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머신-11화 (11/284)

레벨업 머신 Oil화

성장의 가능성(1)

정찬혁이 건네준 패에 미약하지만 마력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한 영 식의 표정이 거칠게 일그러졌다.

“왜 그러나?”

길수는 그런 영식을 향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2/29

영식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 다.

“……아뇨. 걱정했던 게 들어맞았 을 뿐입니다.”

영식은 그렇게 말하며 정찬혁에게 받은 새하얀 패를 바닥에 버렸다.

그 모습을 본 아라가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무슨 일인데? 수상쩍은 점이 많다 고는 하지만 굳이 버릴 필요까지

“저 패에 그려진 문양에서 마력이 감지 됐어.”

3/29

그의 말에 길수와 아라는 표정을 굳혔다.

영식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정확히 어떤 마법이 걸려 있는지 는 알 수 없지만…… 아마 우리 위 치를 추적하는 종류일 거야.”

“……일종의 명함처럼 쓰인다고 했 으니 위조를 막기 위한 마법일 수도 있지 않은가?”

“설사 그렇다고 해도 위험 요소가 있는 이상 패를 가지고 갈 수는 없 습니다.”

4/29

영식은 단호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 했다.

그의 말에 길수는 끄응, 침음을 삼 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다른 사람을 쉽게 의심하지 않는 성격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수상한 것을 신뢰하지는 않았다.

“……대체 그럼 목적이 뭐였을까?”

아라는 이해할 수가 없다는 표정으 로 눈살을 좁혔다.

길드의 영입을 하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면 그렇게 번거로운 일을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5/29

솔직히 말해서 이번에 정찬혁과의 대화를 통해 영식 일행이 얻은 정보 는 지금 그들이 가진 골드를 모두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쉽게 얻을 수 없는, 아주 귀중한 정보들이었다.

그런 정보를 초보 소환자들에게 남 김없이 제공해 주면서까지 집요하게 노리는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영식과 길수는 그런 아라를 바라보 며 허탈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왜 정찬혁이 이런 번거로운 짓을 하면서까지 그들을 속이려고 하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6/29

“ 그야?

“아라 널 노리고 그런 거겠지.”

“나?”

영식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엄청나게 예쁘니까.”

영식은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딱히 사심이 들어간 것도 아닌, 객 관적인 사실을 말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말의 영향력은 결코 적 지 않았다.

아라의 뺨이 붉어졌다.

7/29

이제까지 예쁘다는 말은 질릴 정도 로 들어온 그녀였지만 이렇게 부끄 럽고 묘하게 몸이 뜨거워지는 기분 을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일단 이곳에서 벗어나자. 우리가 패를 버렸다는 걸 알면 따라올 수도 있어.”

길수와 아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영식은 처음 그들이 소환된 장소에 서 어느 정도 외곽진 곳에 여관을 잡았다.

1인실은 4실버, 2인실은 6실버가 들었다.

1골드가 100만 원의 가치가 있다

8/29

고 했을 때 그렇게 낮지도 높지도 않은 적당한 가격이었다.

‘다행이 소환자들에게 가격을 후려 치거나 하지는 않는군.’

영식은 아라를 빤히 바라보며 헤벌 쭉 입을 벌리고 있는 여관 주인을 바라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여관 주인은 지구인이 아니라 이 세계에 원래부터 살고 있는 원주민 이었다.

소환자가 처음 나타나는 도시인만 큼 아무것도 모르는 소환자들의 등 을 처먹지는 않을까 했는데 그건 아 닌 것 같았다.

9/29

‘하긴.’

한동안 생각에 잠겨 있던 영식은 이내 납득이 간다는 듯이 고개를 끄 덕였다.

정찬혁의 말에 따르면 지구에서 온 소환자들은 여기에 사는 원주민들 보다 월등히 높은 평균 레벨을 가진 다고 했다.

섣불리 등을 처먹다가 나중에 레벨 을 올린 소환자들이 복수라도 했다 가는 일이 여간 복잡해지는 것이 아 닐 것이다.

‘이 세계의 치안이 한국처럼 좋을 리도 없고.’

10/29

한국에서야 복수한다고 칼부림을 했다가는 바로 잡혀 가겠지만 이 세 계는 그 정도로 치안이 좋지 못했 다.

자칫 잘못한다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가?”

길수와 영식이 사용하는 2인실에 일행이 모두 모이자 길수가 영식을 향해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리며 물 었다.

이제 영식이 그들을 이끄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한 말투였다.

