졌고, 주 변의 풍경이 선명하게 그의 눈에 비 쳤다. 처참한 상태인 길드원들의 모 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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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으……

영식의 입에서 끊어질 듯이 희미한 신음소리가 홀러나왔다. 그의 몸이 격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영식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땅을 짚고 자리 에서 일어섰다.

치직.

[주변의 위험을 감지하였습니다.]

영식의 귓가에 익숙한 기계음이 흘 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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