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3
Restaurant 272. 첫 라이브 방송
호중원은 여직원에게 주방에서 일할 사람을 구하지 않느냐 물었다.
그것이 조언의 귀로 인해 강지한에게 전해졌고, 호중원의 능력치를 본 강지한은 적잖이 놀랐다.
호중원의 능력치는 중식에 백 퍼센트 특화되어 있었다.
중요 능력치들이 중식에 한정되어 있다는 사족까지 달릴 정도였다.
그 말인즉, 다른 분야의 요리에는 재능이 크게 없다는 말과도 같았다.
하지만 중식당 주방에서 일을 할 것이라면 상관없었다.
게다가 중식 관련 요리 한정해서 그의 등급은 A-였다.
안 그래도 주방에서 메인을 맡아줄 사람이 한 명 정도 더 들어왔으면 하고 바랐던 터.
강지한은 호중원을 들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때 호중원에게 질문을 받은 여직원이 주방으로 다가와 강지한에게 물었다.
“저, 대표님. 7번 테이블 손님께서 주방 직원 구하지 않느냐 여쭤봐 달라시는데요.”
마침 라스트 오더까지 주문을 내보내 한숨 돌리고 있던 상황.
강지한이 주방에서 나와 호중원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손님. 지한 객잔 대표 강지한이라고 합니다. 식사는 맛있게 하셨어요?”
호중원은 자신의 테이블로 다가온 강지한을 놀라서 바라보았다.
그는 강지한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중식에만 관심이 있는 입장이었기에 배틀 셰프라던가 하는 요리 관련 프로그램들을 거의 보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강지한이 이 모든 요리들을 만들었다는 것.
설사 직접 만들지 않았다 하더라도 지한 객잔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요리들의 레시피는 그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이다.
강지한을 바라보는 호중원의 가슴이 두근거리며 뛰었다.
그가 벌떡 일어나 강지한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건넸다.
“여, 영광입니다! 호중원이라고 합니다. 대표님의 음식,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하하, 한데 주방 직원을 구하고 있지 않냐고 문의 주셨다고요?”
그 물음에 호중원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만약 티오가 남는다면 제가 들어가서 일을 하고 싶습니다. 즐겁게 일을 할 자신이 있습니다. 절대 후회 안 하실 겁니다. 춘천엔 저를 담을 만한 그릇이 없었는데 여기가 바로 거기인 것 같습니다. 여기밖에 없습니다. 받아주십시오.”
호중원의 크게 뜬 두 눈에 결연한 의지가 차올랐다.
이를 지그시 바라보던 강지한이 방긋 미소 지으며 물었다.
“혹시 오늘 시간 되세요? 면접을 좀 봤으면 하는데.”
“물론입니다.”
호중원은 안경을 치켜올리며 씩 웃었다.
* * *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시각.
지한 객잔의 주방에는 강지한과 호중원만 남아 있었다.
“그럼 가장 자신 있는 걸로 만들어 보시겠어요? 주방 재료는 마음껏 사용해도 됩니다.”
“그렇다면.”
호중원이 날카로운 시선으로 주방 재료들을 스캔한 뒤 마음을 정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볶음밥을 만들겠습니다.”
“네, 좋아요.”
호중원은 재료를 손질하는 일부터 해나갔다.
중식당의 주방은 처음으로 겪는 것이지만 그는 마치 자신이 평소에 일하던 곳에 온 듯 어색하지 않게 행동했다.
아니, 오히려 들뜬 모습이었다.
중식당 특유의 강력한 화력에도 놀라지 않았다.
이미 그런 정보들은 인튜브 영상을 통해 수도 없이 많이 공부한 바 있었다.
강력하게 올라오는 불과 커다란 웍을 보며 호중원은 생각했다.
‘이곳이라면 내가 꿈에 그리던 볶음밥을 만들 수 있다!’
가정의 가스레인지는 화력이 강하지 않다.
그래서 중식당의 것처럼 고슬고슬 밥알이 날리는 형태의 수분기 빠진 볶음밥을 만들기란 쉽지가 않은 일이었다.
그걸 흉내 내겠다고 애초부터 밥을 너무 되게 지으면 볶으면서 수분이 더 날아가 밥알이 딱딱해지고 만다.
하지만 중식당의 화력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타타타타탁!
중식도를 쥔 호중원의 손이 빠르게 움직이며 볶음밥 재료들을 다져나갔다.
그 손놀림에 강지한이 속으로 감탄했다.
“그럼 볶습니다.”
호중원이 기름 두른 웍에 계란을 붓고 바로 찬밥을 투하했다.
강지한이 알려주지 않았음에도 밥에 계란물을 제대로 코팅하는 타이밍을 캐치했다.
호중원의 손이 힘차게 움직이며 웍을 휙휙 돌렸다.
