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징 패스트볼-134화 (134/296)

134화 슈퍼스타 콜 04

“6번 타자 포사다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포사다는 필요할 때 해 주는 선수죠. 그라면 이번 타석에서 킴과 탬파베이의 시프트를 깰 수 있을 것입니다.”

양키스 팬들은 포사다가 공격의 물꼬를 터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양키 타선이 강한 것은 상위 타선과 하위 타선의 구분이 없기 때문이야.”

“맞아. 포사다는 6번을 치고 있지만, 중위권 팀에서는 클린업을 칠 수 있는 선수라고.”

좌타석에 들어선 포사다.

“후…….”

그는 깊게 심호흡을 하고 배트를 들었다.

‘차라리 100마일(161km)을 던지는 투수였으면 좋겠어.’

코칭 스탭의 사인은 초구와 2구를 지켜보라는 것이었다.

포사다는 김민이 상대라면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킴은 수 싸움에서 지는 투수가 아니다. 그를 상대로 기다린다는 건 한쪽 팔을 내주고 전장에 들어서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슉!

초구는 바깥쪽 빠른 공이었다.

‘또 시작이군.’

이 공을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따라 다음 공의 달라졌다.

포사다는 배트를 내는 대신 몸을 살짝 숙였다.

공을 지켜보겠지만, 단순히 기다리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파앙!

미트에 들어온 공은 볼이었다.

‘역시 그랬군.’

포사다는 초구에 담긴 뜻을 이렇게 이해했다.

- 적극적으로 나오면 더 좋다.

‘기다리는 것이 답일까?’

어쨌든 카운트는 좋았다.

‘유리함을 최대한 살리자.’

포사다는 편파 판정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김민과 같은 괴물을 상대로는 심판도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슉!

두 번째 공도 바깥쪽이었다.

‘이건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공이다.’

포사다가 배트를 냈다.

탁!

배트에 맞은 공이 3루 라인을 벗어났다.

포사다는 공을 친 다음 미간을 좁혔다.

‘스플리터군.’

2구는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공처럼 보였지만 마지막 순간 아래로 떨어지면서 존을 벗어났다.

지터는 포사다의 파울을 보고 낮게 중얼거렸다.

“포사다는 패스트볼을 노리고 있군.”

그의 말을 들은 더글라스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

“킴이 상대라면 다 같은 마음 아니야? 패스트볼이 가장 만만하잖아.”

지터는 그 말을 듣는 순간 깨닫는 것이 있었다.

“다 같은 마음이라고……. 그래서 그랬던 것인가?”

그는 김민의 볼 배합을 어느 정도 집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킴은 타자들이 자신의 패스트볼을 노리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패스트볼을 던지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아니, 그는 주저하는 정도가 아니다. 시프트와 볼 배합으로 함정을 파고, 패스트볼이라는 미끼를 그 안에 던지고 있다.’

지터는 패스트볼이 아닌 다른 구종을 노리는 게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음 순간 포사다의 타구가 내야 안쪽으로 들어갔다.

딱!

“2루수!”

2루수 칼튼이 재빨리 이동해서 공을 잡아냈다.

포사다는 패스트볼을 2, 3루 방향으로 밀었지만, 그곳은 이미 시프트가 빡빡하게 이뤄진 상태였다.

“포사다 1루에서 아웃됩니다!”

“탬파베이가 강력한 시프트로 양키스 타자들을 막아섭니다. 토린 감독, 이쯤 되면 뭔가 대책을 내놓아야하지 않을까요?”

시프트를 깨는 방법은 간단했다.

시프트가 없는 곳으로 공을 보내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올스타 브레이크 때 에두아르도가 김민에게 시프트 공략에 대해 물은 적이 있었다.

당시 김민은 에두아르도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시프트를 깨기 위해서는 타격 스타일을 수정해야 합니다. 당겨 치는 타자는 밀어치는 법을 깨달아야 하고, 밀어치는 타자는 반대로 당겨 칠 줄 알아야 합니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두 가지를 다 잘하는 타자겠죠. 하지만 이런 타자는 메이저리그에도 흔치 않습니다.”

