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징 패스트볼-135화 (135/296)

135화 와일드카드 경쟁 01

경기 직후.

데릭 지터와 제레미가 뉴욕 언론과 짧은 인터뷰를 가졌다.

“지터, 오늘 경기에서 가장 좋지 않았던 것은 어떤 것인지 말해 주시죠.”

리포터의 물음에 지터가 어깨를 으쓱했다.

“가장 좋지 않았던 것은 우리가 킴을 만났다는 사실입니다. 메이저리그 그 어느 팀도 킴을 만나는 것을 반가워하지 않죠.”

“선수들의 플레이는 정상이었단 말씀이십니까?”

지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우리 플레이는 잘못된 것이 없었습니다. 다들 경기에 집중했고, 최선의 플레이를 보여 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결과가 좋지 못했죠. 그뿐입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경기 가장 뛰어난 선수를 한 명 뽑아주시죠.”

“답이 정해진 질문 아닐까요?”

김민의 68구 완봉승은 이미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정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지터는 누가 대답해도 같은 대답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리포터가 재빨리 질문을 정정했다.

“아! 양키스에서 가장 좋은 플레이를 펼친 선수를 질문드린 겁니다.”

지터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 물음이라면 대답할 수 있죠. 오늘 경기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는 아이작이었습니다. 그는 상대 투수가 누구인지 상관하지 않고 자신의 피칭을 가져갔습니다. 킴을 상대로 평정심을 유지한 채 마운드에 서는 것, 그것 자체가 최고의 플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오늘 선발로 나섰던 아이작을 칭찬하는 것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두 번째로 인터뷰에 나선 제레미는 지터보다 짧고 직설적이었다.

“오늘 좋지 않았냐고요? 당연합니다. 아주 좋지 않았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유는 하나입니다. 킴을 만났기 때문이죠.”

지터도 제레미도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을 김민에게 돌렸다.

“다음번에 다시 킴을 만난다면 어떻게 될까요?”

“생각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디비전 시리즈에서 만난다면…….”

“디비전 시리즈라고요?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제레미는 지터나 토린 감독과 달리 탬파베이가 플레이오프에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반기는 막 시작했을 뿐입니다. 탬파베이가 디비전 시리즈에 나갈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왜 그럴 일은 없다고 말씀하신 건가요?”

제레미가 마이크 쪽으로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탬파베이가 동부지구에 속해 있기 때문입니다.”

아메리칸 리그 동부지구.

2000년대 초반 이곳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곳이었다.

이곳을 뚫고 플레이오프에 올라간 팀들은 높은 확률로 월드시리즈 정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지구가 과열되어 있다는 것은 한 가지 큰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와일드카드 경쟁에서 불리하다는 것이었다.

“탬파베이는 탱킹(시즌 포기)하는 팀이 많이 있는 서부지구나 중부지구 2위 팀에게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제레미는 의외로 냉철하게 상황을 바라보고 있었다.

탬파베이에서 이 상황을 깨닫고 있는 단 한 명이었다.

그는 바로 김민이었다.

“오늘 이기긴 했지만 와일드카드 순위는 바뀌지 않았다. 2002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팀은 어디였지?”

그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양키스? 아니야. 양키스는 2001년 월드시리즈에서 실패한 뒤 한동안 우승을 하지 못했어. 시애틀이나 오클랜드도 아니고. 어디였지?”

미간을 좁힌 순간 어렴풋이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 와일드카드 우승팀이 월드시리즈에서 격돌했어!”

김민은 정확한 팀의 이름을 생각해 내지 못했지만, 와일드카드로 올라온 두 팀이 월드시리즈에서 맞붙었던 시리즈라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내셔널 리그는 어느 팀이지?”

그는 내셔널 리그 순위를 확인하곤 미간을 좁혔다.

“자이언츠 아니면 다저스, 하지만 다저스는 이 시기 월드시리즈 진출이 없어.”

김민이 기억하는 다저스의 월드시리즈는 최근(2017년)이었다.

“다저스는 아니고, 그렇다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인가?”

