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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머신-10화 (10/284)

레벨업 머신 010화

대륙으로 (3)

영식은 갑작스럽게 그들에게 다가 온 여우 눈의 사내를 경계 어린 시 선을 바라보았다.

사내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의 말에 대답했다.

“전 52회 차 소환자인 정찬혁이라 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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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회 차면…… 언제부터 이 세계 에 오신 거죠?”

영식은 가늘게 눈을 뜨며 그에게 물었다.

정찬혁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그의 물음에 대답했다.

“보통 2?3개월 주기로 소환자들이 소환됩니다. 그리고 각 소환자들은 서부, 동부, 남부 순으로 번갈아가며 들어가게 되죠.”

“그럼…… 오신 지 2년이 좀 안 되셨겠군요.”

영식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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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못해도 10년 전부터 계 속해서 사람들이 소환되었다는 얘기 군.’

그렇게 전부터 지구인들이 소환되 기 시작했다면 지금처럼 세력을 일 구고 ‘길드’라는 시스템을 적립한 것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예. 정확히는 1년 9개월 차네요.”

“흐음……. 그래서 저희에게는 무 슨 용무시죠?”

영식은 경계 어린 시선을 거두지 않으며 그에게 물었다.

정찬혁은 영식의 뒤에 있는 서아라 를 힐끔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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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느다란 그의 눈이 순간적으로 빛 나는 것이 보였다.

“당연히 훌륭한 인재를 길드로 영 입하기 위해서죠. 주변에 보시다시 피 그런 사람들이 꽤 많을 겁니다.”

그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저희 라이트 실드는 6강 길드 중 하나이며 여타 길드와 달리 가족처 럼 편안한 관계를 추구하고 있습니 다. 처음 이 세계에 적응해야 하는 소환자에게는 안성맞춤인 길드죠.”

“..으 ”

..M三

정찬혁의 말을 들은 영식은 가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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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다.

아까부터 꽤나 신경 쓰였던 것을 영식은 입에 담았다.

“아까 전부터 3대 길드니 6강 길 드니 하는데, 정확이 그게 뭐죠?”

“아……. 하하. 내 정신 좀 봐. 솔 직히 그렇게 말해서는 잘 모르셨겠 죠.”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현대 동부 대륙에서는 가장 강한 세력을 가진 3개의 길드가 있습니 다. 이게 바로 3대 길드지요. 아까 전에 소란을 일으켰던 백검 강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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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그 3대 길드 중 하나인 레비아 탄의 멤버입니다.”

정찬혁은 나긋한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갔다.

“그 3대 길드는 동부에 있는 국가 들도 함부로 손을 댈 수 없을 정도 로 큰 세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도 국가가 있나요?”

“예. 물론이죠. 현재 동부에는 엘노 트, 마르시아, 익시스 3개의 왕국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여기는 엘노 트 왕국 최동부에 있는 벨렌이라는 항구 도시입니다.”

그의 말에 영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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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원래 이 세계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도 있다 했으니 국가가 있 는 거야 당연했다.

지구인들이 10년도 더 전에 이 세 계에 도착했다고는 하지만 지금 주 변에 보이는 도시와 문명을 만들 정 도로 세력을 만들어내지는 못했을 테니까.

이런 문명은 짧게는 수십 년, 길게 는 수백 년의 시간동안 가다듬어져 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었다.

“……신기하네요. 어떻게 이곳에 온 지 10년 밖에 안 된 지구인들이 국가도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을 쌓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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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었던 거죠?”

영식을 날카롭게 눈을 빛내며 그에 게 물었다.

빛의 구체의 말에 따르면 이 세계 의 원주민들과 몬스터들도 똑같이 ‘레벨’이라는 시스템을 부여받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원래부터 이 세계에 정착 하고 있던 원주민들이 더욱 강할 것 이 분명할 텐데 어떻게 10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지구인들의 세력이 그렇게 커질 수 있었는지 이해가 되 지 않았다.

“그 이유는 꽤 간단합니다. 지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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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의 제한 레벨의 평균이 이곳 원주 민들보다 월등히 높거든요.”

“아?

“보통 지구인들이 ‘적응’의 과정을 거치면 평균적으로 30정도가 됩니 다. 하지만 이 세계의 원주민들은 보통 제한 레벨이 10정도죠. 아, 물 론 그렇다고 해서 원주민들이 전부 약하다는 건 아닙니다. 그중에서도 레벨 100이 넘는 ‘랭커’급 원주민도 종종 있으니까요.”

그는 친절한 말투로 조목조목 이유 를 설명해 주었다.

그의 말을 들은 영식의 표정이 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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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하게 일그러졌다.

‘그럼 나는 평균보다도 훨씬 아래 인가.’