토린 감독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배터 박스 위치를 좀 조정할까?”

타격 스타일을 변화시킬 수 없다면 배터 박스의 위치를 조정해 당기고 미는 공을 바꿀 수 있었다.

하지만 김민처럼 뛰어난 제구력을 지닌 투수라면 위치 변화로 발생하는 약점을 파고들 수 있었다.

“보스턴에서 이미 실패한 전략입니다.”

“그들은 그것으로 킴을 잡으려 했기 때문에 실패한 거야. 시프트를 깨는 정도라면 괜찮지 않을까?”

토린 감독의 물음에 로마 타격 코치가 대답하려는 순간 7번 타자 홀랜드가 유격수 땅볼로 아웃되고 말았다.

“킴! 세 타자를 간단히 처리합니다.”

5이닝을 던진 현재 김민의 투구수는 41개에 불과했다.

“킴이 메이저리그 최소 투구수 완봉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을까요?”

“오늘 아주 적은 투구수를 기록하고 있지만, 그것까지는 힘들 겁니다.”

메이저리그 최소 투구수 완봉 기록은 바렛의 58개.

한 타자에게 대략 2.14개의 공을 던진 것이다.

현재 김민의 페이스는 바렛의 기록에 미치지 못했다.

타자 한 명당 2.7개.

물론 지금의 페이스도 대단한 것이었다.

그는 모든 타자를 삼구삼진으로 처리할 때보다 더 적은 공을 던지고 있었다.

6회 초.

2사 주자 없는 상황.

카운트는 1-2.

지터는 집중력을 잃지 않고 4구를 밀어 쳤다.

따악!

날카로운 타구가 유격수와 2루수 사이를 뚫어내는 듯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브라이튼의 글러브에 걸리면서 그대로 아웃이 되고 말았다.

“브라이튼의 호수비가 지터의 안타 하나를 빼앗습니다! 환상적인 수비가 6회에 등장했습니다!”

“양키스의 6회 공격도 이렇게 끝나고 마는군요. 킴, 악의 제국이라 불리는 양키 타선을 철저히 막아 내고 있습니다.”

지터는 아웃되었지만 이번 타구에 어느 정도 만족했다.

‘이론이 맞았어. 킴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패스트볼이 아닌 다른 공을 공략해야 해.’

그가 공략한 공은 오른손 타자 바깥쪽으로 살짝 휘어져 나가는 커터였다.

지터는 처음부터 슬라이더와 커터를 노리고 들어왔기 때문에 좋은 타구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김민은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면서 생각했다.

‘이번 타구는 타이밍과 히팅 포인트가 제대로 맞았어. 지터, 역시 만만한 타자가 아니야. 시프트가 아니었으면 당했을 거야.’

그는 지터가 뛰어난 대처 능력에 감탄했다.

하지만 김민은 투구 패턴을 바꿀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매 타자가 지터처럼 달려든다면 곤란하겠지만, 아직은 아니야.’

7회 초.

양키스가 자랑하는 2, 3, 4번 타순이 다시 가동되었다.

김민은 3번 타자 제레미에게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맞았지만, 오스번을 더블 플레이로 처리하며 양키스의 공격을 막아 냈다.

“7이닝 동안 57개인가?”

“한 이닝에 8개 정도 던진 겁니다.”

토린 감독은 공격이 끝난 직후, 지명 타자인 오스번을 불렀다. 그가 오스번을 부른 이유는 다른 타자들이 수비하기 위해 그라운드에 나갔기 때문이었다.

“킴, 어떤 것 같나?”

오스번이 솔직하게 대답했다.

“어려운 친구입니다.”

“어떻게 어렵지?”

“제가 원하는 공을 던져 주지 않습니다.”

토린 감독이 짧게 말했다.

“독심술사인가?”

“…….”

“농담일세.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서는 투수가 그런 초능력자일리 없지. 킴은 타자들이 좋아하는 코스와 싫어하는 코스를 철저하게 분석한 다음 그에 맞게 볼 배합을 하는 것뿐이야. 좋아하는 공을 던져 주지 않는 건 자네가 어떤 공을 좋아하는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

따악!