그가 알고 있는 대로 역사가 흘러간다면 내셔널 리그에서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올라오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아메리칸 리그는…….”

중요한 것은 탬파베이가 속한 아메리칸 리그.

“지금 와일드카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팀은 우리 팀과 보스턴 그리고 애너하임과 시애틀이다. 하지만 보스턴과 시애틀이 우승했다는 기억은 없다. 그렇다면 애너하임인가?”

탬파베이가 다른 경쟁 팀들을 제치고 월드시리즈에 올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꺾는다면 이는 역사가 바뀌는 것이었다.

‘너무 크게 역사가 바뀌는 것은 아닐까? 아니야. 탬파베이를 시카고 불스처럼 만들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강하게 치고 나가야 해.’

그는 이번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 * *

김민은 양키스를 68구로 제압한 뒤 주가가 폭등했다.

같은 리그가 아닌 내셔널 리그 팬들조차 이제는 김민을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의 반열에 올렸다.

“올스타 브레이크가 막 끝났을 뿐인데 2년 연속 15승이야.”

“킴이 제2의 마스터(그렉 매덕스)가 될 수 있을지도 몰라.”

“난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킴의 평균자책점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현실은 반대군. 오히려 더 떨어지고 있어.”

김민의 평균자책점은 믿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이대로 시즌이 끝난다면 MVP도 노려볼 수 있단 말이지.”

앞서 여러 번 설명했지만, 메이저리그는 투수 MVP에 박했다.

그 이유는 최고의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이영상이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압도적이지 않다면 MVP는 타자에게 돌아가는 것이 보통이었다.

김민이 아메리칸 리그 MVP를 수상한다면 그것은 그가 시즌 내내 압도적인 피칭을 보여 주었다는 뜻이었다.

“킴의 다음 상대는 어디지?”

“텍사스.”

“쉽지 않은 팀이군.”

“그래, 투수진은 약하지만 에이로드가 이끄는 타선은 만만치 않아.”

텍사스 원정 경기.

메이저리그 팬들은 김민의 평균자책점이 소폭 상승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김민은 텍사스 원정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평균자책점을 더욱 끌어내렸다.

“믿을 수 없군. 텍사스의 더위를 이겨냈어.”

“더위를 먹은 건 킴이 아니라 텍사스 타자들이었어.”

“그러고 보니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16이닝 연속 무실점이야.”

“올스타 브레이크 전은 어떻고? 벌써 23이닝 연속 무실점이라고.”

김민은 연속 이닝 무실점이라는 또 하나의 기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서는 미소를 찾을 수 없었다.

“3승 6패. 좋지 않은 정도가 아니야. 이대로라면 보스턴에게도 따라잡히겠어.”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의 최근 페이스는 전반기와 달리 크게 떨어져 있었다.

양키스에게 당한 1승 2패는 그렇다고 해도 시애틀에게 당한 1승 2패는 그냥 넘길 수 없었다.

게다가 시애틀은 와일드카드 경쟁 팀이었기 때문에 1패가 단순한 1패가 아니었다.

텍사스와 시리즈도 좋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김민이 호투하며 첫 경기를 잡았지만, 내리 두 경기를 내주면서 무너지고 말았다.

“스윕은 당하지 않았지만, 3연속 루징 시리즈야.”

블렛소 투수 코치는 로테이션이 꼬인 것이 루징 스리즈의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반 감독에게 투수진의 부진을 이렇게 설명했다.

“후반기 우리는 2-3-1-4-5로 로테이션을 시작했습니다. 휴식일이 하루 있긴 했지만 지금도 로테이션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반면 다른 팀들은 1-2-3-4-5번으로 시작했습니다. 킴이 선발 등판하는 경기를 제외하곤 상대가 우세를 가져가고 있습니다.”

이반 감독은 어떻게든 로테이션을 조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트리플A에서 임시 선발을 하나 올리는 건 어떨까? 휴식일과 합친다면 로테이션을 1-2-3-4-5로 되돌릴 수 있을 텐데…….”