아직 큰 웍이 손에 익지 않은지 살짝 어설펐지만 나름 괜찮은 동작이었다.
잠시 후, 완성된 볶음밥을 호중원이 그릇에 담았다.
그는 쇠국자로 볶음밥의 모양을 잡는 것까지 완벽하게 알고 있었다.
완성된 볶음밥의 레벨이 강지한의 눈에 보였다.
[호중원의 상당한 수준의 볶음밥]
요리 등급: LV4
-간을 잘 잡았고, 불향도 제법 담아냈다. 누가 먹어도 맛있게 잘 먹을 수 있으며, 어느 중식집에 가더라도 환영받을 만한 수준. 단, 계란물이 밥에 고루 입혀지지 않았고 웍질이 빠르지 않아 열이 전체적으로 분열되지 못해 재료들의 익힘 정도가 조금씩 차이 나는 것이 아쉽다.
요리 등급이 무려 레벨 4.
중식 덕후라는 특수 능력의 대단함을 새삼 느끼는 강지한이었다.
볶음밥을 한입 먹어본 강지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네요. 아주 잘 만드셨어요.”
“아직 수양이 한참 부족한 데도 그리 말씀해 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호중원은 화법이 참 특이한 사람이었다.
요즘 젊은 사람이 아니라 무협소설 속 캐릭터들의 대사를 듣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강지한은 그게 싫지 않았다.
오히려 호중원만의 특별함으로 다가왔다.
“결과는…… 합격입니까?”
호중원이 기대 가득한 시선을 던지며 물었다.
강지한이 약간 고민하다가 되물었다.
“정말 열심히 일할 자신이 있으세요?”
“네! 뼈를 묻을 각오까지 하고 있습니다.”
호중원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강지한은 이미 황태규에게 한 번 당한 터라 정보의 눈에만 너무 의지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지금은 자신의 안목을 믿기로 했다.
그간 여러 가지 식당을 내면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상대해 온 강지한이었다.
때문에 그에겐 그 경험 속에서 쌓인 안목이 분명히 있었다.
‘나쁜 쪽으로 머리를 굴리거나 자기 이익만 따지면서 행동할 것 같지는 않아.’
호중원에게는 순수하게 중식을 사랑하는 마음, 그것이 엿보였다.
게다가 조언의 귀도 그가 이 식당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던 얘기를 가져왔었다.
이는 곧 호중원이 식당에 반드시 도움이 될 인재라는 것.
강지한은 자신이 현재 호중원을 가늠할 수 있는 정보들을 최대한 수집해 판단한 뒤 이런 제안을 건넸다.
“세 달 수습 기간을 거친 뒤, 이후부터 정식 직원으로 근무하는 조건. 어떠세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호중원이 어찌하느냐에 따라 수습 기간을 확 줄여줄 셈이었다.
“좋습니다.”
호중원은 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제 포지션은 그럼 재료 다듬기부터 하면 되는 겁니까?”
호중원이 잔뜩 흥분된 음성으로 물었다.
주방의 막내로 시작해 이런저런 허드렛일, 잡일을 도맡아 하며 고난과 역경 가득한 길을 걷다가 훗날 당당히 메인 주방장이 되는 것!
세상에 이보다 멋진 인생은 없을 것 같았다.
한데 강지한에게 돌아온 대답은 그것과 전혀 달랐다.
“아니요. 바로 메인 보조로 일해주시면 되겠어요. 요리하시는 것 보니까 재료를 다듬고 있기에는 아까운 실력이네요.”
“아…… 그렇습니까.”
일반 사람이었다면 기뻐했을 제안이건만 호중원은 시무룩해져서 한숨을 푹 내뱉었다.
“괜찮으세요?”
“제가 생각했던 이상향과는 조금 멀어지게 되었으나…… 괜찮습니다. 지한 객잔의 주방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함께해 주신다면 제가 영광이죠.”
그리 말하며 방긋 웃는 강지한의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것 같은 착각을 받은 호중원이었다.
사람이 실력이 있으면 거만해지는 이들이 십중팔구다.
그러나 강지한에게서는 전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강지한 대표님, 당신은 도대체…….’
요리 실력 외에 다른 면으로도 배울 것이 많겠다는 걸 느낀 호중원이었다.
* * *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네, 잘 부탁드릴게요.”
면접을 마친 호중원이 지한 객잔을 떠났다.
느릿느릿 거북이처럼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주방에서의 빠릿빠릿했던 몸놀림이 거짓말 같았다.
정말이지 중식에 관련된 일 말고는 모든 것이 느려지는 사람이었다.
* * *
집으로 돌아온 강지한은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인력난으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던 와중, 괜찮은 인재를 들일 수 있게 되었기 때문.
“일단 씻자.”