그의 레벨 제한은 15.

원주민에 비해서는 그나마 높다지 만 지구인들의 평균에도 미치지 못 하는 낮은 수치였다.

“레벨의 힘이 그렇게 대단합니까?”

영식은 처음 적응을 했을 때부터 쭉 궁금했던 것을 그에게 물었다.

그의 말에 여우 눈의 사내는 쓴웃 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기본적으로 레벨만 높아도 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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력, 마력, 기본 스탯이 모두 올라가 거든요. 물론 무조건 레벨이 높다고 이기는 건 아니지만 레벨이 높은 쪽 이 유리한 것은 사실입니다.”

레벨이라는 것은 격투기로 치면 미 들과 헤비의 차이라고 할 수 있었 다.

기술로 그 격차를 좁히지 못할 것 은 없었지만, 동일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면 체격이 큰 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으음. 그럼 높은 레벨의 소환자가 저레벨 소환자들을 한 번에 쓸어버 릴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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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에 따라 다르죠. 하지만 레벨 이 어지간히 높지 않은 이상 일방적 인 학살은 불가능합니다. 100레벨이 넘는 랭커들도 군대를 혼자서 쓸어 버리거나 그런 건 할 수 없어요.”

“아하.”

영식은 날카롭게 눈을 빛내며 고개 를 끄덕였다.

그의 머릿속에 대충 이 세계의 세 력 구도와 레벨이 가진 힘 그리고 그 한계에 대에 감이 잡혀가는 느낌 이 들었다.

‘레벨 차가 있다고 절대 못이기는 건 아닌 것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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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게임의 경우 레벨 차이가 심 하면 아예 공격 자체가 들어가지 않 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사실상 기술이나 물 량, 전략에 상관없이 렙 높은 존재 가 있는 쪽이 승리하게 되어버리는 데 다행히도 그런 것은 아닌 것 같 았다.

“그런데 그 랭커라는 건 뭐죠?”

“레벨 100이 넘는 소환자 중에서 유명한 사람을 그렇게 부릅니다. 3 대 길드 같은 초대형 길드에서도 손 에 꼽을 정도의 숫자밖에 없는 희귀 한 존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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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설명에 영식은 고개를 끄덕였 다. 확실히 레벨 시스템이 있는 세 계다 보니 랭커라는 개념이 생겨나 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자, 그럼 이제 제 쪽에서 질문 드 려도 괜찮을까요?”

정찬혁은 친절한 미소를 입가에 머 금은 채 그렇게 물었다.

이제까지 영식의 일방적인 질문에 대답만 한 것 치고는 이상할 정도로 친절한 반응이었다.

“예, 말씀하세요.”

“여러분들을 라이트 실드 길드에 영입하고 싶습니다. 제한 레벨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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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관없이 레벨을 올린다는 것 자체 가 굉장히 위험한 일이거든요. 저희 길드에 들어오신다면 30레벨 정도 까지는 안전하게 레벨 업을 해드릴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레벨 올리는 게 위험 합니까?”

“예. 레벨을 올리는 데는 꽤나 많은 방법이 있는데, 그중에 가장 일반적 인 건 몬스터를 잡는 겁니다. 나중에 야 개인적인 수련이 경험치를 더 주 긴 하지만 초반에는 수련보다 몬스 터를 잡는 게 훨씬 빠르니까요.”

그렇게 말한 정찬혁은 살짝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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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튜토리얼에서도 느끼셨겠 지만 몬스터는 지극히 위험한 생물 입니다. 오크보다 훨씬 무서운 존재 들도 지천에 널렸죠. 그런 몬스터들 을 잡는 건 개인의 힘으로 결코 쉽 지 않죠.”

“……약한 몬스터만 잡아서 올리면 되지 않습니까?”

“하하.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 을까요. 몬스터와 레벨 차가 어느 정도 나게 되면 더 이상 경험치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그런 편법은 통하지 않습니다.”

그의 말에 영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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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차이가 심한 몬스터에게 경험 치를 받지 못하는 것은 게임으로 치 면 그리 드문 이야기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계속해서 강한 몬스터를 잡아야 한다는 말이 되는군.’

영식은 깊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생 각에 잠겼다.

그의 말대로라면 확실히 지금 3명 이서 움직이는 것보다 길드의 도움 을 받아 레벨 업을 하는 것이 훨씬 더 안전하고, 효율적이었다.

‘30레벨이라……

영식은 그가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다고 말한 레벨을 떠올리며 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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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을 지었다.

자신의 제한치보다 높은 레벨이었다.

“한 번 레벨 제한치가 정해지면 변 하지 않습니까?”

“ O.”

M..?