“생각해 보지 않은 건 아닙니다. 하지만 홀먼이 허락해 줄까요?”

메이저리그에 마이너리그 선수를 콜업한다는 것은 단순히 2군 선수를 하루 올리고 내리는 것이 아니었다.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선다는 것은 돈과 직결되었다.

콜업 보너스, 최저 연봉 보장, 메이저리그 25인 로스터 추가.

모든 것이 돈이었다.

이반 감독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스몰마켓이란 힘들군.”

뉴욕 양키스가 같은 상황이었다면 그들은 망설이지 않고 마이너리그 선수를 메이저리그로 콜업해 선발 로테이션을 조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는 그러한 방법을 쉽게 사용할 수 없었다.

“이렇게 되면 타순을 조정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겠군.”

탬파베이 코칭 스탭은 타력으로 부족한 투수력을 메우려 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잘 통하지 않았다.

“타자 친화적인 구장에서 9이닝 동안 3점밖에 뽑지 못했군.”

“오히려 잘 치고 있던 브라이튼의 밸런스가 깨지고 말았습니다. 타순을 되돌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반 감독이 고개를 끄덕이며 타순 조정 실패를 인정했다.

“그렇게 해야 할 것 같군.”

탬파베이는 타순을 복구한 뒤 2차전에서 11-4로 대승했다.

하지만 3차전 박빙의 상황에서 로버트가 블론 세이브를 범하면서 시리즈를 1승 2패로 마치고 말았다.

4연속 루징 시리즈.

와일드카드 순위는 어느새 1위에서 4위까지 하락하고 말았다.

“킴은 잘해 주고 있는데 탬파베이 순위는 점점 내려가고 있어.”

“전반기 탬파베이가 너무 좋았던 거야. 렉터나 클락 같은 투수들이 10승에 근접했잖아. 명백한 오버 페이스였다고.”

“맞아. 두 선수의 클래스는 딱 10승이지. 15승을 넘볼 수 있을 정도는 아니야.”

렉터와 클락은 잇단 패배로 지난해로 회귀한 듯한 기록을 보여 주고 있었다.

“5선발인 설리반도 부진해.”

“선발 1년 차 영건.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부진한 건 크게 이상한 일이 아니야.”

“그러고 보니 탬파베이 투수진 중 잘나가는 건 킴 하나뿐이군. 이래서는 팀이 이길 수가 없지.”

현재 김민은 연속 경기 무실점 이닝을 32이닝까지 늘린 상황이었다.

“요즘 탬파베이 경기는 킴의 등판 경기만 시청하게 된다니까.”

“내 친구 중 탬파베이 팬이 있는데 킴 등판 경기만 트로피카나 필드를 찾는다고 하더라.”

메이저리그 팬들은 탬파베이라는 팀보다는 운영의 마술사 김민을 더 주목했다.

7월 31일 토요일.

김민은 볼티모어전에 선발 등판했다.

“킴, 볼티모어를 상대로 시즌 17승에 도전합니다.”

“7월에 17승 도전. 대단합니다. 8월과 9월에 2승씩만 거둬도 가볍게 20승을 넘을 수 있습니다.”

탬파베이 팬들은 팀 순위가 떨어지면서 김민에게 점점 더 포커스를 맞추고 있었다.

“킴이 오늘 완봉을 거둔다면 41이닝 무실점이야. 대단한 기록이지.”

“메이저리그 기록은 얼마였지?”

“오렐 허샤이저의 59이닝.”

“이번 경기를 완봉으로 끝내면 킴도 역대 10위 안에는 들겠지?”

“어이, 어이. 역대 기록은 그렇게 쉽게 깨지지 않는다고 오늘 완봉승을 거둔다고 해도 무리야.”

김민이 연속 이닝 무실점 기록 탑 10에 들기 위해서는 13이닝이 더 필요했다.

“오늘 못하면 다음 경기까지 완봉으로 접수하면 되는 거야.”

“음, 그게 가능하다면 정말 대단할 거야. 연속 이닝 무실점 기록은 대부분 투고타저 리그에서 쓰였거든.”