“우선…… 레벨업을 통해서 전력을

11/29

강화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o 으’’

? n ?

그의 말에 길수는 짧은 침음을 삼 켰다.

아직 레벨업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감이 잘 잡히지 않았다.

“우리들끼리 몬스터를 처치하는 것 은 좀 위험하지 않겠나?”

“괜히 악의를 가진 사람들과 엮이 는 것보다는 덜 위험하겠죠.”

영식은 정찬혁을 떠올리며 가늘게 눈을 떴다.

12/29

“생각해 보세요. 아무것도 모르는 햇병아리들이 천 명이나 이 세계에 나타난 겁니다.

흑심을 품는 사람이 없을 리가 없 잖아요.”

“……그렇긴 하지.”

아라는 영식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일하는 업계에서도, 아니 어떤 일을 하더라도 처음 들어온 신 입을 속여 이익을 취하려는 사람은 부기지수로 많았다.

그들은 가진 정보가 없으니 속이기 쉽고, 힘도 약했기 때문이었다.

13/29

“그런 의미에서 저희도 어느 정도 는 힘을 갖춰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길드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들어갈 생각입니다.”

“호오. 영식 군은 길드에 큰 관심 이 없는 것 아니었나?”

그의 말에 영식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관심의 문제를 떠나서 좋은 길드 가 가진 이점은 앞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집단이 가진 힘은 무시할 수 없었다.

길드처럼 체계적인 집단에 몸을 담 으면 그만큼 이 세계에서 잘 적응할

14/29

수 있을 확률이 비약적으로 올라갔다.

“문제는 좋은 길드를 구하는 거지 만…… 그건 나중에 생각하도록 하 죠.”

영식은 쓴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 했다.

사실 아라의 경우는 좋은 길드를 구 하는 것에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다.

외모나 몸매를 떠나서 히든 클래스 와 무려 91의 레벨 제한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확신할 순 없지만 가장 세력이 강 하다는 3대 길드에서도 쌍수를 벌려 아라를 환영할 것이라고 영식은 생

15/29

각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영식과 길수는 별로 눈여겨 볼 인재가 아니었다.

길수는 평균보다 레벨 높긴 하지만 그렇게 큰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었 고, 영식의 경우 평균보다 오히려 낮았다.

히든 클래스를 가지고 있기는 했지 만 생산직이다 보니 그렇게 선호를 받을지도 의문이었다.

‘그것도 기계공학자라니……

영식은 자신의 클래스가 마음에 들 지 않는다는 듯이 깊은 한숨을 내쉬 었다.

16/29

자신의 몸이 정체를 알 수 없는 기계로 되어 있으니 그런 클래스를 받은 것만 같았다.

‘뭐, 그래도 난 내가 가진 능력을 사용하면 되니까.’

영식에게는 레벨, 클래스와는 무관 한 그만의 힘이 있었다.

오히려 앞에 있는 두 가지 요소를 압도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강력한 힘이.

아직 제대로 다룰 수 있는 건 로 켓펀치뿐이지만 나중에 상위 보안 레벨을 해방하는 방법을 찾는다면 더욱 강해질 것이다.

17/29

그리고 그렇게 하다 보면 언젠 간…….

‘기억을 찾을 수 있겠지.’

영식은 이전에 떠올랐던 짧은 기억 빼고는 아직도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하며 쓴 웃음을 지었다.

“그럼 바로 내일부터 몬스터를 사 냥할 생각인가?”

길수가 물었다.

영식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뇨. 일단 며칠간은 주변에 있는 몬스터의 정보를 모으며 각자 사냥

18/29

에 필요한 무기나 스킬을 손에 익히 는 시간을 갖을 생각입니다.”

“좋은 생각이로군. 몬스터는…… 그 정찬혁이란 사내 말대로 오크만 있는 게 아니겠지?”

길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영식은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 덕였다.

“예. 만약 북방에서 몰려온다는 몬 스터들이 오크만 있었다면 소환자들 이 10년간 북방을 정벌 못 한 것도 우스우니까요.”

“하아. 다른 몬스터들은 얼마나 강 할지 좀 걱정스럽네.”

19/29

“일단 되도록 잡아 본 경험이 있는 오크부터 사냥을 시작할 생각입니 다.

자신보다 레벨이 낮은 몬스터를 잡 으면 경험치를 얻을 수 없다고 하지 만 어차피 영식 일행은 모두 다 1 레벨이 었다.

벌써부터 경험치 을 필요는 없었다.

“후우……. 그럼 끝나고도 그 돼지 하는 거야?”