강한 타구가 3루수 쪽을 향했으나 홀리스가 몸으로 그것을 막아 냈다.

양키스 수비는 아메리칸 리그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강했다.

토린 감독이 오스번에게 물었다.

“우리 수비와 탬파의 수비 어느 쪽이 더 강해 보이나?”

이번 물음은 의외였다.

오스번은 잠시 생각했다가 대답했다.

“개인 기량은 우리가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팀적인 면에서 보면 탬파가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시프트 때문인가?”

“그렇습니다. 녀석들의 시프트는 귀신같습니다. 땅볼이 나오면 대부분 글러브에 들어갑니다.”

토린 감독이 그라운드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원하는 곳으로 타구를 보내는 것이 투수의 능력이라면 킴은 A+를 받을 수 있지. 하지만 다른 투수들은 아니야.”

“그 말씀은 킴이 아닌 다른 투수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라는 말씀이십니까?”

“7이닝 동안 57개밖에 던지지 않은 투수를 마운드에서 내릴 수는 없겠지.”

토린 감독은 오스번에게 가 봐도 좋다는 신호를 보냈다.

이윽고 로마 타격 코치가 토린 감독에게 물었다.

“어떤 걸 알아보기 위해서 오스번을 부르신 겁니까?”

“그냥 킴이 어떤 투수인가 타자들에게 묻고 싶었네.”

“예?”

“희귀한 투수가 아닌가? 저런 유형은 거의 본 적이 없어.”

토린 감독은 승패를 초월해 김민에게 집중했다.

‘확실히 뛰어난 투수다. 하지만 혼자 힘으로 이길 수 있는 경기는 다섯 경기 중 한 경기뿐이야.’

그는 김민이 등판하는 한 경기는 정도는 내줘도 탬파베이를 누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것 참,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십 상대로 탬파베이를 가정하다니.’

토린 감독은 탬파베이가 와일드카드 싸움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십까지 올라올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대로 리그가 흘러간다면 탬파의 상대는 오클랜드가 되겠지. 하지만 오클랜드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팀이 아니야.’

그는 김민이 2승을 거둔다고 해도 2승 3패로 탬파베이가 탈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8회 초.

공격에 앞서 지터가 포사다를 불렀다.

“무슨 일이야?”

“포사다. 체인지업을 노려.”

“체인지업?”

“경기 후반이야. 하나쯤 던질 때가 됐어.”

포사다는 지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킴의 새로운 볼 배합을 노리라는 말이군.”

“패스트볼을 노리는 것보다는 그쪽이 더 나아.”

포사다도 어느 정도는 지터의 의견에 동의했다.

“패스트볼보다는 낫다는 걸 알겠는데. 킴이 체인지업을 끝까지 던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지?”

“그럼 지는 거지.”

지터는 반드시 이기는 승부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기기 위해 노력할 수는 있어도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어.’

딱!

날카로운 타격음과 함께 홀리스의 타구가 높이 떠올랐다.

“큽니다! 그대로 펜스를 넘어가는 것일까요?”

홀리스의 타구는 상당히 컸다.

맞은 순간 록튼은 물론 김민도 깜짝 놀랄만한 타구였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공이 뻗지 못했다.

“중견수 머레이가 펜스에 기대며 공을 잡아냅니다!”

오늘 경기에서 가장 큰 타구.

하지만 그 타구는 안타가 되지 못했다.

홀리스는 더그아웃으로 향하며 생각했다.

‘슬라이더를 노리고 그것을 그대로 받아쳤는데도 펜스를 넘기지 못했어. 파워가 부족한 것이었나?’

메이저리그가 주목하는 타자 홀리스.

그의 결론도 지터와 같았다.

그는 김민의 공략하기 위해서는 바깥쪽에서 변하는 공들을 노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김민은 양키스 타자들의 타구가 점점 날카로워지는 것을 보고는 로진백을 만졌다.