오렐 허샤이저가 59이닝 신기록을 작성한 1988년은 메이저리그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진 첫해였다.

절대적인 투고타저 리그.

그 아래 기록들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 투고타저 리그에서 나온 기록이었다.

반면 2002년 리그는 아직 타고투저였다.

김민이 타고투저 리그에서 연속 이닝 무실점 신기록을 쓴다면 그것은 페드로 마르티네스의 1999년 기록 이상이었다.

1회 초.

김민은 세 타자를 유격수 플라이를 포함한 범타로 간단히 끝냈다.

“킴, 세 타자를 가볍게 잡아냅니다.”

“사이영상은 이미 주머니에 들어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페드로의 평균자책점이 2점대로 돌아선 이상 킴에게 적수가 없습니다.”

김민은 다승에서 마린, 지뉴와 경쟁하고 있었지만, 평균자책점에서 두 선수를 압도하고 있었다.

메이저리그 패널들은 이변이 없는 한 김민이 아메리칸 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할 것이라고 보았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트리플 크라운입니다.”

김민은 지난 시즌보다 삼진 능력이 향상되었지만, 맞춰 잡는 경기가 많아 삼진에서는 경쟁자들을 따돌리지 못하고 있었다.

2회와 3회 김민은 연속해서 타자들을 범타로 잡아냈다.

“킴! 연속 이닝 신기록을 35이닝까지 늘였습니다!”

“대단한 피칭입니다. 탬파베이 수비수들도 킴이 등판한 날은 뛰어난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이어진 4회 초.

김민의 계속될 것 같은 연속 이닝 신기록이 중단되고 말았다.

“에릭이 킴을 상대로 좌측 펜스를 넘기는 홈런을 터트렸습니다.”

35와 2/3이닝.

김민의 연속 이닝 무실점은 여기서 중단되고 말았다.

그러나 그의 무실점 기록은 시즌 최장 기간이었으며, 메이저리그 전체의 주목을 받았다.

“35와 2/3이닝에서 기록이 끝이 났습니다. 하지만 김민은 이번 투구로 아메리칸 리그 최고의 투수가 누구인가를 증명해 보였습니다.”

김민은 홈런을 맞은 뒤 다음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이닝을 마쳤다.

“킴, 안타깝게 되었어.”

김민은 스미스의 위로에 모자를 벗었다.

“기록보다는 오늘 날씨가 더 신경 쓰여.”

경기 전, 트로피카나 필드의 냉방 장치가 2시간 정도 고장 나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그 덕분에 트로피카나 필드는 거대한 온실이 되어 있었다.

“경기 시작 전에 고쳤다고 했어. 조금만 지나면 나아질 거야.”

“그러길 바랄 뿐이야.”

김민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면서 주변을 살폈다.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야수들이 땀을 지나치게 많이 흘리고 있어. 우리 팀이 더위에 이렇게 약했었나?’

탬파베이 홈구장 트로피카나 필드는 돔구장으로서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했다.

덕분에 탬파베이 선수들은 북쪽에 위치한 다른 동부지구 팀들과 달리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

김민은 벤치에서 일어나 클럽 하우스로 향했다.

“킴, 어딜 가는 거야?”

클락의 물음에 김민이 손을 들었다.

“화장실.”

그러나 김민이 향한 곳은 화장실이 아니었다.

그는 클럽 하우스에서 휴대폰으로 엘린에게 전화를 걸었다.

“엘?”

“킴, 무슨 일이시죠? 지금 경기 중 아니었던가요?”

“알고 싶은 게 있어.”

엘린이 휴대폰을 고쳐 잡으면서 말했다.

“말씀하시죠.”

“우리 팀의 7월과 8월 원정 기록을 알고 싶어.”

“투수 쪽 기록 말씀입니까?”

“아니, 양쪽 모두.”

메이저리그 기록을 다루는 데 있어서는 엘린이 최고였다.

“결과를 이메일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부탁해.”

김민은 전화를 끊고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아웃 카운트가 하나밖에 남지 않은 건가.’