그의 말에 정찬혁은 애매한 표정을 지으며 말끝을 흐렸다.

“수련을 반복하거나 특별한 아이템 을 얻으면 오르는 경우는 있습니다. 실제 현재 랭커 중에서도 불사(不 死) 백강현도 처음에는 레벨 제한이 고작 60에 불과했다고 전해지니까 요. 하지만 그런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실제 한 번 정해진 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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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제한에서 더 높아지는 경우는 거 의 없어요.”

그의 말을 들은 영식은 깊은 한숨 을 내쉬었다.

15레벨에 불과한 그의 제한치를 올리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았다.

‘그래도 가능성이 제로는 아니니 까.’

영식은 일단 가능성이 제로가 아니 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정찬혁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그의 제안은 매력적이었다.

이곳에 막 떨어진 초보 소환자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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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천운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 닐 정도였다.

하지만.

‘뭔가 수상하단 말이지……

영식은 날카롭게 눈을 빛내며 정찬 혁을 바라보았다.

그는 친절했다. 문제는 너무 친절 하다는 점이다.

아무리 길드원을 영입하려 한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까지 타인에게 친 절할 필요성은 없었다.

‘게다가 레벨 제한과 클래스도 묻 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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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정찬혁과 대화를 통해 이 세 계에서 레벨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아직은 잘 몰라도 클래스도 분명 중요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는 마치 그런 것에는 전 혀 관심이 없다는 듯이 그들을 길드 에 영입하려 하고 있었다.

단순한 호의라고 생각하기엔 너무 나도 수상쩍은 일이었다.

‘가능성이라고 한다면.’

영식은 고개를 돌려 아라를 바라보 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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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도, 클래스도 따지지 않겠다면 사람 그 자체를 원한다는 의미였다.

서아라 정도의 미녀라면 이런 귀찮 은 일을 해가면서까지 손에 넣으려 고 한다고 해도 이해할 수 있었다.

“다른 두 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 요‘?”

정찬혁은 고민에 잠겨있는 영식이 입을 열기도 전에 길수와 아라를 향 해 시선을 돌렸다.

그들은 망설이는 표정으로 영식을 힐끔힐끔 보았다.

“하하. 그렇게 부담 갖지 말고 생 각해 주세요. 지금 당장 결정하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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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다면 여기 연락처가 있으니 나 중에라도 찾아와 주세요.”

“……감사합니다.”

영식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가 내민 연락처라는 것을 받아들였다. 새하 얀 바탕에 황금색 방패의 문양이 그 려진 패였다.

“저희 길드 지부로 오셔서 이 패를 보여주시면 제게 안내해 줄 겁니다. 그럼, 좋은 대답 기다리고 있겠습니 다.”

정찬혁은 그렇게 말한 후 미련 없 다는 표정으로 다른 소환자들을 향 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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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은 그런 그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어떻게 생각하나? 난 좋은 제안이 라고는 생각하는데.”

그의 옆에 다가온 길수가 눈을 반 짝이며 말했다.

“……그런데 조건이 너무 좋은 것 같지 않나요? 레벨 제한이랑 클래스 도 하나도 물어보지 않았잖아요.”

서아라는 영식과 같은 생각을 했는 지 의심스럽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영식은 길수와 아라의 말에 대답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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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않고 깊게 생각에 잠겼다.

그는 정찬혁에서 받은 새하얀 패를 빤히 내려다보았다.

‘이상해.’

영식은 깊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그 렇게 생각했다.

이상했다.

왠지 느낌이 몹시 좋지 않았다. 아 무리 생각하려고 해도 그냥 호의라 고 하기에는 너무나 배려심이 깊었 다.

‘혹시?’

영식은 자신이 가진 ‘구조 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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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을 사용했다.

-띠링.

[해당 물품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 에 구조 파악을 사용할 수 없습니 다.]

“끄응……

영식은 아쉽다는 눈빛으로 새하얀 패를 바라보았다.

그때 였다.

-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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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물품에 대한 확인 시도를 감지하였습니다.

-보안 레벨 1단계에 해당하는 스 캔 기능을 활용하시겠습니까?

그의 머릿속에 익숙한 기계음이 들 렸다. 영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해당 물품에 레벨 1단계 스캔을 시도합니다.

-스캔이 성공하였습니다. 미량의 에너지가 감지되었습니다.

u O

?x.?

영식의 머릿속에 새하얀 패에 대한 정보가 흘러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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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모습은 전혀 이상할 것 없는 패 였지만 황금 방패 문양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에너지가 서려 있었다.

‘이 세계에서 에너지라면……

영식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이 세계에서 에너지라고 할 수 있 는 가장 기초적인 것, 그것은 바로 마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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