중식당의 주방은 그 대단한 화력으로 인해 다른 식당의 주방보다 더욱 열기가 뜨거웠다.
해서 하루 종일 주방에 처박혀 있다가 나오면 온몸이 땀으로 흥건했다.
쏴아아아아-
한여름이라 시원한 물로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설탕이 2세 여섯 마리가 우다다다 달려들었다.
알알! 알! 알알!
아르르르!
헥헥헥!
녀석들은 강지한의 앞에서 괜히 짖고 으르렁거리고 헥헥거리며 놀아 달라 떼를 썼다.
그러자 설탕이가 자식들에게 일갈을 날렸다.
왕!
설탕이와 교감이 높은 강지한에게는 녀석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전부 느껴졌다.
‘지금 우리 주인이 얼마나 힘든 줄 알아? 이 녀석들!’ 하고 있는 것이었다.
“설탕아, 고마워. 근데 아빠 아직 쌩쌩해.”
강지한은 결국 새끼들과 삼십 분 정도를 놀아주었다.
그런데 인절미들에게 둘러싸여 손이고 발이고 뺨이고 마구 핥아지다 보면 마음이 너무 행복해져서 이게 자신이 놀아주는 건지, 인절미들이 자신과 놀아주는 것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한참 아이들과 놀고 나니 급격하게 허기가 찾아왔다.
꼬르륵.
“뭣 좀 먹어야겠다.”
강지한이 주방에 있는 식재료들을 살폈다.
얼마 전 사놓은 메밀국수와 쯔유가 남아 있었다. 그걸 보자마자 바로 메뉴가 정해졌다.
“시원한 메밀국수다.”
그가 바로 메밀국수를 만들려다가 멈칫했다.
얼마 전 유정미가 해줬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오빠, 나 몰랐는데 진짜 엄청 잘 드시네요. 이 좋은 재능을 왜 여태 썩히고 있었어요? 오빠는 먹방에 엄청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에요. 게다가 엄청 복스럽게 먹어서 더 좋아요. 쿡방을 해요. 요리를 만들어서 먹는 것까지 보여주는 거죠.”
정말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날 이후부터 욕심이 생겨 유정미의 도움을 받아 방송 장비도 구입해 놓고 방송 세팅을 하는 법 또한 어설프게나마 배운 터였다.
잠시 고민하던 강지한이 방으로 들어가 방송용 카메라를 가지고 나왔다.
* * *
오늘 유정미는 방송을 하루 쉬고서 집에 누워 데굴거리며 충분한 휴식을 만끽하는 중이었다.
스마트폰도 어디 보이지 않는 곳에 던져놓고 빌려온 만화책을 읽으며 과자만 까먹었다.
그러고 있자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그러다 12시 반 무렵이 되어서야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연락 온 곳도 많았고 메시지를 보낸 사람들도 많았다.
한데 그중에 강지한에게서 온 메시지도 있었다.
“응? 오빠 무슨 일이지.”
유정미가 메시지를 확인했다.
-정미야, 나 지금 방송해 보려고 하는데 혹시 시청하다가 아니다 싶거나 문제 되는 것들 있으면 얘기 좀 해줄래? 아, 시간 되면. 바쁘면 안 그래도 되고^^
메시지가 온 시각은 11시 56분.
“어머나.”
유정미가 황급히 인튜브 라이브에 접속했다.
그리고 강지한이라는 키워드로 생방송을 검색했다.
강지한이 방송에 대한 조언을 구할 때 유정미는 반드시 본인의 이름을 방송 제목에 넣으라 했었다.
강지한이라는 이름이 제법 브랜드파워가 있기에 했던 말이다.
다행스럽게도 강지한은 유정미의 말을 잘 따랐다.
‘(라이브)강지한의 심야식당’이라는 제목으로 송출되는 방송이 하나 있었다.
유정미가 얼른 방제를 눌러 방송에 접속했다.
강지한은 메밀국수를 한가득 쌓아 놓고 열심히 먹는 중이었다.
그 모습이 살짝 귀엽고 재미있던 유정미가 쿡 하고 웃음을 흘렸다.
“지한 오빠, 대박이다. 어디 첫날 방송 시청자가…… 어?”
무심코 시청자 수를 확인하던 유정미가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강지한은 그 전부터 비제이를 해오던 사람이 아니다.
오늘이 비제이로서 첫 데뷔를 해, 첫 방송을 송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럴 경우 시청자가 아예 없는 경우도 있고 둘 셋, 많아야 열이 조금 넘는 것이 보통이다.
인지도가 조금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200을 넘기기가 힘들다.
그런데 강지한의 첫 방송 시청자수가 무려 500을 넘어가고 있었다.
“말도 안 돼.”
저도 모르게 허탈한 웃음이 새어 나오는 유정미였다.