탬파베이의 공격은 예상보다 무기력했다.

6회까지 1-0 볼티모어의 리드.

“킴의 호투에도 불구하고 리드를 잡고 있는 것은 볼티모어입니다.”

“탬파베이 하락세가 뚜렷합니다. 킴의 등판 경기에서도 이기지 못한다면 스윕을 각오해야 할 것입니다.”

타선이 점수를 내지 못했지만, 김민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7회 초 세 타자를 상대로 삼진과 내야 플라이로 잡아냈다.

“킴은 흔들림이 없습니다. 7이닝 1실점, 오늘도 최고의 투구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제 탬파베이 타자들이 화답할 차례입니다.”

7회 말.

해설자의 말에 자극을 받은 것일까?

탬파베이 타선이 살아났다.

따악!

타구가 펜스를 직격했다.

“윌리엄의 2루타! 탬파베이 단숨에 동점 찬스를 잡습니다!”

다음 타자는 4번 타자 아울.

아울은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꽤 부진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코칭 스태프는 그의 어깨가 평소보다 일찍 열리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민의 생각은 달랐다.

‘어깨가 일찍 열려 결과가 좋지 않은 게 아니라. 컨디션이 좋지 않기 때문에 어깨가 일찍 열리는 거야.’

그는 그라운드가 아닌 더그아웃 한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27℃ 정상 기온으로 돌아왔어.’

다음 순간 경쾌한 타격음이 들려왔다.

딱!

“큽니다! 타구가 펜스를 향해 날아갑니다!”

아울의 타구는 좌측 펜스를 살짝 넘어갔다.

“홈런! 탬파베이! 동점이 아니라 역전입니다!”

“아울이 4번 타자다운 모습을 보여 주는군요.”

탬파베이의 공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8회 2점을 더 뽑으면서 경기는 4-1까지 벌어졌다.

“킴, 9회에도 마운드에 오릅니다.”

“투구수 81개입니다.”

평소라면 로버트에게 마운드를 넘겼을 상황.

그러나 오늘 김민은 자신의 손으로 승부를 내고자 했다.

‘오늘 경기에서 패하면 와일드카드 레이스서 완전히 탈락이다.’

그는 변수를 최대한 차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킴, 5번 타자 릴리아노를 상대합니다.”

릴리아노는 배트를 짧게 잡으며 스플리터를 노렸지만, 결국 삼진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이제 아웃 카운트 2개 남았습니다.”

6번 타자 고든.

그는 릴리아노와 다른 방식으로 찬스를 만들려고 했다.

“고든, 배터 박스에 바짝 붙었습니다.”

“여차하면 맞고 나가겠다는 뜻이군요.”

김민은 시즌 데드볼이 단 하나밖에 없을 정도로 뛰어난 제구력을 자랑했다.

고든의 시도는 안쪽 스트라이크존을 열어줬을 뿐이었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룩킹 삼진.

완투승까지는 이제 아웃 카운트 하나가 남아 있을 뿐이었다.

“토미 감독, 대타 카드를 꺼냅니다.”

“볼티모어의 루키 밀스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밀스는 초구를 노리고 강하게 배트를 휘둘렀다.

딱!

배트에 공이 닿는 순간 밀스는 장타를 예감했다.

‘좋은 느낌이야.’

그러나 느낌이 좋다고 항상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었다.

“머레이가 낙하지점에서 타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탬파베이 시프트가 다시 한번 루키 타자를 울리는군요.”

팡!

머레이는 공이 들어 있는 글러브를 높이 들며 경기가 끝났음을 알렸다.

“킴! 9이닝 1실점으로 완투승을 따냅니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이제 1.12입니다!”

“오늘도 대단한 투구였습니다. 탬파베이, 오늘 승리로 시즌 63승을 기록하며 와일드카드 레이스에 다시 이름을 올립니다.”

김민은 경기가 끝난 직후, 인터뷰룸 찾아가는 대신 노트북을 켰다. 그리곤 재빨리 엘린이 보낸 기록을 확인했다.

“그래, 이거야!”

김민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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