‘8회 1사. 투구수 59개. 지금이라면 괜찮겠지.’

그는 기어를 바꿔 넣기로 했다.

‘타석에 들어선 타자는 6번 타자 포사다. 어설픈 공으로는 상대할 수 없는 친구지.’

김민은 한가운데에 가까운 코스로 공을 밀어 넣었다.

슈우욱!

포사다는 초구에 눈을 크게 떴다.

‘한가운데라고?’

그는 배트를 내려고 했지만, 김민의 패스트볼은 그럴 틈을 주지 않았다.

파앙!

“스트라이크!”

전광판에 표시된 구속은 96마일(154km).

“또다시 바꾸는군.”

토린 감독은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포사다는 배트를 내리곤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체인지업을 노리고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건가? 더그아웃에 진짜로 도청기를 설치한 것인지도 모르겠군.’

그는 배트를 세우곤 미간을 좁혔다.

이윽고 두 번째 공이 날아왔다.

슉!

‘커브?’

포사다는 나가던 배트를 멈췄다.

팍!

바운드를 일으킨 공이 그대로 록튼의 미트에 들어갔다.

“포사다, 원바운드 커브를 잘 참아냈습니다.”

포사다는 커브를 참아낼 수 있었던 이유를 체인지업에서 찾았다.

‘패스트볼을 노리고 있었다면 이 커브에 손이 나가고 말았을 거야.’

그는 체인지업을 노리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이 승부, 아직 해볼 만하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다음 공을 본 뒤 바뀌고 말았다.

슈욱!

‘다시 한가운데라고?’

카운트 1-1, 아직 타자에게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 공을 그냥 보낼 수 없었다.

‘실투라면 받아주지.’

포사다는 배트를 냈지만 공은 배트를 지나쳐 미트에 꽂혔다.

파앙!

“스윙 스트라이크!”

포사다는 스윙 직후 자신에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실투가 아니야.’

김민은 지금 그를 상대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 이것이 내가 던질 수 있는 최고의 공이다.

토린 감독은 포사다의 헛스윙을 보곤 미간을 좁혔다.

“95마일(153km)이 넘는 공을 기다렸다가 치려고 하는군.”

로마 타격 코치도 표정이 좋지 못했다.

“아무리 포사다라고 해도 그건 불가능할 겁니다. 제 생각에 포사다는 다른 공을 노리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더그아웃에 선 지터는 입안이 바짝 말랐다.

‘포사다, 패스트볼을 버려, 그렇지 않으면 체인지업을 칠 수 없어.’

그러나 포사다는 끝까지 패스트볼을 버리지 못했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포사다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공은 95마일(153km) 하이 패스트볼이었다.

“킴! 포사다를 삼진으로 돌려세웁니다!”

“구속이 95마일까지 나오는군요. 지금이 8회라는 것을 생각하면 대단한 구속입니다.”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포사다에게 지터가 다가갔다.

“체인지업을 노리기로 했잖아.”

포사다가 장갑을 벗으며 말했다.

“참을 수 없는 패스트볼이었어.”

“참을 수 없었다고?”

“공이 말했다고, ‘난 힘으로도 널 누를 수 있다’라고 말이야.”

기어를 바꿔 넣은 김민은 7번 타자 홀랜드마저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킴! 양키스 타선을 패스트볼로 윽박질렀습니다.”

“마지막 힘을 8회에 다 쏟아부은 것 같습니다. 마지막 9회에는 로버트가 등판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탬파베이 불펜에는 어떤 선수도 몸을 풀고 있지 않았다.

바이슨 수석 코치와 블렛소 투수 코치는 김민을 굳게 믿고 있었다.

“오늘은 불펜이 필요 없을 것 같군.”

“평소보다 투구수가 적습니다. 오늘만큼은 킴이 경기를 끝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9회 초.

김민이 마운드에 서자 탬파베이 팬들이 일제히 목소리를 높였다.

“킴! 킴! 킴!”

지난 두 번의 억울한 패배를 에이스가 완봉으로 깨끗이 씻어주려는 것이었다.