아라가 질린다는 물었다.

페널티에 구애받 결국 튜토리얼이

괴물하고 싸워야

표정으로 그렇게

20/29

그녀의 말에 영식은 피식 웃음을 홀렸다.

“그래도 전하고는 상황이 다르잖 아.”

“아…… 그랬지.”

아라는 그제야 자신이 프로스트 메 이지라는 클래스를 얻은 것과 레벨 이라는 개념이 생겼다는 것을 깨달 았다.

“스킬 한번 사용해 볼래?”

“알았어.”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 손을 들어올렸다.

21/29

“아이스 에로우.”

-슈우우욱.

짧은 말과 함께 허공에 얼음 결정 이 뭉쳤다. 허공에 뭉친 얼음 결정 은 화살의 형태로 변했다.

“ 와아?

그녀는 자신이 만들고나 서도 믿기 지 않는다는 듯이 손 위에 둥둥 떠 있는 얼음 화살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만든 얼음 화살에는 차디찬 냉기가 풀풀 흘러나오고 있었다.

원래 가장 기초 스킬 중 하나인 얼음 화살은 이 정도로 냉기를 풀풀

22/29

풍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프로스트 메이지라 는 히든 클래스의 효과로 냉기 계열 마법에 추가 대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강력한 냉기를 뿜어 내는 것이다.

프로스트 메이지의 경우 추가 대미 지뿐만 아니라 냉기 계열 마법에 필 요한 마력 감소, 상위 등급의 냉기 마법을 일반 마법사보다 빨리 배울 수 있는 등 장점이 많은 좋은 클래 스였다.

그녀가 레벨과 스킬 숙련도를 높인 다면 냉기 계열 마법 쪽에서는 그녀 를 상대할 소환자는 거의 없을 것이

23/29

다.

“후훗. 이제 나도 미끼역할에서 벗 어날 수 있겠네.”

그녀는 조금 두근거린다는 표정으 로 그렇게 말했다.

그녀의 말에 영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스킬이라는 게 생겼으니 전 보다 수월하게 오크들을 사냥할 수 있을 거야.”

“으음. 나도 한번 시험해 봐야 겠 구만.”

길수는 상태창을 열어 자신의 스킬 들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24/29

전사 스킬들이 대부분 무기와 함께 사용해야 하는 스킬이 많아서 지금 방 안에서 쓸 수 있는 것은 하나 밖에 없었다.

“ 벌크업.”

길수가 전사 계열 버프류 스킬의 이름을 입에 담자 그의 몸이 살짝 부풀어 올랐다.

길수는 자신의 몸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힘이 전신에 끓어오르는 감각을 느꼈다.

“오오……. 이거 신기하구만.”

“영식이 익힌 스킬은 어때?”

25/29

아라는 눈을 반짝이며 그에게 물었다.

영식은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 다.

“거의 다 제조하고 재료를 얻는데 중점을 둔 것 같던데.”

“아…… 그러고 보니 전투계열 클 래스가 아니라고 했지.”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런데 기계를 만들 수 있다면 엄 청 좋은 거 아니야? 이 세계에는 기계가 없어 보이니까……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며 그렇게 말 했다.

26/29

그녀의 말에 영식은 한숨을 내쉬었 다.

“기계가 없으니까 더 문제지……. 구조 파악이란 스킬은 기계에밖에 사용이 안 되는데 기계라곤 눈을 씻 고 찾아도 찾을 수가 없어서 쓸 수 도 없어.”

기계에만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인 데, 이 세계에는 기계가 없었다.

스킬 숙련도를 올리기 위해서는 자 신이 제조한 아이템에 구조 파악을 사용해서 숙련도를 올려야 하는 골 때리는 상황인 것이다.

27/29

그의 말에 방 안에 묘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아라와 길수는 서로를 힐끔 거리며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 표정으로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왜 그래?”

영식은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둘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그게……

“오, 오해는 하지 말아줘.”

길수와 아라는 당황스러운 표정으 로 크흠, 하고 헛기침을 했다.

영식의 의아함이 점점 더 커져갔다.

28/29

아라는 꿀꺽 침을 삼키고는 조심스 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기계…… 라면 영식의 몸에 시험 해봐도 되는 거 아니야?”

“아.”

그녀의 말에 영식의 입에서 짧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이 세계에 소환되어 정신이 없는 와중에 깜빡 잊어버리고 있었지만.

그의 몸은 피륙이 아닌 기계로 이 루어져 있었다.

29/29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