“킴! 부탁한다!”

“양키스를 끝장내 버려!”

토린 감독은 8번 알렌의 타석에 대타를 내보냈다.

하지만 대타의 배트는 허공을 가르고 말았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김민의 오늘 경기 7번째 삼진.

“킴! 이제 완봉까지 아웃 카운트 2개가 남아 있습니다.”

바이슨 수석 코치는 김민의 투구를 보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킴은 편파로 어떻게 되는 투수가 아니야.”

블렛소 투수 코치는 보면 볼수록 대단한 투수라고 생각했다.

‘투수는 스트라이크존에 가장 민감한 포지션이다. 하지만 킴은 스트라이크존에 불만을 가지긴커녕 그것을 무기로 바꾸어 양키스 타자들을 잡아냈다.’

김민은 오늘 우세한 스트라이크존을 믿고 덤벼드는 양키스 타자들을 시프트로 잡아냈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9번 타자 에드도 삼진 아웃.

“떨어지는 커브에 배트가 그대로 끌려 나왔습니다.”

9회 초.

2사 주자 없는 상황.

배터 박스에 등장한 타자는 지터였다.

‘포사다가 참을 수 없었던 패스트볼. 그것을 보여다오.’

그가 배트를 세우자 김민이 빠르게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9회 초 김민은 거침이 없었다.

슈욱!

빠른 공이 바깥쪽으로 날아왔다.

‘좋은 공이다.’

지터는 두 손에 힘을 주며 배트를 내밀었다.

탁!

배트 위쪽에 맞은 공이 백네트에 꽂혔다.

“파울!”

지터는 파울을 친 뒤 고개를 끄덕였다.

‘95마일(153km)짜리 라이징 패스트볼. 나쁘지 않군.’

그는 여러 구종 중 하나를 노리고 수 싸움을 벌이는 것보다 이렇게 힘으로 승부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슉!

두 번째 공도 빨랐다.

지터는 이미 빠른 공에 타이밍을 맞춘 상태였다.

탁!

배트에 맞은 공이 1루 라인을 벗어났다.

“파울!”

‘커터였군.’

포사다는 지터의 배트가 잇달아 나오는 것을 보고는 주먹을 꾹 쥐었다.

‘지터라면 할 수 있어.’

그는 김민의 라이징 패스트볼 공략에 실패했지만, 지터의 배트 컨트롤과 스피드라면 다를 것이라 생각했다.

“킴! 카운트 0-2에서 오늘 경기를 끝내러 들어갑니다.”

지터는 투 스트라이크에 몰려 있었지만, 집중력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온다!’

왼쪽 발을 살짝 든 순간 세 번째 공이 날아왔다.

‘칠 수 있다.’

지터의 배트가 패스트볼 타이밍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공은 중간 지점부터 브레이크가 걸린 듯 크게 떨어졌다.

‘체인지업!’

지터는 배트를 멈추려고 했으나 공이 도착하기 전 배트가 이미 홈플레이트를 통과하고 말았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지터는 마지막 공을 보곤 한동안 배터 박스에서 떠나지 못했다.

‘체인지업이었어. 내가 치고자 했던 공이라고.’

패스트볼에 마음을 빼앗긴 지터는 체인지업을 보고도 그것을 쳐 낼 수 없었다.

“킴! 양키스를 상대로 68구 완봉승에 성공합니다! 정말 대단한 기록입니다.”

“스탭들이 기록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10년 안에 이런 기록은 본 적이 없습니다.”

양키스 팬들은 지금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70개도 던지지 않고 양키 타선을 막아 냈어.”

“컴퓨터 게임을 보는 것 같아.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심판이 유리하게 판정한 쪽은 오히려 우리였다고.”

9회 2사 후에 나온 지터의 삼진은 충격적이었다.

“체인지업에 헛스윙이라니!”

“지터가 그렇게 물러날 줄은 생각도 못했어.”

“우리…… 이번 시즌 우승할 수 있는 거야?”

양키스 팬들은 플레이오프에서 탬파베이를 만난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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